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18 새책 원고 교정
“남편이 돈도 안 벌고, 집에서 불평불만만 해서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해외에서 온 손님들을 모시고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다음 주에 새로 출간하는 책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간하는 책은 ‘지금 이대로 좋다’라는 책입니다. 지난 7년 간 매일 아침 발행된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를 그림과 함께 엮은 책입니다.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5일 인천 동구 주민센터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소개해 드리지 못한 대화 내용을 한 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남편이 직업이 없는 상태라 경제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남편은 집에 있으면서 집안 살림을 전혀 도와주지 않고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특히 일은 안 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까 모든 불평불만이 저한테 와서 제가 많이 힘듭니다. 이런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야 할까요?”

“남편이 언제부터 집에 있었나요?”

“남편이 직장 생활 안 한지 거의 10년이 다 됐습니다.”

“남편이 우울증과 같은 증상은 없나요?”

“집에만 있다 보니까 약간 우울증도 오는 거 같아요.”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이 생겼을까요? 우울증이 있다 보니 집에만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친구들 만나러 나가서 술을 마셨는데, 사회생활을 안 하다 보니 요즘엔 집에서 술을 많이 마십니다. 밖에서 마시면 돈이 많이 드니까 집에서 마셔야겠다고 해요.”

“일을 안 하는 것 말고는 질문자에게 다른 손해 끼치는 건 없나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보니까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언어폭력을 씁니다.”

“이 년, 저 년, 이렇게 말해요?”

“그 정도는 약과고요. 제가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많이 합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은 없습니다. 입에 담기니까 욕이 되죠.” (모두 웃음)

“지금 제가 여기서 그 욕을 직접 표현하기가...”

“표현하기가 어려운 거지, 입에 담지 못하는 욕은 없어요. 입에 담기니까 욕이 나오는 거죠. 제가 볼 때는 남편이 약간 정신질환이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걸 누구한테 의논할 수도 없는 힘든 상황이었을 때 우연히 스님의 유튜브를 보게 됐어요. 저랑 비슷한 상황인 분이 질문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그때 스님께서 그분에게 ‘남편이 집에서 놀아도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힘들 때 그 말씀이 힘이 되긴 했어요.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있지만 모든 것을 제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

“남편과 이혼하고 질문자 혼자서 살면 어차피 본인이 다 책임지고 살아야 될 것 아닙니까.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남편이 털털 털고 일어나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어오면 제일 좋겠죠. 그런데 남편은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이혼하는 거예요. 이혼하게 되면 질문자에게 이익이 되는 건 뭘까요? 그런 꼴 안 보는 거, 밥 할 때 쌀이라도 조금 적게 드는 거, 세탁할 때 옷가지라도 조금 적게 넣는 거, 술값 조금 적게 드는 거, 이런 거란 말이에요. 남편이 밖에 가서 노름을 해서 돈을 탕진한다든지, 무슨 큰 손해를 끼친다든지, 집에서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이런 건 아니잖아요. 이혼을 한다 하더라도 크게 이익되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몇 명 있어요?”

“아이는 한 명인데, 저는 이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몇 살이에요?”

“중학생이에요.”

“그럼 이혼하면 아이는 질문가가 키워야 되나요, 안 키워도 되나요?”

“제가 키워야 됩니다.”

“이혼해도 밥 해 먹어야 되나요, 안 먹어도 되나요?”

“해 먹어야 됩니다.”

“이혼해도 방청소는 해야 되나요, 안 해도 되나요?”

“해야 됩니다.”

“이혼해도 빨래는 해야 되나요, 안 해도 되나요?”

“해야 됩니다.”

“그렇다면 남편과 같이 산다고 해서 힘든 건 사실 크게 없어요. 밥 할 때 쌀 조금 더 집어넣으면 되잖아요.”

“그게 힘든 게 아니라 제가 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너무 힘든데 남편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먹은 설거지는 그대로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요. 질문자는 혼자 살게 되더라도 설거지는 해야 되나요, 안 해야 되나요?”

“해야 됩니다.”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까 남편 때문에 질문자가 더 해야 하는 일은, 밥 할 때 쌀 한 숟가락 더 집어넣는 것, 빨래할 때 옷 몇 가지 더 집어넣는 것, 직장 갔다 왔을 때 설거지 좀 하는 것, 이런 것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저는 남편이 일을 하려는 의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좋겠지만, 질문자의 남편은 지금 환자예요.”

“그러면 그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되나요?”

“환자는 간호를 해야죠. 남편이 조금 더 아프면 똥오줌도 다 치워줘야 되고, 음식도 입에 떠먹여 줘야 될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떡할 거예요? 남편이 아파서 누워있으면 질문자는 남편을 버릴 거예요? 간호할 거예요?”

“간호해야죠.”

“그런 상황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훨씬 낫잖아요.”

“제가 제일 답답한 것은 남편이 ‘내가 그냥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돈을 버는 거야’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 말이 맞아요, 그 말이 부처님 말씀이에요. 나가서 사업한답시고 돈 몇 천만 원 가져가서 버리고 오거나 이래 봐요. 그러면 어떡하겠어요. 그건 남편 말이 맞아요. 부처님 말씀이에요.

그러니 질문자가 다시 생각해 보세요. 남편은 정신적으로 환자이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지금 질문자는 남편에게 불가능한 걸 기대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만약 남편이 지금보다 더 아프면 어떡할래요? 그렇기 때문에 제 손으로 밥 떠먹고, 제 혼자 힘으로 똥오줌 가리는 것만 해도 질문자에게는 엄청 이익인 거예요. 그러니 항상 이렇게 기도를 해야 돼요.

‘당신이 건강하기만 하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남편이 아파서 누우면 질문자가 돌봐야 할 거 아닙니까. 물론 이혼을 하는 길도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가끔 한 달에 한 번씩 남편이 안아주나요?”

“별로... 제가 그냥 귀찮아요.”

“질문자는 앞으로 남자 없이 살 수 있겠어요?”

“사실은 혼자 사는 게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러면 남편이 더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 걱정만 하면 돼요. 질문자는 부부관계를 1년에 한 번도 안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이혼하고 혼자 살게 되면, 부부관계는 어떡할래요? 그러니까 1년에 몇 번 잠만 같이 자줘도 고맙잖아요. 남편은 적어도 부작용은 없잖아요. 그리고 남편이 집을 지켜주는 것만 해도 굉장히 고마운 일이에요. 남편이 죽고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돈은 못 벌어도 그래도 집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돈을 못 벌어도 죽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게 좋죠. 저한테 잔소리만 안 해도 좋겠지만...”

“질문자가 남편에 대해 ‘건강하게 집만 지켜줘도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항상 가지면, 남편의 잔소리도 저절로 없어져요. 그렇게 안 되고 질문자가 남편에게 불평을 하기 때문에 남편도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거예요.”

“제가 남편한테 불만사항을 말한 적은 거의 없어요.”

“불만사항을 말로는 안 해도 속으로 말하잖아요. ‘어떻게 내내 집구석에만 쳐박혀 있냐? 나가서 돈이나 벌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제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 때문에 남편이 그러는 거예요?”

“그럼요. 남편도 질문자의 불만이 느껴지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단 말이에요. 남편이 뭐라고만 해도 ‘아이고, 여보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제가 어제 청주 강연을 가다가 청주에 계신 90이 넘으신 노보살님 집에 들렀어요. 돕는 이가 매일 낮에 와서 3시간 동안 밥과 밑반찬을 해 주고 청소도 해주고 간다고 해요. 그런데 90이 넘으니까 이런 돕는 이가 새로 생겼데요. 청소도 안 하고 밥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밤에 와서 옆방에서 잠만 자고 아침에 가는 돕는 이가 있다고 해요. 하루에 2만 원을 줘야 한다고 하니까 계산해보면 한 달에 60만 원이 드는 겁니다. 방 값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저녁에 와서 얼굴 봐주고 옆방에서 자고 아침에 얼굴 잠깐 보고 나가기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왜 이런 사람이 필요할까요? 90이 넘은 노인이니까 밤새 안녕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한 가지만 체크하기 위해서 오는 거예요. 저녁에 들어와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고, 아침에 나가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만 하지 아무 일도 안 해요.

그 노보살님은 이렇게 60만 원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밥을 짓는 것도 아니고, 저녁 늦게 왔다가 아침에 가기만 하잖아요. 그래서 노보살님의 요청은 정토회 안에 방을 하나 만들어서 넣어달라는 거예요. 그러면 그 60만 원은 정토회에 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밤에 왔다가 잠만 자고 가기만 해도 60만 원을 줘야 하는데, 질문자의 남편은 밤은 물론이고 낮에까지 지켜주니까 한 달에 암만 못 줘도 100만 원 이상은 줘야 해요. (모두 웃음)

그런데 남편은 지금 돈 안 받고 그렇게 하잖아요. 그러니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야 해요. ‘건강하게 살아줘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하면 남편의 잔소리가 싹 없어질 거예요. 설령 남편이 잔소리를 해도 질문자가 아무렇지 않아요. 뭐라 불평하면 이렇게 기도하세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욕도 하지요. 죽으면 욕도 못해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해도 저는 당신이 살아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돼요.”

“남편이 들리게 말해요?” (모두 웃음)

“들리게 해도 좋지만, 들리게 하면 남편이 욕을 더 할 수도 있으니까 마음속으로 ‘살아 있어서 고맙습니다. 집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그리고 1년에 몇 번이라도 하룻밤을 자주면 엄청나게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용돈도 팍 주세요. 제비를 키우려면 원래 돈이 많이 들어요. 이렇게 마음을 내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돼요.

물론 이혼을 하겠다면 저는 말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라고는 제가 말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이혼 안 하고 같이 살겠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남편과 싸우면서 사는 게 낫겠어요? 안 싸우면서 사는 게 낫겠어요?”

“안 싸우면서 사는 게 낫죠.”

“안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남편을 환자라고 보고 이렇게 받아들이세요.

‘이만하기만 해도 참 다행이다. 제 손으로 밥 먹고, 제 발로 걸어가서 똥오줌 가리고, 집 지켜줘서 참 고맙다.’
진짜 마음속에서 고맙게 생각하면 남편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도 적어질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해도 이렇게 말해 줄 수 있게 됩니다.

‘아이고, 여보. 그래도 오늘 큰소리치는 거 보니 아직은 건강하네요.’

아프면 그렇게 고함도 못 쳐요. 아프면 욕도 못 해요. 되게 아프면 술도 못 마셔요. 그래도 우리 남편은 건강해서 술도 마시고 욕도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술도 가끔 마시고 욕도 가끔 하면서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껴안아 주는 게 낫겠어요? 완전히 아파 누워가지고 욕도 못 하고 술도 못 마시고 껴안아 주지도 못하는 게 낫겠어요?”

“욕 좀 얻어먹어도 껴안아 주는 게 낫습니다.”

“그렇게 남편이 고마운 줄 알면 이 문제는 저절로 풀려요. 어떤 마음을 내라고요?”

“고마운 줄 알아라.”

“돈을 많이 벌어 와서 고마운 게 아니라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고맙다, 제 손으로 밥 먹는 것만 해도 고맙다, 제 발로 걸어가서 똥 누고 오는 것만 해도 고맙다, 집 지켜줘서 고맙다, 그리고 가끔은 남편 역할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따지면 고마운 것도 수십 가지예요. 항상 그렇게 ‘고맙습니다’ 하고 기도해 보세요. ‘욕을 해도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남편이 하는 욕이 더 이상 욕이 아니게 돼요.”

“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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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그냥 그저 감사합니다 꾸벅^^

2019-12-28 21:57:32

넉넉함

환자로보는게 중요하군... 감사합니다

2019-10-27 21:48:29

규원

자신을 독립적이고 긍정적으로 행복하라는 스님의 귀한진리의 말씀 실천하며 기쁘게 살겠습니다. 항상 좋은법문 주셔서감사합니다.

2019-10-26 19: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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