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1.9 유튜브 즉문즉설 채널 구독자 나들이
“저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를 밤마다 저주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튜브 즉문즉설 채널 구독자들과 함께 경주 불국사로 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아침 10시, 유튜브 즉문즉설 채널에 공지로 올린 집결 시간이 되었습니다. 불국사 주차장 옆에 위치한 돌탑 앞에 160여 명이 모였습니다. 스님이 나타나자 모두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서울, 경기, 충청도, 전라도, 경북, 경남까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어제 일찍 내려오신 분도 있고, 새벽에 KTX를 타고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온 분들은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도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유튜브로 저를 자주 보셨습니까?”

“네!”

“저도 유튜브 속에서 여러분을 자주 봤습니다. (모두 웃음) 유튜브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까 좋네요. 늘 화면으로만 보다가 오늘은 직접 만나서 인사를 좀 하려고 했어요. 그냥 만나면 뭐하겠어요. 만난 김에 공부도 좀 하면 좋겠다 싶어서 이곳 불국사를 장소로 정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입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규모가 그렇게 큰 절은 아니에요. 중국에 가보면 탑의 높이가 80m씩 되는 것도 있는데, 다보탑은 높이가 10m 밖에 안 되거든요. 중국 사람이 보면 애들 장난 같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절은 그냥 건축물로 지은 게 아니라 경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형상화했어요. 그래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런 불국사에 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쓱 둘러보고 사진이나 찍고 가는 수준이라서 제가 좀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려고 해요. 법륜 스님 유튜브 구독자라면 좀 유식해야 되잖아요. 남이 모르는 것도 알 필요가 있어요.” (모두 웃음)

스님은 삼국유사에 적힌 김대성의 창건 설화와 석가탑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설화도 들려주었습니다.

“불국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이곳을 만든 사람들의 피와 땀과 고통이 이렇게 서려있어요. 만리장성을 보고 좋아하지만, 만리장성을 짓기 위해 수십 만 명이 죽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원한의 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불국사는 종교시설이다 보니 당시에 공사하는 사람들도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서 절을 지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슬픈 사연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큰 공사를 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들어가 보겠습니다.”

야외에서 30분 정도 설명을 하고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불국사 조감도 앞에서 가람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가운데 대웅전에는 현재의 세계를 상징하는 석가모니불을 모셨고, 서쪽에는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신 아미타 부처님을 모셨고, 뒤쪽에는 진리의 법신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세 개의 다른 종파가 하나로 결합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건 어떤 마음을 반영한 걸까요? 현세에는 복을 받고 싶고, 죽어서는 극락에 가고 싶고, 진리도 깨우치고 싶다는 거예요. 욕심이 끝이 없어요. (모두 웃음)

유럽의 건축물을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듯이, 불교 건축물을 이해하려면 인도의 신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천왕문을 지나 33계단을 오르는 것은 중생의 세계에서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려면 하늘의 세계 33천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거예요.”

“아...”

처음 알게 된 사실에 구독자들은 신기해했습니다.

“바보 도 틔는 소리 하네요.” (모두 웃음)

스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왜 절을 들어갈 때 일주문과 천왕문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하늘 세계로 올라갑니다.”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일주문을 지나, 신들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을 지났습니다.

“아이고, 단풍 이쁘다.”

날씨는 맑고, 단풍은 고왔습니다. 불국사에 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인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서 스님은 ‘구품 연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 연못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연못의 이름이 ‘구품 연지’입니다. 구품 연지는 구품 중생이라는 말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사람은 살아생전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죽을 때 아홉으로 분류가 된다고 해요. 이야기를 해주면 자기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까요?

상상품부터 하하품까지 구품입니다. 상상품에 속하는 사람은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항상 진리를 깨달아 붓다의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죽어서 숨넘어가자마자 바로 극락에 태어난다고 해요. 믿거나 말거나. (모두 웃음)

1품은 즉시, 2품은 반나절, 3품은 하루, 4품은 3일, 5품은 7일, 6품은 21일 만에 태어납니다. 그리고 7품이 보통 사람에 해당해요. 자기 이익을 위해 남에게 손해도 끼치고, 배고프면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결혼할 때 고등학교 졸업했으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고, 나이도 두 살쯤 속이는, 이런 보통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닌 보통 사람이 하상품 7품입니다. 8품과 9품도 지옥에 잠시 갔다 오지만 그들도 극락에 가게 됩니다. 그래서 구품 중생이라는 말은 결국 모든 중생이라는 뜻입니다.”

불국사는 산중에 사찰을 지으면서 평지 사찰처럼 가람 배치를 하기 위해 축대를 많이 쌓았는데 스님은 이 축대를 쌓은 방식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그 내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기 축대를 쌓은 모습을 한 번 보세요. 두 번째 층은 보살의 세계입니다. 보살의 세계는 모든 사람이 다 깨달을 필요 없이 보살이 중간중간에 역할을 잘하면 중생들도 다 부처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세계예요. 모든 돌을 다 깎아서 쌓는 것이 아니라 기둥만 반듯하게 깎아서 정기적으로 세우고 기둥 사이의 돌은 그냥 끼워버리면 다 깎아서 넣은 것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저 기둥들이 보살을 상징하고, 저 사이에 낀 돌들은 중생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저 돌들은 그냥 일반 중생은 안 되고 적어도 한 면은 붓다를 닮아야 돼요. 그래서 앞면은 모두 평평합니다. 앞면만 깎은 돌이 아니고 한쪽은 평평한 돌을 주워서 딱딱 끼워 맞춘 거예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정토회에서 내건 모토가 ‘모자이크 붓다’ 예요. 우리가 전부 다 부처가 되는 것은 무리이니까 한 측면만이라도 부처와 같은 역할을 하자는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부족하더라도 정토회 전체는 부처님이 하는 일을 하자는 거죠. 그러니 여러분이 뭘 하더라도 한 면은 부처의 역할을 해야 해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 손수건을 들고 다니든지, 일회용을 안 쓰든지. 오늘 모임을 마치고 나서 한 가지 씩은 실천해야 해요. (모두 웃음)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륜 스님이 훌륭하다고 만 번 말해도 자기 인생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남이 훌륭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훌륭한 게 중요해요. 모든 게 다 훌륭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라도 남에게 도움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둥이 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분들이 기둥 사이에 끼인 돌 하나는 되면 좋겠습니다.”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축대에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국사 경내로 올라가는 계단도 33천을 뜻하고, 그 문의 이름도 자하문(紫霞門)입니다. 모두 성스러운 부처님의 세계를 뜻하고 있었습니다.

오르막길을 올라 경내로 들어섰습니다. 석가탑과 다보탑 아래 구독자들이 모이자 스님은 법화경을 구현한 아름다운 다보탑,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 발견된 석가탑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석등, 대웅전, 무설전, 관음전, 비로전, 극락전과 안양문, 연화교와 칠보교, 당간지주까지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설화와 의미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름, 기둥, 계단 하나도 그냥 만든 것이 없었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손 모양을 한 부처님들도 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독자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했습니다.

“오늘 머리가 터지겠죠?” (모두 웃음)

불국사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2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점심은 숲에서 먹었습니다. 키가 큰 소나무와 단풍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깔고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다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입니다. 혼자서 먹기도 하고 둘, 셋이 모여서 먹기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1시 20분부터 숲에 둘러앉아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즉문즉설을 하기 전, 신라의 역사를 노래로 부르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먼저 오전에 불국사 설명을 듣고 나서 궁금한 점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시간이 아니에요. 아까 그렇게 설명했는데 궁금한 게 없어요? 왜 왔어요? 스님 얼굴 보러 왔어요?”

“네.” (모두 웃음)

질문이 몇 가지 나왔습니다.

  • 다보탑이 너무 깨끗한데 정말 천 년 전에 만든 게 맞나요?
  • 탑에 정말 부처님 사리가 있나요?
  • 불국사는 재상이 창건해서 종파에 구애받지 않고 세 가지 종파가 섞여있다고 하셨는데, 불국사로 출가하신 스님들도 다양한 방식을 선택해서 수행하시나요?
  • 스님께서 출가하신 이유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라는 질문이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가 없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더 듣고 싶습니다.
  • 우주가 나아가는 방향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역사와 과학 이야기가 뒤섞이는 가운데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불국사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질문을 받는 후 인생 고민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유튜브를 보면서 정말 궁금했던 점이라며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즉문즉설 유튜브를 보면 스님께서 항상 ‘저 산속에 다람쥐는 나무가 높다고 해서 불평을 할까’라고 하시는데요. 저는 불평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람쥐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셨어요?” (모두 웃음)

스님은 왜 다람쥐나 토끼와 같은 동물의 세계를 법문에서 자주 이야기하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역시 인생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습니다. 졸던 사람도 눈을 떴습니다.

총 4명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그중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분과의 대화를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나이가 39살이고 장애인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월급이 굉장히 작지만 장애인을 가르친다는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데, 저를 시기하거나 저를 싫어하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듭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는 있는데 많이 힘들어요.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지만, 저를 괴롭히는 사람은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습니다. 비겁하지만 소심한 복수의 의미로 잠자기 전에 그 사람을 저주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 그 사람을 저주하지 않고는 잠이 안 와요.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저주를 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분이 어떻게 질문자를 괴롭힙니까?”

“소심하고 비겁하게 저를 괴롭혀요. 예를 들면, ‘여기는 내 구역이니까 너는 들어오지 마’ 이렇게 초등학생처럼 굴어요. 그 얘기를 저한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 직원들에게 시켜서 ‘너는 이 길도 지나가지 말래’ 이런 식으로 괴롭혀요.”

“질문자가 하는 짓도 그 사람과 수준이 똑같네요.” (모두 웃음)

“저도 어떻게든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질문자가 집에 와서 종알종알 저주하는 것이나 그 사람이 초등학생처럼 말하는 것이나 수준이 똑같아요. 질문자가 남을 저주하는 것도 초등학생 수준에서나 그렇게 하는 것이지 성인이 누가 그렇게 남을 저주합니까.”

“저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애인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되잖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정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은 나이가 몇 이예요?”

“38살이요.”

“실제 나이가 38살인데 말과 행동은 초등학생처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사람도 장애인이에요. 만약 그 사람이 지적 장애인이라면, 질문자가 돌봐줘야 하지 않아요? (모두 박수)

왜 육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돌봐주고,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돌봐주지 않아요?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훨씬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해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저주를 하게 되면 속이 시원해지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게 돼요. 자기 스스로 ‘내가 이 수준밖에 안 되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초등학생처럼 행동하는 것을 좀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고, 나이가 38살이나 된 사람이 정신 연령이 저렇게 낮아서 어떡하나. 저분의 엄마가 그 모습을 보게 되면 얼마나 불쌍한 마음이 들까.’

이렇게 그 사람을 조금 불쌍하게 보는 것이 필요해요. 얼굴은 멀쩡한데 심보는 왜 그렇게 나빠요?”

“저는 저희 장애인 아이들에게는 잘합니다.”

“그 사람은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지적 장애인이라니까요. ‘저분이 얼마나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으면 저렇게 행동하겠나’ 이렇게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신체적 장애 때문에 뒤뚱뒤뚱하면서 걷는 것을 바보같이 여기기보다는 불쌍하게 여기듯이 그 사람을 조금 더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면 좋겠어요. 너무 저주만 하지 말고요.”

“감사합니다.”

“저주를 해도 되긴 해요. 집에 와서 혼자서 중얼중얼 저주한다고 해서 제가 나쁘다고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직접 대놓고 욕하지 못해서 화병이 걸린 사람이 정신과에 가면 이런 처방을 내려줄 때가 있습니다. 인형에 남편 얼굴 사진을 붙여 놓고, 방망이로 계속 때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여성들은 빨래터에서 방망이를 두들기면서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남편 흉을 보거나 시어머니 흉을 보면서 계속 방망이를 두들기면 심리 치료 효과가 있긴 해요. 빨래터가 스트레스 해소장이 되는 이유는 참았던 것을 드러내 놓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렇게 못하니까 화병이 너무 심한 사람에게는 정신과에서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막 욕하게 하는 처방을 내려줍니다. 진짜 때리면 폭행죄에 걸리니까 인형을 때리게 합니다. 이것은 응급치료예요. 너무 화가 찬 사람에게는 ‘정신 차려라’ 이런 말이 안 먹혀요. 누군가가 자기편이 되어주어서 이야기를 좀 들어줘야 좀 진정이 돼요. 이런 사람에게는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런 놈은 때려줘야 해’ 이렇게 맞장구를 쳐줘야 심리적인 안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응급치료이지 근본치료는 아닙니다.

도저히 못 견뎌서 혼자서 욕을 하는 것은 주변에 직접 피해가 안 가고, 법률에도 저촉이 안 되기 때문에 괜찮아요. 화병이 나서 혼자서 그렇게 욕하는 것은 죄는 안 돼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에 해당해요.”

“안 그래도 의사가 이렇게 저주라도 하라고 해서 욕하고 있어요.”

"그런데 응급치료를 넘어서서 근본치료를 하려면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자비심이 좀 필요해요.

‘아이고,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과 같이 사는 부인은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좋게 봐주세요. 그 사람이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도 저렇게 행동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봐주라는 얘기예요.

그리고 직접 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거예요. 그건 그 사람이 질문자를 굉장히 배려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여러분들은 직접 말하지 않는 것을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면 이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법륜 스님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할 수도 있잖아요. 임금도 안 보는 데서는 욕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법륜 스님에 대해서도 욕할 수가 있겠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들끼리 법륜 스님을 욕하는 게 나아요, 이 자리에서 손 들고 스님의 면전에서 욕하는 게 나아요? 어느 것이 법륜 스님한테 좋은 걸까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욕하는 게 낫죠.”

“여러분들은 ‘그래도 앞에서 얘기해줘야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앞에서 얘기해주면 더기분 나빠할 거예요. 그래서 뒤에서 욕하는 것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면전에서 욕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스님을 욕하는 것은 스님을 배려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은 굉장히 질문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 그분이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시켜서 말해주는 것은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해져요. 괴롭고 싶으면 자기 생각대로 하세요.”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화가 올라오다가 알아차리면 잠잠해지는데, 왜 그런 건가요?
  • 연길에서 온 조선족입니다. 사람들이 조선족에 대한 편견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게 어렵습니다. 어떡하죠?
  • 남동생이 학교를 안 가서 유급을 당했습니다. 엄마가 저보고 남동생과 대화를 해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해가 기울자 그늘 진 숲 속에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많이 춥죠? 멀리서 왔는데 차비 값은 했을까요?”

“네! 스님, 감사합니다.”

모두 아주 큰 목소리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전체가 둘러앉아서 소감을 나누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조별로 모여 앉아서 20분 동안 소감 나누기를 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왔어요. 종교가 없는데도 스님의 설명이 너무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아이들 어릴 때 같이 오고 난 후 20년 만에 불국사에 처음 왔어요. 저는 어디에 당첨된 게 처음이에요. 당첨 발표를 보고 일주일 간 너무 행복했어요.”

“스님께서 불국사 축대를 설명하면서 한 가지씩은 부처를 닮자고 하셨는데, 저는 앞으로 환경실천을 하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이제 나무젓가락은 쓰지 않을 거예요.”

“불교 신자이지만 절에 대해 잘 몰랐어요. 스님이 자세히 설명하니까 정말 좋았어요.”

“불국사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 온 이후로 오늘 처음 왔습니다. 저는 스님의 유튜브를 본 지 2주밖에 안 되었어요. 스님과 한 공간에서 숨을 쉬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시면 또 참가하겠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왔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울긋불긋 단풍처럼 다양한 색깔의 소감이 펼쳐졌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나니 하루가 더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는지, 여러 명이 스텝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다음 모임은 언제 하나요?”

스님은 불국사를 뒤로 하고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본 후 내일 새벽에 불교대학 특강 법문을 하기 위해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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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2-12 23:32:16

진성권

스님과의 하루를 함께하여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신청해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법륜스님과 함께 동시대에 살아있는 것이 영광이고 제 인생에서 스님과 함께한 추억이 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11-24 00:05:28

감로향

스님의 하루를 통해 제가 알던 불국사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세워집니다.
기둥 사이에 끼인 돌 하나가 되겠습니다~감사합니다_()_

2019-11-16 10: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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