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4 인도 JTS 활동가 명상수련 4일째
“여러분과 법륜 스님의 차이점은 딱 한 가지예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 JTS 활동가 명상수련 마지막 날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명상을 하는 사이 전정각산 뒤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벽 명상이 이번 수련의 마지막 명상입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컬쳐홀에 모여 지난 3박 4일을 돌아보며 소감문을 썼습니다.

묵언을 하며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시간들이 종이로 옮겨졌습니다.

소감문을 다 쓰고 조별로 모여 앉아 소감문을 읽었습니다.

4일 만에 묵언도 풀었습니다. 몰래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말을 하지 않다가 말을 하려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 무엇을 느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이 핍니다.

돌아가면서 소감문을 읽은 후 각 조에서 두 명씩 뽑아 전체 발표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명상할 때 집중이 잘 안 돼서 죽비소리만 기다렸어요. 명상하면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한 명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느꼈어요. 앞으로 매일 30분씩 명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밥이 적어서 ‘이렇게 적게 먹고 어떻게 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추 한 알만 먹고 수행 정진했다는 부처님 이야기를 듣고 그런 불만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묵언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합니다.”

“처음에는 ‘명상을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보니 좋았습니다. 매일 하면 좋겠습니다. 집에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고팠는데, 여기서 주는 만큼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속이 편했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수련을 하고 싶습니다.”

“명상하면서 통증도 심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스님께서 10일 명상을 하면 이 과정을 지난다고 했는데 10일 명상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스님과 함께 명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명상은 어려웠지만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다시 또 해보고, 다시 또 해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지금은 편안하고 가볍습니다. 매년 이런 수련을 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활동가 중에서도 한 명이 대표로 발표했습니다. 명상을 하며 싫은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포행 할 때 성큼성큼 걷고 싶어서 그렇게 걸어보고, 눈을 뜨고 싶어서 떠보고, 다리를 움직여보고 싶어서 움직였더니 좋았다고도 했습니다. 솔직한 소감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소감을 나누고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JTS 사무국장 보광법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인도인들에게 수행의 관점이 잡히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한국인을 대표해서 들려준 것은 부적절했어요. 이것이 전법의 시작인데 작은 것도 잘 살펴야 해요.”

이어서 정리 법문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어제 못다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었습니다.

“부처님은 이곳 둥게스와리에서 몇 년 동안 수행을 하셨나요? 부처님이 머무셨다는 전정각산 유영굴에는 왜 브라만들의 신상이 있나요?”

스님은 부처님이 이 곳에서 어떻게 수행을 하셨는지 자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전래동화를 들려주듯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고 스님은 명상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 집중이 잘 안 되거나 다리가 아픈 것은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다리가 아프다고 중간에 그만두면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지만, 다리가 아픈 가운데에도 계속해나가면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집중이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계속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만약 금방 된다면 왜 이렇게 명상수련을 하겠습니까. 부처님이 뭣 때문에 갈비뼈가 나오도록 6년 고행을 하셨겠어요?

명상을 하면 일어나는 장애

그러나 부처님은 성도 전에는 올바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그렇게 고행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길을 찾고 보니 그렇게 극단적으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셨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으면 조금만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명상할 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가 거의 소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상을 시작하고 처음 4일은 배가 많이 고픕니다. 첫 번째는 옛날에 먹어온 습관 때문에 배가 고픕니다. 두 번째는 긴장을 해서 명상을 하기 때문에 배가 고픕니다. 다리가 아프다고 악을 쓰고, 잘 안 된다고 잘하려고 애를 쓰니까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허기가 지고 어지러운 거예요.

그런데 5일 정도 지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거의 음식을 안 먹다시피 해도 정진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운동은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기 때문에 소화가 안 되고 계속 졸리게 됩니다. 그래서 많이 먹는 것은 오히려 명상에 나쁜 효과를 가져옵니다.

명상을 하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일어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괜찮아요. 그것은 내가 일으키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부정적인 생각을 따라가면 안 돼요.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계속 따라가면 명상하고는 멀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눈을 감고 명상하다가 ‘눈을 뜨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을 뜨면 안 됩니다. ‘내가 눈을 떠봤는데 기분이 좋고 괜찮더라’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따라가면 그건 명상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눈을 뜨고 싶지만 뜨지 않아야 합니다.

다리가 아픈 것도 마찬가지예요. 다리가 아프니까 다리를 펴고 싶습니다. 펴고 싶은 것은 괜찮아요. 그러나 펴지 않고 해나가야 합니다. 자기가 못 견뎌서 다리를 폈다면 반성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폈지만, 다음에는 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 발전이 있습니다.

걸을 때 빨리 걷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아, 내가 빨리 걷고 싶어 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방금 어느 분 발표처럼 ‘눈을 뜨고 싶어서 떴다. 그러니 좋더라’, ‘빨리 걷고 싶어서 걸었다. 그러니 기분이 좋더라’ 이렇게 하는 것은 수행하고 전연 거리가 먼 거예요. 이렇게 수행하면 안 돼요. 이것은 반성해야 될 일이지 합리화하면 안 됩니다. 이런 자세로 수행을 하면 10년, 100년을 해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는 있지만 수행자라면 잘못한 것을 잘못한 줄 알고 돌이켜 뉘우쳐야 합니다. 잘못한 것을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합리화하면 수행과 거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실패를 딛고 개선해나가는 자세

장애를 이겨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다리를 안 펴려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폈다면 ‘이번에는 폈지만 다음에는 안 펴야지’ 하고 다시 시도를 합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다리를 안 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견뎌서 또 펴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세 번째에도 또 도전을 해야 합니다. ‘내가 이번에는 다리가 끊어져도 안 펴야지’ 하고 끝까지 참아보았는데, 죽비 소리가 들리고 나면 다리가 하나도 안 아픕니다. 이렇게 이겨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 세 번 실패한 것은 괜찮습니다. 우리는 그 실패를 딛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 ‘다리를 펴고 명상을 하니까 안 아프고 좋더라’ 이런 관점을 가지면 그건 수행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는 어떤 것도 잘못할 수 있습니다. 잘못한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개선해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개선이 없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포기하면 아무런 개선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번에 명상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명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명상을 하면 다리가 아프고 졸리고 생각이 많아져서 명상이 힘들게 느껴지지만, 조금 더 계속하면 이런 것들은 점점 약해지고 자기의 까르마를 바꿔나가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던 사람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성질이 급한 사람이 조금 진정이 되고, 산만한 사람이 조금 집중이 됩니다. 이렇게 점점 더 좋은 길로 가게 됩니다.

이곳 둥게스와리는 부처님께서 6년 동안 고행하신 곳입니다. 이렇게 잠시 30분 앉아있는 것은 휴식이지 명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주말을 이용해서 2박 3일이든 3박 4일이든 이번에 우리가 한 것처럼 집중적으로 명상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자기 까르마의 저항을 이겨내야 됩니다. 그래야 까르마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소감문을 쓸 때 건의사항과 질문도 함께 받았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혼자서 명상을 계속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안내해 주었습니다.

혼자서 명상을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되나요?

“혼자서 명상을 해서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는 어렵습니다. 매일 40분 정도 명상을 해서 지금 여러분들이 연습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래 출가 수행자들은 50분 명상하고 10분 휴식을 합니다. 그런데 50분을 하면 여러분들은 다리가 너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할 때는 보통 40분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명상 수련에서는 새벽 시간만 40분 했고 낮 시간은 다 30분씩 했습니다. 30분 했으니까 그래도 여러분들이 도망 안 가고 견뎠지, 50분을 했으면 다 도망가고 없었을 거예요. 안 그러면 죽는다고 아우성을 치든지요. (모두 웃음)

이렇게 자꾸 연습을 하면 다리 통증은 저절로 조정이 되어서 점점 없어집니다. 여러분도 처음 절을 했을 때 계단도 올라가기 어려웠잖아요. 그러나 매일 108배를 하면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것처럼 명상도 이렇게 앉는 자세를 계속 취하면 나중에는 아무리 해도 통증은 없습니다. 그래서 40분 정도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저히 안 되면 30분이라도 해보세요. 그렇게 매일 꾸준히 하면 다음에 우리가 또 명상수련을 할 때 지금 상태보다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명상을 오늘 이후부터는 안 해버리면, 내년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졸리다’ 이런 것 갖고 해매이다가 시간이 다 갑니다.

매일 108배 절을 하고 난 뒤에 30분 정도 명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4박 5일 명상수련을 하면 좋습니다. 그렇게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집중적으로 하고, 혼자서는 매일 집에서 30분 명상을 하면 좋아요. 10일 정도 집중해서 명상을 하면 좋은데, 우리는 일을 해야 되니까 한꺼번에 열흘을 빼긴 어렵잖아요. 그러니 4박 5일씩 두 번 나누어서 여름에 한 번 하고, 겨울에 한 번 하면 좋겠습니다.

어디서든지 이렇게 가부좌를 하고 눈을 딱 감고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됩니다. 여기가 둥게스와리인지, 보드가야인지, 서울인지, 미국인지 다 없어집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밤인지 이것도 다 없어져요. 그런데 눈을 뜨고 보는 것에 집착하고, 소리를 듣고 집착하고, 이런 식으로 자꾸 집착을 하면 번뇌가 일어납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어디서든지 자리를 깔고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에 깨어있어 보세요. 이 우주 공간에 모든 것이 다 없어지고 오직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오는 것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의 평정을 확보한 뒤에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여러분들의 삶이 훨씬 더 편안해집니다.

아주 옛날에는 그 사람이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기준이 ‘태어남’이었습니다. 왕자로 태어났느냐, 남자로 태어났느냐, 부자로 태어났느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했습니다. 즉 혈통과 신분이 제일 중요했죠. 옛날에 노예로 태어나거나 여자로 태어나면 아무리 자기가 노력을 해도 신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삶을 변화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봉건 시대에는 땅이 중요했습니다. 땅을 많이 가지면 부자가 됩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오면서 돈이 중요해졌습니다. 자본이 많아야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시대는 정보와 기술이 중요합니다. 정보와 기술이 곧 재산입니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 가면 어떻게 될까요? 미래 사회에는 신분이나 계급도 없어지고, 땅도 그렇게 필요 없고, 모두가 밥 먹고 옷 입고 살기 때문에 돈이 그렇게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 것에 별 차이가 없고, 입는 것도 별 차이 없고, 생활도 별 차이가 없어져요. 차가 조금 좋고 나쁠 뿐이지, 너도 차 타고, 나도 차 타고요. 그래서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입니다.

어떤 사람이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더라도 불행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한국, 일본에서는 점점 행복이 더 중요한 사회로 바뀌어가기 시작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명상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명상의 수요가 점점 늘어납니다. 먹고살기 힘들 때는 신에게 빌어서 복을 받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돈 벌게 해 달라’, ‘취직하게 해 달라’ 이렇게 복을 빌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자기 마음을 닦아서 얼마나 자기를 행복하게 하느냐’ 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이 중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것이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지금 사회가 그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명상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기술적으로 발전하는데, 사람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정신질환자도 점점 늘어나고요. 마약 중독이든, 인터넷 중독이든, 중독자도 자꾸 늘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무슨 일을 하든 늘 깨어있는, 이런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인간이 가야 할 마지막 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2600년 전에 이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오히려 부처님의 담마를 버리고, 부처님을 신처럼 여기고 복을 비는 종교로 전락해 버렸죠. 그러나 이제 다시 본래의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세상 사람들이 간 길을 다 따라가 보고 나서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말고, 이 길로 바로 가는 것이 좋아요. 여러분들은 지금 돈 벌어서 좋은 집 사고, 좋은 차 사고, 지위가 높아지고, 맛있는 것 먹고, 그래서 배가 뚱뚱해지고, 그러다가 가족끼리 싸우고 이혼하고 인생살이를 복잡하게 겪은 뒤에 다시 이 둥게스와리로 돌아와서 명상을 할래요? 아니면 처음부터 그냥 할래요?

빙 돌아서 이 길로 올래요, 지금 바로 이 길을 갈래요?

그건 여러분들이 선택할 일이에요. 여기에 좋은 길이 있지만, 여러분들은 여기에는 관심이 없고, 저 바깥에만 관심이 있죠? 그러면 한 바퀴 돌고 다시 오시든지요. 그래도 한 번 갔다 와야 속이 시원하겠죠? 갈 사람은 갔다가 나 죽고 난 뒤에 오세요. (모두 웃음)

이 좋은 법을 만났을 때 수행정진을 잘하세요. 간단하게 먹고, 간단하게 입고, 간단한 잠자리에서 자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남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아셨으면 좋겠어요. 언제쯤이면 알 수 있을까요? 10생 쯤 지나면 알 수 있을까요?”

빙 돌아오지 말고 곧바로 오라는 말씀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마음에 닿았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표정은 제각각입니다.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고, 더욱 고뇌가 깊어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리 법문을 듣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명상수련을 하면서 배고픔을 많이 느꼈다는 수련생들이 많았는데요. 마지막 식사는 푸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점심 식사로 짜파티와 사부지, 오렌지 하나만 주어졌는데 오늘은 짜파티, 쌀밥, 사부지, 달, 샐러드, 미타이, 오렌지가 나왔습니다. 갖출 것은 다 갖추었습니다. 수련생들은 접시 한 가득 담아 먹고, 마음껏 더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대청소를 했습니다. 대청소를 안내하는데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다 자기 역할을 알아들었습니다.

“평소에 전체 울력을 할 때는 매번 잘 듣지 않고 물어보더니, 명상을 하고 나니까 이렇게 잘 알아듣네요.” (모두 웃음)

한바탕 웃은 후 숙소, 명상 장소, 부엌, 식당을 쓸고 닦고,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로 옮겼습니다.




청소를 말끔히 마치고 다시 컬쳐홀에 모여 회향식을 했습니다.

빤즈실(빨리어로 진행하는 삼귀의 오계)을 하고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나무 붓다, 나무 담마, 나무 상가. 나마스떼.”

스님은 인사를 한 후 지난 3박 4일 동안 했던 명상의 개념을 정리해주었습니다. 명상은 어렵다고도 할 수 있고 쉽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로 담배 피우는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꾸준히 수행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4일 동안 명상 수련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한 명상은 불교 명상 가운데 위빠사나(Vipassana)에 해당이 됩니다. 불교 명상 중에는 위빠사나 말고도 다른 명상법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명상법이 위빠사나 명상입니다. 위빠사나 명상은 부처님의 말씀인 대념처경에 의거해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 알아차림, 사띠(sati)

부처님은 꾸루 지방의 성읍에서 이 법문을 설했습니다. 법문이 설해진 곳은 ‘깜마사담마’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명상법은 열반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는 4가지 알아차림, 즉 ‘사띠(sati)’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띠는 ‘지금 알아차림’이라는 뜻입니다. 조금 전도 아니고, 조금 후도 아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재를 알아차리는 겁니다.

위빠사나 명상은 쉽다고 할 수도 있고, 까르마에 끌려다니거나 산만한 사람은 어렵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여러분들은 까르마의 저항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까르마를 녹여야 됩니다. 마치 담배 피우는 습관을 없애야 되는 것처럼요. 그러면 명상은 저절로 됩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안 피우게 되면, 처음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끊었다가 또 피우고 그러잖아요. 그러나 그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겨버리면,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점점 쉬워집니다. 그것처럼 명상도 여러분들이 조금만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훨씬 더 편안한 경지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저항이 따르더라도, 잘 안되더라도, 이 고비를 넘기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해나가야 됩니다. 그러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어렵다고 그만둬 버리거나, 조금 힘이 든다고 ‘이거 해서 뭐해.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이 까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늘 까르마로부터 일어나는 욕망의 노예로 살아야 됩니다. 지금은 이거 먹고 싶어서 이거 먹고, 저거 하고 싶어서 저거 하고, 매 순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세월이 지나 놓고 보면 욕망의 노예로 산 것 밖에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애완용 강아지가 목줄에 묶여 길을 산책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아지는 사람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옆으로도 가고, 냄새도 맡고, 멈추기도 하고,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다니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 손에 끌려서 한 바퀴 돌고 옵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늘 이 까르마의 사슬에 묶여서 살아가게 됩니다. 여기로부터 여러분들이 자유로워진다면 삶이 새로워집니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 이렇게 명상을 하는 겁니다.

오늘은 마치 담배 피우던 사람이 하루를 안 피고 참았던 것과 같습니다. 몸이 너무 힘드니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데 담배 끊어서 뭐하나. 담배 피우다 조금 일찍 죽으면 되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도 담배를 끊고 나서 돌아보면 담배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지금 힘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아껴서 정진을 계속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부처님처럼 자유로운 사람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도 점점 조금씩 그렇게 될 수 있다’ 하고 믿으셔야 합니다.

법륜 스님과 여러분의 차이점은 딱 한 가지

여러분들이 법륜 스님을 볼 때는 ‘스님은 능력이 크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좋다든지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건강도 여러분보다 못하고, 학교 다닐 때 아이큐도 여러분보다 못하고, 학교도 고등학교 다니다 말았고, 육체에 무슨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늘 몸이 안 좋아서 많이 아팠습니다. 아무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과 차이가 있다면 딱 한 가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꾸준히 한다는 겁니다. 둥게스와리를 생각해보세요. 27년 전에 제가 처음 여기에 왔습니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학교를 짓기로 약속하고 지금까지 27년간 꾸준히 해왔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습니까.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잖아요. 그러나 스님은 한 번 일을 하면 꾸준히 해나가잖아요.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까. 총을 든 강도가 학교를 세 번이나 침입했죠. 결국 한 사람은 죽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 일에 반대해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오해해서 반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학부형들이 천민 선생님을 모신다고 반대해서 데모를 하다가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 적도 있습니다.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특별한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쉽기 때문에 자기 마음에 들면 막 열심히 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우기 쉽습니다. 사람도 좋으면 막 좋아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원수가 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면 수행을 꾸준히 해야 됩니다.

너무 단시간에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인생은 그냥 꾸준히 나아가는 거예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살다 보면 늘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꾸준히 나아가야 합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성지순례를 오는 것도 지난 27년간 한 해도 쉬지 않고 계속 오잖아요. 경제가 좋든, 경제가 나쁘든, 사람이 많든, 사람이 적든, 그냥 꾸준히 성지순례를 진행하잖아요. 부처님의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열반에 드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기서 ‘덧없다’는 말은 무상하다는 거예요. ‘세상은 늘 변해가는 것이다’ 이런 뜻입니다. 여러분 모두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수련을 바라지해준 활동가들을 소개했습니다. 수련생들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바깥으로 나와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명상을 했던 컬쳐홀을 배경으로 한 번, 전정각산을 배경으로 한 번 찍었습니다.


가부좌를 잘 하지 않고 사는 인도인들에게는 이번 수련이 더 어려운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저마다 고비를 넘기고 난 얼굴들이 맑고 환했습니다.

이로써 2018년 깨달음의 장, 2019년 나눔의 장에 이어 2020년 첫 명상수련이 끝이 났습니다.

스님은 나이가 많은 수련생들에게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도 다 스님보다 나이가 적습니다.

“할 만했어요? 힘들었어요?”

“좋았습니다.”

“차라리 일하는 게 쉽죠?” (모두 웃음)

명상수련을 마치고 스님은 보광법사님과 이후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바라지들은 평가회의를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돌아온 활동가들은 바로 업무로 복귀했습니다.

저녁예불을 드리고 인도 JTS 한국인 활동가들과 둘러앉아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내일은 설이니까 오늘 저녁에는 같이 어울려서 음식을 만들고 일찍 주무세요. 내일은 예불하고 나서 부처님 전에 불공을 올리고 조상님 전에 차례를 지낸 후 8시에 계족산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거예요. 한 40km 정도 될 겁니다.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은 앞서 가고, 천천히 올 사람은 뒤에 와도 돼요. 자전거 타기 힘든 서너 명은 차에 짐을 싣고 오고요. 이럴 때 병원 구급차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며칠 전에 제가 도착했을 때 구급차로 가야역에 나왔잖아요. 조심해야 해요.

그때는 제가 환자이긴 했지만 구급차는 환자만 태워야 해요.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해야지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멀리 가면 버스를 대절하면 되는데, 이 정도 거리를 가는데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겠습니다. 가는 데 까지 가 봅시다.”

30일에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일정을 공유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석가족 청년회장 수바스지와 상카시아 불사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특히 스님은 상카시아 불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큰 돔 양식의 탑 앞에 부처님이 계단에서 내려오시는 모습으로 만드는 거예요. 브라만과 인드라를 대동하고 상카시아로 내려오시는 모습을 형상화하는 거죠. 그리고 돔 아래는 큰 강당이 되는 거예요. 바깥에서 보면 큰 탑이고, 안에는 강당인 거죠. 상카시아 사람들이 탑 때문에 브라만들과 계속 싸우니까 큰 탑을 하나 세워주려는 거예요.”

스님이 회의를 하는 동안 활동가들은 소박하게나마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맛도 있는 감자와 당근으로 전을 구웠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전을 구우며 오순도순 대화도 오고 갑니다.

내일은 설 차례를 지낸 후 인도 JTS 활동가들과 함께 계족산으로 나들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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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당

세상의 장면은 변한다.
꾸준히 수행정진 해야 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2021-01-24 17:38:06

이미현 대지심

이 글이 올해 초 인도 명상수련 글이라니,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느껴지면서도 언제쯤 다시 자유롭게모여 법문듣고 수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처님과 스님따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2020-09-01 23:42:02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4-14 19: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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