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9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1일째
“장애를 가진 아이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준공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4일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을 방문해 JTS 사업장을 둘러보고 장애인 특수학교와 유아원 준공식 그리고 다리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일요일에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9차 천일결사 회향 수련을 마친 후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중 차 안에서 간단히 도시락을 먹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해외에 갈 때 항상 저가 항공으로 이동합니다. 저가 항공이다 보니 오늘도 출발시간이 늦고 일행 모두 자리가 떨어져서 앉았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9일 새벽 2시 40분에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찾으면서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좌석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지 않아서 반듯이 앉은 채로 4시간 동안 벌을 섰다.” (웃음)

비행기 의자가 고장이 났거나 뒤로 넘기는 장치를 못 찾았나 봅니다. 가볍게 이야기하는 스님을 보니 ‘수행자는 불편은 하되 불평은 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로 가는 길이 첫 비행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짐을 찾아 밖에 나오니 새벽 3시인데도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마중을 나와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원주 대표님 댁에 도착하여 간단히 세면만 하고, 바로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다시 짐을 꾸리고 간단히 이른 아침을 먹은 후 민다나오로 가기 위해 새벽 6시에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밤새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스님 일행은 민다나오로 가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서 안전벨트를 풀고 내릴 준비를 하는데, 다시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관제탑의 이륙 허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내릴 준비를 하던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도착한 걸로 착각을 했네.” (웃음)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워낙 빡빡한 일정이다 보니 이런 웃을 일이 생깁니다.

민다나오행 비행기가 40분 연착하여 민다나오 가갸얀데오로 공항에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짐을 싣고 나서 곧바로 오늘 행사가 열리는 마놀로폴티지 SPED학교 준공식 장소로 향했습니다. 쉬지도 않고 2시간을 바쁘게 이동했습니다. 행사에 많이 늦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길이 많이 막히지 않아 그래도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놀로폴티지 장애인 특수학교 학교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스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니 대주교님, 교육감 대리, 부키드논 부도지사, 마놀로폴티지 군수님, 필리핀JTS를 처음 설립할 때 스님과 함께 개척하는 일을 도와준 도동, 트렐 부부, 한국에서 온 단기 봉사자 3명을 포함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청 및 시군 관계자들이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이 도시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는 군수님의 간곡한 요청이 여러 차례 있어서 필리핀 JTS에서는 2018년 초에 이곳을 처음 답사했습니다. 답사하는 과정에서 정규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70여 명의 장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교실이 부족해 작은 교실을 또 반으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도 부족해 학교 식당과 창고, 손님용 응접실을 임시교실로 꾸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올해 3월에 기공식을 시작으로 교실 4칸 공사를 시작해서 드디어 오늘,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건물 1동이 완성되어 예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먼저 토니 대주교님이 감사 기도를 한 후 건물을 돌면서 성수로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축원을 한 후 커팅식, 현판식, 축가, 내외 귀빈 소개, 기념식수, 기념사진, 학용품 전달 순으로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 수고한 모든 분들을 언급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놀로폴티지 특수학교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오늘 여기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계기는 토니 대주교님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2002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을 계기로 토니 대주교님께서 특별히 저에게 분쟁 지역인 민다나오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2003년부터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박수)

토니 대주교님의 소개로 도동과 트렐 두 사람을 만났고, 두 분이 JTS사업을 적극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지금까지 모든 사업을 진행해오고 계십니다. 오늘 준공하는 이 학교 역시 부지사님, 시장님, JTS의 모든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박수)

JTS 사업은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할 권리가 있고,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JTS는 한반도의 남북 관계가 나쁜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식량 지원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JTS가 북한 주민을 돕는 이유는 그 어떤 정치, 사상, 종교, 이념보다도 굶주리는 사람은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 제가 토니 대주교님을 만났을 때, 토니 대주교님이 ‘필리핀 아이들이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도동과 트렐을 만나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논의한 결과 세 가지 방향을 세웠습니다.

첫째, 원주민 지역이 도시와 너무 멀리 떨어진 산속에 있어 교육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곳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무슬림 지역은 분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교육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곳에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장애인들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학생을 위한 학교 지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죄의 대가가 아니고 불편할 뿐입니다. 듣지 못하는 것도, 말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장애는 다만 불편할 뿐입니다. 그래서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들이 말 못 하는 사람들의 입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정상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어릴 때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JTS는 이 곳 민다나오에 오늘 세 번째 장애인 학생을 위한 학교를 지었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장애인 학생들의 학부모님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도 교육을 받으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지원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부모라고 그것을 다 책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록 내 자식은 아니지만 사회가 이 아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JTS도 그런 취지에서 장애인 학교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군청과 교육청에서도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자각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왔으면 합니다. 이 아이들이 용기를 갖고 구김살 없이 살아가도록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소중하고 귀하다는 말씀이 어느 때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 날입니다.

큰 박수와 함께 축하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먼저 청각장애 아이들이 수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답례로 일반학교 아이들이 우클레라 연주로 신나는 음악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준공식이 신나는 마을 잔치가 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 주민들이 준비한 점심으로 간단히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교사들을 만나 누가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지 일일이 물어보고, 장애인 학생들의 학교 적응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은 3년 전에 JTS가 지은 수밀라오 장애인 학교로 이동했습니다.

수밀라오 장애인 학교는 일반학교 교실 한 칸을 이용하고 있다가 2016년에 JTS가 새로 교실을 신축해 주었는데 일반학교에 비해 장애인 학교가 더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여자 방과 남자방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갖춰져 있어 시설이 훌륭하였습니다.

“이 특수학교는 다른 특수학교에 비해서도 교사 지원이 우수한 편이에요.”

스님은 이 학교는 준공식 이후에도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원주 대표님이 쌀 50kg 두 포대를 전달했습니다.

장애인 학생들의 수업 풍경을 살펴보고, 교사들과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어제와 오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동 중에는 이원주 대표님, 향훈 법사님과 계속 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 후 JTS 활동가들과 함께 오늘 준공식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잠에 듭니다. 내일은 민다나오 방문 2일째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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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2-02 19:47:12

박미순

장애는 다만 불편할뿐이다
다시 새깁니다

2019-12-19 12:31:26

김봉의

스님이 민다오장애인 후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019-12-14 1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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