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11 정토대전 회의, 금요 즉문즉설
“사귀던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녀였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한 후 다 함께 아침 울력을 하러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서리태와 참깨를 심는 날입니다. 역할을 나눠 모종을 심고 있는데 스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아침 울력 시간에 좀 쉴게요.”

모종을 심고 있는데 비가 더 세차게 내렸습니다.

비를 맞으며 모종을 다 심은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대중에게 참회를 했습니다.

“백신 접종 때문에 그런지 그냥 몸이 아픈 것인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침 울력에 빠졌습니다. 참회합니다.”

이어서 비가 많이 올 때 울력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일하는 건 괜찮은데, 오늘처럼 비가 내릴 때는 울력을 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어요. 제방뚝이 터지는 것과 같이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비가 올 때는 울력 시간을 조정한다든지 융통성 있게 일을 하면 어떨까요? 왜냐하면 웃비를 맞고 일을 하면 감기에 들기 쉽고 건강에도 안 좋아요. 땅이 질퍽해서 작업도 어렵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 땅이 질퍽한 건 어쩔 수 없지만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비를 맞은 전체 대중이 다 함께 쌍화탕을 데워서 먹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법사님들은 지난주에 이어서 부처님의 교화 사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준비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문경 수련원과 아도모례원, 무안 미륵사에 있는 법사님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 부처님이 계급의 평등을 설하신 말씀, 포살과 8재계에 대해 설하신 말씀 등 정토대전에 실을 만한 여러 가지 교화 사례를 함께 읽고 각각에 대해 스님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준비해 온 경전 내용에 대해 검토를 마친 후 오후 4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4시 30분부터는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음력 7월 15일 회향에 맞추어 백중 기도를 시작하는데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 백중 법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 어떻게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을지 여러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다루어야 할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한 후 6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2천여 명의 시청자들이 시도별 밴드에서 알림을 받고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우리가 왜 괴로움에 빠지는지 그 원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저는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고 대화를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답을 찾았다면 그건 본인이 찾은 것이지 제가 답을 준 게 아닙니다. 대화하면서 답을 찾았다면 본인의 공덕입니다. 못 찾아도 본인의 책임이에요. 답을 찾았다고 ‘스님, 고맙습니다’ 해도 저는 그것을 제 공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스님, 왜 답을 못줍니까?’ 해도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어떤 분이 저에게 이렇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제가 저녁 한 끼 사겠습니다.’
‘갑자기 왜 사는데요?’
‘스님 덕분에 우리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붙었습니다.’
‘애가 시험을 잘 쳐서 붙었겠지,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에요?’
‘그래도 다 스님 덕분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아들이 대학에 붙은 게 내 덕이라면 대학에 떨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도 다 내 탓이라는 거잖아요. 저녁 한 끼 얻어먹고 대학 떨어진 사람들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하다니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 (웃음)

어떤 좋은 일을 자기 공덕으로 삼으면, 나쁜 일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좋은 일의 성과를 내가 갖지 않으면, 나쁜 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안 해도 됩니다. 얼마나 좋아요?

결혼을 안 하면 적어도 부부관계로 인해 생기는 괴로움은 없어요. 사업을 안 하면 적어도 사업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은 없습니다. 산에 안 가면 적어도 다리가 아픈 괴로움은 없어요. 산에 가면 구경을 할 수 있는 대신 다리가 아픈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되는 거예요. 결혼 생활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괴로운 이유는 ‘돈은 빌리고 싶은데 갚기는 싫다’ 이런 마음을 갖기 때문이에요. 자, 그러면 오늘도 또 어떤 타령을 하면서 괴롭다고 하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봅시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5명이 사전에 질문 신청을 했습니다. 차례대로 스님과 대화를 다 나누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그래서 방청객으로 참석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100여 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즉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연애를 하게 된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녀였다며 그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사귀는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녀였어요.

“여자 친구가 2년 반 정도 만난 뒤 자신이 유부녀이고 아이 두 명이 있다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제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고, 이해하거나 받아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가 저를 많이 좋아하여 결국 여자 친구는 전 남편과의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 친구가 거짓말했던 것에 대한 분노가 남아있어 다시 만났지만 집중을 못했습니다. 결국 저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그 친구가 저를 보내주었고, 이별한 지 두 달 반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쌓인 정이 많다 보니 요즘 그 친구가 그립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가족들도 그 친구를 잊으라 하지만 제가 잊지 못하고 있고, 한편으로 그 친구의 아이 두 명도 가슴에 품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자는 조선시대 사람이에요, 현대 사람이에요?”

“때로는 조선시대 사람 같고, 때로는 현대 사람 같습니다.”

“그 여자 친구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요?”

“한 살 어립니다.”

“결혼을 한 번 했던 사람이든 안 했든 사람이든 요즘 시대에 그게 뭐가 중요해요?”

“저는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럽게 아이 낳아서 기르려면 힘든데, 이미 다 큰 아이 둘이 있으니 좋지 않아요?”

“제 입장에선 좋지만, 부모님이 싫어합니다.”

“질문자는 아직 나이가 스무 살이 안 됐어요? 스무 살이 넘은 사람이 아직도 엄마 아빠 얘기를 해요? (웃음)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라면 어떤 일이든 자기가 선택하는 겁니다. 스님이 되든, 결혼을 하든, 본인이 결정해야죠. 어머니가 동조해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만이에요. 어머니와 평생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그 여자 친구랑 사는 길을 선택했으면 그 길을 가는 거죠. 부모님의 뜻을 헤아려서 여자 친구와 안 사는 길을 선택했다면 결혼을 안 하면 되고요.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만둬야 하고요. 질문자는 지금 부모님 핑계 대고 머리를 굴리는 겁니다. 정말로 그 여자 친구가 좋다면 부모님 핑계를 왜 대요? 잔머리를 굴리면서 이득을 재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득을 재고할 게 없습니다. 저는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거든요.”

“물질적인 이득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본인은 미혼이고 상대는 아이가 둘이기 때문에 결혼하면 사회적인 시선이 어떨지 이런저런 잔머리 굴리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겁니다. 남의 아이도 입양해서 키우는데 상대가 본인이 낳은 자식이야 다섯 명이면 어떻고 열 명이면 어때요? 부모님이 반대하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면 되잖아요. 부모님의 인생이 아니고 내 인생인데 내가 결단을 해야죠. 아직도 엄마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자 친구를 포기하든지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가 우유부단합니다. 사정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질문자 말대로라면 그 여자 친구는 질문자를 좋아해서 남편과 이혼까지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그에 반해 질문자는 그 여자 친구보다 한참 수준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저도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었고, 그래서 여자 친구와 함께 저희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아보기도 했었어요. 결국 저희 부모님은 여자 친구를 받아들이려 했었는데, 이번에는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오히려 반대를 하고 계십니다. 저로 인해서 딸이 이혼을 한 것이니까 저를 받아주지 못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를 다 갖고 있지만, 저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났으니 저를 보기 싫다고 합니다.”

“이혼까지 하고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여자라면 부모님이 반대하든 말든 상관없이 본인이 결정하면 되지,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망설인다고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여자와는 결혼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아무런 탈이 없습니다. 엄마가 어떻고 누가 어떻고 하면서 제삼자를 개입시켜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사람과 같이 살면 평생 골치 아파요.

질문자도 엄마 얘기하지 말고 결단을 해야 하듯이 그 여자분도 그런 걸 끊고 결단을 할 수 있어야 결혼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못하면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냥 좋은 감정을 가진 친구 사이로 지내면 됩니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자기 인생 하나도 결정 못해서 부모 핑계 대는 사람하고는 같이 살면 머리 아파요. 본인의 결단이 부족하면 본인이 결단을 하고, 그 여자 친구의 결단이 부족하면 이 관계는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마세요. 계속 미련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다 화근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인생을 복잡하게 삽니까?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으면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고 책임지고 살아야죠. 다 큰 어른이 아직도 엄마가 어떻고 아빠가 어떻고 하니까 인생살이가 복잡한 겁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여자 친구와의 재회를 희망한다고 했던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좋은 말씀 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스님이 해주신 말씀이 앞으로의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스님 팬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질문자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좋은 말을 한 것 같지만, 아직도 우유부단하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금도 교통정리를 못하는데 무슨 미래에 교통정리를 할 수 있겠어요? 지금 대화할 때 바로 '아, 그거 아니네. 잘못됐구나' 이렇게 딱 결론내고 인생을 치고 나아가야지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인생살이에 고민이 끝이 안 납니다.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한 인생

내일 죽어도 ‘살 만큼 살았다' 이럴 수 있을 정도로 인생을 가볍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아야 해요. 상대가 싫다면 '오케이, 알았다. 그동안 만나서 고마웠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떨어진 줄 알았더니 엿처럼 끈끈하게 붙어 있고, 붙은 줄 알았더니 떨어져 있고, 그러지 말고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한 인생을 살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원수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동안 참 고마웠다. 그런데 네가 싫다니 어쩌겠어?’ 하고 그냥 친구로 지내면 되잖아요. 또 나중에 상대가 찾아와서 내가 좋다고 하면 ‘안 그래도 나도 기다렸다. 잘 왔다’ 이러면 됩니다. 나는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상대가 찾아왔다면 ‘미안하다. 나는 이미 자리를 잡아서 너를 받아줄 공간이 없다. 어쩔 수 없으니 너의 자리 찾아가라’ 이러면 됩니다. 울면서 가슴 아파할 이유가 없어요. 인생을 좀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에 집착하지 않기

여러분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내일이라도 세상을 다 바꾸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사는 사람들 같아요. 인생을 좀 가볍게 살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그렇게 자기를 괴롭히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괴롭혀서 무슨 힘을 세상을 향해 쓰겠어요?

'지나 놓고 보면 별 일 아니다.'

항상 이런 관점을 가지고 가볍게 살아 보세요. 오늘 저녁에 잠잘 때는 어디서 자느냐가 중요해 보이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어제 어디에서 잤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당장 오늘은 국수를 먹느냐 밥을 먹느냐가 중요해 보이지만, 내일이 되어서 다시 돌아보면 어제 무엇을 먹었느냐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지금 깨어있어라’ 이 말은 ‘지금 집착하지 마라’ 이런 뜻입니다. 항상 지금에 깨어있어서 여러분의 인생이 조금 더 가볍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저녁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금요 즉문즉설은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무료 강연입니다. 사회자가 다음 강연에 대해 안내한 후 모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화상회의 방을 나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 경전대학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2차 만일준비위원회 회의와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을 하고, 저녁에는 불교대학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딩동~!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온/라/인/ 생방송 입장권이 도착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이제 #집에서 #쉽게 #온라인 으로~
재미 감동 행복

우리지역 밴드에 가입하시면
온라인 즉문즉설 생방송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친구, 지인들과 함께 오세요~~~~

✔️우리지역밴드 가입하기
https://www.jungto.org/pomnyun/talk

입장권 받으러 가기
▲ 입장권 받으러 가기

전체댓글 59

0/200

묘명 임재완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겠습니다

2021-07-07 10:35:07

호우선생

순리에 않맞는 애기입니다. 결혼을 했다는 것은 결혼의 의리를 지키겠다는 뜻입니다. 즉, 한번 결혼을 한 기간 동안엔 남에게 정을 않주는 의리를 지켜야되요. 그럼 그 여자가 이 2번째 남자와 결혼생활중 또 다른 남자를 몰래 데이트해도 된다는 뜻이되며 또 다른 남자와 사귀어도 된다는 뜻이죠. 이 여자는 순리에 어긋나는 일를 저지른 것, 결혼의 의리도 않 지켰슴

2021-06-18 04:18:41

일향화

감사합니다 스님... 지금 제게 너무나 필요한 말씀.... 가슴에 새기고 잊지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6-17 16: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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