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3 수행법회, 정토대전(경전팀) 회의
“저녁에 온라인 수업을 하니까 가족들 눈치가 보여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경 수련원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수련원 곳곳에서 구절초가 새잎을 돋아내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땅 속에는 벌써 봄기운이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오전 8시에 키스 루쓰 NCNK(전미북한위원회) 사무총장과 온라인으로 미팅을 했습니다.

그동안 스님은 매년 미국에 가서 미국의 조야(朝野) 인사들을 만나서 북한 인도적 지원과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얘기했는데 최근 1년 정도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온라인으로라도 대화를 나누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키스 루쓰(Keith Luse) 사무총장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미국 단체들의 연합(NCNK)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분입니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리처드 루거 공화당 상원의원의 동아시아 정책 선임 보좌관 및 상원의 공화당 전문위원을 지낸 아시아 및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스님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오며 한반도 문제를 타결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양과 영변 등 북한을 다섯 차례나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해오면서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키스 루쓰 총장도 오랜만에 스님의 얼굴을 본 것에 대해 무척 반가워하며 근황을 알려주었습니다.

“네, 다들 그러시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지난주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7개 국가의 헌법 전문가를 모아서 남한 헌법과 북한 헌법을 비교하는 작업을 해보았어요.

북한이 지금 일절 외부와 차단하고 있어서 현재 북한 상황을 아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혹시 스님께서 북한 상황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님도 남북한 헌법 비교 연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근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남북한 헌법 비교는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저도 정말 알고 싶네요.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다른 점만 보이는데, 외국 사람이 보기에는 공통점도 보이지 않을까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웃음)

저희들도 북한 정보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월 이후에 북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나오지 못합니다.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나 유엔 직원들은 나오는 것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북한 안에서도 이동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내부 이동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국경변 소식만 간간이 들려올 뿐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최근 북한의 물가 변동 상황에 대해 국경변 소식을 기준으로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북한의 식량난과 아사 위기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북한의 식량 부족 현상과 약품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반 전에 제가 직접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미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홍수 피해가 아주 컸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경이 1년 동안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정보가 없어도 현재 식량 상황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리기만 하면 긴급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식량 가격이 70퍼센트 정도 올랐습니다. 같은 돈으로 지원할 수 있는 양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그 가격이면 숫제 한국에서 밀가루를 보내는 것이 더 수월합니다.

그런데 유엔의 북한 경제 제재로 인해서 운반 수단(트럭 등)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첫째,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의 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북한을 설득해 내면, 둘째, 유엔에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풀어줘야 합니다. 그때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네,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온라인 미팅을 하기로 하고 화상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전 10시부터는 명상원 정정당에서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1200여 명의 주간반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어제 두북 수련원에서 만난 봄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지나가고 오늘이 벌써 3월 첫 주가 되어 봄을 맞이하는 법회를 시작합니다. 어제 두북 수련원에 갔더니 아침에 내린 눈 가운데 매화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매화가 활짝 피어 봄이 이미 왔는데 거기에 하얀 눈이 내려서 눈 속에서 꽃을 볼 수 있었어요. 남부 지역까지 눈이 하얗게 덮였는데, 날이 따뜻하니까 하루가 지나자 눈이 대부분 다 녹아 없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다시 살아나는 지구환경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에도 정토회는 초기에만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 지금은 여러분의 봉사와 활동 덕분에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해외 정토회도 온라인 시대에 맞게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어요.

이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발전적인 방향이 될지, 어쩔 수 없이 가는 흐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지구환경적인 측면에서 에너지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여러분도 법당을 철거하면서 그동안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저도 지난주에 서울에서 이사를 함께 했는데, 엄청난 물건과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검소하게 산다고 살았는 데도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나도 낭비되지 않게 재활용하겠습니다

그렇게 나온 물건들은 현재 버리지 않고 다 모아 놓았습니다. 이제 하나하나 정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주방용품이나 방석 같은 생활용품들은 수도권의 경우 다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모아주세요. 가구 같은 것은 모두 두북 수련원으로 모아 주시고요.

여러분께서 물건들을 잘 모아주시면, 그것을 갖고 수도권은 분류 작업을 해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을 하거나, 새터민들의 살림 마련을 지원하는 일에 하나도 빠짐없이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그리고 가구 종류는 쓸 만한 것은 재활용을 하고, 도저히 재활용이 어려운 것은 분해해서 철재의 경우 고철로 정리하고, 목재 종류는 다시 재활용을 하겠습니다. 농촌에서는 여기저기 나무 재료가 쓰일 일이 아주 많습니다. 창고도 지어야 하고요.

또 지부마다 으뜸절을 꾸미려면 앞으로 부속 건물을 더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건물들을 돈 들여서 지을 게 아니라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목재나 자재를 재활용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놀이 삼아 공작 만들기 활동을 하면 재료를 다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쓰고도 남는 것은 두북 수련원에서 화목난로의 땔감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 이건 완전히 버려야 하겠다’ 하는 것만 폐기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재활용을 하면 좋겠습니다.

수행자는 옷을 입다가 버릴 때도 그냥 버리면 안 됩니다. 겉옷을 입다가 버리게 되면 속옷으로 삼고, 속옷으로 입다가 버리게 되면 발 닦개로 삼고, 발 닦개로 하다가 버리게 되면 걸레로 삼으면 됩니다. 이런 모습이 경전에서는 아난존자가 보시받은 물건을 어떻게 쓰는지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도 하나도 낭비되지 않도록 재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여러분이 보시해 주신 소중한 것들이니까요. 모든 분들이 재활용하는 활동에 같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재활용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보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100여 명이 방청객으로 신청하여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5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대화를 마치고 얼마 전 법당을 철거하면서 건물 주인에게 들은 칭찬을 자랑했습니다.

“우리 송현 법당 도반들이 법당 정리를 일사불란하게 잘해준 것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요. 법당 정리를 하고 나니 건물 주인이 ‘10년 동안 이렇게 깨끗하게 건물을 사용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새로운 입주자가 건물 청소를 안 해도 될 정도로 뒷정리도 너무 잘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정토행자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잘 하셨어요. 아주 모범을 보여주셨어요.” (웃음)

다음 질문자는 저녁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가족들의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어떤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녁에 온라인 수업을 하니까 가족들 눈치가 보여요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법회 및 수업 등을 저녁 시간에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저에게는 낮 시간이 좋은데, 저녁에 하다 보니 가족들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수행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결혼 생활이 몇 년 되었어요?”

“10년 넘었습니다.”

“부부 사이는 좋아요?”

“네.”

“자녀는 몇이예요?”

“두 명입니다.”

“몇 살이에요?”

“14살, 11살입니다.”

“누가 키웠어요?”

“제가 키웠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하기에 본인이 지금 하는 일이 질문자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질문자 개인에게도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도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남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내가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나와 10년 이상 같이 산 남편이 거기에 동의를 못 한다면, 도대체 10년 동안 뭘 가지고 같이 살았습니까? 또 내가 키운 아이들이잖아요. 엄마가 엄마 본인한테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데 아이들이 왜 그걸 반대하겠어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가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 같아요. 왜 떳떳하지 못할까요? 질문자가 아이들한테 밥도 안 해주고, 아내로서의 기본적인 역할도 팽개치고 이 일을 한다면 문제가 돼요. 스님이 그렇게 하라고는 법문 하지 않잖아요. 가족들이 들어오든지 나가든지 신경도 안 쓰고 이 일만 하고 있다면, 그건 수행자로서도 바람직한 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어느 정도 애들도 돌봐주고 아내의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다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본인의 삶이 있고, 아무리 아내라고 해도 본인의 삶이 있잖아요.

‘엄마도 일이 있단다. 엄마가 일이 있을 때는 물까지 엄마더러 떠 달라 하지 말고, 너희가 떠서 먹으렴. 또 엄마가 일이 있을 때는 밥을 미리 준비해 둘 테니 오면 꺼내서 차려 먹어라.’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서 훈련을 시키면 돼요.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남편을 항상 왕처럼 받들고 살 수는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식사 준비 정도는 해주고, 남편이 오면 맞아주되, 바쁘면 이렇게 미리 얘기를 하세요.

‘여보, 오늘은 내가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까 당신이 올 때 현관에 마중을 못 나가. 미안해.’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요일을 정해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급하면 급한 대로 또 양해를 구하면서 해나가면 됩니다.

‘오늘은 원래 활동 안 하는 요일인데, 급한 일로 온라인 회의가 생겼으니 회의 좀 할게.’

가족 간에 이런 대화를 못 할 정도라면 삶을 어떻게 사나 싶어요. 남은 내 사정을 모르니까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고, 회사도 이익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나와 한 이불 밑에서 10년을 같이 산 남편이 이해를 못 한다고요? 그렇다면 직장에서 월급 주는 사장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과 뭐가 달라요? 애들한테도 뭐가 그리 두려워요?

남편이나 아이들을 외면하라는 게 아니에요. 가족을 무시하고 정토회 활동에만 매진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잖아요. 그런데 왜 자신이 없어서 눈치를 보고 그래요? 제가 보기에 그건 질문자가 인생을 사는 관점이 좀 덜 잡혀서 발생하는 문제 같아요. 이 활동이 떳떳해야 합니다. 비록 돈은 안 받지만 이 일은 첫째, 내가 보람이 있고, 둘째,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셋째,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물건을 조금 적게 쓰는 것은 기후 환경에 좋은 일이고, 보시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세상에 좋은 일이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도와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자기 스스로도 물을 떠먹을 수 있는 아이에게 내가 물을 떠서 도와주는 것보다 이 일을 하는 게 세상에 훨씬 더 유용한 일인데, 왜 기죽어서 눈치 보며 이 일을 해야 해요? 이건 질문자가 중심이 덜 잡혔다는 얘기예요.

다만 낮에 시간을 더 많이 낼 수 있다면 낮 시간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활동과 회의를 저녁 시간에 할 수밖에 없다면 저녁 시간을 내는 것 정도는 맞춰줄 필요가 있어요.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저녁 시간을 내듯이, 나도 낮에는 전업 주부로서 시간을 쓰되 저녁에 그 정도의 시간을 내서 활동하는 것이지요.

다만 일주일 내내 매일 저녁마다 그렇게 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직장 다니는 사람도 일주일에 두 번 내지 세 번은 시간 내서 활동을 하니까, 그 정도는 시간 내서 하는 것에 좀 떳떳해야 합니다. 또 그것만 하는 게 아니라 낮에도 좀 더 봉사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돼요. 그런데 저녁 시간이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이 되면 이렇게 제안해봐도 됩니다.

‘저녁에 시간을 내서 활동하면 이건 정말로 애들하고 남편하고 갈등이 생기게 되니까 제가 생각해도 그건 좀 심합니다. 낮 시간은 제가 좀 더 자유로이 쓸 수 있으니까 낮에는 좀 시간을 내겠습니다.’

이렇게 제안해서 낮 시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상의해서 낮 시간을 활용하면 됩니다. 저녁 시간을 전혀 활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낮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질문자가 맡으면 돼요. 아예 제안을 할 때 저녁 시간은 못 한다고 얘기하세요. 저녁 시간이 안 돼서 전법활동가가 못 된다면 할 수 없습니다. 전법 활동가를 하지 말고 일반 회원이 되어서 ‘낮 시간은 제가 풀로 낼 테니까 낮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주십시오’라고 요청하면 돼요. 그러면 낮 시간에 진행되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스텝으로 참여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먼저 본인이 하는 일에 좀 떳떳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가지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얘기를 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숨어서 무슨 못된 짓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질문자가 좀 덜 당당한 게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요.

다만 낮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저녁 활동을 조금 줄이고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은 찬성입니다. 지금 질문자 같은 분들을 위해 예외로 낮 모둠을 만들어도 좋다고 원칙을 정했어요. 그러나 질문자 혼자 시간이 된다고 해서 모둠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낮 시간이 돼야 해요.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낮 모둠이 만들어졌다면 스님한테 물을 것도 없었겠지만, 우선 저녁 활동가들과 같이 모둠이 편성된다 하더라도 본인이 좀 떳떳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그동안 월간 정토는 오프에서 수행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법의 얼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시대에 월간 정토의 방향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제 소견으로는 월간 정토만은 아날로그로 가고 싶은 마음에 질문드립니다.
  • 91세이신 시어머님께서 몇 년 전 아주버님이 자살로 돌아가신 걸 모르고 계십니다. 10형제들이 자식 된 도리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연로하셔서 충격으로 쓰러지실 거니 안 알리는 게 맞다는 의견으로 갈렸습니다. 뵐 때마다 거짓말을 해야 해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 온라인 개인 법당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맡아왔던 총무 소임이 마무리되어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까요?
  • 미얀마 쿠데타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무력진압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대사관 앞에서 무릎 꿇고 도와 달라는 시민 시위대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각각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친 후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에게도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분이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저도 저녁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할 때는 가족들 눈치 보며 이 방 저 방 쫓겨 다녀야 했습니다. 저도 스님 말씀처럼 관점을 제대로 못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떳떳해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하겠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가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지혜로운 대처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가족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이렇게 접근해 보세요. 정말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평소에 남편이나 애들한테 정답게 대해주고 베풀어 보세요. 빡빡 우기던 걸 좀 고개 숙이고, 어깨도 좀 주물러주고, 등 두드리며 격려도 해주고, 이렇게 살갑게 굴어서 호감을 얻으면 다른 일을 해도 가족들의 반감이 좀 덜 합니다. 평소에는 목 부러질세라 힘주고 살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면 갈등이 커집니다. 정말 내가 필요한 일을 할 때는 다른 일에 대해서는 내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해요. 사람은 늘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다른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평소에 정답게 대해주고 베풀면서 내가 원하는 걸 해나가는 지혜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격다짐으로 하기보다는 설득을 해보세요. 특히 아이들한테는 좀 설명을 해주는 게 필요해요.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다는 걸 설명해 주세요. 엄마가 밥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해줄 건 해주겠지만, 너희도 이제 컸으면 이러이러한 일은 직접 하도록 하자.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고, 아빠도 아빠 인생이 있으니까, 이런 건 서로 협력해서 풀어가자꾸나.’

아이들에게 이렇게 양해를 구하세요. 또 남편과도 대화를 해서 서로 양해를 구해 보세요. 양해가 잘 안 되면 다른 것들을 잘해 주면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런 활동도 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내 마음대로 한다는 건 수행이 아니에요. 그걸 얻으려면 다른 걸 좀 줘야 해요. 다른 걸 좀 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다음 주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1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경전모음집 편찬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번 회의에 이어서 오늘도 법사님들은 부처님의 교화 사례 중 어느 것을 정토대전에 넣을 것인지 다양한 사례를 준비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독화살의 비유, 라훌라, 욕 하는 바라문, 구담미 비구니, 케마 비구니의 이야기를 함께 독송해보았습니다.

“먼저 독화살의 비유를 읽어보겠습니다. 중아함경과 맛지마니까야에서 발췌했습니다.”

교화 사례를 읽은 후 그 사례를 정토대전에 넣을지 말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다시 보완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계속되었습니다.

"라훌라가 왜 밀행제일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오후 1시에 시작한 회의는 해가 지고 오후 6시에 끝마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아침에 계속 이어서 회의합시다.”

법사단은 삼배로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스님은 저녁에도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 3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만일준비위원들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0/200

소닉

정토대전 앞으로 5년이면 볼수 있습니까.

2021-03-11 19:45:39

ㅎㅎ

평소에 베풀면서 설득을한다 감사합니다

2021-03-11 19:44:18

들꽃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합니다. 북한을 돕기 위한 스님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2021-03-11 17: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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