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7 농사일, 전법활동가 법회,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해의 폭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곧 장마가 시작되면 저수지에 물이 다시 차오르기 때문에 스님은 물이 빠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수지 안쪽을 정비했습니다. 모래를 옮기기 위해서도 주변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저수지 안쪽은 야생 밀림처럼 우거져있었습니다.

나무를 타고 나무보다 더 높이 오른 덩굴을 걷어냈습니다.


톱을 들고 다람쥐처럼 나무를 오르내리며 가지를 쳤습니다.


가시덩굴은 낫으로 아래쪽 줄기를 베고 걷어냈습니다.


저수지 기슭을 따라가며 계속 덩굴을 벴습니다.


작업복이 점점 땀으로 젖어갔습니다.

“정말 덥네요. 그래도 아침에 그늘이 있을 때 하니까 낫네요. 낮에는 이렇게 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수지 끝으로 다가갈수록 햇살이 뜨거워졌습니다. 마침내 저수지 반대편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저수지에 덩굴을 다 제거하고 나니 오전 울력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땀으로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원단일체악(願斷一切惡) 원수일체선(願修一切善) 원공제중생(願供諸衆生) 동성무상도(同成無上道)”
(일체의 악을 끊겠습니다. 일체의 선을 닦겠습니다. 원컨대 일체의 중생과 함께 무상도를 이루겠습니다.)

소심경을 외우며 발우공양을 하고,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가끔 두북 수련원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오늘 오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러 경주에 다녀오겠습니다. 혹시 외부 사람이 찾아오면 이곳은 농사짓고 재활용 유통을 하고 온라인 방송을 하는 곳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외부 사람은 누가 책임자인지 알 수가 없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사람이 책임자로 보여요. 그러니 누구든지 손님이 오면 안내를 천천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스님은 외부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과 코로나19 방역으로 실내에는 들어오지 못한다고 알려주세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곧이어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기 위해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 45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의 하절기 일정과 지난 한 주 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남부지방이라서 그런지 낮에는 날씨가 기온이 30도에 근접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낮에 농사일을 하기가 녹록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들은 하절기에 한해서 새벽 기도가 끝나면 바로 아침 울력을 하고 9시에 발우공양을 합니다. 낮에는 창고나 사무실 일을 보다가 3시 반에 공양을 하고, 4시 반부터 7시 반까지 해거름에 또 나가서 농사일을 합니다.

두북 수련원의 하절기 일정이 이렇다 보니 주말에 봉사자들이 찾아와도 줄곧 함께하지 못합니다. 같이 일하다가 저희는 공양하러 들어가더라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웃음)

지금 시기에 농촌에서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모내기는 지난주에 끝냈습니다. 요즘은 모내기를 기계가 하니까 사람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기계가 모를 심고 간 후에 군데군데 모가 없는 빈자리가 생깁니다. 심은 모가 물 위에 뜨기도 해요. 이럴 때는 논에 다니면서 빈자리에는 모를 심어주고, 뜬모는 다시 심어 주어 정리해야 합니다. 그 일도 어제 끝마쳤습니다.

그저께는 비닐하우스에 심은 감자도 캤습니다. 노지에 심은 감자는 ‘하지감자’라고 하는데, 아도모례원에서는 다음 주 주말인 20일에 하지감자를 캐기로 했어요. 또 봉화수련원에서는 19일에 들깨 모종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것까지 마치면 이제 큰 일은 다 하게 됩니다. 조금 있으면 고추가 쏟아져 나올 텐데 그때 또다시 일손이 바빠집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제가 아침 생방송에서 큰 나무 가지치기를 한다고 했더니 거사님들이 봉사하러 많이 오셨어요. 정토회에는 여성분들이 대다수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거사님들만 모여서 큰 나무 다섯 그루를 가지치기했습니다. 저희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셔서 봉사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으뜸절과 실천 장소에는 일거리가 많습니다. 오셔서 일해도 되고 놀아도 되니까 소풍 간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오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정일사 300배 정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 명에게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중 한 분은 스님의 법문을 체득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며 어떻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법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면 이해가 잘 안 될 때도 있고, 때로는 그 뜻을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법문을 자기 그릇 크기만큼 얻어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해주시는 말씀들을 법회가 끝난 후에도 곱씹어 보는 노력을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체득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옛날에 ‘하늘에서 보배의 비가 내려도 사람은 다 제 그릇만큼 받아 간다’ 이런 말이 있어요. 비는 똑같이 오지만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은 많이 받아 가고,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적게 받아 간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든 그릇을 바로 들기

그런데 한 방울도 못 받는 사람이 있는데 누구일까요? 그릇을 거꾸로 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릇을 거꾸로 들고 있다는 말은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의미입니다. 설령 부처님이 오신다 해도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설령 부처님이 법문을 하신다 해도 그 말씀을 듣는 귀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은 부처님이 오신다 해도 구제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조금 열면 조금 받아들여지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크게 받아들여지는 게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의 문을 조금 여는 겁니다. 그릇으로 비유하면 거꾸로 들고 있던 그릇을 바로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큰 그릇으로 교체하는 것은 지금 급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은 자기 그릇만큼이라도 받을 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은 법문도 들을 때마다 다르게 들리는 이유

금강경 강의를 처음 들을 때는 ‘감동적이다’ 하며 마치 다 아는 것 같았지만 다음에 또 들어보면 ‘언제 저런 법문을 했나’ 싶잖아요. 똑같은 내용을 다시 또 들어보면 또 새로운 것이 들립니다. 이것은 바로 경험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듣고 이해하는 지식적인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그 사이에 내가 겪은 경험이 달라진 거예요. 경험을 한 만큼 그 내용이 더 깊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빔비사라(Bimbisāra)왕의 아내가 위제히(Vedehi) 부인입니다. 위제히 부인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왕후였고, 부처님의 착실한 제자였습니다. 부인은 스스로 부처님의 법문을 다 이해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진 줄 알았습니다. 지위도 높고 재산도 많고 온갖 장식품을 다 갖추었기 때문에 세속적으로 보면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부처님과 불법을 공경하는 마음도 깊어서 당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성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낳은 왕자 아자타삿투(Aātaśatru)가 아버지인 빔비사라 왕의 왕위를 찬탈하고 아버지를 차마 칼로 죽일 수 없어서 감옥에 가둬 굶겨 죽이려 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위제히 부인은 졸지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이 된 겁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버지와 아들 중 한 사람은 죽어야 하는 그런 원수 사이가 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왕위를 다툴 때는 형제간이나 부모 자식 사이라도 이기면 왕이 되고, 지면 역적이 됩니다. 남편이 이기면 아들이 죽어야 하고, 아들이 이기면 남편이 죽어야 하니, 여인으로서는 어떤 선택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위제히 부인은 남편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왕이었고, 아들은 그 왕위를 이을 태자였습니다. 어제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가장 불행한 여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불법을 많이 배운 분이기 때문에 ‘권력은 무상하다’, ‘재산도 무상하다’ 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누리고 있던 지위와 조건은 변함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지금까지 알고 믿어 왔던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위제희 부인은 울부짖으며 부처님께 세상을 원망하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아들을 낳았습니까?’

게다가 부처님까지 원망했습니다. 왕자가 부처님의 제자인 데바닷타(Devadatta)와 손을 잡고 반역을 했기 때문입니다. 데바닷타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뻘이면서 부처님의 제자 중의 한 분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왜 데바닷타 같은 사람을 친족이자 제자로 두었습니까?’

수행자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후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불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이 허망하고 꿈인 줄 알게 된 겁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행복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했을 텐데, 위제히 부인은 이렇게 간청합니다.

‘이기고 지고 서로 죽이는 세상 말고 부처님 법이 실현되는 정토세상을 보여주시옵소서’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서방정토에 대해 법문을 해주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전이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입니다.

경험이 쌓여가는 만큼 깊어지는 수행

이 이야기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는 모두 자기가 경험한 만큼 밖에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법문을 들었을 때 모르는 부분은 놔두세요. 이해한 부분만 갖고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살아가면서 경험이 쌓이면 그전에 놓쳤던 부분도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이렇게 조금씩 깨쳐 나가다가 마음의 문이 조금 더 열렸을 때, 처음 공부했던 것을 다시 보면 이해가 훨씬 더 깊어집니다.

질문자는 아직 한참 더 공부해야 하니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예초기로 풀을 벨 때 작은 풀은 한 번에 벨 수 있지만 웃자란 풀들은 한꺼번에 자르려고 하면 풀이 예초기에 말려서 위험합니다. 그래서 키가 큰 풀은 우선 위를 한 번 쳐서 키를 낮추고, 그다음 아래를 쳐주는 식으로 해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큰 나무를 자를 때도 무턱대고 밑동부터 자르면 나무가 넘어질 때 다칠 위험이 큽니다. 먼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위쪽 가지부터 쳐내려 온 다음 마지막으로 밑동을 잘라야 합니다.

그것처럼 수행도 한꺼번에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요. 단박에 깨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반복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처음으로 정일사에 입재하고 300배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괴로운 것도 없고, 어려운 것도 없어서 자꾸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 온라인 회의가 많은 날에는 의식을 연달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명심문만 하는 것으로 간소화시켜서 진행해도 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곧바로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수행 과제를 떠올리며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고 한 배 한 배 절을 했습니다.

300배가 끝나고 모둠 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본인의 수행담을 함께 나누고 나니 일주일이 더욱 풍성해진 기분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경주로 나갔습니다. 병원 입구에는 사전 예약을 하고 온 어르신들로 붐볐습니다.

스님도 순서를 기다린 후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접종을 한 이후에는 무리하지 마시고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의료진은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원래는 저녁에 화상회의가 잡혀 있었는데,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화상회의를 취소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휴식을 하며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전체댓글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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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크샤

오랫동안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왔습니다..진리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고 수행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에 대한 식견만큼은 교회의 목사님 수준만큼도 안되시는것 같습니다.

2022-02-26 18:53:55

학생

욕심 내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1-08-13 07:56:21

차지은

법문을 받아들일 마음의 문을 열고
한번에 깨치겠다는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배고프다고 세끼를 한번에 먹을 수 없듯 저의 그릇을 알고 그만큼 법을 담아 직접 행하고 실천하며 익히겠습니다.

2021-06-16 07: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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