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6 농사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
"직장 스트레스가 너무 심합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두북수련원에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지런히 차로 달려왔지만, 회의 시작 전에 도착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공동체 법사단은 두북 수련원에 자리해 있고, 스님은 차 안에서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하여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무변심 법사님이 안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결정은 삼의제 방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수계식이 있는데요. 참회와 연비의 시간이 5분 주어지는데, 수도권은 온라인으로 모두 진행하지만, 지역 정토회는 법당에 모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개인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5분 동안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1안은 지역 정토회의 경우 법사가 참여한 가운데 연비를 해주게 하자는 안입니다. 2안은 전체를 일괄적으로 개인이 자기가 자기에게 연비를 하게 하자는 안입니다.”

“1안이 좋은 분은 손들어 주세요.”

“2안이 좋은 분은 손들어 주세요.”

1안이 소수 의견이었습니다. 먼저 소수 의견인 분들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다시 찬반 의견을 묻고 다시 소수 의견인 분들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찬반양론에 대해 충분히 토론이 이뤄진 후 스님이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금 상황은 3분 2 이상의 졸업생들이 자가 연비를 할 수밖에 없어요. 지역에서 법당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법사님들이 연비를 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법당에 모이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한 군데에 다 모이지 못합니다. 법당 별로 흩어져서 모여야 해서 법사님이 다 배정되기가 어렵습니다. 초파일 행사는 총무님이 법사님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연비는 대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각자 스님을 대신해서 자기가 자기에게 연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둘째, 집에서 온라인으로 자가 연비를 하는 사람은 1분 만에 끝나는데, 법당에서 법사님에게 연비를 받으려면 사람이 많아 5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대다수가 연비 시간에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똑같이 자가 연비를 기준으로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법당에 모이는 분들도 향을 각자 갖고 있다가 제가 방송으로 ‘연비를 합니다’라고 하면 각자 ‘잘 받았습니다’ 하면서 자기가 자기 팔에 연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에 수계증과 졸업장, 개근상과 정근상 수여는 법당 별로 모일 수 있는 곳은 법사님이 직접 드려도 될 것 같아요.”

스님의 제안을 토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찬반 의사를 물었습니다. 1안에 손을 들었던 소수 의견을 가진 분들이 모두 자신들의 의사를 자발적으로 철회함으로 해서 결국 2안인 ‘모두가 스님을 대신해서 자기가 자기에게 연비를 한다’라고 만장일치를 보았습니다. 두북 특별위원회는 이 의견을 주관 부서인 행정처에 전달했습니다.

이후 여름 온라인 명상수련 진행 계획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중에 스님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지금 여름 명상수련 논의하고 있어요?”

“네.”

이후에는 주말 공청회 계획안, 정회원 모둠의 명칭, 수행법회와 정기법회 운영안, 모둠 중심의 조직 개편 방안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회의를 하는 도중 인도에서 귀국한 네 명의 활동가가 두북 수련원을 찾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도 수자타아카데미는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언제 코로나 사태가 종결될지 기약할 수 없어 인도JTS 활동가들 중 일부는 한국으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2주 전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지만 14일 간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았습니다. 격리 조치가 끝나자마자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활동가들이 삼배를 하자 스님은 웃으며 활동가들을 환영했습니다.

“수고들 하셨어요.”

“저는 인도에 파견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생겨서 별로 한 일도 없이 다시 돌아왔어요.”

“비행기 값만 아깝게 되었네요.”

“비행기 값은 제가 마련해서 간 거예요.” (웃음)

“5일 동안은 저와 같이 농사일을 좀 합시다. 저랑 같이 일하게 되면 일정이 굉장히 빡빡합니다.” (웃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한국에 있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용돈을 준 후 다시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마지막 안건 토론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전환되고 있고, 모둠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대의원 제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직접 민주주의의 대의 민주주의의 장점을 모두 수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의원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할까요

“행정 조직과 대의원 제도를 의원내각제처럼 결합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의원 제도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15개 지부가 있다면 15개 지부의 행정 책임자가 상임위원이 되고, 지부의 하부 단위 책임자가 대의원이 되는 형식입니다. 의원내각제라는 것은 의원이 행정 책임 역할도 함께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경우 안건이 밑에서 올라올 때는 반드시 지역에서 회의를 거친 후에 안건이 올라와야 합니다. 안건을 결정할 때는 대의원 자격이고, 결정된 안건을 집행할 때는 행정 책임자의 자격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토회는 대의원회에 의사 결정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대의원회에 의사 결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섞어서 운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대의원회와 상임위원회에게 결정권이 주어져 있지만, 그냥 대의원들끼리만 모여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민의를 충분히 수렴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을 할 때 대의원 본인이 자기 생각을 갖고 결정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반드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한다는 겁니다.”

각자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하고 토론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회의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논의합시다. 저는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들어가서 쉴게요.”

법사단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한 후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일에 열린 정기법회 내용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지만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떡하죠?

“저는 올해 47세이고, 직장생활을 한 지 17년 됐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이 유난히 힘듭니다.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무난하게 넘기기가 힘들고, 업무에 대한 압박감도 크고, 승진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됩니다. 이런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서 작년에 많이 아팠고, 이제 곧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데 또 아플 것 같아 두렵습니다.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제가 수행해야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로 인해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무인도나 정글 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협력을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결혼 생활을 하는 것도 부부가 관계를 맺고 협력을 해야 되고, 자녀를 키우는 것도 부모와 자녀가 관계를 맺고 서로 협력을 하는 거예요.

사람은 서로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관계를 맺고 협력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그 상대가 자녀이든 남편이든 아내이든 부모이든 동료이든 이웃이든 누구든지 사람은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첫째, 얼굴이 생긴 모양이 달라요. 물론 형제간에는 좀 비슷한 게 있지만, 다르다는 말속에는 비슷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아요. 얼굴 모양도 서로 다르고, 키도 서로 다르고, 몸무게도 서로 다르고, 이렇게 신체적인 것부터 우선 서로 다릅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른 것은 바로 성격입니다. 가치관이 서로 다르고, 견해가 서로 다르고, 취미가 서로 다르고, 입맛이 서로 다르고, 생활태도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똑같은 일에 대해서 반응하는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서로 다르다.’

이것이 진실이고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 나를 기준으로 ‘네 생각은 틀렸다’ 이렇게 상대를 바라본다는 겁니다. 내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니까 상대를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상대는 본인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안 한다는 거예요.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본인의 관점에서 ‘왜 내가 잘못됐나? 네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서로 협력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오는 손실이 더 크면 결국 관계를 그만두고 헤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됩니다.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됩니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내가 일을 한 것에 대한 어떤 대가를 받아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쉽게 하고 대가를 많이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힘든 일을 많이 하고 대가를 조금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도 불평등한 부분이 있지만 옛날보다는 좋아졌어요. 계속 개선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불평등한 점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힘든 부분도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입니다. 이렇게 법문을 들을 때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일상적으로는 늘 내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정신 작용에 고장이 생겼을 때 치료법

육체에 고장이 생기면 몸이 아픕니다. 그런데 정신 작용에 고장이 생기면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생각을 약간 잘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연습을 조금만 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 조울증, 분열증과 같이 정신 작용에 약간 고장이 생기게 되면 ‘아, 그렇구나! 서로 다르지’ 이렇게 이해를 해도 나도 모르게 ‘너는 틀렸다’, ‘네가 나를 괴롭힌다’, ‘네가 나에게 피해를 준다’ 이렇게 자동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질문자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 휴가를 내야 할 만큼 힘들 때는 먼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해요. 병원에서 정신 작용에 고장이 좀 생겼다고 진단이 나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혼자서 쉰다고 해서 해결이 안 돼요. 지금처럼 휴가를 받아서 집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다시 직장에 나가서 부딪히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직장을 다녀야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흥분을 하는 것은 신경성이기 때문에 약을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경을 가라앉도록 해요. 그래서 약을 먹으면 약간 멍하고 자꾸 졸리게 됩니다. 약간 멍해진다고 해서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됩니다. 첫째,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둘째, 항상 나와 상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 저분은 나와 다르지. 저 사람의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나와 다를 뿐이야.’

상대는 나와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견해가 다르고, 서로 다를 뿐입니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옳은 겁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자꾸 이렇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 말은 그 사람이 옳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 내가 놓쳤구나’ 하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관점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연습

기도문 달라는 요청은 잘못 들으면 ‘이런 기도문을 갖고 기도를 하면 부처님이 나를 도와준다. 그래서 저 상대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문을 가능한 안 주려고 해요. 예전에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제가 기도문을 많이 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도문을 무슨 주문처럼 효력을 나타내는 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건 기도문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굳이 기도문을 주자면 이렇게 드릴 수 있습니다.

‘저분은 나와 다릅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당신이 옳습니다. 당신이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의 말은 항상 옳잖아요. 자꾸 나도 모르게 내가 옳다고 주장을 하게 되니까 ‘내가 옳다고 할 것이 없다’ 하는 것을 자각하라는 뜻에서 이런 기도문을 주는 겁니다. 기도문이라 하면 이런 걸 기도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도문은 괴로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누가 도와주어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기도문을 통해 나의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관점을 바꾸어주는 것이 기도문입니다.

그럼 이렇게 이해했는데도 왜 현실에서는 안 될까요? 이해하는 것은 의식의 세계이고, 딱 부딪혔을 때 기분이 팍 나빠지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의식의 세계이고, 마음은 무의식의 세계입니다.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현실에서는 잘 안 되기 때문에 ‘아이고, 내가 놓쳤구나’ 하면서 또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수행은 ‘연습하기’입니다. 첫째, 본질을 꿰뚫어 이해하고, 둘째,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와 괴로움은 점점 줄어들고,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어 나갑니다. 그렇게 공부를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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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의식세계에서의 반응과 무의식세계에서 올라오는 까르마적 반응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해 수행연습하며 자유와 행복을 찾겠습니다

2020-07-30 19:08:15

정지나

나와 다르구나를 끝없이 끝없이 연습하고
찰나찰나 자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20 06:48:57

자재왕

스님 법문 듣고 연습하여 괴로움은 많이 줄었지만 가끔 업식이 올라옵니다. 더 연습하겠습니다.

2020-07-18 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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