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30 농사일, 마음 나누기
“밭에 물을 공급하는 게 쉽지가 않네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이제 곳곳에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분홍빛 꽃잎이 너무 예쁩니다.

지금 스님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밭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오늘은 산 아래 밭에 물을 확보하는 일을 했습니다.

밭으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 달래가 많이 보였습니다. 잠깐 허리를 숙여 달래를 캤는데 한 손 가득이었습니다.


스님은 오전에 밭 주위에 자연 샘을 이용해 웅덩이를 하나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후에는 그 물을 밭에 있는 물통에 채우기 위해 호스로 웅덩이와 물통을 연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웅덩이와 물통을 호스로 연결해 놓고 보니 낙차가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통을 20cm 정도 낮추기로 했습니다. 곡괭이로 진땅을 파고, 삽으로 흙을 퍼내기를 수 차례 반복한 끝에 드디어 물통의 높이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물통을 놓은 자리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지나가는 통로인데 주위에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진흙을 다져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했습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네요.”

삽질과 곡괭이질을 열심히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자, 이제 호스를 다시 연결해 봅시다.”

스님은 호스를 갖고 웅덩이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물통 앞에서는 묘덕 법사님이 호스에 물이 흐르지 않도록 막고 있게 했습니다.

“제가 ‘여세요’ 하고 말하면, 호스를 열어 주세요.”

스님은 호스에 물이 가득 찰 때까지 물을 부은 후 묘덕 법사님에게 외쳤습니다.

“여세요!”

동시에 호스를 웅덩이에 풍덩 빠트렸습니다. 낙차를 이용해서 웅덩이에서 물통으로 물을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호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듯 콸콸 나왔습니다.

“스님, 물이 잘 나옵니다.”

물이 한참 동안 잘 나오다가 갑자기 물이 멈추었습니다. 아무리 원인을 찾아도 찾지 못하다가 두 개의 호스가 연결된 부분을 열어 보니 개구리가 한 마리가 호스 안에 끼어 있었습니다.

“아이고, 개구리가 여기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개구리를 꺼내고 호스를 연결하니 다시 물이 잘 나왔습니다. 1시간 남짓 물을 받으니 물통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자연을 이용해서 물을 확보하는 게 참 신기해서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은 거기에 샘이 있어서 물이 나오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어릴 때 이곳 무덤가에서 놀았어요. 여기서 친구들과 댐 만들어서 터뜨리는 일을 많이 했거든요. 여기 산 아래쪽에는 그런 샘물이 새어 나오는 곳들이 있었어요. 그 물을 이용해서 이곳 산 아래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지었어요.”

자연 지형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물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이 행자님들은 밭고랑 사이에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부직포를 깔았습니다. 몇 년 간 사용해 왔던 부직포를 계속 재사용하다 보니 찢어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조각조각 연결하여 겨우 세 고랑을 깔 수 있었습니다.

“부직포는 다 깔았어요?”

“네, 작년에 사용했던 부직포는 다 깔았습니다.”

“물 문제는 해결했으니 오늘 일은 여기서 마칩시다.”

밭을 내려가는 마음이 가볍습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가는 스님의 뒷모습이 농부의 모습 그대로여서 행자님이 말했습니다.

“스님, 뒤돌아보세요. 사진 찍을게요. 진짜 농부의 모습이에요.”

오늘은 행자님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지 못하고 각자 흩어져서 일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로 간 행자님들은 묘당 법사님과 함께 간이화장실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해질 무렵이 되자 화장실의 뼈대가 거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녁 7시 15분부터 마음 나누기를 할 겁니다. 일을 어서 마칩시다.”

농사담당자의 반복된 알림으로 겨우 미련을 버리고 일을 멈추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밭을 왔다 갔다 하기만 해도 꽃구경이 절로 됩니다.


저녁 7시부터는 스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농사팀 팀장인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일해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스님의 질문에 돌아가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밭고랑에 부직포를 까는 일을 했는데, 몇 년 간 사용했던 부직포를 재활용하다 보니 많이 낡았어요. 길이가 긴 게 없고 찢어진 쪼가리 밖에 없어서 하루 종일 깔았는데도 세 고랑 밖에 못 깔아서 많이 지쳤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니 그래도 개운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서 일을 좀 하기가 싫더라고요. 화장실 만드는 일을 했는데, 또 일을 하다 보니까 싫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마칠 때는 완성을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는 힘쓰는 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삽질하고 힘을 써서 마음이 개운했습니다. 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저는 전기를 사용해서 펌프로 퍼올리는 것밖에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스님은 자연적인 샘을 발견해서 낙차를 이용해 물통에 물을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했습니다. 자연에 대해 잘 알면 저런 방법을 쓸 수가 있구나, 이렇게 저렇게 연구하는 스님의 모습을 또 배웠습니다.”
...

모두 한마디씩 소감을 이야기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늘 같이 일하다가 오늘은 각자 흩어져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데, 비닐하우스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는 지난번에 저수지에서 낙차를 이용해 물을 받는 것으로 해결했잖아요. 오늘은 산 아래 밭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를 했어요.

처음에는 자연 샘을 하나 만들었어요. 물이 고이도록 웅덩이를 만들었는데, 큰 물통을 채우려니까 양동이로 40번을 퍼 날라야 했어요. 이 방식은 너무 불편한 것 같아서 자동으로 물이 채워지는 방법을 다시 연구해 봤어요. 그러려면 낙차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물통보다 더 높은 곳에 샘을 하나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물통보다 더 위쪽에 샘을 하나 발견해서 아침에 웅덩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생땅을 파서 만들다 보니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물이 고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오후까지 기다리니까 물이 많이 고여 있길래 드디어 실험을 해봤습니다. 호스로 연결을 했더니 물통이 아직 높아서 낙차가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삽으로 땅을 파서 물통을 낮추었어요. 결국 샘에서 물통으로 물이 들어가도록 성공을 했는데, 물이 잘 나오다가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서 중간에 호스를 연결한 부위를 열어봤더니 개구리 한 마리가 그 속에 들어가 막혀 있었습니다. (모두 깜짝 놀람)

개구리를 빼내고 다시 호스를 연결하니까 그제야 물이 잘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산 아래 밭도 물 문제를 일단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호스를 웅덩이에 담그는 방식은 웅덩이에 물이 다 떨어지면 호스에 공기가 들어가 버려서 더 이상 물이 자동으로 안 채워져요. 그래서 연구를 더 해봤더니 페트병을 잘라서 깔때기를 만들어 호스 끝에 연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웅덩이에 물이 고이는 만큼 저절로 호스로 흘러가게 해 놓는 거죠. 오늘은 그 작업은 실험을 못해봤는데, 내일 더 실험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남은 일은 산꼭대기 밭에 물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내일 오전에 주변 답사를 해보고 어떻게든 해결해 볼게요.”

스님이 물 문제는 해결을 해준다고 하니 농사담당자도 한시름 놓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서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산꼭대기 밭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전체댓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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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7-30 22:46:17

정지나

그저 연구하고,실험하고, 또 연구합니다
불평하고 짜증내고 남 탓하는 시간에
다시 집중해서 연구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03 22:16:31

박범숙

연구하면서 하는 스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부직포도 재활용 하고 검소함이 느껴집니다

2020-04-02 10: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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