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31 서원행자회의, 경전반 즉문즉설, 일요명상
“저를 꼭 닮은 딸이 저처럼 살까 봐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원행자회의와 경전반 즉문즉설, 일요명상이 있는 날입니다. 새벽부터 문경 정토수련원에는 보름달이 떠서 온누리를 밝게 비추어 주었습니다.

어제 전국대의원회의와 마찬가지로 서원행자회의 역시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600여 명의 서원행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10시 정각에 서원행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의 입재 법문이 있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여러분을 대표하여 대의원들이 정토회의 변화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작년 8월 전국대의원회의에서 정토회를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고 11월 전국대의원회의에서 온라인 조직 개편을 논의했습니다. 이후 지역 정토회 별로 세 달 가까이 계속 공청회를 해왔습니다. 공청회 총횟수가 120여 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토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모았습니다.

온라인 전환에 대한 초안은 공동체 법사님들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150일 이후에 특별위원회는 해산을 하고,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만일결사준비위원회가 그 업무를 계승해서 계속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어서 만일결사준비위원회가 연구한 초안을 가지고 지역 별로 공청회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지역에서 나온 의견을 모으고 초안을 수정해서 다시 공청회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지역 공청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정리하여 정초 순회법회 일정을 당겨서 지부별로 저와 여러분이 질의응답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수행 법회에서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할 때 어떻게 조직을 재편하면 좋겠는지 3가지 안으로 나누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이번 전국대의원회의에서 대의원들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오프라인 정토회에서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하려니까 뒤에서 자꾸 당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뒷사람 하고 같이 가려니까 또 앞에 가는 사람이 아쉬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웃음) 이게 삶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조금 속도를 늦추고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자 합니다. 어차피 처음 가보는 길이니까 조금 실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선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나중에 또 바꿔야 한다고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우리의 최선입니다.

원래 연초에 열리는 전국대의원회의와 서원행자회의에서는 지난 1년의 결산과 사업보고, 앞으로 1년의 예산과 사업계획을 검증하는 시간입니다. 작년에 10차 천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조직 개편은 이미 다 결정했으니까 예년 같으면 올해는 예결산을 승인하고 사업만 점검하면 되었어요. 아직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온라인 전환과 그에 따른 조직 개편은 새로운 만일결사를 시작하는 것에 준하는 작업이다 보니 우리의 중지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대의원들의 논의 결과를 보고 승인을 해주시면 대의원들의 결정대로 갈 것이고, 승인이 안 되면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더 깊이 논의하겠습니다. 그럼 회향식 때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신규 서원 행자 환영식을 하고 지난 이틀 동안 전국대의원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온라인 조직 개편안을 비롯해 총 아홉 가지 안건이 있었습니다.

서원 행자 회의의 목적은 전국대의원회의에서 대의원들이 결정한 사안을 보고 받고 승인하는 것입니다. 승인 여부를 표결하기 전에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상회의 방에서 손들기를 누르고 차례로 질문을 했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 찬반 표결을 시작했습니다. 전국대의원들이 1박 2일 동안 심의하여 결정한 안건에 대해 승인 여부를 각자 모바일에 접속하여 찬반으로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서원행자들 사이에서 안건이 아홉 가지나 되다 보니, 한꺼번에 찬반 표시를 하면 제대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왔습니다.

서원행자들의 의견을 받아 부랴부랴 표결을 중지하고 김은숙 대표님은 아홉 가지 안건을 다시 한번 설명했습니다. 스님도 다시 서원행자들이 질문한 사항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표결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투표를 했습니다. 안건마다 묻고 표결을 할지, 아홉 가지 안건을 한꺼번에 표결을 할지 다시 정했습니다.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소수의 의견을 물으며 세 번 투표를 하는 삼의제를 거쳐 일괄 표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안건에 대한 승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홉 가지 안건에 대한 승인을 마치고 마지막 순서로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지난한 논의 과정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짚어주었습니다.

느리지만 함께 가는 길

“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이번 회의가 제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미흡했기에 ‘만족스럽다’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분명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일단 정토회가 빠른 시일 내에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다 동의해 주셨고, 그에 맞게끔 조직을 개편한다는 것에도 동의해 주셨습니다. 아끼고 아끼던 법당을 철수한다는 것에도 다 동의해 주셨습니다. 이것만 해도 제가 보기에 정토회원 여러분은 다른 단체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엄청나게 앞선 사람들입니다. 쉽지 않은 사안에 동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앞으로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자격이 되든 안 되든 가능하면 지금 함께 하던 사람들과 같이 가자’라고 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받아서 개편하는 데 충분히 반영하겠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일이 조금 지연되더라도 오히려 이 기회에 시행착오가 생길만한 요소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어요. 시작을 마냥 늦추기보다는 바로 개편을 시작하되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더 잘된 일입니다.

정토회의 의사결정 진행 방식은 조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사실입니다. 느린 것 같지만 가능하면 대중의 의사를 많이 반영해서 추진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는 해외지부를 비롯한 각 지부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론이 났을 테고,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로 조금 부족한 면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수없는 공청회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그나마 최대로 수렴해서 이런 결론이 난 거예요. 부족하게 느껴지는 결론이더라도 ‘대중의 의견이 곧 나의 의견이다’ 이렇게 생각하셔서 결정된 방향에 맞추어 다 같이 추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큰 틀만 정해졌을 뿐이고 구체적으로 시행해보면 또 굉장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 좋은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뼈대 작업만 마친 셈이에요. 앞으로 이 뼈대에 다 같이 힘을 모아 살을 붙여나갈 일이 남았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서원 행자 회의를 마치고 화면을 향해 활짝 웃으며 단체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경전반 즉문즉설

2시 40분에 서원행자회의를 마치고 간단히 고구마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가을 경전반 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경전반 학생들은 금강경, 반야심경, 법성게, 육조단경 학습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육조단경과 신심명을 공부하면서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입니다. 1,300여 명의 경전반 학생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반갑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이제 경전반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선불교에는 많은 스승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으로 존경받는 분이 육조 혜능 대사예요. 혜능 대사는 선불교의 여섯 번째 스승이셔서 육조라고 합니다. 혜능 대사의 법문을 육조단경, 법보단경이라고 부릅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아니지만 부처님의 말씀에 버금갈 만큼 중요하다고 해서 중국에서 ‘경’의 칭호를 내렸습니다. 오늘은 경전 공부를 마무리하면서 어려웠던 점,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이니 마음껏 질문하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8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 자신과 꼭 닮은 딸을 보고 괴롭다는 학생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를 꼭 닮은 딸이 저처럼 살까 봐 두려워요

“저는 경전반 수업을 듣고 상이 본래 없고 다 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넘어져가며 행복하게 수행정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행을 할수록 여덟 살 된 첫째 딸이 집착하는 증세가 심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생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어리석고 무지해서 아이가 집착하는 모습을 외면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며 참회기도를 하고 있지만 제 어릴 적 모습과 꼭 닮은 첫째 딸이 저처럼 괴롭게 살까 봐 두렵습니다.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질문이 좀 추상적이네요. 구체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할 때 질문자가 문제라고 느껴요?”

“아이가 물건이나 간식을 다 쌓아 놓습니다. 자기 간식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다 쌓아두고 동생 걸 먹는다거나 남의 걸 가져와서 먹어요. 친구관계에서도 한 친구에게만 집착을 해요. 물건이나 친구나 모든 면에서 다 집착을 합니다. 물건도 버리지 않고 계속 모아두는데 정작 그 물건들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몰라요.”

“제가 보기에 어릴 때 그렇게 행동하는 건 별 거 아니에요. 저도 어릴 때 구슬치기 해서 구슬을 많이 모았어요. 딱지치기해서 딱지도 많이 모았어요. 그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아이가 물건을 모아 놓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면 질문자가 몰래 살짝 가져가서 버리든지 동생에게 나눠줘 버리면 되죠. 뭐 큰일이라고 그래요. 별일 아니에요.”

“근데 동생이랑 너무 비교가 돼요. 대인관계도 어렵고요.”

“아이를 누가 낳았어요?”

“제가 낳았죠.”

“누가 키웠어요?”

“제가 키웠어요.”

“누굴 닮았어요?”

“저를 닮았어요. 딸이 저를 닮은 게 싫어요.”

“질문자를 닮았는데 왜 싫어요? 좋아해야죠.”

“제가 여덟 살 때 했던 행동들을 아이가 똑같이 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게 잘못된 생각이에요. 자기가 자기를 싫어하는 게 남을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쁩니다. 어떠한 자기 모습도 받아들이는 게 수행이에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어보니 별로 아는 것 같지가 않네요. 지금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그 말은 ‘스님 하고 말해봤자 말이 안 통한다’는 뜻 아니에요?”

“나중에 다 커서 친구들이 저보고 ‘그때 너는 왕따였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왕따 좀 당해도 괜찮아요. 저도 승적이 없어서 얼마나 왕따를 당했는데요. 한 2~30년 왕따를 당했어요. 왕따를 당하니까 좋은 점도 많이 있었어요. 스님들이 왕따를 시켜서 신부, 목사하고 교류하다 보니까 종교 간의 교류를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자꾸 왕따를 당해서 외국에 가서 활동하다 보니 국제교류협력에 공로가 있다고 상도 받았잖아요. 이번에 받은 니와노 평화상도, 옛날에 받은 막사이사이상도 다 왕따를 당한 공덕이에요. 왕따를 당해서 상처를 입으면 문제지만 왕따 자체는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아이도 친구 문제로 괴로워하거든요.”

“아이니까 당연하죠. 다 큰 엄마도 괴로워하는데 아이는 어떻겠어요. 먼저 질문자부터 괴로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기를 닮은 아이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옛날 생각을 해도 아무렇지 않도록 수행부터 하는 게 급선무예요.

‘나도 어릴 때 힘들었지만 이제 수행해서 아무렇지도 않다. 너도 나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야.’

수행을 해서 질문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면 이런 믿음이 있으니까 아이를 봐도 시비를 안 할 거예요. 지금 질문자가 괴로워하는 수준이니까 아이도 질문자처럼 살까 봐 겁이 나는 겁니다. 아이가 엄마를 닮는 건 당연하죠. 질문자의 인생이 변하면 아이가 질문자처럼 되면 좋은 일이지 왜 나쁜 일이겠어요. 그러니 아이를 시비하지 말고 자기 수행을 먼저 하세요.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고 자란 형제들도 다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먹는 거에 집착해서 자기 거 챙겨 먹고 안 나눠 먹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아이도 있고 저런 아이도 있는 거예요. 업식이 다르기 때문에 성격이 다 다릅니다. 아이를 문제 삼고 짜증내면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너무 많이 어지르면 몇 번 주의를 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성질은 내면 안 됩니다. 안 치워주면 돼요. 방 좀 치워주고 성질내는 것보다 안 치워주고 성질 안 내는 게 훨씬 더 아이의 미래에 좋아요.

첫째 아이가 자기 간식을 두고 동생 간식을 뺏어먹으면 질문자가 동생에게 더 많이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해결될 일이에요. 과자를 다섯 개씩 줬는데 언니가 자기가 받은 다섯 개를 두고 동생 걸 뺏어 먹으면 질문자가 동생한테 다섯 개를 더 주면 되죠. 문제는 질문자가 주기 싫은 것 아니에요? 또 첫째 아이가 동생 간식을 뺏어 먹고 자기 건 놔두면 질문자가 몰래 숨겨놓은 걸 동생에게 줘도 됩니다. 첫째 딸이 자기가 숨겨 놓은 걸 어디 뒀는지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했잖아요. 슬쩍슬쩍 가져와서 동생 주고, 동네 애들도 주면 되죠. 질문자는 지금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시비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문제예요.

제가 인도에 갔을 때 어떤 아이가 ‘박시시, 박시시’하고 따라오면서 구걸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1루피를 주니까 또 따라오고 1루피를 주니까 또 따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 딱 앉아서 아이에게 계속 1루피씩 줘봤어요. 받고 또 받아요. 그래도 계속 줘봤어요. 37번 주니까 더 달라고 안 했습니다. 질문자는 37번 해봤어요?”

“아니요.”

“37번까지 해보고 얘기해요. 그 아이는 37번 주니까 더 달라는 소리를 안 했습니다. 37번 해봐야 몇 루피예요? 37루피 밖에 안 되잖아요. 처음부터 50루피를 줬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죠. 1루피로는 목이 마르니까 계속 달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제가 가방에서 발우를 딱 꺼내서 반대로 아이에게 ‘박시시, 박시시’ 하고 따라다녔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씩 하고 웃더니 동전 한 개를 제 발우에 집어던지고 막 웃으며 가더라고요.

질문자는 딸에게 ‘너 아까 받아 놓고 또 받니? 저리 가!’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쌓아 놓으면 얼마나 쌓아 놓겠어요. 한번 계속 줘 봐요.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아이고, 이렇게 쌓아놓기만 하니까 곰팡이가 다 피었네. 거름 만들려고 그러니? 똥 만들려고 그러니?’

이렇게 아이와 대화를 해보세요. 성질내지 마시고요. 아이 기를 수준도 안 되는데 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조금 여유가 있어야지 그렇게 빡빡하면 힘듭니다. 어릴 때 가졌던 열등감을 아이에게 투영하지 말고 본인 먼저 수행하세요.”

“네, 제가 아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봤기에 아이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질문을 다 받은 후 스님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꾸준히 수행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꾸준히

“여러분은 수행도 늘 세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빨리 해치우려 하고 뭔가 성과를 내서 자랑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늘 이렇게 말하잖아요.

‘소가 풀을 뜯어먹듯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게으르지 말고 정진해라’

소가 게으름 피우면서 풀을 뜯는 먹는 거 봤어요? 소가 막 서둘러서 풀을 뜯어먹는 거 봤어요? 그냥 꾸준히 하잖아요. ‘잘 됐다, 안 됐다’ 이런 말도 필요가 없어요. 수행을 세속적 가치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 힘이 드는 거예요. 힘들지 않으려고 수행을 시작했는데, 세속 생활보다 더 애간장을 태우면서 수행을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겁니다. 아니면 아예 수행을 포기하고 게으름을 피워요. 수행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이 뭐예요?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이게 마지막 말씀이에요. 꾸준히 하면서 마음은 한결같아야 돼요. 남이 칭찬한다고 들뜨지도 말고 우쭐대지도 말고 남이 비난한다고 성내지도 말고 낙담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상대는 자기가 좋아서 칭찬하고, 자기가 싫어서 비난하는 거예요.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이런 관점을 딱 가지고 정진할 때 수행의 기본자세가 잡히는 거예요. 경전을 많이 읽고, 색이 공인 줄 안다고 해서 수행이 되는 게 아니에요. 이치는 배우되, 늘 마음을 한결같이 하는 연습을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제 경전반 졸업하면 다음에는 또 무슨 공부를 할까 생각하시죠? 공부만 너무 좋아하지 말고 이제 ‘나도 무슨 실천 활동을 할까?’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고 졸업식 때 또 뵙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5시가 되어 방송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한국의 중부 지방인 문경 수련원에서 여러분을 뵙고 있습니다. 그제만 해도 아주 매서운 추운 날씨였는데 오늘은 봄날같이 따뜻해졌어요. 앞으로 몇 번 더 추위가 닥치겠지만 이제 입춘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입춘(立春)이란 ‘봄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큼 날씨가 따뜻해지려면 입춘이 지나고도 한 달이 더 지나야 합니다. 그처럼 명상을 시작했다고 해도 금방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드러난 현상은 오히려 더 나쁘게 나타날 수도 있어요. 좋은 결과는 한참 후에 나타나지만, 오늘부터 명상을 시작하면 우리는 봄의 문턱에 들어선 것과 같습니다.

아직도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와서 희망이 생겼지만, 더욱 강한 전파력과 치사율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희생자는 더 늘고 있습니다. 백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끼고, 손을 잘 씻는 등 방역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위험을 예방하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수행은 습관의 고리를 끊는 것,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수행자라면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 기존에 살던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이 좋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질문한 것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명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한 명은 생각에 빠지지 않고 집중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생각에 빠지지 않는 법이 있나요?

“여러 가지 생각의 터널에 빠지지 말고 집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How can I keep focused without going through tunnels of various thoughts?)

“그런 길은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길은 없습니다. 생각은 저절로 일어납니다. 우리는 다만 생각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해요. 내가 계속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서 생각에 방해받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질문자는 높은 산을 오를 때 ‘다리가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게 오르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묻는 것과 같아요.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얻으려고 하는 겁니다. 다만 꾸준히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아무 할 일 없이 앉아서 이렇게 집중하는데 뭐가 조급하고, 또 힘들 일이 뭐가 있어요. 편안하게 그러나 꾸준히 해나가면 됩니다. 노력이나 연습 없이 결과만을 얻으려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조급해지고 좌절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거예요. 편안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다만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숨이 길게 들어오면 길게 들어오는구나, 짧게 들어오면 짧게 들어오는구나, 숨이 거칠면 거칠구나’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오직 들숨과 날숨만 알아차립니다. 이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지루한 일도 아니에요.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를 지켜보는 일과 같고, 소가 한가하게 풀을 뜯는 일과 같습니다. 게으르지도 말고, 애쓰지도 말고 다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일어나는 모든 증상은 ‘명상하니까 이런 증상도 일어나는구나!’ 하고 그냥 지나갈 뿐입니다. 그럼 함께 명상하겠습니다.”

탁! 탁! 탁!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다시 명상에서 나왔습니다.

“명상을 해 본 소감을 채팅 창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소감을 올리는 동안 스님은 이번 설에 열리는 온라인 명상을 안내했습니다.

“설날 전후로 4박 5일 동안 명상수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있는 분들은 무리해서 신청을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혼자 사는 분들이나 코로나 19 때문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명상에 참여해서 설날을 뜻깊게 보냈으면 합니다.”

그 사이 수십 개의 소감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몇몇 소감에는 스님이 직접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허리가 자꾸 앞으로 숙여져 의식적으로 허리를 폈습니다.”
“ I just keep leaning forward unconsciously soI have to bring myself back up.”

“빨리 하지 말고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자세를 바로 하시기 바랍니다.”

“다리 통증이 심하네요.”
“ My legs ache a lot.”

“다리가 저려서 참지 못하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세를 바꿔 앉았습니다.”
“My legs ache too much so I couldn't stand it so I know I wasn't supposed to do it but I had to readdress my posture.”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내 다리니까 바꿔 앉을 수도 있지요. 우리는 지금 다만 알아차리고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니까 어떤 통증이 있더라도 그냥 한 번 있어 봅니다.”

“졸음이 왔습니다.”
I felt drowsy.”

“힘이 빠집니다.”
“I feel weak.”

“많이 편안했습니다.”
“I was very comfortable and relaxed.”

“명상을 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 ‘이런 증상도 나타나는구나!’ 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해요. 오직 들숨과 날숨만 알아차립니다. 긴장하거나 애쓰지 말고 편안한 가운데 호흡에 집중합니다. 명상도 잘하려고 너무 긴장하고 애쓰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더 받게 돼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답변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통역을 해 준 제이슨과 국제국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농사지은 햅쌀로 만든 설 떡국떡을 지적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 노숙자 지원단체에 배달하고 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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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칭찬과 비난은 말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일어나는것이니 그말에 휘둘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일괄성있어야 하며 수행은 습관을 끊는것이다.
꾸준한 정진만이 답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2-17 06:46:14

금강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1-02-06 16:31:01

창정화

잘 알겠습니다.
마음의 상태에 놀아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꾸준히 정진 하겠습니다.

2021-02-05 08: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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