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12. 수행법회, 두북특별위원회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생방송 수행법회 법문을 한 후 저녁까지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온 스님은 농사 담당자와 함께 비닐하우스와 논을 둘러싼 수로를 점검하고 보수했습니다. 어제는 임시로 보수를 해두고 오늘은 삽, 괭이, 낫을 들고 본격적으로 보수에 나섰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뒤쪽으로 갔습니다.

원래 물길을 만들어놓았지만, 연일 세차게 비가 내리다 보니 흙이 무너져 막힌 곳들이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모퉁이에 쌓아놓은 돌도 무너져있었습니다. 다시 돌을 쌓고 사이사이 진흙을 넣어 다져주었습니다.


모퉁이를 돌아 흙이 쌓여 수로가 좁아지고 얕아진 곳에 흙을 퍼냈습니다.

이내 물이 콸콸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수로에 빠져있던 덜 익은 밤송이들이 드러났습니다.


논으로 올라가 논 쪽 수로도 살펴보았습니다. 둑이 잘 터지는 곳에 스님은 포대를 잘라 깔고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논둑을 터줄 때 포대 위에 덮은 흙을 치워 주고, 논둑을 닫을 때 포대 위에 흙을 쌓으면 돼요. 비가 많이 오면 흙이 그냥 쓸려가서 논둑이 터져버리니까 이렇게 해두면 좀 나을 거예요.”

논둑을 쌓아준 후 쓸려내려 간 우렁이를 잡기 위해 설치한 통으로 가보았습니다.

수로에도 우렁이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우렁이를 건져 내 논으로 던져주었습니다.




농사 담당 행자와 함께 논을 둘러보던 스님이 무언가 발견했습니다.

“벼꽃이 피었네!”

스님이 가리킨 벼 이삭을 보니 하얀 가루 같은 게 묻어있습니다.

“스님, 이게 꽃인가요?”

“네. 하얀 게 꽃이에요.”

벼꽃은 자가수분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위쪽으로 향한 하얀 수술이 아래로 고개를 숙일 즈음, 이삭 껍질은 수술이 암술에 닿기 쉽도록 살짝 열어 수정을 돕습니다. 여섯 개의 수술이 하나하나 밑으로 늘어지기 시작해 약 2시간쯤 걸려 다 늘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벌어졌던 껍질이 다시 닫힙니다. 그 사이 수술에서 꽃가루가 떨어져 암술에 닿게 되고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벼꽃은 단 두 시간만에 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삭 하나하나 마다 벼꽃이 피고 쌀알이 여뭅니다. 한톨의 쌀에 만물의 노고가 스며있습니다. 벼이삭 1개에는 보통 90개에서 150개 정도의 낱알이 달리는데, 낱알 모두가 꽃이 피기까지는 3일에서 5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스님은 논둑을 따라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피를 뽑아주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와서 오전 10시부터는 수행법회를 생방송으로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먼저 폭우로 인해 피해가 있는 분은 없는지 우려를 표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8월 들어 두 번째로 맞는 수요 수행법회일입니다. 정회원 여러분, 이 긴 장마철에 잘 계시는지요?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큰 분은 없으신지 우려가 됩니다.

이번 장마는 평소와 같은 6월 장마도 아니고 한 달 가까이나 지속된 데다 7월 말과 8월 초에 집중 호우가 내려서 체감하는 날씨가 인도의 우기와 비슷합니다. 곳곳에 곰팡이가 슬고, 빨래가 안 마르고, 중간에 해가 조금만 나면 완전히 찜통이 돼요. 건조한 가운데 기온이 오르면 견딜 만한데, 이렇게 습한 가운데 기온이 오르니까 굉장히 후텁지근합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홍수 피해가 아주 심하다는 소식을 그저 먼발치에서 듣다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로 이동해 와서 곳곳을 돌아가며 집중호우가 쏟아진 결과 많은 재산 피해는 물론 일부는 인명피해까지 있었습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이 좌절을 극복하고 작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도록 여러분 모두 각자 사는 지역에서 일손 돕기에 동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토회 실무자들과 법사단은 매년 수해 피해가 심한 지역에 가서 긴급구조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는 그러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 때문이에요. 저희는 공동체를 이루어서 같이 살다 보니 혹시라도 한 사람이 잘못되면 백여 명이 전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공동체를 방문할 때나 공동체 구성원이 어디를 갈 때면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조심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단 거주 생활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한 번 발병을 하면 집단 발병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동체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대중 여러분이 각자 자기가 사는 곳 주변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있다면 작은 도움의 손길을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수행법회는 정토회 정회원을 위한 법회입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이어서 두북특별위원회 활동 보고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갈 예정이었는데 연달아하면 조금 지루할 수 있어서 다음 주로 연기하고 이번 주는 개인 고민에 대한 질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화상으로 질문한 분이 4명, 영상으로 질문한 분이 1명, 서면으로 질문한 분이 3명이었습니다. 답변을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서면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하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영상으로 질문한 분 중에는 내년에 결혼을 앞둔 분이 있었는데,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결혼을 할 예정인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 ‘사람들은 막연히 잘 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년에 결혼을 할 예정인데, 저 역시 막연히 ‘행복하게 잘 살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부간의 갈등은 결혼을 해야 생기는 일이에요. 이혼도 결혼을 해야 생기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부 갈등과 이혼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의 절반이 이혼을 할 정도인데, 그게 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거예요.

애초에 결혼을 안 하면 부부 갈등이 생길 일도 없고, 이혼을 할 일도 없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말썽 피우는 것 때문에 저한테 괴롭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것도 애초에 아이를 안 낳으면 키울 일도 없고, 아이 때문에 근심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결혼하면 우리 부부는 영원히 잘 살겠지.’

‘내가 애를 낳으면 그 애는 당연히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앞으로 잘 될 거야.’

어떤 사람도 아기를 낳을 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으리라는 상상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장애를 갖게 되거나,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학교를 그만두리라는 상상은 꿈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생각해 보세요.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점성가들, 전 세계의 위대한 종교가들, 전 세계의 고급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 전 세계의 대기업 경영자들, 미래를 예측하는 학자들이 온갖 주장을 다 했지만 코로나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은 없었어요. ‘앞으로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는 얘기했지만, 이렇게까지 확산되고 여파가 커져서 우리 삶이 바뀔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이 실제로 생기잖아요.

결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그렇다고 해서 사업도 하지 말고, 결혼도 하지 말고, 아이도 낳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일을 겪더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결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이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잠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거기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이런 준비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런 준비를 갖추었다면 결혼을 안 해도 괜찮고, 결혼을 해도 괜찮아요. 갈등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아서 갈등이 안 생기게 조처할 수도 있지만, 갈등이 생겨도 괜찮아요. 갈등이 일어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결혼해서 끝까지 살 수도 있고, 중간에 이혼할 수도 있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이혼하면 결혼 안 한 사람과 다시 똑같아지니까 이혼해도 본전이잖아요. 그래서 이혼하는 것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또 우리 사회에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나 길에 버려진 아이를 보살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남의 아이도 돌보는데,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면 멀리까지 가서 장애 아이를 찾아 돌볼 것 없이 내 아이를 잘 돌보고 키우면 됩니다. 아이가 말썽을 피우는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말썽을 피우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만 일부러 모아서 돌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처럼 남의 아이도 돌보는데 왜 자기 아이를 못 돌보겠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삶이 불행한 이유는 욕심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상대편에게 많은 것을 바랍니다. 인물도 괜찮아야 하고, 학벌도 괜찮아야 하고, 직업도 괜찮아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나만 쳐다봐야 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키가 크고, 인물이 훤하고, 똑똑하고, 학벌도 좋고, 돈도 잘 버는 남자는 결혼을 했더라도 다른 여자들이 쳐다봐요. 아주 미인이고, 똑똑하고, 학벌도 좋고, 돈도 잘 버는 여자는 결혼을 했더라도 다른 남자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그런 배우자를 만나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애초에 만나기도 어렵지만, 만나더라도 잠시 좋을 뿐이에요. 배우자가 부정한 짓을 했다고 ‘죽네’, ‘사네’ 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자기 욕심에 만족할 사람과 결혼할 때는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이런 면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얘기이지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선택을 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선택을 후회하거나 상대를 비난할 게 아니에요. 농사를 지으면 홍수 피해를 겪을 수도 있고, 태풍 피해를 겪을 수도 있고, 가뭄 피해를 겪을 수도 있어요. 만전을 기해서 대비하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뭐든지 나만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 이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 같을 리가 없잖아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능히 적응하고 극복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반면에 내가 원하는 일은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원하지 않는 일은 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종교예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일은 다 이루어지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때문에 종교를 믿습니다.

‘당신은 모르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으니까, 저를 위해서 이러저러한 걸 좀 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면 제가 번 돈의 일부를 내고, 매일 아침마다 절도하고, 뭐든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되니까 이렇게 비는 거예요. 그러나 수행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나면 안 일어나는 대로 좋지만, 일어나도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세상이란 원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이 있고, 태풍이 불 때도 있는 거예요. 세계 지리를 공부해보면 태풍이 부는 것도 지역에 따른 특성일 뿐입니다. 어떤 지역에는 허리케인이 불고, 어떤 지역에는 사이클론이 불고, 어떤 지역에는 윌리윌리가 불고, 어떤 지역에는 태풍이 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가 볼 때는 큰일이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아무 큰일도 아니에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것도 북극권을 도는 제트 기류가 가끔 남쪽으로 좀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현상의 일환이에요.

모르고 보면 갑자기 일어난 일 같지만 우리가 조금 더 들여다보면 미리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몰랐다 하더라도, 내가 몰라서 생긴 일이니까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마다 맞추어서 대처하면 됩니다. 극복할 것은 극복하고, 적응할 것은 적응하고, 도망갈 것은 도망가고, 그렇게 해서 내 삶을 살아가면 돼요. 이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의 원칙에서는 결혼을 하라든지 하지 말라든지, 애를 낳으라든지 낳지 말라든지, 직장을 다니라든지 다니지 말라든지, 이런 게 일절 없어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냐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적응할 건 적응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피할 건 피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삶을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결혼은 룸메이트가 생기는 것

질문자가 수행자라면 결혼에 대해 아무 걱정이 없어야 해요.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이 사는 것입니다. 연애는 서로 좋아하는 감정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정서적인 면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결혼은 연애와 달라요.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 물론 좋지만, 좋아하는 감정과는 아무 관계없이 결혼하는 경우가 옛날에는 굉장히 많았어요. 결혼은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생활습관, 신뢰, 협력, 취미 같은 것이 굉장한 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과 몸에 열기가 많은 사람이 한 방에서 같이 지내려면 실내 온도를 갖고도 서로 갈등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 생활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같이 결혼해서 한 공간에 산다고 해도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어요. 나와 다른 상대의 습관을 이해해서 가능하면 서로 맞춰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점을 이렇게 딱 가지면 누구와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식대로 고집을 부리면 천하의 누구와도 같이 살기가 어렵습니다. 결혼을 한다면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해요. 물론 이런 관점을 안 가져도 됩니다. 헤어지면 되니까요. (웃음)

적응할 건 적응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피할 건 피하고

윤리적으로는 ‘한 번 결혼을 했으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행적 관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행적 관점에서는 같이 살든 안 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상황이 와도 거기로부터 적응할 건 적응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피할 건 피하고, 그렇게 해서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결혼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본인이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저도 ‘결혼 잘하세요’ 이렇게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저는 두 남녀가 ‘우리 둘이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와도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한테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들었다면 아마 그날따라 바빠서 정신이 없는 가운데 한 말일 거예요. (웃음)

책에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고 써주는 것도 써달라고 간청을 하니까 간혹 써주는 것이지, 정말로 축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 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이 괴로움의 원인이 될지, 행복의 원인이 될지, 누가 어떻게 알겠어요?

누군가가 어디 좋은 곳에 간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가다가 죽은 사람도 많고, 사고 난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축하해요? 그걸 축하하면 죽는 것을 축하한다는 얘기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갑니다’ 하면 ‘잘 가시오’라고 할 뿐이고, ‘옵니다’ 하면 ‘잘 오시오’라고 할 뿐입니다. 그렇게 좋아하고 축하하는 건 길게 보면 순간에 불과해요.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 ‘아, 맛있다!’ 하면서 좋아하지만, 이 음식이 과연 건강에 좋은지 안 좋은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삶이 여여해져요.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계획도 세우고, 애도 써보고, 추진도 하세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가 괴롭다면 그건 욕심 때문에 그런 거예요. 열심히 하는 것과 괴로운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결혼해서 괴롭다고 아우성이지만, 괴로움은 결혼과는 별개의 문제예요. 괴로운 이유는 결혼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내 욕심이 꼈거나, 이치를 모르는 무지가 꼈거나,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성냄이 꼈기 때문입니다. 괴로움은 결혼하고 안 하고, 연애하고 안 하고, 애 낳고 안 낳고, 직장 다니고 안 다니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통상적으로는 ‘결혼해서 잘 사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겠지만, 저는 좀 솔직하게 말할게요.

‘그냥 본인이 좋을 대로 하되,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세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보세요. 그러면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이치를 놓치고 있었기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간절함’이 없어 마음에 걸립니다. 5시 기상도, 통일도, 환경보호도, 전법을 함에 있어서도 간절함이 없고 이만하면 됐다는 자세인데, 간절함이나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라는 말씀을 들으면 마음에 걸립니다.
  • 주말 체험으로 농사 봉사 수요가 많습니다. 경상도 쪽은 두북이나 문경에서 봉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위한 농사 봉사 수련장도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신지요?
  • 이번 가을 불교대학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기존의 불교대학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 천도 기도에서 '부처님이 관 밖으로 양쪽 발을 보이셨고 달마대사 총령으로 짚신 한 짝 갖고 갔네. 이와 같은 높은 도리 영가님이 깨달으면 생과사를 넘었거늘 그 무엇을 슬퍼하랴'라는 구절은 무슨 뜻인가요?

답변을 끝내고 스님은 몇 가지 공지사항을 이야기한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8월 말에 열리는 전국대의원회의와 서원행자대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는 사실과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법회가 진행되면서 일부 법당이 문을 닫는 사례가 생겼다고 공유해 주면서, 이 상황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12시 30분부터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책상 위에는 각 분과별로 준비한 문서들이 여러 개 쌓여 있었습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발표하는 사람이 문서에 적힌 문장을 하나씩 다 읽겠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나서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문장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때 그때 이의가 있으면 손들고 바로 이야기해 주세요. 새로운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의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오늘은 온라인 정토회 분과에서 제출한 문서를 하루 종일 점검했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문장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다 보니 보완할게 많이 나왔습니다.

8월 말에 열리는 전국대의원회의와 서원행자대회 진행방식과 관련해 행정처와 대의원회에 문의할 것이 생겨서 급하게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대표님과 행정처장님이 직접 두북까지 내려와서 회의를 했는데, 순식간에 화상으로 연결하여 회의가 열렸습니다.

화상회의를 마칠 즈음에는 즉문즉설 생방송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수행법회든 정기법회든 그동안은 서면으로 질문을 받아서 제가 읽고 답하기도 했는데, 대중들이 너무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네요. 앞으로 즉문즉설을 할 때는 화상으로 연결이 되는 분만 질문을 받겠습니다. 생방송이어서 너무 떨린다는 사람의 경우 영상으로 녹화한 질문까지는 받을 수도 있는데, 서면 질문은 생방송 때 안 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직 논의할 내용이 많이 쌓여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에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저녁 예불을 했습니다.

공동체 법사단과 두북 농사팀은 곳곳에 흩어져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원고를 교정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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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회의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2-14 23:07:22

김현숙여래심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떠한 상황도 능히 적응하고 극복해 나아가도록 수행의 힘 기르겠습니다

2020-08-25 08:36:04

송미해

욕심인지, 무지인지, 고집인지 안으로 돌이켜 잘 살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8-15 09: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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