스님의하루

2021.7.16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 금요 즉문즉설
“야근에 밤샘, 일이 힘드니까 자꾸 이직을 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한 후 간단히 요기만 하고 논으로 향했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전체 대중이 논매기를 했습니다. 며칠 논매기를 해보니 일손이 부족해서 문경 수련원 행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논매기를 처음 해보는 젊은 행자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게 피 맞아요?”

“네, 맞습니다. 모가 심긴 줄과 줄 사이에 난 것이 피입니다."

스님의 제안에 따라 어제와 달리 해를 등지고 논매기를 했습니다. 훨씬 일하기가 편했습니다.

피를 뽑아서 논 밖으로 휙 던졌습니다. 논의 한가운데로 이동할수록 피를 던져야 하는 거리가 길어졌습니다. 팔에 힘을 가득 모아서 피를 던졌습니다.


젊은 행자님들은 허리가 아픈지 자주 허리를 뒤로 젖히며 ‘아이고’ 하는 신음 소리를 냈습니다.

힘들어하는 행자님들을 보며 스님이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기농 쌀을 먹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허리 숙여서 논매는 게 나아요? 그냥 편하게 제초제 뿌린 쌀을 먹는 게 나아요?” (웃음)

행자님들은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아이고, 힘은 들지만 제초제 안 뿌린 쌀을 먹어야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하루 이틀 와서 일손을 도와주는 것이니까 그런 말을 하죠. 매일 일해야 하는 동네 할머니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보세요. 얼마 전에 할머니께 여쭤봤더니 ‘제초제 먹고 죽으나 풀 매다가 밭고랑에 처박혀 죽으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전부 제초제를 쓰지 누가 풀을 매냐고 하면서 답답해하셨어요.” (웃음)

쉬지 않고 부지런히 피를 뽑았지만 한 줄을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피가 너무 많았습니다.

“모보다 피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유기농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며 햇살이 뜨거워질 무렵 논에서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두북 수련원으로 다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유기농 채소로 식사를 한 후 공동체 대중들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문경 수련원 행자님들이 온 것을 환영하며 특별히 수행의 관점을 잘 잡을 수 있게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세속의 길이 있고, 출가의 길이 있습니다. 세속의 길이란 꼭 머리를 기르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사는 길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출가의 길이란 꼭 머리를 깎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탈 열반의 길을 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세속의 길은 윤회 속에서 좀 더 안온하게 생활하는 길을 의미합니다. 인도식으로 설명하면 인간과 천상계에 태어난다는 얘기예요. 해탈 열반의 길은 윤회를 벗어나는 길을 의미합니다.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

세속에 사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첫째, 적절한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절한 환경이란 곧 배를 곯지 않을 정도의 음식, 헐벗지 않을 정도의 옷, 추위나 더위,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정도의 집, 병이 났을 때 먹을 수 있는 약은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중요합니다. 결혼을 했다면 부부 사이가 비교적 원만해야 하겠죠. 자식을 낳았다면 부모 자식 간에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자식이 부모를 홀대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 사회 환경도 중요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죽이고 탄압하는 폭압 정치는 없어야 하고, 기본 인권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는 환경이어야겠죠. 다시 말해 적절한 사회 환경, 인간관계,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들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둘째, 살아가는데 적절한 환경이 갖춰졌다면, 그다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살아가는데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도 만족하지 못하면 불행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음식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더 맛있는 것에 헐떡거립니다. 입을 옷이 있는데도 명품 옷에 집착합니다. 비를 피하고 살 수 있는 집이 있는데도 더 좋은 집만 쳐다보고 삽니다. 이렇게 만족할 줄 모르면 괴로움이 발생합니다.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먹을 음식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합니다. 만족을 해야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옵니다. 만족하지 못하면 감사한 마음이 들 수 없습니다. 욕구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만족하는 자세를 가지면 욕구를 적절하게 절제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야 삶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즐거워진다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수준은 세계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폐교에서 이렇게 자고, 이렇게 먹고,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여러분이 느끼기에는 열악해 보일지 모르지만 70억 세계 인구 전체와 비교하면 상위 그룹에 속하는 생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비교를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주 잘 살고 있는 겁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이 충분하지 못하고, 옷이 충분하지 못하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 가보거나 아프가니스탄을 다녀보면, 여전히 간단한 질병도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남녀 차별이 아주 심해서 여성들이 학대받고 있거나 아동이 학대받고 있거나 특정 종교나 문화가 탄압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삶의 조건이 열악한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할 줄 알 때 비로소 수행자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만족할 줄 모르고 늘 욕구에 헐떡거리면, 앞으로 아무리 큰 집을 갖고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더 큰 욕구에 헐떡거리게 될 뿐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자세가 매우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세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불자들이에요.

그 다음에는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이 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윤리를 지킬 줄 알아야 됩니다. 폭력과 살생을 하지 않고,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지 않으며,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남을 괴롭히지 않고, 성추행하지 않으며, 사기 치거나 욕설 등 말로도 남을 괴롭히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술을 먹고 취해서 행패 부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적절한 삶의 태도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GDP가 아무리 높고, 사회가 아무리 민주화되고, 인권보장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불평과 불만이 끝나지 않는 겁니다. 의식주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욕망 때문에 남을 해치고 남을 괴롭히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살아가는 거예요.

출가해서 해탈 열반으로 가는 길

그런데 해탈 열반의 길은 세속의 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해탈 열반의 길은 먹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도 괴롭지 않습니다. 비록 입을 것이 없어도 괴롭지 않고, 비록 잘 집이 없어 나무 밑에서 자더라도 괴롭지 않으며, 비록 병에 걸려서 몸이 아파도 괴롭지 않습니다.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괴롭지 않은 것이 해탈 열반의 길입니다.

세속의 행복은 이런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괴로워집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도 욕망과 시비에 휩쓸려서 괴로워합니다. 그것이 세상입니다. 이렇게 세속에서 살아가는 재가 수행자의 삶은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욕망을 자제하고 자기의 성정을 조절해서 행복을 누리는 삶입니다.

그러나 해탈 열반의 길은 이런 세속의 길과는 달라요. 조건이나 환경에 구애 받지 않는 길입니다. 적절한 조건이 유지되지 않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안온하게 유지해 나가는 길이 바로 해탈 열반의 길입니다.

해탈 열반의 길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여러분처럼 출가해서 공동체에 들어와 사는 사람이라면 해탈 열반의 길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까지는 못 간다 하더라도 최소한 불자가 가야 할 세속의 행복 정도는 누리고 살아갈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다른 이에게 적절한 삶이 보장되도록 하는 정의로운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 길을 가기 위해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욕망에 끄달려서 헐떡거리면 공동체 안에서 살아도 괴롭고, 밖으로 나가서도 괴롭고, 결혼해도 괴롭고, 이혼해도 괴롭고, 애가 있어도 괴롭고, 애가 없어도 괴롭습니다, 직장에 취직하면 직장에 다니는 게 힘들고, 직장을 그만두면 직장이 없어서 힘들고, 젊으면 젊어서 힘들고, 늙으면 늙어서 힘들고, 이렇게 늘 헐떡거리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순간적인 욕망과 쾌락에 집착해서 자기의 인생을 불행에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정진을 하는 겁니다. 절에 산다고, 머리 깎았다고, 수행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삶의 가치가 분명해야 수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 욕망이 있고, 자기 성정이 있고, 시비가 일어나지만, 수행자의 자리로 늘 되돌아올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님의 특별 법문을 행자님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새겨들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곧바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수련원과 아도모례원에서 법사님들도 회의 시간에 맞춰 속속 도착했습니다. 보수 법사님이 아도모례원에서 아침 일찍 옥수수를 직접 삶아 와서 함께 나눠 먹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다양한 부처님의 교화 사례를 준비해 와서 발표한 후 정토대전에 넣을지 말지 함께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근본 교리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도 정리해 와서 경전 속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함께 점검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중도’에 대한 부처님의 설법 내용이 다양한 경전 속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경전 기록을 두 배수 정도로 발췌해서 더 검토해 보고 그중에 가장 적절한 내용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주에는 명상수련에 들어가기 전날에 만나야 하니까 명상수련에 참가도 해야 해서 문경 수련원에 가서 회의를 합시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오후 4시 30분부터는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전국에 으뜸절에서 머물고 있는 공동체 법사님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여 준비된 안건에 대해 함께 검토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24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시도별 밴드를 통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요즘 계속 무덥죠? 이상 고온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덥지만 다음 주는 더 더워진다고 합니다. 요즘은 33도 이렇게만 기온이 올라가는데 앞으로 아마 40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후도 별 변화가 없고 사회, 경제, 정치적인 것들도 큰 변화를 못 느끼면서 살아가는데, 우리는 지금 문명이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태어나서 기후마저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으니 적응하는 것도 어렵고,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부 환경이야 어떻게 바뀌더라도 거기에 재빨리 적응하고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수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행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종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믿음의 문제도 아니고, 철학의 문제도 아닌, 삶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조건에서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을 통해 마음의 작용원리를 알게 되면 여러분들이 어떤 종교나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인생의 문제들을 드러내 놓고 말하기가 사실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즉문즉설은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대화의 장에 들어올 수가 없어요.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조금 꺼려지더라도 나의 고뇌를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대화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좀 더 괴로움이 적은 길, 두려움이 적은 길, 번뇌가 적은 길을 찾아가 보았으면 합니다. 이런 마음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내놓을 수 있습니다. 주제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자, 그러면 대화를 한 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섯 명이 사전에 질문 신청에 채택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일이 힘들어지면 자꾸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 고민이라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야근에 밤샘, 일이 힘드니까 자꾸 이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직장생활에서 일이 항상 많아 힘듭니다. 이직을 너무 자주 하는 게 문제예요. 조금 더 편한 곳인 것 같아 이직을 해도 또 거기서 일이 많아지면 힘들어서 그만둡니다. 자꾸 이직을 하니 자리를 못 잡고 떠도는 게 불안합니다. 다른 동기들은 자리를 잡아서 대표나 파트너나 팀장이 되기도 하는데 저는 만년 팀원으로 있습니다. 당연히 팀원으로 있으니 실무만 하게 되고, 그러니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팀장, 파트너, 대표 이렇게 위로 올라가려면 끈기 있게 해야 하는데, 이직 후 일 년 정도만 되면 야근에 밤샘에 너무 힘들고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해서 또 이직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는 전문직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개업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격이 그렇게 활달하지 않아 자신이 없고, 제 분야가 경쟁이 치열하여 살아남기가 힘들어 두려움이 있습니다. 결혼을 안 해서 혼자 먹고살아야 하는데, 개업하면 당장 수입은 없을 것 같아서 그런 점도 두렵습니다. 힘들더라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게 나을지, 두렵기는 하지만 개업을 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개업을 할 마음이 있다면 스님이 개업을 말려도 '아닙니다. 저는 하겠습니다' 하고 말할 정도가 되어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스님이 아무 말도 하기전에 벌써 '개업을 하면 어려워질 텐데' 하고 걱정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개업은 지금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질문자의 상태가 지금 그렇다는 거예요.

일단 질문자가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병원입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한 번 받아보세요. 내 상태가 어떤지 종합검진을 받아봐야 합니다. 육체적 종합검진이 아니라 신경정신과에 가서 심리 테스트를 먼저 받아 보세요. 심리상태가 불안한 이유가 과거에 겪었던 어떤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내 신체에 어떤 호르몬 분비 때문인지, 여기에 대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어요. 한 군데 가서 안 되면 두 군데 가서 점검해보면 돼요.

우선 전문가가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약을 먹어보고 불안이 잦아들 수 있다면 이게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괜히 기도하니 뭐하니 복잡하게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약간의 심리 불안 증세가 있는 것인데, 그걸 억지로 참으면 나중에 더 큰 병이 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검진을 받아보고, 검진의 결과가 괜찮다면 다행이잖아요. 괜찮다고 판명이 났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데 스님이 괜히 병원에 가라 해서 쓸데없이 병원 갔잖아요!' 하고 항의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면 좋은 일이잖아요. 또 병원에서 약간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좋은 일이에요.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니까요.”

“똑똑하네요. (웃음) 문제점을 발견했으니 좋은 일입니다. 검진을 하게 되면 이렇든 저렇든 좋은 일인데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해봤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면 이상 없어서 좋은 일이고, 이상이 있다고 하면 이상이 있는 걸 발견해서 좋은 일입니다.

의사가 치료를 요한다고 하면 치료를 받으세요. 질문자가 자꾸 회사에 부적응하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 질문자의 심리적 불안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조금 힘들긴 해도 그걸 이겨내는 힘이 있는데, 질문자는 심리가 약해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관둬버리는 겁니다. 그런 모습을 세상에서는 보통 '의지가 약하다' 하고 표현하지만, 의지가 약하다는 것도 사실은 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어떤 이유로 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심리치료를 해야 되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면 약물 치료를 해야 돼요.

두 번째는 기도를 해야 돼요. 기도를 해야 된다는 말의 뜻은 하나님한테 빌고 부처님한테 비는 게 아니라 자기 심리를 자기가 스스로 안정시키는 자가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병원에 가는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기도를 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치유하는 겁니다. 교회에 다녀요?”

“아니오.”

“그럼 절을 해도 괜찮죠? 절하면 건강에도 좋아요. 절을 하면서 이렇게 되뇌어 보세요.

‘저는 편안합니다. 지금에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 가지 내용을 새기면서 자꾸 기도하면 심리가 조금씩 안정이 됩니다. 이것은 자기가 자기에게 암시를 주는 거예요. 자기 암시를 반복함으로 해서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주어 마음을 안정을 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그전에 병원부터 가야 합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금방 호전이 있는데, 처음부터 수행만 하려고 하면 힘이 너무 많이 들어요. 몸이 다쳤을 때도 병원 치료를 받는 동시에 혼자서도 재활치료를 해야 하듯이 질문자도 병원에 다니면서 자가 치료인 수행을 병행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지금에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한 직장을 꾸준히 다니는 게 좋겠다 싶으면 승진이나 연봉에 구애를 받지 않는 거예요. 감사하다는 기도를 하면서 승진을 하든 연봉 올려주든 일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꾸준히 다니는 겁니다. '직장'이 목표가 아니고 '수행'이 목표가 되는 거죠. 돈도 승진도 목표가 아니고 '내가 한 직장에 적어도 3년은 다닌다' 하는 자세를 갖고 수행을 목표로 잡고 직장에 다니는 겁니다. 돈이나 직위를 따지면 자꾸 못 견딜 일이 생겨요.

‘아무리 어려워도, 월급을 제대로 못 받더라도, 나는 내 수행을 위해서 3년은 이 직장에 다니겠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불안이 적어집니다. 일이 많으니 적으니 상사가 어떠니 이런 걸 따지지 않는 거예요. 내 치료를 위해서 이 직장에 최소한 3년은 다니기로 한 겁니다. 자꾸 이것저것 따지니까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예요.

둘째, 이렇게 관점을 잡아도 됩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게 재미없다. 승진해서 부하 거느리는 것도 재미없다. 프리랜서처럼 이 직장도 한번 가보고 저 직장도 한번 가보고 이 회사는 어떤지 저 회사는 어떤지 조금씩 구경하겠다.'

'나는 한 직장에 적응을 못하고 여기저기 이직하고 다닌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생관입니다. 관점을 바꿔서 '여기저기 내 전공에 관계된 회사란 회사는 일 년씩 다 한번 다녀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한 직장에 오래 있고 싶다는 결론이 나면 돈도 지위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그 직장에 다니는 걸로 하면 됩니다. 어차피 자꾸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그걸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못 견뎌서 나왔다' 이렇게 바라보지 말고 '나는 그냥 일 년씩 회사 구경이나 하러 다니면서 살겠다' 이렇게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면 불안해하지 않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만약 내가 병이 있다면, 첫째, 그 병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고, 둘째, 그 병을 그냥 안고 '그래, 뭐 이 정도라도 살아있다는 게 고맙다' 하고 지내는 방법도 있어요. 만약 팔 하나가 고장이 났으면 일단 고쳐는 보겠지만 안 고쳐지면 '그래. 한 팔이라도 성한 게 어디야. 이 정도 범위 안에서 살면 되지' 이렇게 관점을 바꾸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는 중학생의 질문부터 창업을 고민 중인 40대 여성분의 질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60대 여성분의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 이사를 자주 가니까 전학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어서 힘듭니다.
  • 간암 절계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인데, 마음이 그렇지 않네요. 시한부 인생이라는 생각에 밤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 싱글맘인데 남자 친구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연애를 했습니다.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임신을 하게 되었고, 시댁은 결혼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닥쳐 올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요?
  • 창업을 하려고 합니다. 돈을 많이 투자하고도 승인을 못 받으면 사업 시작도 못하고 접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창업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입니다.

질문자들과 대화를 다 나눈 후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이직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 고민이라던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이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해결방안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병원에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도 정답은 아니고, 자주 옮겨 다니는 것도 장점이 있다는 말씀에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스님도 웃으며 질문자를 격려했습니다.

“네, 상당히 머리가 좋네요. 많이 깨달았어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요.” (웃음)

다음 주 금요일을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다섯 번의 온라인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시작으로 경전대학 특강, 행복학교 특강, 만일준비위원회와 간담회, 불교대학 특강이 연달아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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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3년도 좋고 1년도 좋고 감사합니다..

2021-09-07 23:58:23

실상

귀한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7-28 18:22:47

강원상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2021-07-28 12: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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