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6. 온라인 정초법회 (서울제주, 강원경기동부, 부산울산)
"온라인 시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주일 간 스님은 온라인으로 국내외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과 정초법회를 진행합니다. 오늘은 서울제주, 강원경기, 부산울산 지부 저녁반에 속하는 정토회 회원들과 정초법회를 했습니다.

새벽 4시, 명상원 정정당에서 명상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30분이 되자 맑은 종성 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 세계로 울려 퍼졌습니다.

새벽 예불을 정성껏 올린 후 5시 정각에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천일결사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10차 천일결사 제4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 13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제 2주가 지났습니다. 특히 처음 기도를 시작하신 불교대학생 여러분은 기도를 빠지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도 끝나고 법문을 하겠습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가 끝나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포근해진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지난주에는 한파가 몰아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늘 아침은 날씨가 아주 포근합니다. 오후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하네요. 이렇게 아무리 강력한 추위도 때가 되면 물러나고, 아무리 더운 여름도 때가 되면 물러납니다. 그것처럼 우리 인생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적절한 때가 되면 지나가고, 아무리 좋은 시절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법문을 듣고 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그 내용이 대부분 이렇습니다.

‘형성된 모든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나면 부처님 법에 귀의해서 출가 수행자가 되거나 재가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지난주부터 경전에는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는지 행위에 따라 바라문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과 부처님의 대답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읽고 있는 경전에서 무엇이 진정한 브라만인 지에 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당시 브라만은 태생에 의해 규정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브라만으로 태어나는 사회였는데, 부처님은 태생에 의해 브라만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브라만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해서 바른 삶을 살도록 하신 겁니다. 다시 말해,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과 형상에 의해 수행자가 되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행(行)에 의해 수행자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행(行)의 바탕은 바로 마음입니다.

온라인 시대,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욱 가까워진 이유

참 수행자는 태생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모양과 형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도 아니에요.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예요. 이렇게 말씀하신 부처님이었기 때문에 인종, 성별, 성적 취향 등 태생에 의해 주어진 그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차별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피부색을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모두 태어나 보니 피부색이 정해져 있었고, 태어나 보니 남자, 여자 성별이 정해져 있었고, 태어나 보니 한국사람, 미국 사람이라고 국적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불교가 얼마나 보편타당한지 알 수 있습니다. 2600년 전에 벌써 사람의 고귀함이 태어난 것에 정해지는 게 아니라 그가 살면서 하는 말과 행동과 마음가짐에 의해 정해진다고 바라봤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어떤 지위나 형식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직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기준은 ‘마음이 청정한가’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가’입니다.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왕과 부자와 인기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와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괴롭혔습니까. 우리가 본받아야 될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마음이 청정해서 스스로의 삶이 안온하고,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사람, 조금이라도 남을 위로해주는 사람, 조금이라도 남을 보살피는 사람이 청정한 사람이고 수행자입니다.

절도 특정한 장소나 잘 갖춘 기와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청정한 자가 머무르는 곳이 곧 절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수행자들이 머무르는 숲이 절이었습니다. 나무 밑에서 밥 얻어먹고, 나무 밑에서 잠자고, 나무 밑에서 정진을 하면 나무 밑이 곧 정사(精舎)였습니다. 죽림정사와 기원정사도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여러분들의 방이 곧 절입니다. 지금까지는 생활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방에서 생활뿐만 아니라 법문도 듣고 정진도 하니까 여러분의 방이 절입니다.

내가 머무르는 곳이 절이다

이렇게 보면 여러분의 생활이 온라인 시대에 더욱더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에게는 밥 먹고, 잠자고, 정진하는 숲이 절이었습니다. 그렇듯 여러분도 이제 밥 먹고 생활하는 방이 수행하고 전법하는 절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대신 생활공간에 있더라도 마음이 늘 청정해야 합니다. 청정함을 놓치면 여러분은 수행자도 아니고, 여러분의 집은 더 이상 절도 아니게 됩니다.

‘내가 머무르는 곳이 곧 정토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 희양산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10시 온라인 정초법회 (서울제주지부 저녁반)

아침 공양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서울제주지부 저녁반 회원들과 온라인 정초법회를 시작했습니다. 5백여 명이 온라인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서초, 서대문, 양천, 노원, 송파정토회 순서로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정토회 별로 배경 화면을 똑같은 색깔로 통일한 까닭에 전체 화면이 빨강, 보라, 녹색 등 무지개 빛깔이 되었습니다.

소개를 마치고 만일준비위원회에서 온라인 전환에 대해 전국 공청회를 진행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지역 정토회 별로 4차 공청회를 진행한 결과와 질문 및 제안 사항을 각 정토회 대표님들이 발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 모둠과 지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각 정토회 별로 모여 여러 차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여러 가지 질문과 제안을 기록하며 경청한 후 각각에 대해 의문을 풀어주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직접 질문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회원들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내어놓았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을 마치며 스님은 온라인으로 개편하는데 무엇이 중요한지 정리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이익 단체도 아니고 권력 단체도 아닙니다. 우리는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를 바탕에 두고 활동하는 모임입니다. 사람들을 도울 때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필요에 따라 제도도 적절하게 바꾸는 겁니다. 여러분을 힘들게 하려고 이렇게 개편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좋은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안해주시고, 그것이 합당하다면 언제든지 수용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기존의 제도를 바꿀 때는 소수 의견이라도 최대한 존중해서 당사자가 납득이 되도록 해서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다만 집착에 의한 제안은 좋지 않습니다. 제안된 내용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효율적인 방안이라면 얼마든지 주장을 해도 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집착해서 주장할 때는 수행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 부분만 유념한다면 검토할 것은 검토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여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중지를 모아서 방안을 마련해도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80이나 90퍼센트 정도만 준비되어도 상당한 겁니다. 나머지는 실제로 진행해가면서 마주하는 모순점을 해결해가면서 보완해나가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면 보완을 해야 하고, 많은 준비 했지만 실전에서 필요가 없다면 또한 그에 맞게 수정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정토회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과정에서는 얼마나 완벽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걸 벤치마킹할 때는 완벽하게 벤치마킹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창조를 할 때는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우리가 모은 중지를 갖고 이 정도로 일단 시작하되, 진행하다가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보완해서 보다 완전한 구조로 만들어 가면 됩니다.

그러니 이번에 이렇게 가자고 결정한다고 해서 모든 게 정해진 건 아닙니다. 진행하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초안을 가능한 제대로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보수과정을 줄일 수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여러분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질문한 분들만 간단히 소감 나누기를 해 보았습니다.

“지역 공청회를 하고 마음이 묵직했었는데 오늘 질문하고 나서 시원해졌습니다. 진행자 교육을 대대적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변화하는 정회원 제도에 대해 우려했던 분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습니다.

“앞으로 정말 자발성에 기초해서 창조성이 발휘되는 정토회가 될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시행해보고 나타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각자 화면을 보고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정초법회를 마쳤습니다.

2시 온라인 정초법회 (강원경기동부지부 저녁반)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는 강원경기동부 지부 저녁반과 온라인 정초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분당, 수원, 용인, 남양주, 원주정토회 순서로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전 법회에는 5백여 명이 알록달록 섞여있어서 구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부터는 소개 순서가 되면 해당 지역 회원만 화면을 모두 켜고, 순서가 끝나면 화면을 모두 끄는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소개가 끝났습니다.

화상회의 화면에서 음악에 맞춰 각양각색의 분장을 하고 춤추는 모습을 미리 녹화해 두었다가 보여주기도 하고 모두 고무장갑을 끼고 화면 속에 등장해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스님이 고무장갑을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전부 다 설거지하다가 왔어요? 아무리 온라인이라도 그렇지 정초법회에는 여법하게 복장을 갖추고 참석해야죠.” (웃음)

하트 표시를 들고 지역정토회로 5행시를 릴레이로 낭독하여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소의 해를 맞아 ‘~하소’로 구호를 외치는 정토회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속에서도 다양하게 전법을 향한 열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의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서 생긴 의문점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나왔는데, 그중에 한 명은 온라인 방식은 대면 방식의 교육에 비해 인격에 대한 감화가 부족한 것 같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온라인 방식은 수행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지난 1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수행을 해보니 예전에 오프라인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지도 법사님과 다른 법사님들, 그리고 선후배 도반님들을 가까이 보면서 배우는 점들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는 그런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방식으로 활동가가 잘 길러질지도 우려가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소통해 온 방식은 모두 대면방식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가르침과 우리의 경험이 대면활동을 통해 쌓여졌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하니까 우선 적응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효과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면 방식의 효과가 100이고, 비대면 방식의 효과가 70이라고 합시다. 만약 우리가 대면 방식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효과가 좋은 대면 방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70의 효과가 있는 비대면 방식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비대면 방식으로라도 해나갈 것이냐,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안 할 것이냐,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질문한 내용이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이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은 아무리 토로해봐야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면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이 길 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 게 좋겠는가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방식이 효과가 좋았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어야 할 때 아쉬워하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현재 대면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하나 마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개인에 대한 질적인 효과 면에서는 대면이 100의 효과가 나고, 비대면이 70의 효과가 난다고 볼 수 있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대면 방식으로 100명을 대상으로 활동할 때 필요한 시간, 노력, 재정을 온라인 방식에 똑같이 사용하면 1000명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대면방식으로는 일일이 장소를 찾아다니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데, 온라인은 그런 시간과 비용이 상당 부분 절감됩니다. 대면 방식으로는 100명에게서 100의 효과가 나타나서 전체적으로 1만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비대면 방식으로는 1000명에게서 70의 효과가 나타나서 전체적으로 7만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바라보면 온라인 활동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대면 방식이 조금 더 효과적이지만 이것은 현재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비대면 온라인 방식을 채택하면 대면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진행자가 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러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을 하게 되면 여러분이 진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확산이 가능해져요. 불교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에게 스님의 법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역할만 하면 그것은 유튜브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잖아요. 이런 방식은 그 효과를 30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법문만 보는 게 아니라 법문을 보고 나서 몇몇이 모여서 마음나누기도 하고, 실천과제도 해보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때 70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불교대학의 운영방식도 크게 바뀌게 됩니다. 과거에는 법당에 모여서 법문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이제 온라인으로 진행되면 법문을 듣는 건 각자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알아서 듣고, 법문을 경험하고 체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정토회는 지금 온라인 전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 선택지가 그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이 방법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발전의 계기도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면접촉이 가능해질 때까지 1년, 2년을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대면접촉이 가능한 시기가 다시 오든, 오지 않든, 상관없이 정토회는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나아가겠다는 거예요. 오히려 대면접촉 가능 여부가 우리에게는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정토회는 온라인을 통한 확산에 전념하는 겁니다.

다만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대면 방식에 비해 비대면 방식은 그 효과가 70퍼센트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그 부족한 30퍼센트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합니다. 가령 모둠별로 지역에서 실천 활동을 해나가거나, 실현지에 가서 농사와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해나감으로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겠죠. 이제는 법당 관리에 재정과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네를 다니면서 휴지를 줍거나, 노인정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거리에 나가서 JTS모금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활동을 해나가게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법당 관리를 해온 이유는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각자 집에서 법문을 듣고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주말마다 지역별 수련장에 가서 농사를 짓거나 화단을 가꾸는 활동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초기에는 다소 방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방식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개편해 나가 보자는 거예요.

이런 변화는 처음 겪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도 이런 큰 변화가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문자의 발견’입니다. 문자가 있기 전에는 모든 사람이 대면해서 의사전달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자가 발견되고 나서 비대면으로 의사전달이 가능해졌습니다. 가령 문자가 있었기 때문에 인도에 직접 가지 않고도 중국에서 불교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에 문자로만 전달을 받으니 인격은 없고 정보와 이론만 전달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에서의 불교가 학문으로 발전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학문적인 다양한 해석에 의해 온갖 종파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러한 불교는 철학에 불과하지 수행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선(禪)불교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대면을 강조했습니다. 선불교에서 강조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사람과 사람이 대면해서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비대면 방식이 갖는 부정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도 비대면 방식이 갖는 장점과 함께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불교대학 온라인화를 외국인에게만 허용하고 내국인에게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비대면을 통해 배우다 보면 불교가 체험되지 않고 지식으로만 흘러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졌어요. 동시에 온라인 방식은 확산속도가 매우 빠른 장점이 있기 때문에 보다 이것을 적극 활용해서 대응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여러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예정된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화면 속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도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5시 온라인 정초법회 (부산울산지부 저녁반)

잠시 휴식을 했다가 오후 5시부터는 부산울산 지부 저녁반과 온라인 정초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동래, 해운대, 사하, 울산정토회에서 각각 소개를 하고 지역 공청회 결과를 발표한 후 스님에게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앞으로 정토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정토회가 발전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할 수 있는 전법사를 얼마나 많이 양성하느냐입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정토불교대학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그러면 사람이 안 와서 진행을 못하는 게 아니라 진행자가 부족해서 진행을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이제 여러분은 전법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온라인 시대에는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거나 정지한다는 개념은 없어지고, 누구든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면 활동가가 되고 나머지는 회원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도 이제는 전부 다 진행자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과거에 오프라인 시대처럼 법문 영상을 틀어주고 마음 나누기만 진행하는 정도는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지만, 온라인 시대에는 담임 선생님처럼 학생들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됩니다. 반드시 1년 내지 3년은 책임감 있게 소임을 맡아야 해요. 농사 담당자는 중간에 그만둬도 경제적 손해만 조금 보면 되는데, 사람을 책임지는 일은 경제적인 손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회원 체제가 온라인 시대에는 바뀝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하는 전법사와 같은 ‘활동가’ 그룹과 정기적으로 법문을 듣고 다양한 봉사활동과 수련에 참가하는 ‘회원’ 그룹, 이렇게 두 가지로 정비가 되는 거예요. 활동가가 아닌 회원들은 법문도 들을 수 있고, 자발적으로 봉사도 하고, 각종 수련에 얼마든지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진행자가 되겠다고 신청해서 교육을 이수받은 사람들은 ‘활동가’가 되는 거예요. 정회원 자격 유지라는 개념 자체가 다 없어집니다. 활동가를 못할 상황이 되면 회원으로 이동하면 돼요. 그러다가 다시 시간이 나서 활동가를 할 수 있게 되면 재교육을 받고 활동가가 되면 됩니다.

자꾸 과거에 연연해서 ‘내가 정토회에 기여한 게 많은데’ 이렇게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요. 정토회에 기여한 게 많으면 회원이 되어서 여러 가지 권리를 누리면 되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활동가 모임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이것은 마치 옛날에 한 번 관료가 되면 죽을 때까지 관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에요. 활동을 하면 활동가가 되고, 활동을 안 하면 회원이 되고, 이렇게 현실 속에서 늘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조건에 따라 활동을 할 수도 있고, 활동을 못할 형편이 될 때도 있는 것이니까요.

온라인 시대에는 이렇게 확 바뀌게 됩니다. 예전처럼 직접 법당까지 와서 법회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집에서 법회 주소줄을 받아서 법문을 듣게 되기 때문에 법문을 듣는 것은 회원의 권리가 되는 것이지 예전처럼 의무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이어서 회원들이 직접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에는 온라인 시대에는 활동가가 아닌 회원들을 어떻게 챙겨나가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질문 속에는 정토회가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은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번 온라인 개편이 오히려 활동가가 아닌 회원들을 더욱 배려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해를 풀어 주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회원들을 어떻게 챙겨나가야 할까요?

“온라인 시대에도 일반회원, 후원회원 등 비활동가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데, 어떻게 안내하고 관리를 해야 할까요?”

“정토회는 대국민 서비스의 일환으로 유튜브에 즉문즉설 법문을 2천 개 올려두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법문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광고도 없고 아무런 비용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무료로 유튜브를 통해 즉문즉설을 보고 있는 사람이 하루에 백만 명이 넘습니다.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법문을 일주일에 두 개씩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세상을 위해 제공하는 법문 서비스

그래도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3월부터는 매주 금요일에 온라인 즉문즉설을 정기적으로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과거에 스님이 전국을 다니면서 즉문즉설을 했듯이 이제 온라인 시대에는 매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이 열리는 겁니다.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한 번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한 번은 청년들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는 무작위로 아무나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고 해요. 정토회는 일반 시민을 위해서도 이렇게 서비스를 하는데 왜 정토회 회원을 위한 서비스를 하지 않겠어요?

이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불교대학에 입학하면 됩니다. 불교대학은 학교이기 때문에 입학금이 있고, 그러나 법문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언제든지 정토회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 신청서를 내고 회비를 내면 정기법회를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회원이 되면 정기법회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상수련도 신청할 수 있고, 봉사활동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천룡사에 가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 죽림정사에 가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회원에게는 봉사가 의무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는 거예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활동가가 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활동가에게는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넘어서서 사람을 다루는 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나 시킬 수는 없고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한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가령 남자 중에 성희롱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기면 안 되잖아요. 자기 자신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헤매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다루는 일을 맡기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일정 정도의 점검과 교육 훈련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이 활동가가 됩니다. 활동가들은 활동을 하면서 애로사항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래서 활동가들을 위해서는 활동가 법회를 따로 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는 어떻게 활동을 할 것인지 본인이 선택하면 돼요. 정토회가 일반 회원을 위해서 법회를 안 하고 있다면 활동가 법회에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회원을 위한 법회가 따로 있는데 활동을 안 하는 사람이 굳이 활동가 법회를 듣겠다는 건 올바르지 않습니다.

정을 끊는 것이 수행입니다

여러분 중에 활동가 법회에 연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정 때문입니다. 정을 끊는 게 수행이에요. 평소에도 세속적인 정을 끊으라고 수없이 법문을 하는데, 오히려 정토회에 와서 정을 더 붙여서 자꾸 연연해하는 건 수행자의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길가는 사람도 붙잡아서 불교 공부를 같이 하자고 하는 곳이 정토회인데, 이미 정토회에 다니던 사람을 나가라고 할 리가 없잖아요. 정토회 회원들 모두가 임원이 될 수는 없으니 때에 따라 역할을 바꾸어 가며 소임을 맡을 뿐인 겁니다. 총무를 했던 사람이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굳이 활동가 법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고, 정기법회에 참석해서 계속 수행을 이어나가면 돼요.

활동가가 아닌 회원이 되어도 지금 듣고 있는 법문과 활동을 얼마든지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활동을 하겠다는 사람을 왜 못하게 막겠어요. 가령 불교대학 진행을 못하더라도 밭을 매거나 물건을 분류하거나 밥을 하는 건 할 수 있다고 하면, 주중이나 주말에 수련원에 와서 얼마든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봉사자를 굳이 활동가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활동가는 단순 봉사자가 아니라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하는 전법사예요. 활동가가 될 수 있는 핵심 조건은 전법 활동입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회원이 되어서 정기법회를 들으면서 얼마든지 활동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회원 10명 정도마다 활동가 한 명이 들어가서 법회를 진행해 나가면 회원들도 함께 챙겨나가게 되는 거예요.

앞으로는 수요일에 정기법회를 진행하고, 정기법회는 정토회 회원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섭섭하다는 말이 많아서 아예 초파일 법회 등 모든 정토회의 기본 법회는 수요일 정기법회를 통해 하려고 해요. 오히려 활동가들이 요일을 옮겨서 따로 활동가 법회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회원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불만이라면 활동가가 되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만일결사라는 원을 세운 사람들입니다. 자꾸 아무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같이 활동가 법회에 넣어서 가고자 하는 건 정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에 대한 집착을 탁 놓아야 해요.”

여러 질문들에 대해 연이어 답변을 하다 보니 벌써 마쳐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7시가 지나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저녁 식사를 준비해 먹었습니다.

내일도 온라인 정초법회를 비롯해 하루 네 번의 법회가 계속 이어집니다. 오전 9시에는 대구경북 지부를 대상으로, 낮 12시에는 경남 지부를 대상으로 정초법회를 하고, 오후 3시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한 후, 저녁 8시 30분에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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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지금은 말법시대 또한 불의시대라고한다. 사사무애법계가 펼쳐진 지금 인터넷 통신 통하여 널리
불법을 전하고 수지독송하면 꾸준히 수행정진 하여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3-25 13:52:34

성남희

경전대 입학해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법문 듣고 나누기 하니 좋은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활용이 용이하고 법문 다시 듣기가 가능하니 좋습니다. 생활하는 공간을 청정한 법당으로 여기며 꾸준히 수행 정진 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2024-03-25 13:14:17

김병재

새벽기도 개인정진을 5년을 하면서 부족감은 법문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통해 온라인 법회를 경험하면서 환희심과 감동을 받아서 참된 수행자의 길을 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드립니다. 😊 🙏

2024-03-25 10: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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