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8 평화재단 미팅
“현재에 깨어있으면 과거와 미래를 놓치는 것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두북을 출발해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도착하기 전 먼저 여주에 들러 JTS에 꾸준히 후원을 해주신 비구니 스님의 49재에 참석했습니다. 비구니 스님은 평생 조금씩 모은 돈을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써달라며 전액을 보시했습니다. 스님은 비구니 스님의 공덕을 기리며 49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평화재단에 도착해서는 연이어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가진 후 오후 6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밤늦게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한편 두북 수련원에서는 공동체 수행 대중의 분과별 토론 활동이 하루 종일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법사단에서는 온라인, 개원 기념법회, 공동체, 세계 전법, 불사, 교육연수 등에 대해 그동안의 고민과 연구 성과를 공유해 주었고, 이에 대해 공동체 수행 대중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안거 중이라 동행을 하지 못해서 49재 법문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23일 문경 수련원에서 진행된 온라인 명상수련 때 이뤄진 즉문즉설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현재에 깨어있으면 과거와 미래를 놓치는 것 아닐까요?

“스님께서 명상은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에만 깨어 있으면 미래에 해야 할 일을 놓치거나,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배울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요? 과연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계가 점점 발달하면 할수록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칼은 날카로울수록 물건을 자르기는 좋지만 잘못하면 손을 베일 수도 있습니다. 전기톱은 전기의 힘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사람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조금만 부주의하면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처럼 인간의 정신작용도 동물보다 특별히 더 발달한 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뇌의 발달에 따른 의식 작용입니다. 대뇌가 발달하면서 정보도 많이 기억하게 되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커졌습니다. 반면에 이런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동시에 생겼어요.

인간의 대뇌가 발달하면서 생긴 부작용

이 지구 상에 인간보다 더 괴로워하는 생명은 없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괴롭다고 아우성입니다. 화가 나서 남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켜서 대량 살상을 일삼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손해를 끼칩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오히려 인간은 동물보다 훨씬 더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다 동물보다 발달된 대뇌의 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겪고 있는 일들입니다.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식인종 추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은 우리를 야만인이라고 하더니 그들이 더 야만인이다. 우리는 한 사람을 죽여 여러 사람이 먹고 생존을 도모하는데, 저들은 수만 명의 사람들을 그냥 죽여서 버릴 뿐이다. 과연 누가 더 야만인인가?’

이처럼 인간의 대뇌 작용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동시에 있습니다. 그러나 대뇌 작용이 부족한 동물은 노예의 희생을 기반으로 엄청난 건축물을 짓거나 면죄부를 파는 등 허황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대뇌 작용의 좋은 점만 활용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화내고 짜증내고 걱정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슬퍼하는 등 그 부작용을 어떻게 없앨 것이냐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가 도망을 쳐서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합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야 하는데 계속 그 상황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면서 불안해 하는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기억하는 작용이 없다면 위기에 처했을 때만 불안하고 다른 때에는 편안할 거예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지금은 아무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불안하다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생각에 젖어 있지 말고 지금 여기 나한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그 사람은 늘 생각의 환영 속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위, 인기,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본인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요. 사실은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왕이라고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도 밥 먹고 똥 누고 숨 쉬고 화내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식은 전부 다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남에 대해서도 그런 허상을 갖고 있지만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허상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죽을 죄를 진 줄 알고 기죽어 살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행패를 부리며 삽니다. 이것은 다 대뇌의 작용 때문에 생기는 문제예요. 실제로는 인간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한 마리 토끼 같은 존재입니다. 이것을 자기가 일상에서도 늘 자각하고 있으면 비굴해지지도 않고 교만해지지도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본래 우열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소나 개나 말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있는데도 정신적으로는 훨씬 괴롭게 삽니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못된 짓은 다 하면서 전부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보다 못된 짓을 더 많이 하는 존재가 어디 있어요? 죽이고, 훔치고, 싸움하고, 거짓말하고, 욕설하고, 술 먹고 취하고, 마약에 취하고, 이런 나쁜 짓을 하는 생물이 인간 말고 또 어디 있어요? 이런 나쁜 행동들을 하면서도 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굉장한 줄 압니다.

그러나 존재의 본질을 직시하면 잘났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못났다고 기죽을 것도 없습니다.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키가 크면 큰 대로, 다만 서로 다를 뿐이에요. 키가 큰 나무가 더 우월한 것이라면 키가 작은 나무는 기가 죽어서 어떻게 살겠어요? 개는 까만 개가 있고 하얀 개가 있지만 털 색깔로 차별을 안 하잖아요. 모양이 다르고 종자가 다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직 사람만이 인종, 피부색, 성별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대뇌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방법

이런 온갖 것들은 다 지금 여기에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에요. 허위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질을 직시하면 모든 존재는 서로 다를 뿐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평등’이에요. 어떤 것도 우월하고 열등한 것은 없어요. 그냥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를 뿐입니다. 그러니 특별히 더 우월할 것도 없고, 특별히 더 열등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대뇌의 작용 때문에 좋아서 날뛰고, 쾌락에 빠지고, 중독에서 못 벗어나고, 괴로워하고, 자살하고 난리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극복하려면 환영에 젖지 않고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상처로 간직해서 괴로워합니다. 상처로 간직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인간의 대뇌 작용은 다른 동물보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서 미래로 나아가기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또 우리는 미래를 생각해서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을 만듭니다.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을 안 할 수 있다면, 인간의 대뇌 작용은 미래를 구상하고 예측하기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이런 부작용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인간의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현대 문명이 지금의 발전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결국 환경 재앙으로 종말이 오든지, 자기들끼리 싸워서 멸종하든지, 바이러스 때문에 멸종하든지, 무슨 이유로든 공멸하기가 쉽습니다. 지금 상황은 그런 결과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이 행복한 동시에 사람과 자연이 다 같이 생존을 유지하려면 성냄의 제어, 욕망의 제어가 필요합니다.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 온라인 생방송으로 수행법회를 하고 운문사 스님들을 위해 법문을 한 후 오후에는 공동체 안거 공청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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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성

옳고 그름, 좋고 싫음, 깨끗하고 더러움에 사로잡히지 말고 탐진치에 깨어 있어 중도를 실천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지금 여기에 알아차림으로 괴롭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2-10-07 08:11:10

김영주

감사합니다.

법륜스님께 큰 절 올립니다.
항상 넓은 시선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또한
이렇게 정성껏 잘 정리해서 아름다운 사진과 글을 올려주신 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다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2-09-25 12:14:49

푸름이

성냄과 욕망의 제어 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것
개인이 행복하고 사람과 자연이 다같이 생존유지하는 방법이 지금 여기 깨어있기임을 새깁니다

2022-03-19 18: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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