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1 영어 통역 외국인 즉문즉설
“은퇴를 앞두고 인생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온라인으로 다양한 행사를 했습니다. 아침에는 외국인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이, 오후에는 새터민을 위한 온라인 통일축전이,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외국인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7월에 처음 시작한 온라인 외국인 즉문즉설이 여름을 지나 오늘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그동안 일요일마다 온라인 명상수련에 꾸준히 참가해 온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미네소타, 워싱턴 DC, 캐나다, 불가리아, 서울 등에 살고 있는 총 13명의 외국인이 질문 신청을 했고, 120여 명이 생방송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오늘은 울력 없이 바로 오전 8시부터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한국은 아침 8시이지만 미국은 저녁 7시였습니다. 낮과 밤이 반대인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환한 웃음과 함께 한국의 가을 날씨를 소개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잘 지내셨습니까? 한국은 지금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들판에 벼가 익어서 노랗게 물들었어요. 한국에서는 이것을 황금 들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밤나무에서 요즘 밤이 한창 떨어지고 있고, 감도 아주 붉게 익어 가고 있어요.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가을 야생화도 아주 많이 피어 있습니다. 하늘은 아주 높고 푸르고, 날씨는 청명해요. 아직 단풍은 물들지 않았지만 10월 하순이 되면 이제 단풍도 물들기 시작합니다. 오늘 참여하신 분들은 전 세계 각지에 살고 계신 분들인데, 나라마다 서로 기후가 다를 것 같아요.

수행과 노동, 놀이가 일치되는 삶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시골에서 농사를 주로 짓고 살고 있어요. 명상을 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게는 소비적인 형태에 속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명상을 생산적인 활동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는 앉아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고추를 따거나 농사일을 하면서도 동작에 알아차림을 유지해 보는 겁니다. 즉, 노동 중에도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거죠. 노동을 하면서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명상과 노동이 일치하게 되는 겁니다. 그걸 지금 실험하고 있어요.

이 자연계의 동물들을 보면 운동과 노동이 일치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들은 노동이 따로 있고, 운동이 따로 있습니다. 노동과 놀이도 분리되어 있어요. 만약 노동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면 따로 휴식 시간이라는 것을 만들 필요가 없어집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잠시 쉬어야 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요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일상생활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하고,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상 인사말이었습니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7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은퇴를 앞두고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이 화상 회의 화면 속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예상하지 못한 한국말에 스님도 활짝 놀라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분위기가 한결 훈훈해진 가운데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인생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영어 교사입니다. 조만간 제가 은퇴할 나이가 되는데요. 젊었을 때는 인생의 막바지가 정말 멀어 보여서 인생이 끝이 난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교 수행을 배우고 나니까 불교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인생의 막바지를 수월하게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인생을 쉽게 살고 싶어 하면서도 인생의 짐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욕망을 더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어 인생의 끝을 편안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수행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지혜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I currently teach English in the public school system. And I am approaching my retirement and so I have to move back to the state soon. My question is when I was younger you know the end of your life you don't give it much thought, you don't give it much concern but as I’m now I'm approaching my retirement and I see the light at the end of the tunnel so to speak. Is there a Buddhist thought that kind of prepares for the end of your life you know, now before it seems so broad and so open, and now I feel like ‘Oh, the end of my life is rapidly approaching.’ So what advice or word of wisdom do you have for me today.”

“나이가 들면 인생 문제가 저절로 해결 안 됩니까?”

질문자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인생의 끝이 갑자기 쳐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I think what it is just this suddenly, I don’t know just came so quickly approaching and I don't know and how do you, I don't know I'm not happy about it.”

“왜 그렇습니까? 나이가 들면 공부할 일도 없고, 결혼할 일도 없고, 아이 낳고 키울 일도 없고, 직장 다닐 일도 없고, 얼마나 좋아요. 모든 것이 다 저절로 해결되잖아요. 늙으면 특별히 수행을 안 해도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됩니다.” (웃음)

“그건 너무 쉬운 거 같아요. That’s too easy.”

“그런데 나이가 들어 욕심을 내면 안 돼요. 늙어서 욕심을 내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젊은이처럼 막 뛰어다니려고 하면 젊은이에 대해서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늙어서 새로 공부를 하려고 하면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니까 열등의식을 가지게 돼요.

가을이 되면 낙엽이 저절로 하나씩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늙어가면서 그냥 하나씩 버려 가면 됩니다. 아무 노력할 것이 없어요. 삶을 검소하게 살면 연금만 갖고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갑자기 삶의 마지막이 찾아온다고 말하셨는데 아직 살아야 할 인생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볼 때는 지겹도록 남았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스님이 이렇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신 줄 몰랐어요. Sunim, know you were a comedian.” (웃음)

“어떤 욕심을 내서 뭘 하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은퇴까지 하고 나면 할 일이 없어지잖아요. 시간이 왕창 남아있어요. 100세까지 살려면 아직 30년이나 남았는데, 지겨워서 어떻게 살래요?” (웃음)

“앞으로 30년이 남았다고 가정해도 스님 말씀처럼 지금 더 이상 할 일은 없는데요, 그런데 꼭 하고자 하는 일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많이 헷갈립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I think that's what it is Sunim, is that now I feel limited. You know maybe I do have 30 years and like you said now I don't really have to do anything but I really want to do something but I don't know, now I'm confused.”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되면 돼요.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고요. 뭐든지 그렇게 집착하지 말고 한가하게 즐기면서 해보세요.”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질문자는 다시 한국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자는 수행을 시작하고 나서 많이 정체된 느낌이 든다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수행이 정체된 느낌이 들 때, 어떡하죠?

“저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수행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수행이 습관화되고 정체된 느낌이 듭니다. 스님의 조언을 구합니다.”

I’ve been practicing daily for about 3 years now. I feel like my progress has been stagnant recently. Is that typical or what advice do you have?

“어떻게 되고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저게 갖고 있는 괴로움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마치 돈을 모으는 것처럼 모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수행은 무언가를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고 하나씩 버려가는 과정입니다. 즐거움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괴로움을 버려가는 과정이에요. 본인이 스스로를 살펴보시고 버릴 것이 있으면 버리는 연습을 하셔야 하고, 별로 버릴 것이 없으면 더 수행할 것이 없어요.

화가 아직 많이 난다면, 화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근심 걱정이 많다면 그 원인을 찾아서 근심 걱정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불안이 있다면 불안을 줄여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괴로움이 아주 많았는데, 수행을 하고 나니 거의 다 버리고 찌꺼기만 조금 남은 상태 같아요. 더 이상 버릴 게 없다 보니까 마치 정체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꾸준히 해나시면 됩니다. 어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그걸 질문해 보세요.

수행은 무엇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버려가는 과정입니다. 수행을 자꾸 능력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속적인 관점이에요.”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행이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려가는 과정임을 이해했습니다. 좁았던 제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화를 표현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억누르고 싶지 않은 많은 화가 제 속에 있습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요?
  • 저를 배신했던 사람들을 완전히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용서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 우리와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배웠습니다. 참혹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대할 때도 적용이 됩니까?
  • 수행이 습관화되고 정체된 느낌이 듭니다. 스님의 조언을 구합니다.
  • 미국에 살고 있는데, 여기보다 안전한 나라로 이사를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에 기여하지 않고 이사를 가버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듭니다.
  • 기후 변화가 예견된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환경 보호 단체에 가입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 변화를 정치적인 문제로만 보지만 이 단체의 사람들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도덕적 문제로 봅니다. 저는 이 모임에 참가할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스님과 정토회의 접근법은 무엇인가요?

스님은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자세히 답변한 후 마칠 시간이 되어 정리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인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불교는 마음 수행과 사회 정의의 실천 활동을 함께 해나가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마음을 괴롭지 않게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어요. 동시에 부처님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활동도 하셨는데, 특히 불평등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당시 인도 사회에는 카스트 제도가 뿌리내려 있었는데, 부처님은 이런 계급의 차별을 철저히 부정하셨습니다. 성차별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성이 출가 수행자가 될 수 없는 그런 사회적 조건에서 여성의 출가를 최초로 허용하셨습니다. 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활동도 하셨습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의’란 불평등한 상태에서 평등한 상태로 나아가는 실천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는 심리적인 안정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큰데, 이렇게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안으로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되, 밖으로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활동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불교에서는 ‘보디사트바’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보디사트바가 되어가는 수행정진을 계속해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시간을 내서 더 많은 대화를 하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지인 분이 모친상을 당했다고 해서 장례식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잠시 조문을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후 3시부터는 새터민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통일축전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축전도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내일 소식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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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센터

즉문즉답의 글로벌화 (박수)
세계화에 발돋음해 나아가는 큰스님의 즉문즉답
영미권만 답해주시지 마시고 기왕이면 일본,유럽등 차별없이 아프리카 지역까지도 해주신다면......
정말 기쁘고 세계속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데에도 훨씬더 큰 도움이 될것만 같아요!
입담쟁이 큰스님의 재미난 즉문즉답 (방긋)
큰스님 항상 좋은말씀 가르침에 감사드려요.

2020-10-17 00:02:32

굴뚝연기

[즉, 노동 중에도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거죠. 노동을 하면서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명상과 노동이 일치하게 되는 겁니다. 그걸 지금 실험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일상생활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하고,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법륜스님 정말 어찌나 똑똑하신지!

2020-10-16 06:25:49

굴뚝연기

[“나이가 들면 인생 문제가 저절로 해결 안 됩니까?”] [가을이 되면 낙엽이 저절로 하나씩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늙어가면서 그냥 하나씩 버려 가면 됩니다. 아무 노력할 것이 없어요.]
[수행은 무엇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버려가는 과정입니다. 수행을 자꾸 능력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속적인 관점이에요.”]법륜스님정말!보물이시네요!

2020-10-16 0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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