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2. 죽림정사 도량정비, 일요 명상
“집중과 집착의 차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죽림정사로 가서 오후 늦게까지 도량을 정비하고, 저녁에는 두북으로 돌아와 온라인 일요 명상을 진행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6시에 죽림정사로 출발했습니다. 8시가 넘어 죽림정사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대웅전으로 가서 삼배를 드리고, 죽림정사를 담당하고 있는 법사님과 실무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희가 가지치기가 필요한 나무는 끈으로 묶어두었습니다.”

“제가 살펴보고 깨끗하게 가지를 쳐줄게요.”

“스님, 저는 오전에 불교대학생들과 반별 활동이 있어서 함께 하기 어렵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예 생각도 안 했어요. 도시락도 다 싸왔으니 걱정 말고 일 보세요.” (웃음)

오늘은 지난번에 못다 한 나무 가지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키가 큰 소나무 가지도 쳐야 해서 마산지회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거사님 세 분도 함께 했습니다. 먼저 가지치기를 어떻게 할지 도량을 살펴보았습니다.


소나무들은 좁은 공간에서 높이 자라 가지가 서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부터 가지를 쳐낼지 결정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를 수 있을 만큼 올라 가지를 쳐내고, 그보다 높은 가지는 줄을 묶고 베어 서 아래에서 방향을 조정해 당겼습니다. 그냥 베어내면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주변 사람들이 만류해서 비교적 키가 작은 나무의 가지를 주로 정리했습니다.


대신 거사님들이 높은 소나무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여느 때 스님이 하던 역할과 행자들이 하던 역할이 뒤바뀌었습니다. 스님이 톱을 올려주고, 위로 올라간 거사님들을 아래에서 살폈습니다.


“조심해서 하세요. 한 팔로 하지 말고 자세를 편안히 잡고 양손으로 하세요.”

스님은 누가 다칠세라 계속 주의를 주었습니다.


“거사님, 지금 밟고 있는 나무가 약해 보여요. 단단한 나무를 밟으세요!”

나못가지를 안전하게 베고 나면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었습니다.

“잘했어요!”

어느덧 가득했던 먹구름이 가시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가지를 친 나무 사이로 하늘이 더욱 잘 보였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아래에서는 가지 친 나무를 손질해서 모았습니다. 잘라낸 나뭇가지는 죽림정사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겨울에 땔감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비교적 작은 나무를 다 베고 스님도 2층 건물보다 높은 소나무에 올라 가지를 쳤습니다.


“스님! 제가 하겠습니다!”

스님을 발견한 거사님이 다람쥐처럼 재바르게 나무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거사님에게 베야 할 가지를 알려주고 내려와 담장 밖으로 갔습니다. 담장 바로 옆에 사는 마을 어르신이 나와서 나무를 줍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은 가지 치는 모습을 보고 ‘올 가을에는 솔잎이 좀 덜 떨어지겠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스님은 어르신이 사용하기 좋게 나무를 다듬고 잘라주었습니다.

“아이고, 시골에는 버릴 게 없어요. 누군지 몰라도 참 야무지게 일도 잘하네요.”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을 알리는 목탁이 울렸습니다. 스님은 도시락을 들고 죽림정사 건너편 물빛공원으로 갔습니다.

햇살 좋은 푸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도시락이 꿀맛이었습니다.


도시락을 먹고 거사님들과 도량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여기 이 나무도 가지를 쳐줘야 해요. 오늘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다 못하겠네요.”

아직 가지를 쳐야 할 나무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나무를 심을 때는 이렇게 크게 자랄 걸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심을 때는 묘목이 작으니까요.”

한편, 으뜸 절 봉사를 온 정토회원들도 도량 곳곳을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달고, 풀을 메고, 기와지붕 위로 자란 나무를 벴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새로 짓고, 밭을 갈고, 농사 준비도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도량을 살펴보고 아까 작업하던 행당 앞으로 와 다시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가장 어려운 작업은 행당 앞에 높이 자란 은행나무 가지를 치는 일입니다. 너무 큰 나무들은 태풍이 왔을 때 쓰러지면 건물이나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가지를 쳐줘야 합니다.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타는 거사님이 은행나무에 높이 올라가 줄을 묶고, 아래에서는 빈 공터로 줄을 당기고, 가지를 벴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가지를 잘 벴습니다.




아래에서는 떨어진 가지를 다시 자르고 쌓았습니다. 나무 가지가 쌓여 작은 동산이 세 개 만들어졌습니다.



“스님, 일요 명상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뒷정리를 다 못했는데...”

스님은 계속 정리를 하다 어쩔 수 없이 연장을 놓았습니다.

“거사님들, 미안해요. 제가 저녁에 두북에서 일요 명상을 해야 해서 지금 가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스님, 저녁에 온라인으로 뵙겠습니다.”

“나머지 나무는 다음에 한 번 더 날 잡아서 해요.”

“네. 알겠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죽림정사를 출발했습니다.

“아이고, 팔이야.”

차에 탄 스님은 이내 단잠에 들었습니다.

두북에 도착하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졌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56번째 시간입니다.

2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를 보며 느끼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어요? 벌써 5월인데 한국의 중부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리는 이상 기후가 일어났습니다. 2월에는 25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4월 말에는 폭설이 쏟아지는 저온 현상이 일어났어요. 기후 변동의 폭이 예년에 비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기후 변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지금의 기후 조건에 적응해서 살았던 많은 생명체들의 삶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 같아요.

이상 기후를 보며 느끼는 점

물론 이런 이상 기후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지구의 전 역사를 보면 기온이 높을 때도 있었고, 혹은 빙하기가 와서 기온이 낮을 때도 있었고, 그에 적응하는 생명의 종들도 계속 바뀌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지나친 에너지 소비로 인해 일어난 인위적 현상이라면, 발전을 도모한 결과가 도리어 현재 인간의 삶을 해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인간의 행위를 ‘어리석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바다에 뱃놀이를 하러 갔는데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어져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과 같아요. 그것처럼 사람들은 더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웁니다. 그런데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부 때문에, 직장 때문에, 결혼 때문에, 자녀 때문에 괴롭다고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한 결과가 괴로움이니 얼마나 모순입니까.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고 있나요?

공기를 더럽혀 놓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물을 더럽혀 놓고 정수기를 설치하고, 어떤 제품이 더 좋은지 따지고,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한다면, 그것은 마치 좋은 마약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아요. 마약을 하지 않으면 더 좋은 마약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공기와 물을 더럽히지 않으면 되잖아요. 이게 바로 어리석음입니다.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하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해치고 자신을 괴롭히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런 행위를 멈춘다면 우리는 더 한가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봐도 특정한 지역의 지나친 발전이나 개발로 인해서 주변이 사막화되고, 그래서 그 문명 역시 멸망하게 되는 일을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명상을 하고 정진을 하는 이유는 이런 어리석은 행위에서 벗어나 좀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 두 개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질문은 집중과 집착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집착과 집중의 차이

“집착과 집중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obsession and concentration?”

“집착과 집중은 한 가지에 몰두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집착은 무지하고 깜깜한 상태에서 몰두하기 때문에 아무런 앎이 없습니다. 그러나 집중은 또렷한 앎이 있습니다. 밝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집착할 때는 그 행위를 한 결과가 어떤 손실이나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집중되어 있을 때는 그 결과를 훤히 알 수 있어요.

집착할 때는 앎이 없기 때문에 집착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집중할 때는 부정적인 결과를 훤히 알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나 멈출 수 있습니다. 집착할 때는 일이 뜻대로 안 되면 괴로움, 미움, 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집중할 때는 오히려 괴로움이나 미움, 성냄이 사라집니다. 결과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한 후 스님의 안내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 그러면 또렷이 알아차려서 밝음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호흡에 집중해서 호흡을 또렷이 알아차려봅니다. 놓치면 놓치는 줄 알고, 다시 또렷이 알아차립니다. 조급하지도 긴장하지도 말고, 안된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하거나 포기하지도 말고, 그냥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 봅니다.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합니다. 콧구멍 끝에 관심을 두면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관심을 콧구멍 끝에 계속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호흡을 놓쳤다는 것은 관심을 다른 데 두었다는 뜻입니다. 콧구멍 끝에 관심을 계속 두어봅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과 질문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오늘 한 일과 그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는 오늘 장수 죽림정사에서 너무 많이 자란 나무를 가지치기했습니다. 정원에 나무를 심을 때는 아름답고 보기 좋으라고 심었을 겁니다. 그런데 20여 년 가까이 나무를 돌보지 않아서 나무가 너무 커버렸고, 가지가 서로 뒤엉켜 있었어요. 은행나무도 너무 커서 만약 태풍이 불어서 넘어지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를 치고 솎아내고 베어내는데 많은 힘이 들었습니다.

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과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

저는 나무를 베어 내면서 이 나무가 마치 우리들의 욕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필요해서 나무를 심고 좋아했듯이 욕망도 처음에는 나에게 기쁨을 줍니다. 그러나 나무를 오랫동안 돌보지 않자 오히려 장애물이 되듯이 우리들의 욕망도 오히려 내 삶을 괴롭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마치 정원에 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무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욕망으로 살아가지만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어요. 욕망을 적절히 조정하는 절제가 있어야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스님이 오늘 가지치기를 하며 들었던 소감을 나누는 사이 실시간 댓글창에 수백 개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My body was uncomfortable but my mind was relaxed.”

“손을 몇 번 움직였지만,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Moving my hands several times but I was concentrating well.”

“졸음이 와서 호흡을 놓칠 때도 있었지만 역시 다시 돌아와서 관찰했습니다.”
“I lost my concentration because I was drowsy then I managed to come back.”

“다리가 아프고 손에 땀이 많이 났습니다.”
“My legs ached and my hand was sweaty.”

“호흡을 놓치고 망상에 사로잡히고 호흡을 알아차리고 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I lost my breath, I was distracted then I became aware of my breath again.”

호흡을 꾸준히 관찰했다는 소감보다 놓쳤거나 놓치기를 반복했다는 소감이 많았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해보세요. 넘어져서 힘들어하다가 조금 타지면 좋아하다가 또 넘어지잖아요. 명상을 할 때도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어떤 길을 갈 때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면 마음이 지쳐요. 그럴 때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 꾸준히 가면 됩니다. 그처럼 우리는 해탈과 열반을 향해서 꾸준히 정진할 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 국제지부 활동가들과 잠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 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초파일을 앞두고 경주 지역에 스님과 인연 있는 절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연등 보시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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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마치 정원에 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읽으며 집착이 아니라 집중하여 결과를 훤히 볼 수 있는 지혜를 닦아 나가겠습니다.

2021-05-11 09:54:28

윤영화

집착과 집중의 차이
저는 아직 집착을 많이 하네요
집착을 내려놓고 집중하겠습니다
감사하옵나이다 ㅎㅎㅎ

2021-05-10 08:29:12

굴뚝연기

잘라낸 나무가지양이 상당합니다ㅜㅜ고생 많으셨네요ㅜㅜ거사님들께서 스님 위험하실까봐 대신 높은데 올라가주셔 너무 감사드립니다~사진에서도 스님을 보호하시고 걱정해주시는 마음이보여요^^등달기봉사며ㆍ풀뽑기 농사일등 이렇게 많은분들의 봉사덕분으로 정토회가 잘유지되고 스님께서도 힘을받으시는 것같아 감사한마음입니다^^매일 초인적으로 글과 사진올려주시는분들께도 감사드려요^

2021-05-10 01: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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