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12 평화·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송년회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 댁에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5시에 마닐라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식사도 못하고 오전 7시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향해 이륙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도 휴식하지 않고 업무를 보았습니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스님은 저녁 7시부터 용산 육군회관에서 평화·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송년회에 참석했습니다.

평화재단을 통해 인연이 된 평화,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들은 매년 12월에 송년회를 개최하여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듣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송년회는 진도 북놀이 공연과 함께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1년간 동문회 활동과 회계를 보고하고 동문회 신임 운영진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이어 대금 명인의 연주와 함께 시낭송을 들었습니다. 동문들은 저마다 한 해를 보내는 감상에 젖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을 무대로 모시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문제가 많은 나라일까요, 괜찮은 나라일까요?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구도에 한반도가 계속 하위 변수로 전락해 가는 형국에 처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능동적인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과거에 분단이 될 때 우리가 겪었던 위치로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내 정치 상황도, 국제 관계도 앞으로 희망보다는 불안이 더 큰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연말을 보내면서 이런 우려와 안타까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4일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이 행사 때문에 필리핀 일정을 조정하고 아침 비행기로 출발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민나다오에서 JTS가 하고 있는 첫 번째 활동은 원주민 마을에 학교를 짓는 것입니다. 첩첩산중에 화전을 일구고 사는 원주민 마을의 아이들은 교육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학교도 없고요. 그래서 원주민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15년간 꾸준히 학교 짓기 운동을 한 결과, 장애인 학교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총 50여 개의 크고 작은 학교를 지었습니다.

두 번째 활동은 무슬림 지역에 학교를 짓는 것입니다. 민다나오는 MILF(모로 이슬람 해방전선)라고 하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갈등 때문에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교사가 파견되지 못하고, 사람들도 한 군데에 정착해서 살지 못하고 계속 피난을 다니다 보니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무슬림 분쟁 지역에 학교를 짓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활동은 장애인 학교를 짓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다나오에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주에 한 개조차 없었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도 하나에 장애인 학교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군이나 읍내에 있는 학교에서 장애인들을 함께 받아서 가르치지만, 일반학생도 교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니 장애아들은 정상적인 특수교육은 고사하고 교실도 배정받지 못하고 창고 같은 곳에 수용돼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군 소재지마다 장애인 학교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필리핀 현지에서 본 주민들의 생활상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번에 필리핀에 가서 장애인 학교와 다리 그리고 유치원 준공식을 하고 왔는데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30명 정도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만들기에는 마을이 너무 작기 때문에 데이케어센터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이번에 가보니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 50~60명이 앉아 있었는데, 개중 신발을 신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이 전부 맨발이었어요. 오늘날과 같이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아직도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곳이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20~30년 전에 인도나 다른 오지에 갔을 때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활동하는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도 어릴 때나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니지 성인들은 맨발로 다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어른들까지 다 그렇게 맨발로 생활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좀 답답하지만, 밖에 나가서 이런 나라의 시선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다르게 보여요. 한국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한국도 정치인들이 서로 싸운다고 야단이지만, 필리핀은 정치인들이 서로를 막 죽이는 지경이에요. 선거하는 중에도 상대편을 몇십 명씩 한꺼번에 몰살시켜 버리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사람을 그렇게 죽여 놓고도 감옥살이를 2~3년만 하면 다 나옵니다.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볼 때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당 부분 발전된 나라입니다.

또 전쟁이라는 큰 위험이 도래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피부 가까이 전쟁을 실감하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NPA라고 들어보셨죠? NPA는 ‘New People’s Army’, 즉 신인민군입니다. 원주민 마을에는 이렇게 NPA라는 공산반군이 있고, 무슬림 마을에는 MILF(모로 이슬람 해방전선)이 있다 보니 전쟁이 늘 일상 속에 존재합니다. 어느 마을에 반군이 출몰해서 정부군과 분쟁이 생겼다고 하면 그 마을 전체가 이사를 가야 합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괜찮아지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우리가 너무 한국 안에서만 있다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다 부정적으로 보이기가 쉬운데, 제가 늘 여러분보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상황을 많이 접하기 때문입니다. 밖에 나가서 보면 그래도 대한민국이 괜찮은 나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웃음)

괜찮다고 해서 마냥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한국 안에서만 보면 나쁜 것만 있는 것 같지만, 밖에서 보면 그래도 괜찮은 축에 들어갑니다. 이 ‘괜찮다’라는 긍정 위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개선시켜 나가는 동력이 나옵니다. 그런데 ‘전부 문제다!’라고 하는 부정적인 바탕 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 파괴적인 에너지가 나옵니다. ‘다 때려 부수자’라고 하든지, ‘에이, 여기 못 살겠다. 떠나버리자’ 이렇게 이민을 가버리는 거죠.

요즘 젊은이들도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성이 없이 계속 부정적 시각만 가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한다고 되나?’ 이렇게 외면하거나, 계속 불평불만하거나, 이민을 가려고 합니다. 이런 태도는 사회 변화에 아무런 힘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다. 과거 100년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도 우리의 선배들이 노력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가 바탕에 늘 깔려 있어야 해요.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게 되면 미래가 밝지 못합니다. 우리 내적으로 갖고 있는 부정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 분배에 실패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민주화에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권력 집행 과정의 문제는 개선해 나가야 해요. 선출하는 과정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민주적이지만, 그 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은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선출된 권력이 그 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지금도 온갖 비리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더 보완해서 개선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이룩해놓은 기본 바탕은 괜찮습니다. 조금만 손보면 괜찮은 나라예요. 우리는 세계에 내놓을만한 괜찮은 나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어요. 필리핀에 태어났다면 이런 꿈을 꿀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많은 부정적인 요인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런 꿈을 꿀 수가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굉장한 위험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 없는 평화를 가져올 꿈을 우리가 꿀 수 있어요. 또 분단이 워낙 고착화되어 있고, 남북 간에 대립과 갈등이 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통일의 꿈을 꿀 수가 있어요. 동아시아에서 한중일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동아시아 전체가 협력하는 꿈을 꿀 수 있어요. 지금은 문명의 중심이 유럽이나 미국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주위의 동아시아권이 인류 문명의 중심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건 꼭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우리가 꿈을 꾸고 나아가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릅니다.

꼭 정치를 직접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도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모두 인식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불평만 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꾸준히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불평한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에요.

전쟁이 나도 죽을 사람은 우리이고, 남북한이 대립할 때 국방비를 더 많이 써야 하는 것도 우리입니다. 북한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우리 민족이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니에요. 정당끼리 경쟁을 하더라도 이렇게 국가의 이익을 위하거나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대해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밖의 힘을 이용해서 국내의 자기 입지를 다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평화를 가져와서 입지를 다지려고 하든, 갈등을 가져와서 입지를 다지려고 하든, 이러한 정쟁이 국익에 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름지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개인보다는 자기가 소속된 당의 이익을, 그리고 당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공인이 되어야 합니다.

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께서도 그냥 ‘우리도 그런 공부를 하며 나라 걱정을 했지’ 이렇게 한때의 지식적인 만족에 머무르지 말고 적극적인 리더의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지금 당면한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평화롭고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어요. 나아가서는 세계무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을 이끄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도 있어요.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런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을 정도까지는 우리 선배들이 토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남은 계단을 한 발 한 발 오르면 됩니다. 여러분 모두 개인적으로는 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서 우리 공동체의 성공을 향해 함께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공동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자는 스님의 당부에 동문들은 큰 박수로 대답했습니다.

“평화에 대해서는 최상용 교수님이 최고 전문가이시고,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윤여준 전 장관님이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야기를 청해서 듣고 싶습니다.”

스님은 최상용 교수님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윤여준 전 장관님께는 도덕성에 흠이 난 진보 세력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청춘콘서트가 아니라 노인 콘서트네요.(모두 웃음) 제가 60년 공부해봐야 법륜스님이 평화에 기여한 것에 조금도 못 미칩니다. 사상보다 실천이 역사를 움직입니다. 저도 이제 실천 좀 하다가 죽으면 어떨까 싶어요.

한일관계는 잘해야 차선이고, 대체로 차악입니다. 최악만 피하면 됩니다. 스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중요합니다. 국민 통합의 중요성도 널리 알려주세요.”

윤여준 전 장관님은 진보 세력에 대한 실망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 통합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두 분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송년회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로 더욱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요?

한 분은 어떤 정치인을 언급하며 그분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그분이 대통령이 되면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스님이 보시기에는 그분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모두 웃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면 세 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자기를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친박’이니 ‘친노’이니 하는 말 들어보셨죠? 이런 세력 없이는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애초에 당내 경선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력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국민을 통합하는 국가 경영 능력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둘째, 돈이 아주 많아야 해요. 셋째, 아주 높은 인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모두 갖고 있거나, 하다못해 개중 하나라도 갖고 있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는 별개의 능력이라는 것이 비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제왕적 대통령제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불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이 된 개인에게도 불행이 계속되고, 국가에도 불행이 계속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을 지칭해서 그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누구를 봐도 없다’입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들 전부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다들 한 가지씩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집단주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역할을 서로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국가 통치는 독재로 하지만 당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정당 안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안 이루어져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정치도 시대에 맞게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내각으로 분산시켜서 집단주의적으로 국가가 경영되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해요. 가장 바람직한 건 의원내각제이지만,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적어도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사이의 중간 정도까지는 도달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청와대가 거의 모든 일을 하지, 장관은 실제로 아무 힘이 없다고 합니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 어쩌면 장관보다 더 영향력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느 대통령 할 것 없이 시스템 자체가 이렇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둘째,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방 자치가 어느 정도 활성화돼야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예산 집행 규모로 따지면 지방 대 중앙이 2:8인데 최소한 4:6은 돼줘야 해요. 이런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지금 선거법 개정이 약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돼서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사표를 방지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협치를 해가는 구조로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너무 한 개인에게만 목을 매다는 방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5년간 일하고 나면 결국 마지막은 불행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또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되고 난 뒤에 어떤 일을 할 거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되는 것’만이 목적인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고, 내가 장관이 되는 게 목적이고,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목적이고, 내가 신부가 되고 승려가 되는 게 목적인 문화가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되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회입니다.

‘시민운동을 해봤더니 시민운동 방식으로는 도저히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소한 군수라도 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이렇게 지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지위를 획득해서 하고 싶은 일이 목적이 되고 지위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부 그 지위를 획득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있어요. 돈을 버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것처럼 돈을 꼭 쓸 데가 먼저 있어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일단 벌어놓고 보자는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돈을 벌고 나서는 사치와 향락에 빠져서 패가망신을 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권력도 똑같습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결말은 대부분 패가망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인생에서 뭔가가 ‘되는’ 데에 너무 목적을 두지 말고, ‘돼서 뭘 할 건지’, ‘왜 이게 돼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선택해서 그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도 인생관과 다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도 그래요. 결혼하는 게 목적이지, 결혼해서 어떻게 살 거냐가 목적이 아니에요. 예쁜 여자를 만나는 것, 멋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렇게 만나고 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안 해요. 그렇게 자기들이 일을 벌여놓고는 또 내내 저한테 찾아와서 즉문즉설을 해달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저도 고추 농사짓느라 바빠요. (모두 웃음)

오늘 송년회를 맞이해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여러분도 새해에는 이런 인생관을 좀 분명하게 가지고 살면 좋겠어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리더십 아카데미가 중단되어 많이 아쉽습니다. 다시 리더십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 있으신가요?
  • 내년에 총선이 있습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을 통과해서 선출방식이 달라지면 386세대가 더욱 세력을 키울 텐데 그로 인한 정치 변화와 대처 방안이 궁금합니다.
  • 오늘 새로운 보수당이 출범했습니다. 그 당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정치에 대한 질문은 주로 윤여준 전 장관님이 답을 했습니다.

손을 든 사람이 더 있었지만, 9시에 무조건 장소를 비워줘야 했습니다. 아쉽지만 송년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동문들은 기수별로 스님과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행사장을 나가는 동문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은 밤 10시가 다 되어 서초 법당으로 귀가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송년 워크숍이 열립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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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투

부처님이 나중에 정치하겠네.

2020-06-28 13:41:48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2-04 13:39:45

무지랭이

고맙습니다~^^

2019-12-16 23: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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