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14 발우공양, 평화재단 통일의병 송년회
“수행자가 연말을 보내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통일의병 송년회에 참석해 ‘2020년 국제정세와 통일의병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새벽 4시 반, 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청소를 하고 법당에 둘러앉아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스님은 발우공양을 마치고 수행자가 연말을 보내는 법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 정토행자들 모두가 천일기도 3년을 회향하게 되고요. 3년 동안 매일 상근을 하신 분들은 23일부터 1월 1일까지 10일 간 휴가를 다녀오게 됩니다.

수행자가 연말을 보내는 법

어떤 모양과 형식이 수행자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여일하고 한결같아야 수행자입니다. 마음은 바깥 경계에 부딪히면, 즉 눈으로 보거나,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거나, 감촉을 느끼거나, 생각을 하게 되면, 조금씩 들뜨기 마련입니다. 심장 박동 표시기에 그래프가 높고 낮듯이 우리의 마음도 어떤 자극을 받게 되면 반응을 하게 되어 있어요. 다만 그 진폭이 크냐 작으냐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그 자극이 자기 마음에 들면 들뜨는 게 높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가라앉는 게 깊고,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겁니다. 정신 질환이란 그것이 의지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을 말하죠. 정상적인 사람은 감정이 들뜨면 이성으로 약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제어 장치가 고장이 나면 병이라고 하는 겁니다. 병이 나면 본인이 제어하고 싶어도 제어가 안 되는 거예요. 이럴 때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 안정제를 먹고 제어할 수 있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수행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제력을 키우는 겁니다. 자제력을 점점 키우면 약을 먹지 않고도 흥분이 되었을 때 자기가 자기를 어느 정도 통제해 나갈 수 있어요. 정상적인 사람도 자극이 심하면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수행을 통해서 자제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누구나 다 자극을 받으면 들뜨게 되지만, 이런 마음의 원리를 잘 알아서 감정 기복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켜보게 되면, 외부로 감정이 표출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감정이 일어나지만, 바깥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통제할 수 있어요.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을 제어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긴장하여 억제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겁니다. 억제하는 것은 자제력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그게 쌓여서 터지는 게 문제예요. 그리고 긴장이 풀리면 분출이 되어 버려요. 이 방법으로는 개선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알아차림을 유지해서 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어를 해나가게 되면, 첫째, 폭발할 위험이 없고, 둘째,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연말이 다가오면 사회 분위기 전체가 자극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송년회니 뭐니 하면서 ‘한 해가 가기 전에 모임을 갖자’ 하면, 자기도 모르게 세속에 살던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래, 연말이니까 한 번 모여야지’ 하면서 동조를 하게 돼요.

그러나 오늘이든 내일이든 매일 똑같은 날이에요. 군대 가는 날이 특별한 날이 아니잖아요. 어제까지 공부하고 오늘 아침에 학교 가듯이 입대하면 돼요. 전역을 해도 대학생이라면 다음날 그냥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면 돼요. 외국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서울에서 문경으로 내려가는 것이나, 서울에서 필리핀으로 가는 것이나, 특별히 다를 게 없어요. 어떤 날이든 수행자는 늘 똑같은 일상이어야 해요.

그걸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세속적인 사고방식입니다. ‘3년 회향이다’, ‘연말이다’ 이런 것도 특별하게 여길 게 아니에요. 그냥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식도 먹으면서 쉬었다가 일하듯이 3년 회향이나 휴가란 것도 그것과 똑같아요. 일했으니까 쉬자는 것이 아니고, 쉬었다가 일을 하자는 취지입니다. 왜냐하면 쉬었다가 일하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그런데 욕망을 억제하고 살았던 사람들은 3년 회향이 다가오니까 바깥으로 감정이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이야! 오늘부터 회향이다’ 하면서 마음이 붕 뜨는 겁니다. (모두 웃음)

그걸 잘 지켜보시고 마음을 여일하게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며칠 휴가가 주어졌다면,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책을 읽는다든지, 그동안 바쁘다고 만나보지 못했던 친구나 가족을 만나본다든지,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병원에 꾸준히 다녀서 다음 3년을 출발할 수 있는 체력을 회복한다든지, 이렇게 일상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챙겨보는 쪽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수행자가 휴가를 보내는 법

그렇지 않고 ‘드디어 휴가다! 어디로 놀러 갈까?’ 이렇게 생각하면, 욕구를 억압하고 산 것이기 때문에 이제 온갖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여행을 가려니까 돈이 부족하고, 돈이 부족하니까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져요.

연말이라는 것과 3년 회향하고 휴가를 간다는 것에 마음이 자꾸 들뜬다면, 그 마음을 한 번 알아차리고 그 들뜸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보세요. 그렇지 않고 욕구를 억제하고 있다가 분출하는 식이 되면, 더 이상의 개선은 없고 매년 제자리에 있게 됩니다. 세속을 자꾸 넘보면 내가 초라하게 돼요. 먹는 것에 끄달려도 내가 초라하게 되고, 입는 것에 끄달려도 내가 초라하게 되고, 자는 것에 끄달려도 내가 초라하게 됩니다.

엊그제 제가 필리핀 민다나오에 다녀왔는데, 마을 사람들이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조차 신발이 없이 맨발로 살고 있었어요. 그런 것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은 초호화판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그렇게 가난하게는 못 산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끄달리면서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최저 수준으로 살아도 세계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에 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공동체를 일구고 사는 우리가 세속적 가치를 자꾸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한국에서만 살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전혀 느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우리보다 소비 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열등의식을 느끼기 쉽죠. ‘우리는 아주 검소하게 살고 있다’ 하는 망상을 하든지, ‘우리는 너무 빈곤하게 산다’ 하는 열등의식을 갖든지, 이렇게 됩니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 비교해보면, 우리의 생활은 풍요로움에 속합니다.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 전체적으로 얼마나 높은 소비 수준으로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두 가지 관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첫째, 우리는 결코 낮은 소비 수준으로 사는 게 아니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여유 있게 사는 사람에 속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검소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자.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풍요롭게 사는 게 좋은 게 아니에요.

이런 삶의 방침이 없으면 늘 헐떡거리거나 마음이 위축되어서 살게 됩니다. 연말, 휴가, 회향이라는 상황의 변화가 우리들의 삶의 자세를 흩뜨려서는 안 됩니다. 그건 그냥 농사짓다가 부엌에 가서 밥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변화일 뿐이지 평소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연말을 보내면서 이런 자세를 잘 간직하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에 방심했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님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업무를 보면서 찾아온 손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 평화재단 통일의병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의병 송년회

오후 3시부터 평화재단 통일의병 2019년 정기총회 및 송년회가 서울교대 전산교육원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100여 명이 모였습니다. 1부에서는 올해 사업 및 회계보고와 내년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통일의병들은 내년 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1부가 통일의병 활동의 뼈대를 세우는 시간이었다면 2부는 통일의병의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휴식한 뒤 2부에서는 먼저 통일의병상을 시상했습니다. 각 지부에서 추천받은 12명이 올해의 의병상을 받았습니다.

“직업 특성상 거의 매일 야근하고 출장도 많지만, 주어진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 주셨습니다.”

“부탁을 하면 ‘예’하고 말하며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시상과 함께 의병 한 명 한 명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 사회자가 읊어주었습니다. 상을 받을 때마다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특별상도 있었습니다. 통일의병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의병에게 ‘버팀목상’, 통일의병가를 제작한 의병들에게는 ‘통일의병가 탄생상’, 모든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지부에게는 ‘참여 단결상’을 수여했습니다.

“참여 단결상 수상자는 갱기(경기) 북부 지부입니다!” (모두 웃음)

고향이 경상도 출신인 의병이 2부 사회자였는데, 사투리가 돋보여 시상식에 더욱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통일 의병장인 법륜 스님에게 ‘2020년 국제정세와 통일의병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청해 들었습니다.

점점 나빠지는 한반도 정세

“15년 전 평화재단을 설립할 때만 해도 우리가 작은 힘을 가지고도 동북아 신질서 재편에 영향을 주어서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통일까지 이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수를 잘못 놓은 결과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치게 되었고, 지금은 미중의 패권경쟁이 더욱 본격화되면서 우리가 새로운 질서 재편에 영향을 주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경쟁구도에 휘말려 들어가는 상태입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한 발씩 수렁으로 자꾸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에요.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점점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 그러면 이제 절망적인가? 더 이상 노력해도 소용이 없는가?’

그렇다고 이렇게 단정 지을 상황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10여 년 전에 비하면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전 상황과 지금의 상황

100년 전으로 한번 돌아가 봅시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날 때도 지금처럼 상황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개화파들이 주도한 갑신정변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배계층 중에서 좀 깨어있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세상을 내다보는 시도들이 있었고, 그게 실패하자 민중들이 일어나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국가 지도자들 때문에 한반도는 청나라와 일본의 싸움판이 되었고, 결국 청의 속국에서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1894년을 계기로 이미 판이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 뒤에서야 위기를 막아보려고 대한제국을 세우고 러시아의 힘을 빌려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사실상 1905년부터 식민지 지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식민지배가 36년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형식적인 수치이고, 실질적으로는 1905년부터 식민지 지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의병을 일으켜서 온갖 저항을 해봤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는 구조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여기에는 일본의 급격한 부상이라는 요인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세계정세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과 청나라의 관계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걸 봤다 하더라도 세계정세를 못 읽었습니다. 당시의 세계 최강국인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의 파트너로 일본을 선정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일본 자체만 해도 강하긴 했지만, 그 배후에 영국이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일본에 대응해 나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미국도 일본의 편을 들었습니다. 자기들이 필리핀을 장악하는 대신 일본이 한국을 관할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런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는 그냥 하나의 작은 바둑돌이 돼서 결국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싸움판에 말려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변수 역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희망을 가졌지만, 이때도 일본이 패전국이 아니라 승전국이었습니다. 그러니 3.1 독립운동은 성공할 수가 없는 운동이었습니다. 1945년에 광복을 맞은 것도 일본이 패전국이 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이 모두 무의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숱한 탄압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패전국이 되기 얼마 전인 1937년에 중일전쟁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중국이 일본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고, 독립운동가 대다수가 절망을 하고 포기해버렸습니다. 그 전에는 어떻게든 일본과 싸우고 외국의 도움을 얻어서 독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이 일본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는 일본의 세계가 되는구나’ 이렇게 절망하면서 대다수가 독립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그즈음부터 일본의 수탈이 더욱 가혹해지기도 했고요. 그때야말로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진 시기였는데, 우리는 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니까 그 사실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그때처럼 강대국의 경쟁에 말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넘치던 의병들의 얼굴에 나라에 대한 걱정이 그득 찼습니다. 아직 절망할 때가 아니라는 스님 말씀에 의병들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스님은 한반도 평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 미국, 중국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중국 해체를 목표로 하는 미국, 미국과 같은 대국의 위치에 서려는 중국,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북한 사이에서 한국은 입장이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의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두 가지 입장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첫째, 이유를 불문하고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는 겁니다. 통일의병이 그동안 주로 해온 활동도 이 전쟁 반대였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전쟁은 반대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쟁을 거론하면 ‘같은 동족이라 하더라도 전쟁하자는 너희들과는 함께 할 수가 없다’라고 해야 하고, 미국이 전쟁을 거론하면 ‘동맹이라 하더라도 전쟁하자는 미국하고는 함께 할 수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입장이 분명해야 해요. ‘다른 건 몰라도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이런 입장이 아주 분명히 서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여야가 싸우더라도 전쟁 문제만큼은 여야가 완전히 일체 단결해서 ‘전쟁은 안 된다!’ 이렇게 결의해야 해요.

미국은 대통령 탄핵까지 들고 나와 싸우다가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 된다’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합니다.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철폐하면 안 된다’ 이것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요. 자기들끼리는 탄핵한다고 싸우다가도 나라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일체 단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렇지 않아요. 내년 선거에 유리한 점만 생각해서 한쪽은 선거 전에 미국이 북한과 어떻게 관계를 잘 풀어주길 바라고, 다른 한쪽은 북미 관계가 풀어지면 선거에 악영향이 있다며 ‘선거 전에는 관계를 풀지 마라’ 이렇게 미국에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외부 환경이 주는 어려움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는 입장이 딱 분명해야 합니다. ‘이 문제만큼은 입장을 같이 하자’ 이렇게 합의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 문제 갖고 입장을 같이 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자기들이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좀 불리하기 때문이래요. 이런 상황이라면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는 여당이 야당에게 과감하게 양보를 좀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여당은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마찬가지로 야당도 나라의 이익보다는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타협이 안 되는 겁니다. 국내 문제는 서로 양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는 협력해야 합니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통일의 꿈을 놓치면 안 돼요. 어차피 북한은 자기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생존하면 생존하는 대로 협력하고, 북한이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우리 쪽으로 넘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북한이 넘어지게 되었을 때 중국 쪽으로 넘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중국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담벼락 밑에 구멍을 많이 뚫어놨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는 쌀 한 톨도 못 보내는데 중국에서는 보낼 수 있거든요. 지금 구호물자는 다 중국에서 들어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막혀 있다 하더라도 ‘이건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다’라고 하면서 자꾸 구멍을 뚫고 교류하는 노력을 해야 해요.

중국은 겉으로는 막는다고 해도 속으로는 다 구멍을 뚫어 놓은 겁니다. 자기들이 북한하고 원수가 되면 나중에 북한이 넘어질 경우에 남한으로 넘어지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북한이 안 넘어지면 자기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서 좋고, 넘어지면 자기들 쪽으로 넘어져야 좋기 때문에 뒷구멍을 다 내놓는 거예요. 그렇다고 또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전히 풀지는 못해요. 국제적인 압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북한이 중국 말을 잘 안 들어요. 미국 말도 안 듣는데 중국 말은 더더욱 안 듣습니다. 그러나 또 목숨줄을 중국이 쥐고 있으니까 무작정 함부로 하지는 못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우리의 국민

그래서 우리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국제관계라고 해도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민족 내부’라고 하는 예외 조항이 있어요.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구멍을 우리 쪽으로 뚫어 놓아야 하는데, 남북관계의 오랜 적대 감정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 있죠. 반대로 진보세력은 북한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원 좀 해주고 잘해보자 하면 순순히 따라올 것이라고 여기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에요.

북한이 적어도 중국으로는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하려면 남북한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라는 걸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합니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도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하고, 북한이 어려움에 처하면 우리가 나서서 도와줘야 해요. 그래서 UN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아, 남한과 북한은 하나이구나’ 이런 인식을 갖도록 해야 통일의 기회가 옵니다.

그런데 지금 남한과 북한은 당장이라도 전쟁을 재개할 것처럼 원수가 되어 있고, 북한은 모든 문제를 다 중국과 의논해서 풀고 있어요. 그러면 국제사회에서는 ‘아,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에 있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남한은 북한보다 미국의 영향권에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듯이 이제까지의 관계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인도적 지원은 ‘사람이 당장 굶어 죽으니까 돕자!’라고 하는 도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이 인도주의를 훨씬 넘어섭니다. 제가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 지원하는 것은 순수하게 인도적인 목적입니다. 그러나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인 것에 더해 정치적인 목적도 있어요. ‘북한 주민들은 우리의 국민이다’ 하고 국내외에 선포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 북한 주민들한테도 ‘중국에게 너무 의지하지 마라. 살아도 남한과 같이 살자’ 하는 걸 미리 인식시켜 두는 거예요.

이런 것을 공개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하는 게 외교적인 통일운동입니다. 단순히 통일을 주장한다고 통일운동이 되는 게 아닙니다.

점점 고조되는 전쟁 위기

연말에 북한과 미국 간에 타협이 안 되면, 긴장이 더욱더 고조될 겁니다. 반대로 북한과 미국 간에 타협이 된다고 해서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북한은 절대 핵을 당장 폐기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하려고 할 겁니다. 핵을 폐기하라고 하면 타협이 이뤄질 수 없으니까 결국 실현 가능한 방법은 핵을 폐기하겠다는 전제 위에 당장은 핵동결을 하기로 하고, 미국은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해주는 것에서 타협이 일차적으로 이뤄질 겁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조금씩 진전시켜 가야 하는데, 완전한 폐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현실 가능한 방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남한 국민들이 보기에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걸 보고 남한 핵무장론과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민심이 어떻게 변해갈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요인이 지금 내재해 있어요. 지금은 주목을 안 받지만, 곧 있으면 핵무장론이 주목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핵보유를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잠잠한데, 만약 북미 협상이 타결되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 좋은 결과 위에 이런 심각한 위험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포퓰리즘에 의해서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의병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긴장이 고조되어서 북미 간에 전쟁한다고 난리를 피우면, 우리는 평화 의병이 되어야 합니다.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평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70년 간 일궈온 성과를 무산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지킨다는 것은 현재의 이익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지켜야 해요.

그걸 딛고 다음 단계에서는 통일에 대한 희망을 늘 갖고 있어야 합니다. 통일이 되어 있어야 미래에 중국이 해체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그 기회가 50년 후에 찾아올지 100년 후에 찾아올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해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 스스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상황 속에서 우리의 최대 이익을 추구해야 해요. 우리가 중국을 헤칠 생각은 없지만 중국 스스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옆 사람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버리고 간 물건은 얼른 주워야 한다는 겁니다. 남이 버리고 간 것도 안 줍겠다고 하면 바보예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조금 더 길게 보셔야 합니다. 당장은 평화를 지켜내는 활동을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질서 속에서 어떤 위기와 기회가 도래할지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굉장한 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을 위기라고만 보지 않아요. 위험한 것만 막아내면 거꾸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미중 간의 갈등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게 싸우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우리말을 들을까요?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그 싸움 결과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지금처럼 현상 유지로 가느냐, 한쪽 편으로 기울 것이냐, 미국 쪽으로 기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중국 쪽으로 기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그럴 때 우리는 어떤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냐?’

이것이 어떻게 여야의 문제이고, 진보와 보수의 문제입니까. 그런 관점을 갖고 우리가 지금 통일의병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평화 의병이 되자는 것은 현재의 이익을 지키자는 뜻이고, 통일의병이 되자는 것은 미래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놓자는 뜻입니다.

그러니 작은 일에 너무 흥분해서 싸우지 마세요. 주한미군 주둔비도 우리가 안 주면 그만이에요. 안 준다고 해서 어떡할 겁니까. 그러나 주둔비를 조금 더 올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이익이 있다면 주둔비를 올려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 주둔비 인상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가질 필요가 없어요. 그렇다고 상대가 값을 후려친다고 해서 거기에 속기만 하면 바보입니다. 반대로 절대 속지 않겠다고 하면서 버티다가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됩니다. 항상 원칙을 딱 갖고 있어야 후려치기에도 안 흔들리고, 또 기회가 있으면 지불을 조금 더 하더라도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1000년 만에 찾아온 기회

예측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가지는 게 중요해요. 우리의 입장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입장입니다. 두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여야, 진보·보수 이런 구분을 너무 따지지 마세요.

첫째, 전쟁은 절대로 안 됩니다.

둘째, 통일의 가능성을 닫아서는 안 됩니다.

국제 정세가 어떻든 늘 북한과 협력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북한이 잘살게 되면 손잡고 가고, 북한이 넘어지더라도 중국이 아닌 남한 쪽으로 넘어지도록 땅굴을 좀 파놓아야 해요. (모두 웃음)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남한 쪽으로 넘어지게 하자’라고 하면 ‘반북’이라는 소리를 듣고, 인도적 지원 등 ‘여러 개의 땅굴을 파놓자’라고 하면 ‘친북’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친북이냐 반북이냐, 진보냐 보수냐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국가의 미래 이익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거냐가 중요합니다. 100년 전이라면 우리가 이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 이 정도의 국가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1000년 만에 온 기회입니다.

지난 1000년 동안은 우리가 지금처럼 ‘강대국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보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이 정도 국력이 됐으니까 그런 생각과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이 정도 민주사회가 됐으니까 시민운동을 해볼 수 있는 거예요. 어느 정도 먹고살더라도 국가가 독재 사회이면 민간에서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또 자유롭다 해도 먹고살기가 힘들면 이런 생각을 못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세계 12위로 손꼽힙니다. 작은 나라가 결코 아니에요. 인구 규모도 5천만이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나 중국 모두 타격을 받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을 이길 수는 없지만 영향은 줄 수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우리의 이익에 좀 영리하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너무 자기 이익만 내세워도 안 되고, 너무 이념에만 사로잡혀도 안 되고, 너무 기죽어도 안 돼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좀 더 영리하게 대응하면서 민족의 미래를 꿈꾸면서 나아가야 해요. 통일의병 여러분이라도 그렇게 눈을 부릅뜨고 분명한 입장을 딱 가져주셔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모두 박수)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반도 정세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도 평화를 향한 스님의 발걸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병들은 마음을 모아 통일의병의 다짐을 외쳤습니다.

“국민은 행복하고 국가는 발전해야 합니다.
과거 100년이 절망과 대결의 시대였다면,
미래 100년은 희망과 상생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강대국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정신문명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그 길은 나로부터 새로운 문명이 되어 실천할 때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무대에 올라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단체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

행사를 마치고 의병들은 교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교정을 나와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겨울바람이 차갑습니다. 내일은 1000일간의 정진이 끝나는 날입니다. 정토회 제9차 천일결사 회향식이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 1000일을 돌아보고 다음 1000일을 내다보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41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2-09 22:55:54

보리수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포퓰리즘에 의해서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는 말씀. 평화의병, 통일의병으로서 1000년만에 온 기회를 잘 살려야한다는 말씀, 어려운 현실 가운데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2019-12-18 04:58:40

보디사트바

참 위태위태한 시기네요.

2019-12-18 04:47:3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