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29 행복시민모임 온라인 간담회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방법"

안녕하세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두북 수련원은 영하 2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스님은 오전 내내 겨울을 지낼 땔감을 장만했습니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8시부터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오전 내내 나무를 정리했습니다. 지난가을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베고, 밭 안쪽으로 드리운 나뭇가지들을 잘라놓았습니다. 스님과 봉사자들이 여러 차례 베어둔 나무를 땔감으로 쓸 수 있게 정리했는데, 오늘 드디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일정한 크기로 나무를 다듬고 끝을 맞추어 가지런히 묶었습니다. 마른 잔가지는 처음 불을 피울 때 불이 쉽게 옮겨 붙기 때문에 아주 요긴합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일로 바빠 함께 울력을 할 수 있는 행자들이 몇 안 되었습니다. 오전 내내 울력을 해서 이리저리 쌓여있던 나뭇가지를 다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나뭇가지 정리를 마치고 트럭에 차곡차곡 실었습니다. 스님은 트럭 뒤에 올라 나뭇가지를 꼭꼭 밟아가며 한 차에 다 실을 수 있도록 쌓았습니다.

나무를 옮겨 놓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이제 이 나뭇가지들을 난로에 넣기 좋게 자르는 일이 남았습니다.

공양을 하고 나무를 자르다 급히 법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행복시민 모임 진행자 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지난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행복시민모임 진행자 대회를 가진 후 오늘이 세 번째 대회입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를 졸업한 사람들 중에 그 후속 활동으로 행복시민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행복학교가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행복시민 모임 역시 온라인 전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행복시민 모임 진행자들은 온라인 활동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수렴하여 오늘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행복시민 모임의 방향과 진행자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에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면 자기 변화와 사회 변화를 동시에 추구해나가야 됩니다. 행복학교 운동은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하는 시민운동입니다. 우리는 행복학교를 통해서 시민들이 마음공부를 하도록 돕습니다. 늘 세상을 비판하고 시비분별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돌이키는 힘을 갖도록 하는 운동이 행복학교 운동입니다.

소년소녀의 꿈을 실현하는 일

그러려면 이 활동을 하는 본인이 먼저 행복해야 돼요. 그런데 이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 중에는 늘 ‘죽겠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힘들어하면서 나라와 민족, 세상을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일한다는 식이에요. 옛날에는 그런 방식의 사회 운동이 필요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오래 못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사회 운동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변절했겠어요? 힘이 들어서 그래요. 세상을 좋게 만드는 운동도 재미가 있어야 됩니다.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재미도 있어야 운동이 지속될 수 있어요. 재미가 있어야 숨 넘어갈 때까지 밥 먹듯이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환경 실천을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분단된 나라를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일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책에서 보고 배웠던 거잖아요. 이 일은 어릴 때 꿈꿨던 세상을 현실 속에서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 부딪혀보니 책 속의 내용과 일상생활이 달랐습니다. 밥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일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소년소녀의 꿈이 실현되는 거예요. 이런 소중한 의미를 여러분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방법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릴 때 내가 동경했던 꿈을 실천하는 사람이 됐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기쁨을 갖고서 이 운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몸은 좀 피곤하고 바쁘더라도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활력도 생기고 주위 사람들도 감화를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수행, 행복한 나눔, 행복한 실천입니다.

자기만 좋은 일이 아니라 이 세상에도 의미가 있어서 보람이 생기는 그런 활동을 해나가자는 거예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우리도 작은 기여를 하자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한 나눔과 행복한 실천입니다.

환경 실천을 하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을 하든, 마음이 괴로운 사람을 돕는 행복학교를 진행하든, 이런 활동들은 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그런 활동에 필요한 재정도 누구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작은 돈이지만 필요한 경비는 우리가 회비를 모아서 하자는 거예요. 대신 우리는 재정이 풍족한 건 아니니까 돈을 아껴 써야 해요. 가능하면 돈을 안 써도 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필요한 일은 회비를 내어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행복학교는 법륜스님이 먼저 해본 후에 여러분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알려주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제일 먼저 이 일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큰 어려움이 생기면 조정을 해주는 역할만 하지 이 일 자체는 여러분들이 직접 개척하고 있습니다. 수행에 대한 지도는 제가 먼저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뭐라고 하면 금방 제가 알지요. 그런데 행복학교는 이 방향으로 가자고 같이 의논하는 역할만 했지, 제가 현장에서 이 일을 개척한 건 아닙니다. 이 일은 실질적으로 여러분들이 최고의 전문가이고, 최일선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중지를 모아서 개척해 나가면 됩니다.

창조성을 키우려면 먼저 답을 제공해주면 안 됩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부모가 자꾸 대신 해주게 되면 나중에 아이에게 창조성이 없어집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더라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해줘야 자생력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더디지만 그래야 나중에 아주 많은 다양성과 창조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들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방향을 잡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면 한번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기조 말씀을 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행복시민 모임의 방향에 대해 5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행복시민 모임이 환경 실천 말고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행복시민 모임은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요?

“행복시민 모임은 어떤 목표를 갖고 운영되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환경 실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환경 실천 외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질문자가 염두에 두고 물어본 활동 중에는 아마 평화와 통일 관련 활동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살펴보면, 2022년에 들어설 다음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평화도 지켜내기 어렵거니와 통일은 아예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의 세력 경쟁이 거의 전쟁 수준으로 격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전쟁 수준으로 격화되면 중립이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어요. 여기 붙든지 저기 붙든지 어느 한쪽에 붙어야 해요.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 쪽으로 붙고, 북한은 중국 쪽으로 붙게 될 확률이 제일 높죠. 그러면 한반도가 또다시 세력 대결의 장이 되어서 새로운 냉전체제가 형성되거나, 냉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반도가 불꽃이 튀는 곳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들이닥칠 이런 위험을 미리 막으려면 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약속한 후 통일을 향해서 나아가야 해요. 통일까지는 안 되더라도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이라도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남북이 분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어요. 남북이 통일이 되어 있으면 통일된 한국이 미국 편이 되느냐 중국 편이 되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이렇게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남한이 미국 편을 해도 괜찮아요. 북한이 중국 편을 하면 되니까요. 남한은 미국 편을 들고 북한은 중국 편을 든 상태에서 남북이 싸우면 한반도가 냉전 대결의 핵심 장이 되는데, 남북이 아주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라면 묘한 구도가 됩니다. 남북이 서로 긴밀히 협력돼 있는데 남한은 미국하고 가깝고 북한은 중국 하고 가까운 거예요.

지금은 남한 혼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지 고민을 하니까 어려움이 많잖아요. 조금만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면 미국이 난리가 나고, 미국이 하자는 대로 조금이라도 따라가려고 하면 중국이 난리가 납니다. 사드(THAAD) 배치를 했을 때 중국이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또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중국 봉쇄 시스템을 만든다며 한국더러 참여하라 했는데 한국이 아직 답을 안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남한은 일본처럼 완전히 미국에 탁 붙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경제가 중국과 너무 긴밀히 얽혀 있고, 북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잖아요. 무엇보다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면 북한의 배후인 중국과 각을 세울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을 할 겁니다.

‘한미동맹까지 맺고 있고, 너희가 위기에 처할 때 우리가 도와주었는데 배은망덕하게 눈치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런 입장입니다.

‘중국 편까지는 안 되어주더라도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에 참여하면 우리하고는 끝이다. 돈은 우리와의 무역을 통해 벌어놓고 우리를 적대하는 세력의 편을 든다면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남한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입장이 곤란한 상황입니다. 다들 대통령이 될 때는 좋아했지만, 되고 나서 막상 실무를 해보면 왜 대통령을 했나 싶을 거예요. 사안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머리가 아플 겁니다.

석굴암 천장에 깨진 돌과 같이

그런데 남북이 매우 긴밀하게 소통이 된다면 문제를 풀기가 굉장히 쉬워집니다. 저는 이 원리를 석굴암 구조에 비유합니다. 석굴암에 가보면 천장은 돔형으로 되었고 중심에는 연판(蓮瓣)을 새긴 둥글고 큰 돌로 눌러놓았습니다. 그런데 둥글고 큰 돌이 반으로 딱 깨져 있어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돌이 깨지면 천장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 돌이 깨졌기 때문에 천장 전체가 안 무너지고 붙어 있다는 거예요.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도 이와 같아요. 남북이 이렇게 분단이 돼 있기 때문에 미중 충돌의 대결장이 될 수도 있지만, 남북만 협력이 돼버리면 오히려 이 고리를 통해서 중국도 미국도 어떻게 못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어요. 미국도 북한을 어떻게 하려면 남한 때문에 걸리고, 중국도 남한을 어떻게 하려면 북한 때문에 걸리게 되는 거예요. 남북이 긴밀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협력하고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관계니까요.

지금까지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각자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종속적인 역할을 하면서 남북이 대결해왔지만, 남북이 여기서 긴밀하게 협력을 해버리면 이처럼 굉장히 묘한 국면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는 방법

그래서 지금처럼 미국과 대결하겠다거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방금 말씀드린 관점을 갖고 미국과 훨씬 더 가까이 지내면서도 동시에 남북 간에 긴밀한 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한 정부가 이걸 잘 못 만들고 있어요. 현재 남한 정부의 수준은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정도예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애쓰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을 정말로 강력하게 추진할 만큼의 의지는 부족해 보여요. 만약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국내 정치는 야당에게 확 양보해서 야당이 평화와 통일에 협력하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겁니다. 그런데 국내 정치에서 양보하지 않고 야당과 똑같이 싸우니까 야당이 이 일에 협조를 안 하잖아요. 남한 안에서의 정권을 잡거나 유지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지, 이런 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과감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까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관점을 분명하게 가지면 평화와 통일 문제도 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잔머리를 굴리면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정권도 잡아야 하고, 인기도 끌어야 하고, 이러다 보면 ‘이럴까, 저럴까’ 하며 결정을 못하고 갈팡질팡하게 되는 거예요.

만약 2022년에 강력하게 통일을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정세로 봐서는 희망을 갖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만약 통일 및 평화 정책이 지금보다 후퇴하는 것이 나온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그걸 막는 겁니다. 평화와 통일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당이나 사람이 나와서 그 힘을 받을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안 보입니다. 현재 상황은 이런데, 내년 봄이나 되어야 그래도 윤곽이 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환경 실천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그래서 현재 행복시민 모임에서 제일 가볍게 할 수 있는 사회운동은 환경 실천입니다. 지금 기후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환경 운동은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활동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시민 모임에서 환경 운동을 우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행복시민 모임에서 지역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보면 좋겠어요. 지역 시민들과 연계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졌잖아요. 코로나 유행 이전이라면 이런 일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었지만, 지금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지금까지 공적자금을 계속 집어넣어서 경제를 끌고 가고 있지만 내년이 되면 돈을 더 풀어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경제가 내년에 살아나지 못하면 어려운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질 거예요. 그럴 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행복시민 모임에서 10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회비를 모아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구호단체인 JTS에서 매칭 펀드로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지역에 행복시민 모임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김장을 하려고 50만 원을 모았다면, JTS에서 50만 원을 매칭 펀드로 지원해 주는 거죠. 이런 방식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더 연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화와 통일입니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활동한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도 충분하게 공감을 얻는 시기가 되면 그때 함께 활동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국가 목표가 무엇인가

다만 행복시민 모임에서 헌법 전문을 같이 공부한다거나 헌법을 앞부분만이라도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국가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하거든요.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화적 통일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건국 목표라는 사실을 행복시민이라면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법륜 스님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이것은 헌법에 딱 박혀 있는 국가 목표예요. 그걸 실천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조차 자기 책임을 저버린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이 그런 사실을 잘 몰라요. 그래서 행복시민 모임이 하는 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우리 또한 그런 자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기부를 한다고 할 때 금전적인 기부만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여러 가지 나눔 활동도 기부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행복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역 실천을 활동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진행자인 저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지역 실천 활동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저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 앞으로는 온라인 모임을 활성화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오프 모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계속 오프에서 만나기를 원합니다. 이럴 때 어떻게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할까요?

스님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 하고 나니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시민 모임 진행자들을 다시 한번 격려해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개척 사업이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개척 사업은 막상 그 일을 할 때는 어려운데, 지나 놓고 보면 가장 보람 있는 일이 개척 사업이에요.

언제 가장 보람이 있었나요?

스님도 요즘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어요. 오늘은 오전 내내 겨울 땔감을 준비하고 정리하느라고 팔을 많이 사용했더니 지금 팔꿈치가 너무 아파요. 이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머리를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장작을 다 못 쌓아서 그거 쌓는다고 머리도 못 깎고 급하게 오게 되었어요.

어제는 온라인 강의가 4개나 있었습니다. 마침 콩을 타작하는 날이어서 콩 타작을 한두 시간 하다가 퍼뜩 강의 2시간 하고, 다시 콩 타작하러 갔다가, 다시 세수하고 돌아와서 강의하고, 또 콩 타작하러 가고 그랬습니다. (웃음)

그런데 지나 놓고 보면 언제가 가장 보람이 있을까요? 저는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개척 사업을 할 때가 특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개척할 때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막을 고생해서 다니고, 민다나오를 개척할 때 산골 오지를 고생해서 다니고, 그럴 때 보람이 있었어요. 식량난으로 국경을 넘어온 북한 난민들을 도우려고 백두산 속을 돌아다닐 때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얼어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교통사고가 나서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도 있었고, 중국 공안한테 안 잡히려고 유격 작전하듯이 다닌 적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나 놓고 보면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가장 보람 있고 좋았습니다.

개척을 한다는 건 역사를 창조해 나간다는 겁니다. 개척을 할 때는 일이 많습니다. 시행착오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관점을 분명하게 가지면 몸은 피곤해도 일이 재미있습니다. 관점을 잘못 가지면 불평불만이 자꾸 생겨요. ‘사람 죽이려고 그러나?’, ‘이런 고생을 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사노?’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복학교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고 우리가 만든 거잖아요. 힘든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려고 만들었잖아요. 이 일이 너무 힘들면 그만두셔야 해요. 이 일은 자발적으로 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억지로 하면 이런 좋은 일도 본인에게는 고통이 됩니다.

나도 행복하고 세상도 행복한 길을 향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여러분은 혹이 하나 더 붙어가지고 직장생활, 가정생활, 행복학교까지 세 개를 해내야 하니까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수행자는 혹이 하나 더 붙어도 웃으면서 살아야 돼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또 한 번 만들어 봅시다. 10년이 지나서 지금 시기를 돌아보면 ‘우리가 큰일을 하나 해냈구나’라고 말하게 될 거예요. 아직 미완성이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될 겁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활동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일을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짜증내고 신경질 내고 싸우면서 일을 하는 것은 일에 집착하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일을 잘해야 돼요. 그러나 항상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행복하도록 늘 관리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배려할 줄 아는 것입니다.

행복시민 모임은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모임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방향을 잡아 놓고 우리 자신부터 그 기본을 놓쳐버리면 모든 것이 다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시민단체 같으면 악을 쓰고서라도 목적을 달성하기만 하면 되는데, 악을 쓰면서 이 일을 하게 되면 결국 자기희생을 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자기도 살고 세상도 사는 길을 가고자 이렇게 모인 겁니다. 이 점을 잊지 않고 활동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따뜻한 격려를 듣고 나서 큰 박수와 함께 행복시민 모임 진행자 대회를 마쳤습니다.

대회를 마치고 단체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스님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며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수고들 많았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오전에 하고 있던 겨울 땔감용 장작 만들기와 쌓기를 계속 이어서 했습니다.

해가 져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해졌을 때 장작 쌓기가 끝났습니다. 반듯하게 빼곡히 쌓인 장작을 보니 겨울 추위가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일요명상 소식과 다음날 이어진 농사일 이야기는 내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댓글 44

0/200

정인근

감사합니다.

2021-03-23 23:17:09

공덕왕

스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습니다.

2020-12-23 10:39:20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0-12-04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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