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1.27 청춘 톡톡(3) 서울 강남구
“저를 계속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서울 강남구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가진 후 저녁 강연 시간에 맞춰 강남 구민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서울은 단풍이 울긋불긋한 가운데 늦가을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강남 구민회관에는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5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청년 강연에도 중장년층이 많이 오는데 오늘은 청년이 대다수였습니다.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강연을 기다리는 표정에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무대에 스님이 오르자, 객석에서 박수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날씨가 쌀쌀하죠? 저녁은 드셨어요?”

“네!”

“시간 절약을 위해서 바로 여러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스님은 짧게 인사하고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갓 대학을 입학한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30대 직장인까지 총 11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위축된다는 대학생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를 계속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힘들어요

“21살 대학생입니다. 대학에 와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제가 잘못한 게 없다고 자부하지만 계속 저를 싫어하니까 소심해지고 움츠러들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려고 하지만, 그런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질문자는 뱀을 좋아해요, 싫어해요?”

“싫어해요.”

“뱀이 뭘 잘못했다고 싫어하는데요?” (모두 웃음)

“...”

“질문자는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거예요.

‘내가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

이건 완전히 엉뚱하고 잘못된 생각이에요. 뱀이 뭘 잘못했다고 싫어해요? (모두 웃음)

이처럼 나한테 잘못한 게 없어도 싫은 대상이 있고, 잘해준 게 없어도 좋은 대상이 있어요. 꽃이 나한테 뭘 잘해줬다고 좋아하는데요? 질문자한테 꽃이 뭘 해줬어요? (모두 웃음)

잘하고 잘못하고에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게 있고 싫어하는 게 있는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한테 ‘나는 네가 참 좋다’ 이렇게 말해도 그 사람은 ‘난 너 싫어!’ 이럴 수 있어요. 그걸 두고 우리는 ‘충격받았다’, ‘실망했다’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꽃이 나를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꽃을 좋아할 수도 있고, 뱀이 나를 해치지 않았지만 내가 뱀을 싫어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것처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자연현상이에요. 우리가 어떤 사물을 봤을 때 좋고 싫고를 느끼는 것을 감정이라고 합니다. 이 감정의 바탕을 ‘까르마’, 즉 ‘업식’이라고 해요. 사람마다 업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도 다 달라요. 그 사람은 질문자를 싫어하고 싶어서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가 뱀을 보면 그냥 싫듯이, 그 사람도 질문자를 보면 그냥 싫은 거예요. 그 사람이 그냥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냐’ 이렇게 따지면 안 돼요. 그냥 ‘아, 저 사람은 내가 싫게 느껴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제가 이렇게 인생에 대한 즉문즉설을 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불교신자들 중 어떤 사람들은 제가 자기들이 믿는 전통적인 신앙과 조금 어긋난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저를 싫어해요. 예컨대 법륜 스님은 윤회를 인정하느니 안 하느니 하면서 막 악플을 답니다. 또 통일 얘기를 조금이라도 꺼내면 빨갱이라며 마구 욕을 하는 사람도 많아요. (모두 웃음)

이렇게 다 자기 생각, 자기 이념, 자기 사상, 자기 믿음에 안 맞으면 거부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나를 욕하는 악플을 달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악플을 읽어보면 좋은 점도 있어요. ‘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저 사람은 저런 믿음을 갖는구나’, ’아, 세상 사람이 참 다양하구나’ 이렇게 아는 계기가 됩니다. 그게 바로 세상 속에서 적응하는 힘을 키우는 거예요.

질문자의 지금 생각은 어린애 같은 생각이에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엄마하고만 살아야 해요. 심지어 질문자의 엄마도 질문자가 싫을 때가 있어요. (모두 웃음)

앞으로 남한테 미움을 사는 경험을 하면 이걸 늘 생각하세요.

‘뱀이 나한테 뭘 잘못했기에 내가 뱀을 싫어할까?’

뱀은 나한테 아무 잘못도 안 했지만 내가 뱀을 싫어하듯이, 나의 잘잘못과 관계없이 상대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아, 저 사람의 업식은 나 같은 사람을 싫어하는구나.’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모를 수 있어요. 내가 여자라고 싫어하는지, 키가 크다고 싫어하는지, 키가 작다고 싫어하는지, 출신 지역 때문에 싫어하는지, 말버릇 때문에 싫어하는지, 얼굴 생김새 때문에 싫어하는지, 종교가 다르다고 싫어하는지, 그 사람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은 몰라요.

그런데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그냥 그렇게 반응을 하는 거예요. 뱀도 질문자한테 똑같이 물어볼 수 있겠죠.

‘무엇 때문에 날 싫어하니? 내 눈 때문에 싫어? 혀를 날름거린다고 싫어? 몸이 길쭉해서 싫어?’

이렇게 물으면 질문자는 뭐라고 대답할래요? ‘그냥 싫다!’ 이러겠죠.”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세무업에 종사한 지 2년 된 사회초년생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미래에 지금 있는 직업들이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미래에 역량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 올해 초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몇 가지 안 좋은 일을 겪다 보니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죽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21살 대학생입니다. 중학교 때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니 이제 뭘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군중 속에 있을 때 외로워요. 사람들이 저를 따돌리는 것은 아닌데 활발하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초라해 보여요.
  • 학창 시절에는 저의 안위를 위해 살았는데 수능이 끝나고 저를 성찰하면서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타성, 사랑, 정의로움 같은 선이 인간에게 발전시켜야 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맞나요?

  • 제 또래 우상이었던 여자 연예인 두 명이 잇달아 자살했습니다. 힘든 선택을 하는 사람을 위한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 직장에 다닌 지 6년째인데 아직 진급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직위가 높은 동기나 후배들을 보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 아버지가 담배를 굉장히 좋아하고, 피운 지 오래되셨는데 끊을 생각이 없어요.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셔서 너무 걱정돼요.
  • 연구원으로 일한 지 3년 되었는데 유학을 가고 싶어 졌어요. 퇴사할 용기가 필요한데 한 말씀해주세요.
  •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상처 주는 말을 해서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상처 받는 말을 듣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어릴 때 부모님이 저를 혼자 방치해서 그런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워요.

부모님이 상처 주는 말을 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마지막 질문자에 대해서는 “스무 살이 넘었다면 더 이상 부모를 탓하지 말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라고 강조하면서 자립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강연장에 함께 앉아 있는 청년들을 향해서도 부모를 탓하듯이 대한민국의 나쁜 점을 탓하고 있지만 말고, 세상을 긍정하는 바탕 위에 주체적이고 쾌활하게 살 것을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쾌활하게 삽시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 어리기는 뭐가 어려요? 여러분은 어린애처럼 자꾸만 자기가 어리다고 생각해요. 그런 어린애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하세요. 영원히 어린애로 살래요? 스님이 아니면 누가 이런 얘기를 해주겠어요? (모두 웃음)

자기를 조금 더 쾌활하게 만들어갑시다. 아시겠죠?”

“네!”

“지금 대한민국이 살기 나쁘다고들 하지만, 베트남 가서 살래요, 중국 가서 살래요, 한국에서 살래요?”

“한국이요.”

“그래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예요. 그러니 첫째,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대한민국은 살기 괜찮은 나라예요.

그러나 이대로 모든 게 다 좋다는 건 아니에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요. 그러나 ‘괜찮다’라는 긍정 위에서 어떻게 개선하고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개선책이 나와요. ‘모든 게 문제다!’ 이러면 다 때려 부수거나 이민을 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우리는 지금 남북 간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일본, 미국, 중국 등 국제 관계에서도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회가 급변하면서 몰락하는 계층의 고통을 어떻게 줄일지, 자꾸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등 여러 가지 과제가 많아요.

청년실업도 그중 한 문제예요.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청년실업이 심해지는 걸 해결하려면 기성세대가 일자리를 나누어야 해요. 그런데 기성세대는 60세가 돼도 건강하니까 정년을 연장하려고 하잖아요. 정년을 연장하면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더 적어지죠. 기성세대만 생각하면 정년 연장을 해야겠지만, 그럼 젊은이들 일자리는 어떡해요? 일할 사람이 부족할 때는 정년을 연장해도 되지만,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일 때는 정년을 연장하면 안 돼요. 정년을 연장한다 하더라도 주 5일이 아닌 주 3일만 근무하고 월급은 절반으로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해야 돼요. 그렇게 해서 확보한 일자리를 젊은이들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주 5일 근무로 일자리 확보가 안 되면 주 4일 근무로 줄여야 해요. 앞으로 이런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조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건 안 내어놓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사회 제도에 대해서 항의를 해야 합니다. 항의를 하되 폭력적으로 하면 안 돼요. 그건 투표를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주택 문제를 예로 들어볼게요. 주택 가격이 지금처럼 막 뛰어올라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집값이 안 오르도록 부동산 경기를 다 잡았다’라고 해요. 이 얼마나 무사안일한 얘기예요? 최소한 원룸 정도는 젊은이들이 자기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준다든지, 이런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도록 요구를 해야 해요. 투표를 할 때도 그런 정책을 내는 사람에게 표를 주고요. 이런 행동을 해야 세상이 변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부모를 원망하듯 사회를 원망하고 있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의식이 약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식을 갖게 되면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매일 눈앞의 목표만 쳐다보고 그 속에서만 놀다 보면 무기력해지기 쉬워요.

저는 지금 67살인데도 늘 육체노동을 하고 움직입니다. 매년 인도 비하르주, 필리핀 민다나오 같은 오지를 가요. 쉬지 않고 활동함으로 해서 허무주의(nihilism)나 안일함에 빠져 안주하는 것을 방지해요. ‘법륜스님!’ 하고 따라다니는 사람들한테 맨날 좋은 소리만 들으면 저도 제가 잘난 줄 착각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깊은 오지에 가면 제가 누군지 아무도 몰라요. 기차를 몇 시간 서서 타도 아무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앉아서 갈 수가 없어요. (모두 웃음)

그런 오지에 가서 있어보면 ‘나’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있으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착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기가 별거 아닌 줄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살아야 자기를 온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어요.

조금 더 생기 있고 발랄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청년들에게 ‘정신 차려라’며 호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호통 속에 담긴 애정 덕분인지 강연이 끝난 후 청년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 보였습니다.

마지막 공지사항으로 청년들을 위한 수행법회가 소개되었습니다. 서초구, 서대문구, 노원구 세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 법륜 스님의 영상 강의를 함께 보고 마음 공부를 하는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또래 청년들을 위해 강연을 준비해준 청년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인사를 나누고 스님은 서초 정토법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대구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립니다. 올해 마지막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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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1-02 23:12:05

김애자

자기가 별거 아닌 줄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살아야 자기를 온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어요.

2019-12-03 09:26:41

정지나

징징대는 시간 대신 가볍게 있는그대로 나를 자각하며
다시, 툭! 감사합니다 꾸벅^^

2019-12-01 22: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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