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26 배추 뽑기, 감 따기, 행복한 대화 온라인 즉문즉설
"제 인생은 불행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배추 천이백여 포기를 수확하고, 감을 딴 후 저녁에는 유튜브 즉문즉설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행복한대화 온라인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오전 7시 30분,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칠곡에 있는 농장으로 출발했습니다. 9시가 다 되어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밭에 푸르게 잘 자란 배추가 꽉 차 있었습니다. 먼저 배추를 보시한 정토행자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분은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농장을 운영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방문객이 줄어들자 올해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난 가을, 농장 주인 부부는 배추를 심기 전에 배추 천여 포기를 보시하고 싶은데 받겠다고 하면 심겠다고 연락을 했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로 어려운 정토행자들에게 배추를 나누어주겠다고 결정했고, 대답을 들은 부부는 배추를 직접 심고 잘 가꿔주었습니다.

오늘은 다 자란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농장에 왔습니다. 십여 명의 봉사자가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동그랗게 둘러서서 명심문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를 세 번 외우고, 스님이 일의 순서를 알려주었습니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울력을 합시다. 좋은 마음으로 배추를 보시해주셨고, 또 우리 정토행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이니까요. 먼저 알이 찬 배추 밑동을 자릅니다. 김장 담글 배추니까 너무 작은 것은 안 돼요. 우리가 열 명이 넘으니까 7-80개씩만 자르면 될 거예요. 배추를 다 자른 후에 겉에 상한 잎을 떼어내고 트럭에 바로 싣겠습니다.”

준비해온 칼을 하나씩 들고 배추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배추 밑동을 슥슥 자르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배추 밑동을 자르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누렇게 뜬 겉잎을 떼어내 밭 중간중간에 모았습니다.

“겉잎을 너무 많이 떼어내지는 마세요. 차로 이동하는 동안 상할 수 있으니까요.”



다듬은 배추를 수레에 실어서 옮겼습니다. 먼저 거리가 먼 서울에 보낼 트럭에 배추를 쌓았습니다


스님은 배추를 옮기다가 수레에 담긴 배추를 다시 트럭 위로 올려야 하는 걸 보고 큰 고무대야를 찾아왔습니다. 대야에 배추가 담긴 채로 트럭 위에 올려주니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대야가 비워지는 동안, 이번에는 큰 포대에 배추를 담아 포대째로 트럭에 올려주었습니다.


배추를 많이 쌓아 올리기 위해 트럭 가장자리에 나무판을 댔는데 오백 포기를 쌓으려면 트럭 끝까지 벽이 필요했습니다. 스님은 농장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주위에 있던 고무판을 가져와 벽을 늘렸습니다. 흐물흐물한 고무판이 힘을 받을 수 있게 철막대를 세우고 줄로 잘 묶어줬습니다.


“배추를 준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살림살이까지 가져가네요.” (웃음)

농장에서 키운 무도 뽑아 싣고, 트럭 끝까지 배추를 꽉꽉 채웠습니다.


오백 포기를 다 싣고 천막으로 잘 덮은 다음 줄로 꼼꼼히 묶어주었습니다.

대전, 청주 행자들이 신청한 배추 육십여 포기는 포대에 따로 담아 서울로 가는 길에 내리기 좋게 맨 위에 실었습니다. 포대가 떨어지지 않게 그 위로 다시 그물망을 쳐주었습니다. 그물망에는 줄을 감침질하듯 꿰어 주었습니다.


서울로 가는 트럭이 먼저 출발했습니다.

밭 뒤편에서는 영남권 정토행자들에게 나누어줄 배추를 싣고 있었습니다.

서울 트럭을 보내고 스님도 합세해서 빠르게 배추 오백 포기를 다 실었습니다.



남은 배추는 마지막 트럭에 실었습니다.

“천 이백 포기를 다 실었네요. 수고 많았어요.”

기념사진을 찍고 농장주인 부부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니 3시가 다 되었습니다.

함께 울력을 다녀온 행자들이 쉬는 사이 스님은 벼르고 벼르던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감을 따는 일입니다.

대나무 끝을 갈라 만든 긴 장대를 가지고 낮은 데 있는 감부터 따기 시작했습니다.

3-4개가 달려있는 가지를 한 번에 뚝뚝 땄습니다. 가장 감이 많은 가지에는 13개가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아래에서는 가지를 잘라내고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잔가지는 불쏘시개로 쓸 수 있도록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고개를 젖히고 계속 무거운 장대를 오르고 내리니 어깨며 목이 뻐근해졌습니다.

“아이고, 목이야. 아래에 있는 건 다 땄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어느덧 날이 어둑해져서 나뭇가지 사이로 감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도구를 정리하는 사이 해가 지고 가로등에 불이 켜졌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상반기에는 스님의 대중 강연이 모두 취소되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환경에서 새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220여 명의 방청객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생방송 현장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스님과 질문자, 방청객, 사회자는 채팅창을 통해 유튜브 시청자들과도 소통했습니다.

7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저는 오늘 오전에는 배추를 수확했고, 오후에는 감을 따고 나니 하루가 다 갔습니다.

내일부터는 남부지방까지도 영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열흘 정도 계속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가 예상됩니다. 초겨울 날씨가 닥쳐오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작년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해보니 첫추위만 넘기면 12월 말까지 고추가 자랄 수 있겠다 싶어서 올 해는 이중 비닐을 쳐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곧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가 남부 지역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비닐하우스 농사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풋고추가 얼지 않도록 대부분을 수확했습니다. 그런데 수확한 풋고추를 장아찌로 담그거나 보관할 시설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제 하루 일과를 소개해 드리면 ‘스님이 왜 농사를 지어요?’라고 묻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중 강연이나 해외에서 하던 여러 프로그램들을 못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골에 내려와서 매일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지은 것은 거의 수확이 끝났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콩을 타작하는 일, 산수유와 감을 수확하는 일, 아직 덜 심은 겨울 채소를 심는 일 등이 남아 있어서 일정이 빠듯합니다.” (웃음)

스님의 요즘 일상을 소개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8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한 분은 수능을 앞두고 있는 재수생이었습니다. 대학에 떨어진 후 방황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제 인생은 불행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올해 스무 살이고 다음 주 목요일에 수능을 인생 두 번째로 앞두고 있습니다. 작년 대학 입시 때 수능 성적에 좋은 결과를 얻어서 서울대학교를 비롯해서 여러 상위 수도권 대학에 지원을 했지만, 잘못된 입시 전략으로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서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수를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어서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를 자연 유산으로 떠나보내고, 우울감과 상실감, 그리고 너무 미안한 마음에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술과 담배에 중독되어서 살다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고3 때처럼 공부가 제대로 안 되고 정신이 산만해져서 공부를 포기하고 다시 취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싫증이 나서 올해 만해도 여러 번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런 일들을 거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고 부랴부랴 다시 수능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대화를 안 할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수능 준비를 했다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되어 있는 것도 없습니다.

제 삶이 불행으로 가득 찼다는 생각에 자꾸 휩싸여서 슬퍼지고 후회를 계속하게 됩니다. 대학을 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도 너무 고민이 됩니다. 스님,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어떻게 살기는요? 밥 먹고 살아야죠. 다람쥐나 토끼를 보세요. 다람쥐나 토끼가 ‘어떻게 살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살까요, 그냥 살까요?”

“그냥 삽니다.”

“네, 그냥 삽니다. 즐거울 일도 따로 없고, 괴로울 일도 따로 없어요. 다람쥐가 도토리를 열심히 모아놨는데 사람들이 훔쳐가 버렸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괴로워하다가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그럴까요? 아니면 없으면 없는 대로 살까요?”

“그냥 또 살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면 큰 좌절이나 큰 기쁨이 생기지만, 지나 놓고 길게 보면 기뻐하는 일도 별 거 아니고, 슬퍼하는 일도 별 거 아니에요. 지금 스무 살이니까, 중학교 때를 생각해보세요. 기말고사 시험에서 성적이 나쁘게 나왔을 때 그때는 굉장히 큰일이었어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성적이 조금 나쁘거나 좋게 나왔다는 것이 큰일이에요? 큰일이 아니에요?”

“큰일이 아니에요.”

“그래요. 질문자 나이가 40이나 50이 되어서 인생을 돌아보면 젊을 때 1년간 재수했다는 것도 큰일이 아니고, 서울대학교 나왔다는 것이나 재수를 해서 어느 대학교 나왔다 하는 것도 별로 큰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나 유명한 장관 중에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들이 좀 많을 뿐이지, 반드시 서울대학교 출신이라야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대통령도 서울대학교 출신이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은 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지만, 지나 놓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처음에 투자하자마자 돈을 번 사람은 나중에 패가망신하거나 몰락하기가 쉽습니다. 도박도 처음부터 돈을 따면 도박에 쉽게 중독됩니다. 처음부터 돈을 따서 재미를 보게 되면, 돈을 빌려서라도 계속 거기에 넣다가 가진 돈을 다 잃어버려요. 돈을 잃어버리면 도박을 그만둬야 되는데, 처음에 땄던 기억 때문에 ‘곧 될 거다’ 하는 환상에 자꾸 휩싸이게 됩니다. 결국 본전을 찾기 위해 계속 도박을 하다가 집도 날리게 돼요.

그런데 처음에 실패를 하면, 그만두거나 큰 손해는 안 보게 됩니다. 처음에 한 번, 두 번 실패를 하면 ‘이건 안 하는 것이 낫겠다’ 하고 그만두든지, 계속해서 나중에 성공하더라도 ‘언제든지 돈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하게 됩니다.

실수나 실패가 그 순간만 보면 손실이지만, 더 길게 보면 앞으로 더 큰 손실을 막아주는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백신이라고 하는 예방주사도 미리 병원균을 조금 넣어서 그 병을 앓게 하는 거잖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면역력을 키워서 정말 그런 병원균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막아내는 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대학시험에 한 번 떨어졌다, 술을 먹었다 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은 것과 같습니다. 이런 행동을 앞으로도 계속 반복한다면 일찍 낙오자가 되고 폐인이 되는 것이지만, 이런 행동을 한 번 해봄으로 해서 ‘이거 정말 위험하구나’, ‘이렇게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렇게 돌아보는 마음을 내게 되면 예방주사를 맞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나중에 되돌아보면 이런 경험이 도리어 복이 됩니다.

만약 학교 다닐 때 약간 말썽을 일으키다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공부해서 선생님이 됐다면, 이 분은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말썽을 피우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고 꾸짖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그렇게 해 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면서 학생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 학생들을 교화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첫째, 그런 학생들을 이해하게 되고, 둘째, 자기가 그런 상황을 극복해봤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대부분 학생 때 공부 잘하고 착실한 사람들이 사범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모범적이라 좋지만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선생님이 ‘난 학교 다닐 때 안 그랬다. 학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이렇게만 생각하니까 학생들과 대화가 안 됩니다.

그것처럼 지난 1년 동안 입학시험에 떨어진 경험도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실수하거나 실패한 경험도 많이 했는데, 이런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나쁘지만 ‘계속 이렇게 살면 잘못하다가는 인생을 망치겠구나’ 하고 반성을 했다면 길게 볼 때는 이런 경험이 질문자에게 더 유익합니다.

서울대보다 훨씬 낮은 대학에 가도 인생에서는 큰 손실이 없습니다. 미래에는 어느 대학에 가느냐 이런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과거에는 학벌이 굉장히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창의력, 자주성, 사람들과 협력하는 자세 등이 중요하지, 어느 대학 나왔다 하는 것은 갈수록 영향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마음 편안하게 수능을 치세요. 작년처럼 시험 점수가 잘 나와야 한다고 욕심 내지 말고, 시험 결과에 맞춰서 대학에 가고, 그 학교에 가서 편안하게 공부하세요.

만약 질문자가 서울대학교에 턱걸이해서 겨우 들어간다면 대학 4년 동안 계속 성적이 하위권일 겁니다. 그런데 그보다 점수가 낮은 대학에 들어간다면 놀면서 공부해도 상위권이겠죠. 그러면 훨씬 더 자신감이 생기고 좋아요. 겨우 턱걸이해서 들어가면 합격할 때는 기분이 좋지만, 졸업할 때까지 힘들어요. 그러니 가볍게 시험을 치세요.

그리고 작년까지 공부를 잘했으면 공부해 본 가닥이 있잖아요. ‘대충 쳐도 중간은 간다’ 이렇게 생각하고 편안하게 시험을 치고, 그 성적에 맞게 학교를 가면 됩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학과를 우선해서 대학에 가는 게 좋아요. 또 학교에 다니다가 별로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두어도 돼요. 그런데 대학을 아예 안 가면, 대학을 안 갔다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그러니 대학을 좀 다녀보고 그만두는 것도 괜찮아요. 지금 질문자와 얘기하고 있는 법륜스님도 대학에 안 갔어요. 대학 문턱에도 안 가봤어요. 유학도 안 갔고요. 그래도 이렇게 잘 살잖아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웃음)

지나간 것을 갖고 너무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술을 한 잔 먹고 토한 게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술을 마시면 건강에 안 좋구나. 다시는 안 먹어야지’ 이럴 수 있으면, 토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약이 됩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하고. 저녁에 또 마시고. 이런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시험 보고, 성적대로 학교에 가고, 학교 다니다 별로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렇게 한 번 해보세요.

제 질문에 한 번 대답해 봐요. 서울대학교 나와서 박사 학위 받고 나이 60살 된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대학교에 못 가도 20살 된 젊은이가 되고 싶어요?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할래요?

“20살 된 저요.”

“그래요. 나이가 젊은것만 해도 엄청난 자산이에요. 그러니 젊음을 잘 활용해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제가 임신을 했다가 유산을 했는데 아직도 자꾸 생각이 나고 미안한 감정이 들어요.”

“질문자가 낙태를 했다면 미안한 감정이 들 수 있지만, 자연유산을 한 거잖아요. ‘어떻게 결혼도 안 하고 임신을 할 수 있냐’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임신을 했다는 것은 내 몸이 건강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질문자는 결혼도 안 했고, 지금 공부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해야 될 일이 있는데, 만약 아기를 낳아서 키우게 되었다면 인생살이가 어려워졌겠죠. 그렇다고 낙태를 하면 내가 내 아이를 죽이는 것이 되니 죄의식이 생길 거예요. 그런데 자연유산을 했으니까 죄의식을 안 가져도 되잖아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임신을 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표이고, 자연 유산이 됐으니 삶에 장애도 안 되고, 죄의식도 안 가져도 됩니다. 좋은 일이에요. 다만 지금 질문자는 결혼도 안 했고 나이도 어린데, 앞으로는 임신이 되지 않도록 자제를 해야 되겠죠.”

“네.”

“지나간 일은 좋은 교훈으로 삼아서 너무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잘 살아나가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활짝 웃자 스님도 활짝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스님께서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 하셨는데요.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고 있어 걱정입니다. 어떤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
  • 사업을 실패하고 1년 전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일하며 아랫집 윗집에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저를 너무 자주 나무라셔요. 저를 미워하시는 거라면 어떻게 지혜롭게 부모님을 대하며 모셔야 할까요?
  • 저는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5년간 사업이 잘되어서 친정 부모님도 제 사업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빚도 지고 제 생활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저의 가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며 배우가 되기 위해 18년 노력해 왔습니다. 인기를 쫒다 지쳐서 이젠 포기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어머니가 무당이신데 수행자로서 어떤 마음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견 듣고 싶습니다.
  • 결혼으로 가는 연애를 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예전에 많이 아프고 나서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마음이 가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신경이 쓰입니다.
  • 가끔 인종 차별, 특히 아시아인이 차별을 당한 사례를 들으면 화가 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저도 해외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런 상황에 처할까 봐 두렵습니다. 인종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요즘 사람들이 더 포악해지는 걸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입양아뿐 아니라 자기 아이까지 학대하고 결국 죽게 하는 사건이 보도됩니다. 코로나로 이런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는데 우리가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자까지 대화를 나누고 나니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있다는 질문자가 가장 먼저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고민했던 것들이 별 거 아니었구나 느껴지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리가 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네, 수능 시험 잘 치세요.” (웃음)

스님은 한 번 더 애정을 담아서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똥을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똥이 다른 곳에 가면 거름이 된다는 거 알아요?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불리지만, 밭에 가면 거름이 됩니다.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몇 번 실수를 하고 나니 마치 쓰레기가 된 것 같지만, 이걸 반성해서 탁 돌이키면 거름이 바뀝니다. 지난 일 년을 내 인생에서 오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비록 내가 잘못을 했지만 그것이 거름이 되도록 딱 돌이켜서 생활해 보세요. 그러면 자기 삶에 있어서 지난 일 년이 큰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나간 것을 자꾸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20여 명의 방청객 중에서도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청중 중에서 소감 한 마디 할 사람 손 들어봐요.”

화상회의 화면을 보고 손을 들면 스님이 지목했습니다. 한 명씩 가볍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질문한 분과의 대화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도 많이 실패해 봐서 너무 지나간 것에 연연치 말라는 스님의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인데, 스님 법문을 듣고 나니 오히려 성경 말씀이 더 잘 이해가 되었어요. 특히 질문자에게 지금은 나에게 큰 문제인 대학 시험도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라고 하신 말씀이 저에게도 용기를 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겪는 어려운 일도 훗날에는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다 되어서 여기까지만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부처님은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성품을 갖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부처가 될 성품이 있다니까 우리 몸속에 어떤 구슬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어떤 조건에 처하든 누구나 다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물이 아니고 거름이었구나!

우리 모두에게 그런 권리가 있지만, 우리는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고 살아갑니다. 행복학교는 이 권리를 되찾아주는 곳입니다. 한 순간 어떤 생각에 탁 빠지는 사로잡힘으로 인해서 자신의 불행을 자신이 만들고 있습니다. 방 안에 있는 똥을 ‘오물이다’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거름이구나’ 하고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듯이, 지금 나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에는 나한테 유리한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시어머니가 잔소리나 지적을 하면 보통 ‘왜 나한테 자꾸 지적을 하느냐’ 이렇게만 생각하는데, 시어머니가 왜 지적을 할까 생각해보면 금방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며느리가 자기 기대에 못 미치니까 부족한 것이 자꾸 지적되는 거예요. 지적을 받을 때 스트레스받지 말고 ‘기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면 웃으면서 금방 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관점 바꾸기라고 합니다. 관점 바꾸기는 혼자서 유튜브를 보면서 해도 되지만, 함께 모여서 같이 연습을 하면 훨씬 쉽게 익힐 수 있어요. 행복학교에 가면 진행자가 여러분에게 그런 연습을 시켜줍니다. 행복학교에 입학하셔서 한 번 연습을 해보세요.

지혜를 배우는 곳, 행복학교

방금 가톨릭 신자가 스님 법문을 듣는 것이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그랬잖아요. 스님 법문을 들어서 성경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못 알아봤던 문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지혜가 생기면 여러분들이 믿는 신앙이나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신앙, 종교, 믿음, 생활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는 삶으로의 전환도 가능합니다. 행복학교는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에요. 행복학교를 졸업하셔서 어떤 조건에 처하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그런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방송을 마치고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겨울 채소 심기와 산수유 따기를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온라인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0/200

김민정

감사합니다

2020-12-02 08:01:52

굴뚝연기

[…어떤 조건에 처하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그런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배추 천여포기를 가꾸어 주신분이나,수확하시는 스님,행자님 모두 애쓰셨네요ㅜㅜㅜ스님 ,그 연세에 ,아프신 몸으로 옷도 얇게 입으시고‥ 위태하게 서계시고 트럭위에도 올라가시니 안타깝네요ㅠㅠㅠ모두들 고생많으셨습니다ㅠ단풍사진 넘 예쁘네요^^

2020-12-02 02:50:18

차나무

질문자분들이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_()_

2020-12-01 09: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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