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9.7 북미 서부 정토행자 대회 2일째
“정토회는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북미 서부지구 정토행자 대회 둘째 날입니다. 오늘은 야외에서 즉문즉설이 펼쳐졌습니다.

5시에 일어나서 108배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명상 시간에 들려오는 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아침식사를 하고 법당 가까이에 있는 시애틀 야생보호지역 쿠거산(Cougar Mountain Regional Wildland Park)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3개 도시에 걸쳐 있는 쿠거산은 사계절 등산이 가능해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입니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고 흐린 날이었지만 1년 만에 만난 도반들과 함께 산책을 하니 다들 햇살을 머금은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등산로 중간에 폐허가 된 석탄 광산도 만났습니다. 광산 입구에서 갱도로 어떻게 내려가지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오래된 석탄 차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다들 어릴 적 소풍 나온 듯 즐거워했습니다. 날씨가 흐린 덕분에 시원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가까운 공원으로 가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에 앞서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4명이 나와서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 맺었는지, 어떻게 수행을 했는지 경험담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크게 공감하고 더 많이 웃었습니다.

“저는 이혼을 하고 싶었습니다. 굉장히 열애를 했고,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이민을 와서 엄청 싸우기 시작했어요. 제 남편 성격이 스님이랑 비슷해요.(모두 웃음) 굉장히 꼼꼼해요. 제가 부엌에서 일하는 것부터 모든 일에 남편의 잔소리가 굉장히 심해졌습니다.”

“내가 결혼했으면 이 꼬라지 될 뻔했어요”(모두 웃음)

“그때 막내가 4살이었는데 17살쯤 되면 이혼해도 아이가 이해해주지 않을까 달력을 보면서 몇 년이 남았나 계산하면서 울다가 잠든 날이 많았어요.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저희 남편이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변하니까 남편도 불교대학 다니는 걸 반겼어요. 그런데 4박 5일 깨달음의 장을 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너무 화가 나서 한 달이 넘도록 말을 안 했어요. 제가 결혼생활에서 너무 힘들었던 부분이 남편이 화가 나면 말을 안 하는 거였는데요. 불교대학에서 배웠던 게 있어서 ‘내가 묵언수행을 하면 되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 달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화가 나면 말을 안 해서 못살겠다고 10년 넘게 힘들어했는데 ‘이 사람은 이럴 수밖에 없겠구나. 이건 내가 안아줘야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면서 남편이 말을 안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처음으로 환희심을 느꼈어요. 깨달음의 장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남편이 허락을 해줬어요. 그래서 깨장을 다녀왔는데 남편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아직도 남편이 너무 예쁩니다.”(모두 박수)

백일출가를 마친 재미교포님의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2007년에 저는 의과대학을 갈지 말지를 두고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공부가 힘들고 너무 긴장이 돼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때 법륜스님을 만나서 질문을 했는데 스님께서 ‘끝까지 해봐라. 끝까지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라고 얘기해주셨어요. 저는 계속 공부를 했고, 기적처럼 합격을 했습니다. 스님 덕분에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졸업을 하고 백일출가에 도전했습니다. 제가 백일출가를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제가 백일출가를 떠나기 전에 이렇게 말하셨어요. ‘백일 뒤에 보자.’

저는 할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만 배도, 백일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백일출가를 다녀오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농담하곤 했습니다. ‘우리 손자 중에 서울대 나온 손자도 있고, 박사도 있고, 의사도 있지만, 내가 제일 예뻐하고 자랑스러운 손자는 백일출가를 한 손자다.” (모두 박수)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공원 한 귀퉁이에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펼쳐진 것입니다. 2명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한 분은 정토회가 현재 시스템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한 분은 명상을 할 때 육체적 통증이 너무 심한데 통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정토회의 시스템 개선에 대해 질문한 첫 번째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스님의 법문을 통해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 듣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반면 정토회의 시스템을 보면 어려운 것들을 요구한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1000년이 넘게 정토회 모임이 유지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전해지기를 바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긴 안목을 가지고 계시는지 스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1000년씩 가는 시스템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30년 유지할 것인가 100년 유지할 것인가 정도만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쉬운 시스템을 만들면 30년 정도가 유지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면 100년 정도 유지됩니다. 지금 정도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30년 정도 가지 않을까 싶고, 지금보다 더 어려운 것을 요구해서 현재 정토회에 나오는 10명 중에 9명 정도가 떨어질 정도의 훈련을 하면 오히려 100년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거예요. 지금보다 쉽게 만들면 얼마 가지 못해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질문자와 저는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가려면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널리 퍼지는 데에는 수평적인 시스템이 용이할지 모르는데, 그런 수평적인 시스템은 오히려 빨리 무너집니다.”

“저는 평생을 헤매다가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많이 행복해졌고, 이 법문이 더 많이 퍼져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질문자가 정토회는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어려운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우선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살펴보면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수행자의 생활면에서 계율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원칙적으로 운영하면 그 시스템은 오래갑니다. 반면 수행자의 생활면에서 세속의 일반적인 것들을 모두 다 용인해주면 운영은 수월하지만 그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르침이 쉽고 법문이 쉬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르침과 법문은 오히려 쉬우면 쉬울수록 좋아요. 그런데 계율과 규칙은 엄격할수록 오래가고, 계율과 규칙이 일상생활 속에서 받아들이기 편하게 적용되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건 역사 속에 일어났던 예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살펴보면, 남방불교는 계율과 규칙에서 털끝만큼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전통이 지금까지도 굳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반면 북방불교는 계율과 규칙의 변경을 상황에 따라 용인해왔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졌습니다. 그래서 북방불교는 나라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가면 중국식 불교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도교를 만나면 도교를 수용한 불교의 모습을 띄고, 전통신앙을 만나면 산신도 수용하고, 서양에 퍼진 북방불교는 기독교 문화도 수용합니다. 이는 널리 퍼지는 대신 불교의 정체성(identity)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는 거예요. 반면 남방불교처럼 엄격하면 옷, 음식, 규칙 등을 전혀 바꾸지 못하니까 다른 문화권에 가서 적응을 잘 못하는 대신 그 원형을 오래 유지시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정토회는 가능하면 대중적이면서도 원형을 오래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행복학교의 경우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능하면 규칙을 없애고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오래 유지될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오래 유지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정토회 안에 들어와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는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계율과 규칙을 매우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생활을 할 때는 개인의 욕구를 용납하지 않고 공동체 규칙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합니다.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중심이 잡히고, 그럴 때 그 단체가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순수성을 유지한 것과 대중성을 확보해나가는 것 사이에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야외인 데다 어제에 비해 날씨도 흐리고 기온도 조금 떨어졌습니다. 대중이 추위를 느끼자 스님은 저녁 식사 후 다시 즉문즉설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고, 다 함께 서둘러 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야외에 나온 기념으로 단체사진 촬영을 하며 잠시 즐거움을 만끽한 후 법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법당에는 따듯한 국과 맛있는 주먹밥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인 국제국의 활동에 대해 김순영 국제국장으로부터 발표를 들었습니다. 국제국은 정토회의 국제화와 외국인 전법을 위해 지난 2년 6개월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였고, 차곡차곡 외국인 전법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영어 통역 강연과 영어법회 등 외국어 전법을 하기 위해 어떤 일과 봉사자가 필요한지 자세히 안내해주었습니다. 국제국장의 발표를 들은 후에는 외국인 전법을 하기 위해 각 법당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둠별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선주 법사님으로부터 개편된 수행 법회에 대한 내용을 듣고 모둠별로 모여 개편된 수행 법회를 법당에서 진행할 경우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일찍 저녁예불을 한 후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활발한 토론을 해서인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먹은 후 법당 별로 준비한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팀 한 팀 공연을 펼칠 때마다 박수와 웃음이 터졌습니다. 공연 속에 행복, 수행, 통일의 내용이 담겨 있어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습니다.

상기된 분위기를 가라앉힌 후 오후 내내 모둠별로 토론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국제국 활동에 대한 발표를 듣고 모둠 토론을 해보니 외국어 전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영어 통역 강연과 영어 법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릴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즉문즉설 시간입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님은 지난 20여 년 간 진행되어 온 통일 운동은 크게 세 가지 일이 있었다고 정리하면서, 북한 인도적 지원, 탈북 난민 구호활동, 북한 주민들의 인권 운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선 것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작년부터 다시 시작된 북한 식량 위기에 대해서는 신속히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할 수 있었다며 해외에서도 열심히 참여해 준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행이나 활동에 대해, 그리고 외국인 전법에 대해 질문이 있으면 해 보세요.”

즉문즉설 시간에는 4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2시간 15분 동안 열정적으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내일은 회향식만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오늘 즉문즉설 내용은 내일 발행되는 글에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정을 마치자마자 스님은 한국과 전화 통화를 하며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챙겼습니다. 북미 서부지구 정토행자 대회 2일째 밤이 저물어 갑니다.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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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9-27 00:01:36

정은희

고맙습니다

2019-09-22 17:17:26

미 륵

질문자의 대답에 내가 결혼했으면 이 꼬라지가 될뻔했다??(모두웃음)
무슨 이유로 웃음이 나오는가?
얼마나 모든 중생을 우습게 생각했으면 세치의 혀로 함부로 그렇게 말을 하는지??
정토회라는 자체는 최 석호 씨가 죽고 나면 사라집니다!!

2019-09-16 1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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