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9 죽림정사 도량정비, 일요명상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죽림정사에 가서 하루 종일 도량을 정비하고, 저녁에는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와 일요명상을 진행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간단히 한 후 6시 20분에 죽림정사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나무를 치우는 데 쓰려고 큰 트럭을 타고 갔습니다. 덜컹거리는 높은 트럭에 스님을 포함해 세 명이 끼어 타고 2시간 40분을 달렸습니다.


9시가 되어 죽림정사에 도착했습니다. 지난주에 막 연등을 달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도량 가득 연등이 달려있었습니다. 줄지어 달린 오색 연등마다 햇살이 밝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함께 일했던 거사님들과 평화재단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도량을 정비했습니다. 먼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일을 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다치면 가족들이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천천히 해도 좋으니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오늘은 특별히 평화재단 활동가들도 봉사를 왔습니다. 지난주에 거사님들이 나무에서 가지를 치고 나서 정리까지 하니 진행이 더뎠잖아요. 오늘은 거사님들이 가지만 치시고, 평화재단 활동가들은 베어진 가지를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에 베어놓은 가지가 아직 산처럼 쌓여있어서 우선 그것부터 치웠습니다.

“잔 가지는 베서 트럭에 싣고, 굵은 가지는 따로 모아주세요. 마을 어르신들이 필요하다고 하시니까요.”

스님은 뒷정리하는 법을 알려준 후 거사님들과 가지치기를 어떻게 할지 둘러보고 대략 계획을 세운 후 일을 시작했습니다.

거사님들은 높은 나무에 올라 줄을 묶고 가지를 벴습니다. 오늘은 한층 호흡이 척척 맞았습니다.

“한 번 더 하니까 호흡이 더 잘 맞네요!”


스님도 톱을 들고 나무에 올라가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거사님들은 금세 가지를 치고 스님에게 다시 의견을 물었습니다.

“스님, 이 쪽은 다 했습니다. 이제 어느 쪽을 할까요?”

스님의 의견을 듣고 다음 구역으로 빠르게 나아갔습니다.


가지 친 나무가 쏟아지는 탓에 뒷정리를 하는 조도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몇몇 거사님들은 가지를 치다 뒷정리도 함께 했습니다.




가지 친 나무가 담장 밖으로 떨어지자 마을 어르신이 달려와 나무를 가져가도 되냐고 묻고는 크고 무거운 걸 가지째 가지고 갔습니다.

스님은 담장 밖으로 나가 가져가기 좋게 나무를 잘라주었습니다.

"어르신, 이 정도면 되겠어요?"

“아유, 아저씨. 고마워요.”

다시 경내로 돌아와 연못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도 가지를 쳐주었습니다.


교육관에서는 문을 발랐던 창호지를 떼어내고 틈새를 깨끗이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점심 공양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도구를 내려놓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바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뒷정리를 하는 쪽으로 가서 나무 가지를 빠르게 잘라주었습니다.

“스님이 오시니 속도가 4배는 빨라진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가져갈 나무도 꽤 많이 쌓였습니다.

뒷정리를 빨리 해도 다른 쪽에서 거사님들이 계속 가지를 치니 치워야 할 나무는 끝없이 쌓였습니다.


스님은 계속 다음 구역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녁에 두북에서 일요명상을 해야 해서 3시 넘어서부터는 다 함께 뒷정리를 했습니다.


다 치우지 못한 나뭇가지들은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해두고 깨끗이 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4시 30분이 되어 트럭을 타고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큰 트럭이 빨리 달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천천히 3시간을 달려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때라면 차에서라도 쉬었을 텐데 트럭을 타고 오다 보니 잠을 자기도 어려웠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간단히 씻고 방송실로 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57번째 시간입니다.

2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5월에 접어들고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오늘은 날씨가 많이 더웠습니다. 저는 오늘 남서부에 있는 장수 죽림정사에 가서 정원수를 정리했습니다. 20여 년 간 정원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더니 나무들이 너무 크게 자라서 산의 수풀처럼 잔가지가 엉켜 있었습니다. 그래서 엉킨 가지들을 모두 톱으로 잘라내었어요. 지난주에 한번 정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이번 주에 다시 했습니다.

제가 하루 종일 노동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행자님이 ‘그러다가 명상 시간 때 피곤해서 졸면 어떡해요’라고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졸리면 졸면서 하면 되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만약 어제 잠을 못 잤거나 또 몸이 너무 피곤해서 명상할 때 졸음이 온다면, 그런 졸음이 오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명상을 해나갈 수가 있어요.” (웃음)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을 읽고 이에 대해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명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할 때 괴로움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괴로움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것들을 마주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요? 이런 것도 괴로움인가요?”
(You said that the goal of meditation is freeing yourself from suffering. I wasn't sure what kind of suffering you had in mind. Facing inconveniences in my daily life, is this also suffering? Or did you mean a different kind of suffering?)

“제일 큰 괴로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수행의 목적은 그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또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일을 하거나 할 때 두려움과 근심 걱정이 생기는데, 그런 두려움이나 근심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가 많습니다. 그 불안하거나 초조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화를 내거나 짜증 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울하거나 슬퍼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이런 부정적인 심리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마음이 ‘즐겁다’, ‘기쁘다’ 하는 이런 들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들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즉 부정적인 심리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익숙하다면 익숙한 대로 하고, 처음 한다면 배우면서 하고, 실수한다면 고쳐가면서 하고, 이렇게 어떤 일을 기꺼이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들의 괴로움은 내가 욕심을 피우거나, 내 생각을 고집하거나, 내 기대가 높거나, 이런 이유로 일어납니다. 이런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일어나더라도 금방 그것이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바로 거기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고 싶잖습니까? 그런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한 후 스님의 안내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명상을 시작해보겠습니다. 편안하고 한가한 가운데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게 되면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관심을 다른 쪽으로 빼앗길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알아차림이 없어집니다. 생각에 빠지게 되죠.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호흡에 알아차림을 유지합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놓쳤다고 실망하지도 말고, 유지된다고 기뻐하지도 말고,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릴 뿐입니다.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나갑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과 질문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5월부터 다시 시작하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에 대해 소개해 주었습니다.

“5월 달에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이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일요일 저녁에 마치는 명상수련입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명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30분 내지 40분 동안의 명상을 이틀 동안 계속해보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리고 6월부터는 4박 5일 동안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수련이 열립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사이에 실시간 댓글 창에 수십 개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눌러 놓은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I feel rage coming up that I suppressed before.”

“주로 지나간 것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I recall a lot of things are mostly things that happened in the past.”

“잠이 오고 어지러웠지만 버텼습니다.”
“ I felt drowsy and a little dizzy but I carried on.”

“죽비 소리를 기다렸습니다.”
“I was waiting for the clapper sound to sound.”

...

스님이 직접 소감을 읽고 피드백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질문을 올려 주시면 다음 주에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 국제지부 활동가들과 잠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단호박, 콜라비, 땅콩, 수박 등 갖가지 모종을 심고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2021년 온라인 주말명상 일정

온라인 주말명상 연간 일정 미리 체크해 두시기 바랍니다.
6월 온라인 주말명상은 14일부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신청하기
https://www.jungto.org/training/meditate_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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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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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홍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꾸준히 수행하겠습니다

2021-05-24 06:34:28

무위성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까지 꾸준하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21-05-14 06:51:23

명덕화

"두려움이 없는삶"꾸준하게 정진하겠습니다.스승님 감사합니다.

2021-05-14 05: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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