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3 수행법회
“일 생각에 지치고 피곤합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행법회 생방송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 정진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던 스님은 6시가 되어 경주 분황사로 출발했습니다. 경주 시민의 날을 맞이해 축하 인사를 영상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오늘 새벽에 특별히 시간을 내었습니다.

분황사는 스님이 고등학생 때 출가를 했던 절입니다. 법당을 참배하고 분황사 모전석탑 앞에 서서 영상 메시지를 촬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주는 신라 건국 이래 2천 년이 넘는 역사의 도시이며, 찬란한 우리 민족 문화가 잘 간직된 도시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입니다. 경주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해야 할 그런 도시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이곳에서 자라면서 꿈과 희망을 가졌습니다. 신라인들은 황룡사 탑을 세워 삼한일통(三韓一統)을 발원하고 성취했습니다. 오늘날 경주 시민들도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을 발원하면 좋겠습니다. 경주 시민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계속했습니다.

“스님, 일 하러 가실 거예요?”

“아직 7시밖에 안 됐으니까 일을 해야죠.”

스님은 산 아랫밭으로 갔습니다. 밭을 둘러싼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작물들이 햇볕을 잘 못 받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밭에 햇볕을 가릴 정도로 뻗은 가지를 쳐주었습니다.

나무가 높아서 팔 다리에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 해가 뜨겁지도 않은데 땀이 흠뻑 났습니다.

작물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게 한편으로는 미안했습니다. 뭇 생명의 은혜 속에 산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9시가 다 되어서 일을 마쳤습니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간단히 세면을 한 후 오전 10시가 되어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부터 모든 정토회의 정회원은 정일사 정진을 시작합니다. 즉문즉설을 하기에 앞서 정회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2주 간의 정진에 임해야 하는지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모든 정토회 정회원은 오늘부터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정진을 시작합니다. 정회원이 되면 매일 정진을 해야 하지만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과 하반기를 마무리하는 11월에는 ‘정일사’라는 정진 프로그램을 별도로 하게 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정일사’ 정진 역시 집에서 개인적으로 하고 온라인으로 나누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2주 간은 여러분 개개인이 스스로 정진을 해야 합니다.

집에서 혼자 정진을 할 때

수행이라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깨우치고 지혜를 증득하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당에 모여서 정진하든 집에서 정진하든 차이가 없어야 해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우리는 남의 눈치를 좀 보면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모여 같이 정진하면 대중의 힘에 의해서 정진을 하게 되는데, 집에서 혼자 있으면 정진이 잘 안 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야 진정한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대중은 아침 정진을 빼먹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불이 탁 켜지면 모든 대중이 법당에 모여서 기도를 하니까,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원이 다 아침 정진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집에서 혼자 정진을 하고, 또 가족들도 있다 보니까 빠질 때도 생깁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러분이 정진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자발성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기간처럼 자율적으로 정진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 대중은 명절을 맞아 3일씩 집에 다녀올 때 정진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정진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해도 공동체 안에서는 약간의 타율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정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안 하게 되고, 정진을 하지 않을 핑계가 생깁니다.

여러분은 일상 속에 방해 요소가 많은 가운데서 정진을 해왔기 때문에 중국 역사기행을 가든, 인도 성지순례를 가든, 단체로 모여서 정진을 하든, 혼자서 정진을 하든, 언제 어디서든 정진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대중 속에서, 사회 속에서 사는 일반 대중이 절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보다 때로는 수행이 많이 되어 있다’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분은 자발적으로 정진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자신을 위한 정진이 되려면

그래서 다 같이 정해서 정진하는 것 외에 자기 혼자 조금 더 정진을 해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8배하기로 했다면 하루에 108배만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자기 개인 정진을 조금 더 해보는 거예요. 그래야 진짜 정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것도 하기 벅찬데 어떻게 거기에서 조금 더 마음을 내어서 할 수 있습니까?’

이 말도 맞습니다. 현실은 그래요.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해야 이 정진이 진정으로 자기 것이 됩니다. 법당에 모여서 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기회에 진짜 집에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정진이 되는지 한번 해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법문을 들으면 며칠은 마음 내서 하다가 그만두고, 또 하다가 또 그만둡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정진 체크리스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체크해 보면서 자기를 보라는 뜻입니다. ‘나는 오늘 300배를 했다’, ‘나는 오늘 공양게송을 했다’ 이렇게 체크해 보면서 ‘아, 나는 아직 내 스스로는 잘 안 되는구나’ 하고 자각을 해보라는 취지예요.

혼자 지내는 조그마한 수행도량을 토굴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정진이 안 되는 사람은 출가한 수행자라 할지라도 토굴에 가면 안 됩니다. 혼자서 정진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게을러져요. 그래서 항상 초심자는 본인이 싫더라도 대중 생활을 꼭 해야 합니다. 대중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힘을 얻게 되면 다음 단계로 혼자 정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미 토굴에서 정진을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짐작하기에, 아직 수준이 조금 안 되는데도 토굴 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을러지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걸 극복해야 정진이 진정으로 자기 것이 됩니다. 이런 연유로 이번 정일사 정진은 법당에서 정진하지 않고 각자 자기 집에서 하기로 한 겁니다.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 법당

지금 정토회를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해나가고 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다수가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큰 절을 짓거나 법당을 크게 만들 게 아니라 여러분이 사는 자기 방을 전부 법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밥 먹고, 똥 누고, 일하고, 잠자고, 거기서 정진도 해야 합니다. 원래 이게 정토회가 출발할 때 모토였어요.

‘내 집을 법당으로 만들자!’

정토회는 예토(穢土)와 정토(淨土)가 따로 없는, 법당과 법당 아닌 곳이 따로 없는 상태를 지향합니다.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이고,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 법당이다.’

서암 큰스님의 이런 말씀이 이제는 실제로 우리 일상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2주에 걸친 정일사 기간 동안 이런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진해보시기 바랍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정진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싫을 때 해버리는 게 정진입니다. 아무리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해도 중간에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그게 마장(魔障)이에요. 그럴 때 기꺼이 탁 해버리는 게 정진입니다.

절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왜 절을 많이 하면 정진이 된다고 할까요? 절 횟수 때문이 아니라, 많이 하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데 그걸 극복하기 때문이에요. 108배를 해보면 70배 정도 했을 때 ‘그만할까’ 이런 마음이 들고, 300배를 해보면 200배 정도 하다가 딱 그만두고 싶어지고, 1000배를 해보면 700배 쯤 하다가 그만두고 싶어지고, 3000배를 해보면 2000배쯤 하다가 그만두고 싶어 집니다. 이렇게 딱 그만두고 싶을 때 극복을 해버려야 한 고비를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싫은 마음이 강하면 거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고 그냥 포기하고 싶어 집니다. ‘수행해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 집어치우고 싶죠. 그때 고비를 딱 넘어가버리면 업장이 한 꺼풀 확 벗겨집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런데 본인은 하고 싶지만 결과가 안 좋은 줄 알기에 안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먹고 싶지만 이걸 먹으면 설사한다.’

‘먹고 싶지만 이걸 먹으면 또 체중 조절을 못 한다.’

이렇게 그 결과가 나쁘다고 하지만 하고 싶은 마음에 확 사로잡히면,

‘에이, 그냥 먹고 죽지 뭐!’

‘오늘은 그냥 먹고 내일부터 안 먹자’

이렇게 되기가 쉬워요. 그럴 때 딱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사로잡힘이 심할 때 멈출수록 수행이 크게 한 단계 넘어가는 거예요.

이처럼 이번에는 여러분이 목표를 정해서 혼자서 한번 테스트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대부분 잘 안 될 겁니다. 안 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원래 안 되는 게 사람이에요.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안 되는 게 일반적인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안 되는 현실에서 출발하되 그 현실을 넘어서서 자유를 얻어 보자는 목표를 세운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원을 가지고 있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편안한 사람이 되어보자.’

우리는 이런 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수행자라고 하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그렇게 한 번 살아보겠노라고 마음을 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정진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은 주객이 약간 전도돼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토회는 다 좋은데 정진을 너무 많이 하라고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건 의무로 하는 거예요. 일반 종교에서는 의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복 받는다고 하니까, 아이가 시험에 합격한다고 하니까, 죽어서 좋은 데 간다고 하니까 힘들어도 인내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토회는 그런다고 복을 받는다는 말도 하지 않잖아요. 그런다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천국에 가는 것도 아니라고 얘기하기 때문에 ‘할 이유가 없잖아!’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들 겁니다. 그러나 이것을 뛰어넘으면 내가 자유로워집니다. 좋고 싫은 마음, 즉 까르마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의무로 할 것인가, 자발적으로 할 것인가

정진을 하다 보면, 정진을 더 하고 싶은 경우도 있어요. 원래는 300배를 하기로 했는데 절하다가 신이 나서 ‘에잇, 밀어붙여서 500배를 하자’ 이럴 때 뒤에 200배를 더 하는 것은 그저 운동에 불과합니다. 기분 좋아서 하는 거예요. 본인은 500배나 했다며 으쓱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술을 두 잔 마시고 나서 ‘기분이다, 한 잔 더 마시자’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좋아서 더 하는 것은 수행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더 하는 것이 나쁘다거나 300배만 하고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500배를 하면 좋지만, 그건 수행이라고 할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수행은 하기 싫을 때 해버리는 것이에요. 200배까지 하고 ‘에잇, 그만두고 싶다’ 할 때 그 마음을 내려놓고 300배를 다 해버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멈출 줄 알고, 하기 싫은 것을 할 줄 아는 게 수행입니다. 절과 명상은 그런 것을 연습하는 거예요.”

정일사 입재 법문을 마친 후 스님은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일반 법회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지금까지 정회원을 위한 법회만 있다 보니 일반 회원들을 위한 법회 요청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그 요구를 수용해서 일반 법회를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올라온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총 10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그중에서 자꾸 일 생각을 하게 되어서 지치고 피곤하다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 생각에 지치고 피곤합니다

“일이 주어지면 의지와 관계없이 일에 대한 생각이 자동적으로 굴러갑니다. 그 때문에 지치고 피곤하고 에너지가 더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 일 생각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일이 주어지면 자동적으로 생각이 굴러간다는 말은 자기의 업식대로 산다는 뜻이에요. 자기 업식대로 사니까 그게 뜻대로 안 되면 지치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 머슴들이 일 끝나고 행랑채에 모여 화투로 노름을 할 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이기고 지는 것은 다 끝나고 신발 신을 때가 되어봐야 안다.’

끝을 봐야 알지, 처음을 갖고는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초장끗발 개끗발’이라고 했습니다. 조금 상스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삶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그런 수준이에요. 어떤 일이 있으면 확 불타올라서 하다가, 뒤로 가면 힘을 못 받고 흐물흐물해지는 유형이에요.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에요. 토끼처럼 처음에 열심히 달리다가 좀 놀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해도 괜찮아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가도 괜찮습니다. 옛날 우화에서 토끼가 문제가 됐던 건 거북이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자버렸기 때문이에요. 뛰어갔다가, 쉬다가, 거북이가 가까워지면 또 뛰어가기를 반복하면 토끼가 먼저 결승점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거북이보다 나아요. 그저 느릿느릿 꾸준히 간다고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예요. (모두 웃음)

자기를 문제 삼는 게 문제

질문자도 지치면 좀 쉬었다가 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자기 모습을 자기가 부정적으로 본다는 거예요. 제가 질문자라면 그런 자기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일이 있으면 확 해버리고 좀 쉬었다가, 또 확 해치우는 식으로 산다.’

이렇게 정하면 되잖아요. 산에 갈 때도 그래요. 어떤 사람은 빨리 앞서가서 좀 쉬다가 뒷사람이 가까워지면 또 앞에 가버립니다. 반면에, ‘산을 올라가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죽기 살기로 갈 필요 있나? 천천히 가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천천히 올라가면 처음에는 앞사람에 비해 많이 처지겠죠. 그래도 꾸준히 올라가면 앞사람들이 쉬고 있을 때 따라잡아요. 다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그 사람들이 가버리고, 그러면 또 느리지만 꾸준히 올라가서 따라잡기를 반복하는 거예요. 정상에 조금 늦게 도착하면 되잖아요. 어떤 식으로 가든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질문자 본인이 그런 자기를 문제 삼는 게 바로 문제입니다. 문제 삼을 필요가 없어요.

‘내 성질은 이렇구나’

이렇게 인정을 하고 자기에게 긍정적이 되어야 해요. 나는 항상 지치고 피곤한 게 문제라고 여긴다면 고쳐야죠.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문제 삼기만 하고 고치지는 않잖아요. 제가 드리는 조언은 문제 삼지 말라는 겁니다. 성질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요. 나는 처음에는 바짝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정리를 잘 못한다면 뒷마무리를 잘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돼요.

‘앞에 개척하는 것은 내가 할 테니 뒷마무리는 네가 해라.’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과 합작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처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꼭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게 아니에요.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보든지, 문제가 있다면 약간 고치든지, 잘 안 고쳐지면 다른 사람하고 합작을 해서 역할분담을 하든지, 어떻게 해도 괜찮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한 때는 정토회 활동이 너무 벅찬 행복이었습니다 요즘은 내가 수행자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이 해이해져 활동에 재미도 없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다시 충만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합니다. 고립감과 외로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나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장은 온라인이 어렵겠지요? 깨달음의 장을 못 해서 정회원 조건이 안 되시는 분이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 내게 가장 고마운 가족들에게 짜증을 냅니다.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지목되지 않으면 삐쭉빼쭉하는 마음입니다.
  • 정토회가 효율 개선을 위해서 인터넷 서비스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야 봉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도반님들이 부담을 느끼고, 물러서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 20년 정도 직장을 다녔고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이 많습니다. 수행을 통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저는 작년에 사랑하는 딸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정을 끊으려고 하지만 너무나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을 딱 끊는 건 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에 질문 두개를 더 답해주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 늦었습니다. 서둘러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치자마자 두북 수련원으로 손님이 한 분 찾아왔습니다. 교문까지 나가서 반갑게 마중을 한 후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손님을 떠나보내고 오후 1시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햇빛이 환한데 전기불은 끕시다.”

불을 끄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개원법회 중 사회 강연과 외국인을 위한 강연’, ‘의식’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저녁 8시까지 회의를 한 후 예불을 드리고, 8시 15분부터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법당에서, 두북공동체 행자들은 사무실에서 스님과 함께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 알아차린 마음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오늘 수행법회를 듣고 나서 3백 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늘 막연하게 불안할 때가 많은데 정진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저는 일을 빠르게 하고 일을 벌이는 성향이 있는데 일을 조정하면서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살짝 분별이 올라왔어요. 그런 제 모습을 알아차려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먹는 작물을 위해 나뭇가지를 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눈으로 보지 않아서 그렇지 더 많은 희생 위에 이런 음식들이 생산되겠구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스님께서 농사 담당자들의 민원을 하나하나 해결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나누기를 마치고 나서 농사일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며칠 만에 나누기라 논의할 것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미리 적어둔 안건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꼼꼼하게 농사일을 점검했습니다.

스님은 회의를 마치며 한 가지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스님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있어요. 어떤 건 좀 봐주지만, 절대로 안 봐주는 게 있습니다. 그게 정토회가 유지되는 핵심이에요. 어떤 행위를 할 때 공공성을 갖는지 여부가 아주 중요합니다. 수행자가 공공성을 갖추지 못하고 사사롭게 일을 처리하면 용납을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스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좀 힘들죠. 스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스님에게 야단을 맞는다고 하면 대부분 사사로운 정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 때문에 야단을 맞습니다.

바깥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괜찮지만, 수행 대중과 함께 일을 할 때는 사적인 영역을 만들면 안 되고, 피치 못할 예외가 생기면 반드시 법사님들에게 승낙을 받고 대중과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사정이 있으니 따로 나가서 식사를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하고 승낙을 받아서 공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걸 속박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입니다.

예외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이유

물론 딱 정해진 대로만 100퍼센트 지키면 이런 예외나 허락이 필요 없겠죠.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약간의 예외는 늘 있게 마련이에요. 그런 예외는 비공식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공식화해서 대중과 공유하며 처리해야 합니다.

이것을 항상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평등성에 기초를 둬야 하고, 사사로움이 개입되면 안 됩니다. 물론 100퍼센트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이 원칙을 지켜가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그 문제를 꼭 명심해서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냉정하게 보이겠지만 법을 지켜가려면 여러분도 사사로운 부탁이나 제안은 딱 사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제가 늘 이야기하는 ‘노, 땡큐(No, thank you)’입니다.

‘아이고, 이렇게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못 합니다’

이렇게 딱 선을 그어야 질서가 잡혀요. 안 그러면 자꾸 사적인 영역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우리가 이런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정토회가 큰 말썽 없이 여기까지 온 거예요. 물론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사는 게 좀 빡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정토회에서는 이 원칙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좀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알았죠?”

“네!”

스님의 당부를 깊이 새겨듣고 두북 농사팀 행자님들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스님은 비서실과 6월 일정에 대해 더 논의를 한 후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정명

지켜야할것은 지키는 정토행자 될지어다

2020-06-21 06:17:29

김현숙여래심

나의 자유와 행복 위해 오늘도 수행정진합니다

2020-06-15 11:33:39

실상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보든지, 문제가 있다면 약간 고치든지, 잘 안 고쳐지면 다른 사람하고 합작을 해서 역할분담을 하든지,
 스님이 주신 해법이 쌈박합니다.
자기긍정, 노력으로 수리하기, 합작과 역할분담
젤 기본은 역시 자기긍정이겠죠.

2020-06-08 20: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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