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8. 벼 추수, 의료인 즉문즉설
“경쟁에 지친 마음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벼를 추수(秋收)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의료인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수련을 생방송했습니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오늘도 산 윗밭으로 갔습니다. 3일째입니다. 이틀 동안 거름을 주고 돌을 골라내고 밭을 만들어 오늘은 겨울 채소를 심었습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안개도 점차 걷혔습니다. 스님은 행자들보다 일찍 일을 멈추었습니다.

“저는 논에 내려 가보겠습니다.”

논으로 가는데 새로운 밤송이가 또 눈에 띄었습니다.

밤을 줍고 아홉 시가 되어 논으로 가보니 추수 기계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해가 쨍쨍했지만 벼에 맺힌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아 기계를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이슬이 마를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무 두둑에 싹이 나지 않은 구멍마다 모종을 옮겨 심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들깨 모종을 옮겨 심고 다시 논으로 가보았습니다. 추수 기계를 돌려줄 마을 어르신도 논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갓 돌리기는 하셨어요? 네 모퉁이에 벼를 다 베어둬야 해요.”

“지금 제가 하겠습니다.”

스님이 낫을 들자 어르신이 놀라며 물었습니다.

“아이고, 스님이 베시려고요?”

“제가 원래 촌놈이에요.”

스님은 웃으며 벼를 쓱쓱 베기 시작했습니다.

아랫논을 돌며 모퉁이마다 벼를 벴습니다. 벼를 베는 스님 등 위에서 고추잠자리가 한숨 쉬어갔습니다.




윗논 모통이에 벼도 벴습니다. 밤나무 아래 모퉁이에는 알밤이 콕콕 박혀있었습니다. 벼를 베고 알밤도 주웠습니다.


다 줍고 나니 꽤 많은 양이 모였습니다.

10시 반이 되자 어느 정도 이슬이 말라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기계가 지난 자리에 알곡을 떨군 짚들이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베는 것과 동시에 탈곡이 바로 되었습니다.


스님은 기계가 지난 자리에 혹시 남은 나락이 있는지 살펴보고 꼼꼼히 주워왔습니다.



모퉁이마다 베어둔 나락도 기계에 넣어주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하루 종일 걸려서 했을 일을 기계로 하니 한 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추수 기계가 포대에 낟알을 쏟아내는 동안 스님은 주워 온 나락에서 낟알을 뜯어 넣었습니다.


추수를 다 마치고 기계를 돌려준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보통 3톤이 넘게 나오는데 2톤 반도 안 되네요. 유기농 쌀이라고 가격을 더 쳐봐도 밑지는 장사예요. 다음 해에는 그냥 비료 주고 약 좀 치세요.”

스님은 웃으며 어르신의 이야기를 받아주었습니다.

어르신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벼를 싣고 수련원으로 갔습니다.

수련원 운동장에 멍석을 펴고 벼를 고루 펴서 널었습니다. 이렇게 가을 햇살에 3일을 말립니다. 사이사이 벼를 뒤집는 일은 행자들이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행자들은 모를 심는 것부터 벼가 자라고 벼를 수확할 때까지 전 과정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쌀 한 톨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는지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후 4시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의료인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국내외에서 200여 명의 의료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도 23명의 의료인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서 모니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눈 후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낭독한 후 의료인 정토회의 활동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의료 봉사를 해온 의료인 정토행자들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잠시 명상을 한 후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바른 직업관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인 ‘정명’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참 좋은 가을날입니다. 하늘도 청명하고 날씨도 맑네요. 아침저녁으로는 좀 쌀쌀하고 추웠는데 낮에는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이 더웠습니다. (웃음)

수행자가 가져야 하는 행동 양식에는 ‘말을 바르게 해라’, ‘행동을 바르게 해라’와 같은 내용이 있듯이 직업과 관계되는 내용으로는 ‘정명(正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명은 말 그대로 ‘바르게 살아라’ 이런 뜻인데 이 말은 곧 바른 직업관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바른 직업관을 가지라는 말은 중독성 약물을 취급한다든지, 도박을 한다든지, 매매춘을 한다든지 하는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직업이 갖는 사회적인 역할을 올바르게 행하는 직업윤리를 잘 지키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직업이 갖는 사회적인 기능을 올바르게 행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직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돈벌이 수단으로 의사를 선택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 많은 직업 중에 의사, 약사, 간호사와 같은 직업은 그 일을 하면 개인의 수입도 생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굉장히 이롭게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돈을 내고도 의사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병을 고쳐주니 돈을 내고도 고맙다고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스님들한테 보시하고 절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병을 치료해주는 의료 행위를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돈을 벌어 생활하니, 어떻게 보면 직업 중에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다 보니 의사가 되려는 목적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려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고 돈벌이 수단으로 의사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의료보험 사기, 과잉진료, 가짜 약품 및 건강식품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적은 외과를 전공하는 의사는 점점 줄어들고, 수익이 많은 성형외과로 의사가 몰립니다. 고수익을 추구하다 보니 의사의 본래적 기능이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대중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고 의료인들에게도 지금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의사와 결혼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기대하고 결혼을 했는데, 막상 돈을 못 벌어오면 실망해서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양심적으로 치료를 한 결과 수익이 적으면, 마치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이 인식이 됩니다. 직업적 양심이 우선되는 게 아니고 돈을 얼마 버는 지를 갖고 인간을 평가하는 풍토는 다른 직업보다 특히 의료인 사회가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러나 여러분은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의사의 본분에 충실해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적 기능도 올바르게 해내자는 것이 의료인 정토회가 창립된 첫 번째 목적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정토회가 많은 행사들을 진행함에 있어 긴급 의료 상황에 대처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의료 재능을 사회적으로 봉사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봉사보다 훨씬 효과가 큽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봉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봉사는 봉사자가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게 살거나 전문성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인데, 몸이 아플 때 치료하는 일은 보통 사람들이 대체할 수 없는 봉사입니다. 정토회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사람이 다치는 긴급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인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정토회는 안전성을 담보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인 정토회 여러분들은 정토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세 번째 목적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JTS의 창립 목적은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고, 아이들에게 배움의 터를 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JTS는 북한에 인도적 식량지원도 많이 해왔고, 인도와 필리핀에 학교도 많이 세웠는데, 제일 취약한 부분이 의료 서비스입니다. 의료인들이 중심이 되고 옆에서 비의료인들이 도와야 의료 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의료인들만 갖고는 전문성 때문에 의료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의료 행위는 식량을 나눠주거나 옷을 나눠주는 일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의료인 정토회 여러분들이 최소한의 의료 해택도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의료인 정토회의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인 정토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사는 200만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절반 이상은 의료 혜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인도나 필리핀까지 가서 의료 지원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에 와서 함께 사는 외국인들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면 이분들에게 최소한의 의료 지원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안산에 다문화센터를 설립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의료인 정토회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또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도 많습니다. 비록 그들이 불법 체류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 체류자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는 건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는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해야 되고,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 사람이 불법 체류자냐 아니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중요한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여러분들이 많은 연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토회에서는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을 도울 수만 있다면 일정한 투자를 해서 병원도 짓고 시스템도 구축하기 위한 준비들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정토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의료인 여러분들이 의료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마음의 번뇌와 갈등에서 벗어나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이 세상에도 잘 쓰이는 존재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어떻게 쓰이는 것이 잘 쓰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늘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더 대화를 해봅시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6명의 의료인들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의사 한 분은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서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의사들끼리의 실적 경쟁에 지친 마음이 듭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부서는 원래 의사 몇 명이서 욕심 안 부리고 서로 아껴주고 협동하면서 잘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부서를 확장하여 규모를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인력도 많이 뽑고 장소도 이전해서 인테리어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투자를 한 조직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투자에 대한 실적 요구가 생겼고, 그런 압박감 때문에 내부에서도 서로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의 아이디어를 도용한다든지, 환자에게 개인 연락처를 가르쳐주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하면서 분위기도 안 좋아지게 됐습니다. 실적이 안 좋으면 저 자신이 무능력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1등 하면 안 좋다니까요. 이게 다 잘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병원을 너무 잘 운영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 과보를 기꺼이 받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경쟁에서 졌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지는 것도 가볍게 받아들여야 해요. 농구나 축구를 할 때도 경기에서 지면 다음을 위해 더 노력을 해야지 술 먹고 좌절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오케이, 오늘은 우리가 졌다. 내일 다시 경기하면 우리가 이길 거야’ 이렇게 마음을 가져야죠.

그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인생을 살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2등을 하세요. 자꾸 1등만 하려고 하지 말고요. 2등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승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당신 먼저 가시오’ 하고 나는 뒤에 가면 되잖아요.

꼭 1등을 하겠다면,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게임을 하듯이 재미 삼아해 보세요. 지면 다시 도전하고, 지면 또 도전해 보는 겁니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이길 거야’ 이렇게 지는 것을 가볍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게임은 재미로 하는 것이지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것처럼 게임하듯이 재미삼아 해보세요.

그렇게까지 경쟁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자기 월급 수준에서만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진짜 질문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만 연구하면서 하면 돼요. 피곤하게 살 필요가 없어요.

게임을 한번 해보고 싶다면 한번 붙어서 해보세요. 못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나는 그게 재미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해도 돼요. 불교라는 건 그렇게 옹졸한 가르침이 아니에요. 돈을 빌리고 나서 빚 갚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니까 ‘다음부터는 빌리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돈을 빌리고 나서 빚 갚는 것을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갚을 수 있으면 돈을 빌려도 괜찮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돈을 빌리고는 싶지만 갚기는 싫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돈을 빌리지 마라는 게 아니고 빌렸으면 갚으라는 거예요. 인연을 지었으면 과보를 받아라. 과보가 받기 싫으면 인연을 짓지 말라는 겁니다. 모든 게 자신의 선택이에요.

그런데 욕망이란 끝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잘해서 성과가 나면 부서가 더 확대되고, 또 잘하면 더 확대되는 건 필연적인 거예요. 욕망이란 불과 같아서 장작을 한번 집어넣으면 불이 더 커져서 점점 더 많은 장작이 요구됩니다. 이것은 이미 부처님이 오래전에 얘기하신 거예요. 욕망은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 마음이 지치는 사람은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겁니다.

질문자가 부서 안에서 화합을 잘해서 성공을 했다고 하니까 당연히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 있으면 더 키워서 돈을 더 벌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질문자의 일이 느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걸 몰랐다면 바보죠. 부서를 키우는 게 좋겠다 싶으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성과를 선전하고, 부서를 키우는 게 안 좋겠다 싶으면 업무를 살살 조정해서 경영자의 눈에 너무 안 띄도록 하면 돼요.

스님도 법문을 너무 잘하면 큰일 나요.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가 과로 때문에 쓰러져 죽어요. 자꾸 부르면 법문을 적당히 해야 ‘저 스님 법문은 생각보다 별로네’ 이렇게 평가가 되어서 다음에는 요청을 안 한단 말이에요. 이렇게 적절히 자기 조절을 해나가면서 일을 해야 해요. 뭐든지 잘하는 것만 좋은 게 아니에요.

제 얘기가 두리뭉실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핵심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경쟁을 하려면 한번 붙어서 해보세요. 아직 젊어 보이는데 뭐가 겁나요? 밤잠 안 자고 노력해서 한번 붙어서 해보면 되죠.

그리고 갈등이 생겨서 힘들다고 하셨는데, 경쟁이 붙으면 갈등은 당연한 거예요. 심약한 소리 하지 마시고 경쟁을 하려면 딱 붙어서 해보세요. 까짓것 지면 어때요? ‘하는 데까지 한번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그게 싫으면 1등 하는 걸 좋아하지 마세요. 1등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나는 여유를 갖고 나름의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경쟁보다는 오히려 봉사를 더 많이 하고, 병원 일은 밥벌이만 하는 정도로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살면 돼요. 그건 선택이에요. 두 가지 길 모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의사 사회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 의사파업을 계기로 대부분의 동료 선후배가 극우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세와 다른 의견을 낼 용기가 없어 침묵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 인체의 면역력을 키우는데 큰 장점을 가진 한의학이 코로나 치료 대책에서 도외시되었습니다. 편협한 시각으로 한의사를 공격하는 의사들이 많아 답답합니다.
  • 코로나 시대에 의료인 정토회의 활동 방향이 고민입니다.
  • 수술 후 부작용이 없는데 미용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고 병원을 위협하는 환자를 어떤 관점으로 대해야 할까요?
  • 저는 95년생 간호조무사입니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채용공고도 많이 없어졌고, 다시 취업하려고 했지만 수없이 실패했어요.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의료인들의 고민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참석한 의료인들은 스님의 가르침을 잘 새겨서 의료인 수행자로서 봉사하는 삶을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법문이 끝난 후 질문한 분들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경쟁 때문에 힘들다는 분도 한층 밝아진 얼굴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스님이 저희 병원의 경영자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타오르는 그런 욕망에서는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재미삼아 한번 해보고 싶은 의지도 생겼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의료인정토회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 온라인으로 정기법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정기법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하며 잠시 휴식을 했다가 다시 저녁 8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아 온라인 일요명상을 한 후 다음날 새벽 3시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온라인 일요명상 소식은 내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니와노평화상 수상 기념 연설을 다시 녹화합니다. 지난주에 녹화했을 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편집을 해봤지만 못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녹화를 마친 후에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5

0/200

정은희

고맙습니다^^

2020-10-25 18:49:54

원만

스님의 하루하루를 뵙다보면 ..제가 참 게으르구나 싶어요
좀더 부지런히 살아보자 다짐해 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성불하십시오 ()()()

2020-10-25 07:51:31

바람

스님의 하루에 올라온 즉문즉설 질문 모음을 읽다 보면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종종 적폐, 극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조건에 따라 적폐가 적폐가 아닌 게 될 수 있고 극우가 극좌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의도적으로 저런 질문만 편집해서 보여 주시는 게 아닌지 의심도 듭니다. 정토회 성향상 저런 질문이 나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하나요.

2020-10-25 00:29:28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