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17 행복한 대화(10) 부산 KBS홀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부산 KBS홀에서 3000여 명의 부산 시민들이 자리한 가운데 행복한 대화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손님들이 오셔서 잠깐 농장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논에는 황금빛 물결이 넘실거렸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붉게 물든 고추가 아직도 주렁주렁 열리고 있었습니다.

농장을 둘러본 스님은 손님들에게 쉬시라고 안내하고 장갑을 끼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말 아시죠?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 날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수행자는 남의 수고로움에 신세를 지고 살면 안 돼요. 저는 여기서 두 시간 동안 일을 하고 갈 테니까 방에 가서 좀 쉬세요.”

고요한 가운데 오직 스님의 발걸음 소리, 고추 꼭지를 따는 가윗 소리만 들렸습니다. 고추를 한 고랑 따고 나니 금세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고추를 한 고랑 따고 나니 가지를 심어놓은 곳에 잎과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추가 열리다 보니 행자님들이 가지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나 봅니다.

“아이고, 여기부터 정리해야겠다.”

스님은 가지 줄기와 잎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윗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순식간에 이발을 한 듯 가지 나무가 반듯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잘 익은 가지가 바구니에 한가득 담겼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손수레를 가져와서 가지 한 바구니를 실었습니다.

“땀이 엄청 많이 나네.”

점심 밥상에는 방금 스님이 따 온 가지로 만든 가지 무침이 맛있게 만들어져서 올라왔습니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일기 예보에 떴습니다. 콤바인을 갖고 계신 어르신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예정에 없던 벼 베기를 오늘 오후에 하기로 했습니다.

콤바인이 큰 소리를 내며 논의 모퉁이에서부터 한 바퀴를 돌며 논 안 쪽을 향해 벼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논 옆에는 트럭 위에 탈곡된 볍씨를 담을 수 있게 1000kg짜리 포대를 설치했습니다.

콤바인이 논 한 바퀴를 돌아오면 탈곡된 볍씨가 포대에 가득 담겼습니다. 1000kg짜리 포대 8개가 가득 찼습니다.


포대가 다 차면 꽁꽁 묶어서 차례로 트럭에 실어 품질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다행히 모두 모두 1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 농사는 정말 잘 되었어요.”

스님은 저녁에 부산에서 강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4시에는 여기서 출발해야 했습니다. 오늘 콤바인을 운전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논일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마을 어르신에게 스님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부산 강연을 함께 가기로 했던 행자님들에게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갑자기 탈곡하기로 정해져서 미안한데, 오늘은 강연을 들으러 오지 말고 벼 수확을 좀 도와주세요.”

오늘 농사일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행자님에게 일러 준 후 스님은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부산 KBS홀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꽉 찼습니다. 일찍 온 사람들이 강연장 안팎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기다리는 줄도 길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3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상담 전문 봉사단체 미소원에서 JTS에 후원금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이사장 장유정 님과 회원들이 함께 왔습니다.

“스님께서 목숨을 걸고 도우시는 모습에 감동해서 시작했습니다.”

미소원에서는 2002년부터 결핵환자 108명 살리기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인도 성지순례를 계기로 인도 마을 우물 파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 1년간 2,040만 원을 모았습니다. 미소원 회원들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집이나 차를 샀을 때, 시험에 합격했을 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자녀가 결혼했을 때 등 무언가 기념할 일이 생기면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후원금은 목적한 대로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JTS에서는 인도 불가촉천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운영하고, 병원을 세워서 결핵환자도 치료하고 있어요. 마을에 우물도 파고 집 짓는 것도 도와주고 있고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산에 사는 원주민을 위해서 작은 학교를 1년에 약 4개씩 짓고 있습니다. 또 필리핀에서는 아직 장애인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서 장애인을 위한 학교와 기숙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로힝야 난민 50만 명에게 가스버너 10만 개를 지원했습니다. 북한에는 경제 제재로 굶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 지난 7월까지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했습니다. 이번에 주신 돈은 인도에 우물을 파고, 결핵환자를 돕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도에 쓰는 것은 손톱만큼도 허투루 쓸 수 없어요. 장유정 이사장님 동생이 인도 JTS 책임자로 있으니까요. 언니에게 거짓말은 안 하겠죠.” (모두 웃음)

장유정 님의 동생 보광 법사님은 인도에 5년째 파견되어 인도 JTS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후원금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강연장 안에서는 사전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청아한 대금 연주에 이어 기타를 맨 두 사나이가 나와 ‘나는 행복한 사람’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유명한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앉은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따뜻한 가사를 부르니 마음까지 훈훈해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스님이 나오자 더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3천 명이 치는 박수 소리가 홀을 가득 메웠습니다.

“손바닥 아픈데 그만 치시죠.” (모두 웃음)

스님은 고개를 높이 들어 3층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넨 후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부산 시청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그 강당에 천 명이 들어올 수 있었어요. 그때 사람이 많아서 강당 안으로 못 들어오고 밖에 계신 분도 많았어요. 강연에 오셨다가 돌아가신 분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아무리 무료 강연이라도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가게 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어요.

모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보니 부산에는 KBS홀이 있다는 거예요. 예전에도 여기서 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여기서 안 한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홀을 빌리는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음향 시설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천만 원이 넘게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런 큰 강연장을 자주 못 써요. 오늘 여러분이 나가시면서 본인 의자 값만 내놓으면 자주 이용하겠습니다. (모두 박수)

저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합니다. 돈을 안 받고 하는데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제가 저희 정토행자들 앞에서 강의할 때 강의료를 안 받고 그냥 해요. 온 국민, 전 세계 사람 모두 우리 가족이고 식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행복하면 가정이 좋아지고, 사회가 좋아지고 대한민국이 좋아져요. 제가 왜 돈을 받고 하겠어요, 돈을 주고라도 해야죠. 오늘 1인당 만 원만 줘도 2,000명 왔으면 제가 2천만 원을 드려야 하는데 제가 지금 공짜로 하고 있잖아요. 저는 그런 마음으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박수)

둘째, 꼭 무료는 아니에요, 선불제가 아니고 후불제입니다. (모두 웃음) 무료로 하는 것처럼 해주고 나중에 제가 필요할 때 돈을 한꺼번에 받습니다. 왜냐하면 미리 받아 놓으면 제가 보관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 호주머니에 보관해 놨다가 제가 필요할 때 받습니다. 올해 1월에는 로힝야 난민들을 돕는다고 십수 억이 들었거든요, 또 북한에서 식량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고 해서, 지난번에 옥수수만 톤 보낸다고 공지를 했더니 한 달 반 만에 수십 억이 걷혔어요. 그래서 옥수수 만 톤을 다 보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 박수)

그러니 강연은 얼마든지, 원하면 원하는 만큼 무료로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밤새도록 해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쳐서 먼저 가려고 할까요, 여러분이 엉덩이가 아파서 먼저 가려고 할까? 한 명이라도 일어나서 나가는 분이 있으면 마치겠습니다.” (모두 웃음)

시작부터 웃음이 넘쳤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남편이 외도 중인 사실을 알게 되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첫 번째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자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한숨을 먼저 쉬었습니다. 객석은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랑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너무나 괴로웠지만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모른 척하려고 했습니다. 신랑이 매일 늦은 새벽에 들어오니 너무 많은 생각이 들고 괴로워서 신랑에게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랑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 살짜리 첫째 아이가 투정을 하거나 엄마를 찾으면 아이에게도 험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고 하면서 배속의 아이를 낳을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질문자가 키우면 되잖아요.”

“네. 저는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신랑을 잡으려 할수록 더 매정해지고 빗나가는 신랑을 보니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그 괴로운 마음이 배 속 아이와 세 살 아이에게 전해질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너무 괴롭고, 슬프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신랑의 마음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랑의 마음이 돌아온다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가 하는 말의 요지는 평생 남편에게 종노릇 하면서 살겠다는 거네요. 뭐 때문에 요즘 같은 좋은 세상에 젊은 여자분이 남자한테 매달려서 그렇게 종노릇 하면서 살려고 합니까?”

“제가 아직 신랑을 많이 좋아합니다. 미워도 하지만, 싫어하지는 않고 좋아합니다.”

“좋아하면 괜찮아요. 노예가 돼도 좋아요. 지금 질문자는 저한테 ‘나는 신랑의 노예가 되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노예 생활을 하려고 해요? 노예 해방이 된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데요. 흑인이라고 하는 인종적인 해방도, 상놈이라고 하는 계급적인 해방도, 여성이라고 하는 성 해방도 이미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이루어졌어요. 피부 빛깔이 다르다고, 계급이 다르다고, 성이 다르다고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다 자기 행복을 위해서 마음껏 살 수 있는 사회가 됐는데, 무엇 때문에 남편한테 매달려서 눈물 흘리고 전전긍긍하면서 삽니까. 제가 볼 때는 한심해 보여요.

70대 되는 노인이 그러면 옛날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질문자는 아직 젊잖아요. 노인들이 이혼하겠다고 하면 제가 가끔 말릴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옛날 사람이다 보니 이혼을 해놓고도 후회를 하거든요. 그런데 질문자는 남편이 자기를 싫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같이 살려고 해요?”

“다시 돌아올 것 같아서요”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할 거예요? 너무 막연하잖아요.”

“사실은 철학관에서 11월 8일에 남편이 돌아온다고 했어요. 늦더라도 12월 8일까지는 돌아온다고 해요.”

예상하지 못한 말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철학관에 물어보지 왜 저한테 와서 또 물어봐요.”

“제가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남편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덜 힘들까 싶어서요.”

“만약 남편이 오늘 저녁에 교통사고 나서 죽었다고 하면, 질문자는 배속의 아기를 낳아서 혼자서라도 키울 거예요, 아니면 갖다 버릴 거예요?”

“혼자서 키웁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바람을 피웠든, 이혼을 했든, 그래도 죽은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남편이 살아 있으면 이혼 위자료도 받을 수 있고, 아이들 양육비도 받을 수 있잖아요. 만약 남편이 죽으면 어차피 질문자는 혼자서 살아야 할 것 아니에요? 같이 따라 죽을 거예요?”

“아니요”

“남편이 죽어도 질문자 혼자서 살 수 있는데, 이혼하고 혼자서 왜 못 살아요? 이혼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이를 낳으려면 남자가 필요하잖아요. 정자은행에 가서 정자를 사 오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정자를 빌려서 아이를 둘이나 공짜로 나았잖아요. 그러니 ‘고맙다’ 하고 살면 되죠. 그게 뭐 큰 걱정이라고 그래요. 제가 볼 때는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결심하면 돼요.

‘내가 싫다는 사람한테 뭐 하러 붙어서 사느냐. 이혼하고 아이들은 내가 책임지고 키우자. 나중에 아이들 키우다가 좋은 남자 있으면 그때 재혼하자.’

옛날에는 재혼을 못 하니까 힘들었는데, 요즘은 결혼을 세 번 네 번 해도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징징 짜고 울 필요가 전혀 없어요. (모두 박수)

질문자가 자주적인 인간이라면 더 이상 울지 말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그동안 너 만나서 몇 년이라도 행복했다. 나한테 아이 둘이나 선물해줘서 고맙다. 다른 사람이 좋다면 그 사람하고 살아라!’

이렇게 말한 다음 생글생글 웃으면서 헤어지면 돼요.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뭐 때문에 그런 일로 울고 있습니까.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그 사람이야 나를 좋아하든 말든 나는 그 사람이 좋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요. 설악산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설악산이 좋으면 자주 가잖아요. 바다가 좋으면 바다가 나를 부르지 않아도 내가 가잖아요. 그래 놓고는 ‘바다가 나를 부른다’, ‘산이 나를 부른다’ 이러잖아요.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 사람은 나사가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산을 그렇게 많이 다니고, 바다를 그렇게 많이 다녀도, 산과 바다가 저를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보러 갔죠. (모두 웃음)

그것처럼 바람을 피우든 늦게 들어오든 나는 그 남자가 좋다면 ‘바람을 피워도 죽은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딱 생각해 버리고 살면 돼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혼을 하고 정리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사람이 좋다면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겁니다.

‘남편이 죽어도 내가 살아야 하는데, 늦게 들어올 뿐이지 집에는 들어오고, 다른 여자를 만나긴 하지만 나도 만나주지 않느냐. 죽어버리면 그것도 못 해줄 텐데, 집에 늦게 들어오든, 다른 여자를 만나든, 그저 안 죽고 살아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 그래도 저녁 늦게라도 들어와 주니 감사하다. 나하고도 하룻밤을 자주니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돼요.

셋 중에 선택하세요. 첫째, 나를 놔두고 바람을 피운 거니까 교통사고 나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든지, 둘째,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하고 같이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고마웠다. 안녕’ 이렇게 말하고 정리를 하든지, 셋째, 그런 남편도 내가 좋으니까 그 정도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하고 살든지요.

‘그래도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우냐. 그래도 이혼해 버리는 것보다는 며칠 만에 한 번씩 얼굴도 보고, 한 번씩 잠도 자고, 그래도 가끔 와서 애들도 이뻐해 주고, 좀 늦게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는 들어오고, 그것만 해도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셋 중에 어느 하나를 분명하게 선택하면 그로부터 내가 독립이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 언제 변할까’, ‘언제 마음이 다시 돌아올까’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가 노예 생활을 해야 합니다. 요즘같이 좋은 세상에 노예 생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내가 내 중심을 잡고 살아야죠. 셋 중에 어느 것으로 선택할래요?”

“세 번째요.”

“그런 남편도 정말 좋긴 좋나 보네요. 그러면 이제 걱정이 없어졌어요?” (모두 웃음)

“많이 없어졌어요.”

“많이 없어졌다는 말은 아직 걱정이 좀 있다는 얘기네요.”

“일단 11월 8일까지는 기다려 보려고요.” (모두 박장대소)

“법륜 스님보다 점쟁이가 낫다고 생각하나 봐요. 좋아요. 11월 8일까지 기다려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편은 사업으로 바쁘고 혼자 10년 동안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우울증이 왔어요. 얼마 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무기력했던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스러워요.
  • 마음이 너무 불안해요.
  • 제가 어떻게 했길래 남편이 선물 옵션에 빠졌을까요?
  • 인연을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맞을까요?
  • 15년 전 디스크 파열로 일을 하면 몸이 아픕니다. 일을 해도 될까요? 부모님에게 신세 지려니 죄송해요.

자식에 대한 질문은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 결혼할 나이가 넘은 딸이 월급은 길고양이 먹이로 다 씁니다. 자기 돈을 쓰다 못해 동생 돈을 빌려서 동생이 빚을 갚고 있습니다. 어떻게 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개학 전날 밤늦게까지 컴퓨터만 해서 혼을 많이 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학교를 안 가기 시작했어요. 부모와 대화를 안 하고 가출을 했어요.
  • 가족과 마음을 닫고 독립해서 살고 있는 딸이 어떻게 마음을 열고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한 기독교인은 스님이 지옥에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 저는 하나님을 믿지만 스님 즉문즉설이 재밌어서 자주 봅니다. 착한 일을 한다고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예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어요. 예수 믿고 천국 가시면 좋겠어요.

즉문즉설을 마치고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어느 강연보다 질문자들의 소감이 재미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지옥에 가도 좋다고 하셨는데, 예수님을 꼭 믿으셔서 절대로 지옥에 가시면 안 됩니다.”

“예, 저는 예수 믿고 지옥 가겠습니다.” (모두 웃음)

기독교인은 끝까지 스님이 천당 가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고민이었던 여성은 훨씬 가벼워진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오늘 스님 말씀 듣고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위해서 한다고 한 것이 제 생각만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스님... 만약 제가 아이에게 간섭 안 하고 기다리면 아이가 예전처럼 좋아질까요?” (모두 웃음)

스님은 질문자에게 누누이 아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했는데, 마지막에 다시 아이가 좋아질지 물어보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뇨. 나빠집니다.” (모두 웃음)

“앞으로 계속 나빠지나요?”

“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기도를 하세요.

‘부처님, 나빠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덜 나빠지게 해 주세요.’

자식에 대한 집착이 너무 세요. 자식에 대한 집착은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보다 훨씬 질겨요. 열 번 이야기해서 알아들은 것 같았는데 또 끝에 가서 못 알아들었다는 것을 증명하시고 마치네요.”

아이가 집을 나가서 고민이라는 질문자도 스님과 대화한 내용과 달리 마지막에 또다시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는 대답에 청중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스님 말씀 너무 감사하고요. 일단 곧 날이 추워지니까 아이는 찾아와서 스님 말씀을 확실하게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장대소)

남의 고민에 대해서는 쉽게 해결책이 보이지만, 막상 자기 고민이 되면 누구나 다 아는 길도 보이지 않기 마련입니다. 대반전이 있어서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강조하면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전부 다 센 분들이네요. 잘했어요! 그렇게 자식을 사랑하니까 다행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 친구는 스님이 지옥 갈까 봐 겁이 났는지 끝까지 조언을 해주시네요.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었어요?”

“네.”

청중의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인생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계속 들뜨는 재미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재미는 마약 밖에 없어요. 부처님께서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 다시 괴로움으로 돌아가지 않는 즐거움에 대해서 연구하셨습니다. 그래서 행복을 ‘괴롭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괴롭지만 않으면 행복한 것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지금 내가 괴로운가?’

괴로움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괴로움, 미움, 슬픔, 원망, 불안, 화, 짜증 이런 것들이 다 괴로움에 들어가요. 그래서 ‘지금 내가 괴로운가?’ 체크해보고 괴롭다면 ‘왜 괴롭지? 그게 괴로울 일이야?’ 이렇게 점검해해서 ‘어! 별일 아니네’ 하고 제자리로 탁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상태를 괴롭지 않은 상태로 늘 유지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식이 집을 나가도,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부도가 나도, 병원에 가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아도,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남 핑계 대고 자꾸 괴로운 것을 합리화하지 마세요. 괴롭지 않은 자기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왕 사는데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사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아이는 도움을 받아도 돼요. 환자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도 도움을 받아도 돼요. 갑자기 자연재해가 나거나 재앙이 생겼을 때도 잠시 도움을 받아도 돼요. 이렇게 특별한 경우에는 조금 도움을 받아도 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인생을 자립해서 살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자기를 하찮게 만드는 거예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내가 종이 아니고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는 뜻이에요. 중생이 아니라 부처의 길로 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남을 돕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이렇게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길이 바로 진리의 길입니다. 절에 다니느냐 교회 다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다른 날보다 책 사인회가 오래 걸렸습니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복도가 꽉 찼습니다.

오늘 강연은 180명이 자원봉사로 준비했습니다. 3천 명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했기 때문일까요. 기념사진을 찍는데 다들 얼굴이 환합니다.

스님은 다시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스님 방에 불이 켜졌습니다. 밤늦게까지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를 마쳤습니다.

전체댓글 33

0/200

써니야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2-27 09:22:05

정지나

오늘 하루 종일 짜증과 예민함으로 옆에있는 사람 힘들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뿌린 씨 다시 되돌아 오겠죠
다시 넘어지고 다시 그 땅짚고 일어섭니다
씨익~웃으면서 감사합니다^^

2019-12-29 22:11:31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28 15: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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