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0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종교가 다르지만 우리가 25년 동안 만나온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 평화재단에 도착해서 종교인 분들을 맞이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정성껏 준비한 밥상이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하나씩 들어오고, 스님도 직접 밥상 배달을 도맡았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무님, 교령님이 모두 자리하자 먼저 스님이 특별 손님을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님이 참석했습니다. 지난 9월에 한국으로 부임해 오셨고, 전문 분야가 종교 간의 대화, 종교의 극단주의에 대한 대응입니다. 핀란드 외교부에서 주로 평화 중재팀에서 오래 근무하셨고, 종교 간의 대화를 위한 특사 활동도 많이 하셨고, 핀란드의 유엔 대표로도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20년 이상 꾸준히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런 모임이라면 꼭 참여하고 싶다’라고 하셔서 오늘 이 자리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박수와 함께 환영을 한 후 이어서 핀란드 대사님에게도 종교인 모임을 소개했습니다.

“그럼 저희들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 복음주의협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지금은 저희 종교인 모임의 좌장 역할을 맡고 계신 김명혁 목사님, 민족 종교인 천도교 교령을 역임하신 박남수 교령님, 성공회 주교를 역임하신 박경조 주교님, 한국의 유명한 교회인 경동교회의 원로 목사이신 박종화 목사님, 원불교의 평양교구장을 역임하신 김대성 교무님, 가톨릭에서 오신 김홍진 신부님, 마지막으로 저는 불교의 승려인 법륜입니다. 평화재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웃음)

이어서 김명혁 목사님이 식사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을 아직까지 살려주시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모임을 매달 가질 수 있도록 우리들에게 생명과 건강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핀란드 대사님이 참석하였으니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은혜와 복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이 음식을 먹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 함께 아멘을 외치며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스님은 핀란드 대사님에게 그동안 종교인 모임이 해온 일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희들의 모임 이름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입니다. 저희 모임은 25년 전에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같이 힘을 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부의 정책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우리 종교인들은 온 힘을 다해서 인도적 지원을 뚫었습니다. 그 이후 남북 관계가 막힐 때마다 적대 관계를 개선시키는 작지만 많은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직접 식량을 갖고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그 결과 종교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교인들끼리 보다 더 친하게 지내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화를 매달 해오고 있습니다.”

핀란드 대사님은 종교인 모임에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특이하게 뻬까 메쪼 대사님은 핀란드의 남한 대사이면서 동시에 북한 대사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에 있던 많은 원조단체들이 북한을 떠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지금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북한은 국제 간의 교류를 모두 차단하고 있습니다. 사람만 왕래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까지도 왕래를 못하게 합니다. 모든 정책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스님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과 교류가 있는 분은 천도교가 있고요. 제가 JTS라는 단체를 통해 북한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는 식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북한 정부가 식량 지원을 못 받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종교인분들도 핀란드 대사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프로세스로 종교 간의 갈등을 완화시켰나요?

“한국에서는 일부지만 극단적인 기독교인들이 불상의 목을 자르거나 절이 무너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들도 기독교인들의 적대 감정에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대사님은 그동안 어떤 프로세스를 갖고 종교 간의 갈등을 완화시켰나요?”

“저도 한국 사회 안에 종교 간의 혐오 발언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지만 핀란드에서는 한국과는 좀 다른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항상 타인을 이해하라고 가르칩니다.

저는 보스니아와 중앙아프리카에서 활동할 때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모든 종교 간의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한 곳에서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잘 알고 있는 사이에서는 서로를 혐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나라에는 거대 종교가 있고, 소수 종교가 있습니다. 저는 거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먼저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해결책은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젊은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서로 교류하기가 쉽습니다. 이슬람이나 기독교 아이들이 함께 축구를 하고, 같이 피자를 먹는 겁니다.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몇몇 종교 지도자들 간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을 했을 때 인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대사님과 종교인분들의 대화는 2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핀란드 역시 70여 년 전에 내전을 심하게 겪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낸 경험이 있기에 대사님의 이야기는 오늘날 남북 갈등 문제 해결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 관련해서 잠깐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올 겨울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올 겨울에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야 가부간 에 결론이 나지 않겠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니와노 평화상 수상 소식을 종교인분들에게 공유해 주었습니다.

“상금 전액은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코로나 방역 키트를 지원하는 일과 INEB를 통해 가난한 여성들의 교육 사업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하고 싶은데, 지금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받지 않으니까 지원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제가 그동안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로힝야 난민들과 필리핀 민다나오 원주민들, 인도의 불가촉천민들을 지원해 왔고, 동남아의 종교 지도자 간의 대화 모임에도 계속 참여해 왔는데, 아마 동남아의 종교 지도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이 상을 추천한 것 같아요.”

니와노 평화상 수상식이 다음 주 월요일(26일)에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이 상은 곧 종교인모임에서 함께 받는 것과 같기 때문에 모두가 자축하는 의미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박수)

스님은 겸연쩍은 듯 종교인분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이 활동한 공덕인데, 제가 대신해서 상을 받아서 죄송합니다. 목사님이 상을 받으셔야 하는데...”

종교인 분들은 축하 메시지도 한 마디씩 촬영해 주었습니다.

“법륜 스님의 니와노 평화상 수상의 기운이 남북의 평화는 물론 전 인류의 평화로 이어져 가기를 기원합니다.” - 박남수 교령님

“제가 정말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법륜스님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이 시대에 고통받고 희망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해주셨는데, 앞으로는 남북 간의 화해를 위해서도 더 많은 활동을 하셔서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박경조 주교님

“법륜 스님, 축하드립니다. 더 건강하셔서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끌어주시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십시오. 지구촌 모두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평화와 공존의 장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 김홍진 신부님

종교인분들을 현관까지 배웅한 후 스님은 이어서 다음 일정을 이어나갔습니다. 오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고, 점심에는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작곡가 김형석 님이 평화재단을 찾아왔습니다.

김형석 작곡가님은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김건모의 〈첫인상〉,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등 한국인이라면 귀에 익숙한 노래들을 1000곡 이상 작곡했으며, 이문세, 임재범, 인순이, 김광석, 신승훈, 성시경, 임창정, 박진영, 엄정화, 김건모, 조성모, 김조한 등의 발라드 곡도 작곡했습니다. 이외에도 댄스 장르의 베이비복스의 곡 대부분을 작곡했으며,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드라마 〈올인〉의 OST를 프로듀싱한 분입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작곡가님을 처음 만난 후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최근 근황을 나누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음악을 3차원으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오른쪽·왼쪽으로만이 아닌, 좌우·전후·상하에서 음악을 듣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확산된 언택트 공연에서 비주얼 기술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리를 어떻게 고차원으로 올리느냐도 아주 중요합니다.

명상할 때 들을 수 있는 입체음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실제로 냇가에 앉아있다고 느끼는 그런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실제로 명상을 직접 해보시고 명상음악을 만드셔야죠.”

“제가 참여해도 되나요?”

“연말에 온라인 명상수련을 해요. 한번 참석해 보실래요?”

“네. 참석해보고 싶어요”

“저는 매년 동북아 역사기행을 가는데, 동북아 역사기행에 가면 역사 현장에서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나 ‘선구자’, 이런 노래들만 부르거든요. 작곡가님이 역사 현장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 좀 만들어 주세요.”

“네. 만들어 보겠습니다.” (웃음)

음악, 명상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12월 온라인 명상 때 다시 보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시민붓다 모임을 하고 있는 도법스님을 비롯해 몇몇 분들이 평화재단을 찾아와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루 종일 연달아 미팅을 가진 스님은 밤 9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원고 교정과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가진 후 오전에는 온라인 수행법회를 하고, 병원을 다녀온 후 오후에는 사회 인사와 미팅, 저녁에는 동아시아 평화경제 포럼에 참석해 관련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통일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밤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합니다.

전체댓글 69

0/200

강영웅

종교적인 삶보다도,보편적인인간적인 삶이 최고가아닌
가싶어, , , 모두모두 행복한 삶이되시길, , , ,^^

2020-11-18 17:55:19

이정은

목사님기도에

아멘 하시는 법륜스님 ~
아름다운모습입니다

2020-11-08 06:12:56

이년옥

오직 너를 위한 실천행을 하시는 스님~이 겨울 북한의 식량난을 걱정하시는 그 마음. 빨리 남북이 하나되는 날이 와야할텐데~그날을 위해 기도합니다

2020-10-28 06:31:4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