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2 해외지부 국제지부 온라인 간담회
“온라인 시대, 직접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

안녕하세요.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고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전국에 어제 하루 종일 눈과 비가 내렸는데, 두북 수련원에는 밤에 내리던 비가 새벽부터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눈이 그치고 밖으로 나가보니 눈 속에 매화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매화가 필 정도로 봄이 왔는데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서 눈 속에 꽃이 핀 모습이 되었습니다.

주위에 산들도 흰 옷으로 갈아입고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오전 8시부터 해외지부 국제지부 활동가들과 함께 온라인 간담회를 했습니다. 해외 정토회 대표, 총무, 국제국 팀장단이 화상회의 공간에 모두 모였습니다.

지난 정초 법회 때 스님과의 간담회 이후 해외지부와 국제지부의 개편을 준비하는 팀이 구성되어 수차례 회의를 한 결과 4개의 지부별로 초안을 만들어 왔습니다. 논의를 하기에 앞서 유럽, 북미 동부, 북미 서부, 아시아 태평양 지부 순서로 먼저 모둠 구성 방안에 대해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모둠장은 전법활동가만이 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해외는 전법활동가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모둠장을 맡을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혹시 해외에서는 국내와 다르게 모둠장의 자격을 적용할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고,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전법활동가가 아닌 활동가가 모둠장을 맡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비상시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경우, 모든 전법활동가는 최우선적으로 정토불교대학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 법회의 모둠장은 꼭 전법활동가가 아닌 활동가가 맡아도 됩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되었습니다.

스텝도 현재는 전법활동가들이 역할을 나눠서 한 사람이 진행자를 하고, 한 사람이 스텝을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진행자 부족 사태가 생기면 전법활동가가 아닌 활동가를 스텝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고려를 하고 있어요.

지금 국내의 경우에는 전법활동가만 갖고도 충분히 일반 법회의 모둠장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모둠장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전법활동가가 아닌 사람이 모둠장을 맡아보는 것을 실험적으로 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맡게 되는 소임들은 모두 8월까지 임시로 운영되는 체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니까요.”

2시간 넘게 토론이 이어지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다 보니, 시차가 서로 달랐습니다. 한국은 오전 10시이지만, 유럽은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 다시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게 되면 선거 방식, 의결 방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아직도 많은 활동가들이 새로운 방식에 대해 헷갈려하고 있어서 먼저 스님이 새로운 방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

“온라인 정토회는 대의제가 아니고 모든 전법활동가가 의결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기본 원칙입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최대한 수용되는 운영 방식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모든 전법활동가가 의결에 참여하는 방식은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습니다. 즉, 초안을 제출하면 거의 다 통과가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숙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초안 제출, 의결, 승인이라는 세 단계를 설정한 거예요.

첫째, 그 안건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초안을 제출합니다.

둘째, 그 안건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결을 합니다.

셋째, 광범위한 회원들이 그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승인을 합니다.

가령 선거를 할 때 아랫 단위의 광범위한 대중은 윗 단위의 사람들에 대해 누가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을 해주면 ‘합당하다’, ‘석연찮다’ 하는 의견들을 낼 수는 있어요. 여기서 승인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의 승인을 뜻합니다.

추천은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의결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기 위한 것입니다. 승인은 민주적으로 의결했을 지라도 대중이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초안을 제출하는 단위가 있고, 그 아래에 의결하는 단위가 있고, 그 아래에 승인하는 단위가 있는 겁니다. 중요한 안건은 마치 국민투표처럼 더 아랫 단위의 의사를 물어서 최종 승인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그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해온 수평적 권력 분립이 아닌 수직적 권력 분립이라는 새로운 방식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새로운 실험을 해보자는 겁니다.

새로운 실험

선거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보시면 돼요. 가령 지부장 선거의 경우, 지회장들이 지부장을 추천하고, 모둠장들이 모여서 투표를 통해 지부장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전체 회원이 모여서 결정된 지부장을 승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대신에 해외의 경우는 너무 지역이 넓어서 사람을 잘 알 수가 없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도 적어서 의결 대신에 임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임명을 하더라도 그 임명이 합당한 지 전체 모둠원들의 승인을 받게 되는 거예요. 가령 모둠장은 지회장이 추천하고, 지부장이 임명하고, 모둠원들이 승인합니다. 지회장은 지부장이 추천하고, 대표가 임명하고, 모둠원들이 승인합니다. 지부장은 대표가 추천하고, 그 윗 단위에서 임명해야 하는데 대표 위에는 단위가 없어요. 그래서 지부장은 전국 지부장 회의에서 추천하고, 대표가 임명하고, 모둠원들이 승인을 하게 되는 거예요. 좀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해가 좀 되십니까?”

“네, 이해했습니다.”

이어서 해외지부 지원팀 구성 방안, 회계 운영 방안, 수련원과 법당 관리 방안 등 각각의 안건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논의할 게 많아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길어졌어요. 죄송합니다. 일단 여기서 마치고 부족하면 다음에 또 시간을 잡아서 회의합시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개편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정도의 초안이라도 나온 것은 그만큼 여러분들이 회의를 많이 하고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합장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11시에 회의를 끝내고 곧이어 두북 수련원의 농사팀, 재활용팀과 회의를 계속했습니다. 요즘 두북 수련원에는 전국 160여 개의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오는 재활용 물품들이 하루에 트럭으로 10대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 대의 트럭이 많은 짐을 싣고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재활용 담당자는 너무 많은 물건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다 보니 더 이상 물건을 적재할 곳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스님, 지금 창고가 꽉 찼습니다. 이제 겨우 70개 법당이 철거했는데, 앞으로는 물건을 둘 공간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트럭에 짐만 실어서 내려오니까 짐을 내릴 사람이 없어요. 저희들이 하루 종일 짐만 내리다가 하루가 다 갑니다.” (웃음)

“아이고, 다들 고생이 많네요. 농사팀이 겨울에 한가해야 하는데, 짐 내리느라고 더 바빠졌네요. 오늘은 저도 짐 내리는 걸 도울게요. (웃음)

법당에서 짐들을 보낼 때 짐을 내릴 수 있는 봉사자를 함께 보내줘야 하는데, 여러분들이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법당에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보세요.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연구해 봅시다. 인근에 창고를 더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원목이든 각목이든 나무로 된 것은 가능한 많이 모으려고 하는 이유는, 도저히 공간 확보가 어려우면 각목을 세워서 천막이라도 쳐서 물품을 보관하면 되거든요. 작은 나무 조각 하나도 다 쓰일 수가 있어요. 특히 농사를 짓다 보면 나무는 여기저기 쓰일 데가 많습니다. 창고를 하나 꾸미더라도 전부 다 목재를 사 와서 꾸미거든요.

정토회를 세우고 나서 초창기에는 용두리에 비닐하우스 치고 그 안에서 살았습니다. 리어카를 끌고 난지도에 있는 쓰레기장에 가서 사람들이 버린 목재와 합판을 주워 와서 그걸로 집을 짓고 살았어요. 그때는 차도 한 대 갖고 있지 않아서 리어카를 끌고 가서 주워 왔습니다.

제가 너무 궁색한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지만, 쓰레기장에 가보면 멀쩡한 가구들을 다 버려 놓았어요. 이번에 이사를 해보니까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우리가 너무 많이 갖고 산다. 앞으로는 적게 갖고 살아야겠다’ 하는 거였어요.”

“각 법당마다 그릇이나 생활용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릇 같은 생활용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해도 됩니다. 새터민들의 정착을 돕는 차원에서 그들이 살림을 차릴 때 지원해줘도 되고요.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쪽방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원을 해줘도 괜찮아요. 그리고 조립식 선반 같은 것도 잘 모아 두세요. 두북 수련원 주위에 혼자 사는 노인들 집에 선반을 하나씩 만들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두북 수련원이 이제 재활용 공장이 될 것 같습니다.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수행을 통해 괴로운 삶이 행복한 삶으로 바뀌듯이 두북 수련원이 재활용을 통해 버려진 물건들을 다시 살려내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후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6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에 문경 수련원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키스 루쓰 NCNK(전미북한위원회) 사무총장과 온라인으로 미팅을 한 후 오전에는 수행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 대전 편찬을 위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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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너무 많이 갖고살고 있나 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3-11 18:57:13

보각

스님 감사합니다 해외지부 안은 잘 안그려지는데, 잘 진행되었음 좋겠고, 많이 가지고 산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스님 재활용하는 마음가짐도 잘 뿌리가 내렸음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스님

2021-03-07 16:40:15

한완숙

정토회 초창기에 쓰레기장에 가서 재활용할 것들을 주워다가 리어카에 싣고 다니셨다는 말슴을 듣고 놀라움과 큰 감동이 일어 났습니다 . 스님의 말씀을 삶에 지침으로 삼아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법륜스님()()()

2021-03-06 1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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