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5 울력,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해가 뜰 무렵 죽순을 한 포대 따온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컨테이너를 놓을 자리에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주춧돌을 다시 한번 점검했습니다.

불안정해 보이는 주춧돌은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잔돌과 흙으로 고정시켜주고, 약간 수평이 어긋난 주춧돌은 다시 맞춰주었습니다.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화단을 정리하면서, 오래되고 부서진 벽돌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부서진 벽돌이 쓰임새가 있을까 싶었는데, 스님이 제안을 했습니다.

“이 벽돌들도 주춧돌 사이에 다 놓읍시다. 그냥 이렇게 쌓아두면 보기도 싫고 버려야 하거든요.”

스님의 제안에 벽돌을 다 옮겼습니다. 흙속에 묻혀 부서져가던 벽돌의 쓸모를 찾아주었습니다.


주춧돌을 다 배치하고 난 후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큰 돌로 10명 정도가 함께 모여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제 따로 빼두었던 큰 돌을 컨테이너 자리 뒤쪽으로 옮겼습니다. 컨테이너 뒤에 그늘지고 꽤 너른 공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땅을 고르고 바닥을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흙 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린 후 큰 돌을 하나하나 옮겼습니다. 땅을 파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리고, 큰 돌 아래에 잔돌과 흙을 메워 단단하게 고정시켰습니다.

의자로 변신한 돌들을 물로 깨끗이 씻어주었습니다.

가운데에는 책상이 되어줄 더 큰 돌을 놓았습니다. 밤나무 아래 멋스러운 정원이 완성되었습니다.


남은 큰 돌을 한쪽으로 옮겨 놓고 발우공양 시간이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돌이 많이 남았으니 한 군데 더 만들어도 좋겠어요.”

일을 마무리한 후 오전 10시부터는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부처님의 사성지를 생각하며 발우공양을 시작했습니다.

“불생가비라 성도마갈다 설법바라나 입멸구시라”

직접 수확한 채소들이 반찬으로 만들어져 나왔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마치고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날이 계속 더워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건강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지다 보니까 지치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각자 건강에 유의해 주시고, 스스로 몸을 잘 조절해서 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하기 싫어서 꾀를 내는 게으른 마음은 버려야 합니다. 수행의 다섯 가지 장애 가운데 하나가 게으른 마음입니다. 게으른 마음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에요.

그런데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해서 건강을 해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늘 체크해서 그걸 뛰어넘어야 하듯이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도 늘 체크해서 몸에 맞도록 조절을 해야 합니다. 너무 뙤약볕에서 일하다가 더위를 먹는다든지,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친다든지, 그러지 않도록 각자가 유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은 평화재단 관련한 일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평화재단이 그동안 서울에서 건물의 3층과 5층을 임대해서 사용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비워두고 있어요. 낭비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3층을 비우고 5층으로 합해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 사무실도 다 빼야 하는 상황이에요. 다음 주 중에는 서울에 올라가서 사무실 정리를 좀 하고 오겠습니다.”

컨테이너 배치, 주말 농사 울력 일정 등 몇 가지를 더 공유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오전 11시부터는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분과별로 연구 시간을 가진 후 이틀 만에 다시 전체가 모였습니다. 잠시 업무를 보기 위해 서울과 문경에 다녀온 법사님들은 11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연구한 결과에 대해 발표할 분과 있으신가요?”

연구 결과에 대해 새로운 문서를 만든 부서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서로 발표할 게 많아서 오늘 발표할 걸 내일 발표로 미루고 하더니, 오늘은 발표할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어찌 된 거예요?” (웃음)

“회의만 연달아서 하는 바람에 아직 문서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분과에서 몇 가지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두북 특별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회의가 끝났습니다.

오후부터는 바람이 불더니 날씨가 약간 시원해졌습니다. 5시부터 다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남은 큰 돌들로 정원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느 자리가 좋을지 고심하다가, 컨테이너 옆에 풀이 무성한 곳에 풀을 다 베고 정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낫으로 풀을 벤 후, 갈퀴로 깨끗이 땅을 쓸어내고, 레기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풀로 뒤덮여 있을 때와 달리 꽤 넓은 공간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레기로 동그랗게 원을 그린 후 큰 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대강 큰 돌을 옮겨 놓은 후 다시 큰 돌 하나하나마다 앉기 편하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흙을 조금 파낸 후 큰 돌을 올리고 잔 돌을 끼워주었습니다. 11개의 돌 의자를 다 만든 후 스님은 하나하나 앉아보며 편한지 확인하고 다시 조금씩 조정을 했습니다.

돌 의자를 다 고정한 후 가운데에 책상 역할을 할 큰 돌도 놓아주었습니다.

“사회자 석을 어디로 하면 좋을까요? 아무 데나 앉아도 되지만 어디를 중심으로 가운데 돌을 놓는 게 좋을까요?”

돌을 빙 둘러보던 스님은 한 점을 기준으로 큰 돌을 배치했습니다.

“이 돌이 제일 크네요. 여기를 사회자 석으로 합시다.”

돌로 만든 원형 회의공간이 두 곳이나 탄생했습니다.

“하나는 그늘이 져서 회의하기가 좋은데, 다른 하나는 볕이 들어와서 천막을 하나 쳐야 할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나머지는 컨테이너가 자리를 잡은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요. 컨테이너에 문이 어떻게 달리는 지를 보고 나서 좀 더 보완을 합시다.”

남은 돌은 한쪽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함께 울력하던 행자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미래 사람들이 여기를 보면 무슨 유적지인지 궁금해할 것 같아요.” (웃음)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해질녘에 일을 했는데도 스님의 작업복에 땀이 흠뻑 배었습니다.

스님은 땀을 씻어내고 원고 교정을 했습니다. 저녁 8시에 예불을 드린 후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한 명씩 오늘 알아차린 점을 이야기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다들 수고하셨어요. 수련원이 전체적으로 정비가 된 것 같아요. 아직 곳곳에 나무가 무성해서 음침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건 틈나는 대로 계속 정비해 나갑시다.

앞으로는 제가 울력 시간에 많이 참석을 못할 것 같아요. 두북 특별위원회에서 분과별로 초안을 거의 다 잡았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최종적으로 정리를 해줘야 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회의를 마친 후 처리해야 할 안건에 대해 회의를 잠깐 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니까 햇살이 따가워서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더위를 피하려고 창고를 지었지만 창고 안도 역시 많이 덥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스님도 가볍게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좀 연구해 봅시다. 논둑에 원두막을 하나 지으면 어떨까요? 파라솔을 하나 설치하든지요. 시골에 동네마다 느티나무 밑에 정자가 하나씩 있는 이유가 있거든요. 이것도 저것도 어려우면 도랑물이 흐르는 굴다리 밑에 들어가 있든지요.” (모두 웃음)

스님 덕분에 농사팀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온라인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몇 가지 미팅을 연이어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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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게으름을 항시 경계해야 겠다. 하기 싫응 마음, 자기합리화, 핑계

2020-06-21 11:35:32

김현숙여래심

그간의 집콕생활로 몸과 맘이 해이해져 귀차니즘과 게으름이 한가득... 알아차림에 떨쳐내야하는데...
10-2 천일결사 백일기도가 이렇게 나를 깨어나게 한다 감사합니다...

2020-06-15 11:57:42

김정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2020-06-12 13: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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