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9.6 북미 서부 정토행자 대회 1일째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 일이 하기 싫을 때, 어떡하죠?"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미국 시애틀 법당에서 북미 서부지구 정토행자 대회가 열립니다. 새벽 4시 30분, 다 함께 아침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예불을 마치고 법당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시원합니다. 기도 후 공양 봉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아직 밖은 조금 깜깜했지만 이마저도 좋았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북미 서부지구 제6차 해외 정토행자 대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행자 대회의 기치는 '준비된 정토행자의 행복하기, 행복 전하기'이며, 슬로건은 '행자의 향기! 전법의 시작!'입니다. 슬로건에서부터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먼저 참가자 소개를 했습니다. LA 10명, 오렌지카운티 10명, 샌디에이고 2명, 샌프란시스코 3명, 시애틀 14명, 밴쿠버 8명, 라스베이거스 3명, 하와이 1명, 캐나다 나나이모 3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스님과 수행팀, 해외지부, 국제국 활동가들까지 총 65명이 함께 했습니다.

10년 전 해외 정토행자 전체를 대상으로 처음 열렸던 전 세계 행자 대회보다 이번 행자 대회에 모인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10년 만에 북미 서부지역이 이렇게 발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개를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법문을 담당하고 있는 법륜입니다.”

스님의 소개에 모두들 와 하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멀리서 온 참가자들을 환영하며 입재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멀리 서는 하와이, 덴버,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나나이모에서 오셨고요. 가깝다 해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여기까지 비행기 타고 와도 3시간은 걸렸을 텐데, 다들 오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넨 뒤 이번 정토행자 대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정토회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정토회는 첫째, 이 일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행복해지는 수행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둘째,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셋째, 그 일을 추진하는 방식도 세상에 모범이 되고자 합니다. 결과만 좋은 게 아니라 그 과정도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민주적인 운영을 해나가고자 해요. 그런데 이 세 번째는 쉬운 과제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토회는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을 계속 갖춰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아직 정토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 조금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때로는 일방적이라는 비판도 듣는데, 그러나 정토회의 지향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직 시스템이 덜 갖춰져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10차 천일결사에는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운영 방식도 계속 바꿔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아직 일반 사회보다 덜 민주적인 경우가 많잖아요. 남녀 차별이나 인종 차별도 세상에서는 거의 없어졌는데, 종교 안에서는 아직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는 상가 공동체가 바깥 사회보다 더 민주적이고 평등했습니다. 그것처럼 정토회도 세상보다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민주주의와 수행자 모임의 민주주의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안 돼요. 세상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는 반면, 수행에서 말하는 ‘자유’는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세상의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이 수행적 관점을 가져줘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발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질서가 가장 잘 잡혀있는 곳은 군대이지만, 그것은 강제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자유롭기는 한데 질서가 부족합니다. 정토회가 지향하는 것은 일정한 통일성과 일정한 자율성을 같이 유지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자발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직 정토회 구성원들의 자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의 법문과 실제 정토회의 운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고, 끊임없이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2박 3일 동안 토론을 해 봅시다. 수행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오늘 이 모임은 수행적 관점을 잡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토회를 어떻게 자발성에 기초해서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이 법을 어떻게 세상을 위해서 좀 더 확산할 수 있을까’
‘어떻게 수행적 관점을 잘 잡으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우리끼리 대화하고 토론하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 이번 행자 대회의 목적입니다. 앉아서 스님 법문 듣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다만 저는 여러분들이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활동 체계에 대해 의문이 있거나 불만이 있으면 여기에 대해 원칙이 무엇인지 그 방향을 안내해주고, 여러분들이 토론한 결과에 대해 코멘트를 좀 해주는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가진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수렴하는 시간을 잘 가지시기 바랍니다.”

입재 법문은 2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입재 법문을 들으니 이번 정토행자 대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해외지부 제9차 천일결사를 돌아보고 법당별로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스님도 함께 발표를 들었습니다. 한참 발표를 하는 중에 스님이 잠시 나가더니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다리를 다친 행자님을 위한 의자였습니다. 의자에 앉은 행자님은 한결 편안하게 행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세심하게 배려하는 스님을 보면서 배려는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스님은 정토행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지구장님이 회원들을 수고했다고 격려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격려를 드립니다.”(모두 웃음)

격려를 듬뿍 받은 정토행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10차 천일결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리해주었습니다.

정리 말씀까지 듣고 모둠별로 나누어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나누었습니다. 내가 무엇이 어려웠는지 솔직하게 말해보고, 상대의 어려움을 주의 깊게 들어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둠활동까지 마치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젊은 청년이 팔을 걷어부치고 요리를 했습니다. 정토행자들은 무척 고마워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릇을 깨끗이 닦아먹지 않은 사람은 설거지 대 앞에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정토행자들은 웃으며 그릇을 더욱 깨끗이 닦아 먹었습니다.

7시 45분에 저녁예불을 한 후 8시부터 모둠활동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소통과 공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활동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힘든 지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모둠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짧게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도 잘 극복하면서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가 모인 목적은 수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목적은 수행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목적은 수행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내가 스트레스 안 받고 괴롭지 않은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수행을 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정토회에 나오게 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부부지간에 갈등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수행을 통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있고, 직장을 다니면서 갈등이 있었는데 수행을 통해 그 갈등에서 벗어나고 있고, 아이와 갈등이 있었는데 수행을 통해 좋아지고 있고, 이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 중에는 정토회에 와서 봉사를 하면서 도반들과의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많아진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정토회에 나가는 것을 남편이 못마땅하게 여겨서 스트레스가 더 많아진 분도 있는 것 같고요. 이렇게 되면 앞뒤가 안 맞다는 겁니다.(모두 웃음)

첫째, 수행의 목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늘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수행은 혼자서 해도 되지만, 우리가 함께 모인 이유는 이 세상에 좀 더 유의미한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함께 뜻을 모아서 중생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혼자서는 그 능력이 작고, 시간도 많이 내지 못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모금을 해서 50일 만에 북한에 옥수수 1만 톤을 보낸 것은 굉장히 큰 일을 해낸 겁니다.

그래서 도반이 소중한 줄을 알아야 합니다. 옆에 있는 도반이 없으면 우리가 수행공동체를 만들어갈 수도 없고, 우리가 세운 서원도 성취할 수가 없는 거예요. 성격이 조금 이상하고, 고집은 좀 있더라도, 그래도 그 사람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법당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을 우리가 잘 맞이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수행만 갖고는 모임을 운영하기가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약간의 친목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친목이 지나칠 때가 있어요. 기존의 회원들끼리 친목이 잘 형성되어 있으면, 뭔가 하자고 했을 때 단합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확산이 어려워집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사람이 이 모임에 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로 온 사람은 기존 회원들끼리 형님, 누님, 동생 하면서 자기들끼리 아는 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소외감을 느끼게 돼요. 그래서 연말에 한 번 모인다든지, 초파일 끝나고 소풍을 간다든지, 일 년에 몇 차례는 괜찮은데, 친목이 너무 잦으면 공공성이 약해지고 계모임 비슷하게 전락하기가 쉽습니다.

초기에는 친목이 정토회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가 발전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 또한 지나친 친목입니다. 이것을 잘 생각해서 친목을 돈독하게 하되 그 친목이 지나치지 않고 공공성을 갖는 모임이 되도록 잘 조정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 모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을 스님에게 직접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놀이 삼아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정토회에 나올 때마다 자꾸 일에 대한 부담이 커져서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할지 묻고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정토회에 나왔을 때는 아주 간단한 일을 맡았습니다. 화장실에서 타월을 교체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일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이 정도쯤이야’ 하고 굉장히 쉽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 일을 하다 보니까 매주마다 ‘아, 수건 교체하러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토회를 나오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수건 교체하러 가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정토회에 계속 나오게 됐습니다.(모두 웃음)

벌써 3년이 흘렀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소임을 바꿔달라고 해서 수건은 다른 분이 교체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회계를 새로 맡았어요. 그런데 회계도 계속하다 보니까 ‘직장에서도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일했는데, 여기 와서도 컴퓨터를 보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제가 봉사를 놀이 삼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엄청 어려운 질문이네요.”(모두 웃음)

스님이 조금 당황하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먼저 해주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정말 어려운 문제예요. JTS에서 인도에 봉사자를 파견하잖아요. 인도에 봉사를 가면 몸은 좀 고되지만 ‘내가 보람된 일을 한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고아원 아이를 돌보든, 노인을 돌보든, 환자를 돌보든, 학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든, 마을에 가서 핸드펌프를 파든, 이런 일들은 엄청나게 고생이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인도에 파견된 사람이 10명이 넘고, 연간 사용하는 예산이 50만 불 정도가 되고, 현지에 법인이 있어서 회계 보고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니까, 지금 인도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회계 담당자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필요하지만 없어도 되고, 마을 개발을 해줄 사람도 필요하지만 없다고 운영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런 일들은 현지에서 다 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돈 관리는 현지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인도 JTS 사업이 유지가 되려면,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사무국장 다음으로 회계가 가장 필요해요. 회계가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를 맡은 그 개인은 어떨까요? 직장 그만두고 인도까지 봉사를 하러 왔는데, 1년 동안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돈 계산만 하다가 한국에 와야 하는 겁니다. 그 개인이 생각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까지 와서 사무실에 앉아서 돈만 만지고 갈 바에야 내가 뭐 때문에 인도에 왔는가.’

이게 모순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려운 문제라는 거예요. 필리핀 JTS에서도 가장 구하기 어려운 봉사자가 회계입니다. 회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구하기가 더 어려워요. 왜냐하면 해외 파견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간다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지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에 파견되는 그 개인에게는 현지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그 일이 현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행이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러 왔는데, 자기가 부여받은 일은 계속 밥만 하는 일일 수가 있는 겁니다. 독립운동을 한다고 해서 전쟁하는 사람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돈을 모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무기 수리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옷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밥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개인 입장에서는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러 왔는데,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밥만 하는 일인 겁니다. 안전해서 좋기는 하지만, 의미가 없게 여겨지는 거예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행의 정의를 이렇게 내려야 합니다.

‘그 일이 우리의 전체 사업에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그 경중을 따져서는 안 된다.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수행이다.’

인도에 가서 내가 밥만 하고 오든, 회계만 하고 오든, 그 인도 사업이 유지되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일이 회계라면 회계 일을 하는 것이 수행이고 봉사입니다. 제일 필요한 일이 밥을 하는 것이라면 밥을 하는 것이 수행이고 봉사입니다.

수행이 안 된 사람에게는 이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일은 수행적으로 계위가 높은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초심자에게 이 점에 대해 이해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을 듣자마자 어렵다고 얘기한 겁니다.

질문자가 정회원이 아니라면 소임을 바꿔주겠는데, 질문자는 ‘수행자’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정회원이기 때문에 회계 일을 기꺼이 해야 합니다.(모두 웃음)

가장 효과적인 봉사는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회계를 하면 3시간이 걸리는데, 질문자가 회계를 하면 30분 만에 할 수 있잖아요. 회계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재능을 이곳에 활용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듯이 질문자도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겁니다.

직장에서 회계 일을 하는 것은 재능을 갖고 돈벌이를 하는 것이고, 퇴근하고 와서 법당에서 회계 일을 하는 것은 재능을 갖고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생이 똑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더라도, 무대 위에서 하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팔아서 돈벌이를 하는 것이고, 자기 애인을 만나서 하는 것은 즐거움이 되는 것과 같아요. 그것처럼 똑같은 회계 일인데, 직장에서는 돈벌이로 하는 것이고, 법당에서는 내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재미로 해야지요. 하고 싶을 때 열심히 한다는 말을 쓸까요, 하기 싫을 때 열심히 한다는 말을 쓸까요?”

“하기 싫을 때요.”

“세상에서는 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의미를 갖지만, 수행적 관점에서는 열심히 한다는 것이 썩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열심히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소가 풀을 뜯을 때 열심히 뜯을까요, 그냥 뜯을까요?”

“그냥 뜯어요.”

“필요하니까 그냥 하는 겁니다. 저도 법문을 열심히 할까요, 그냥 할까요? 그냥 합니다.”(모두 웃음)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시애틀 법당은 정원이 넓습니다. 정원 가꾸는 일에 대한 회원들의 부담이 큰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원 가꾸는 일을 하는 것도 봉사 시간으로 인정이 되나요?

  • 스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북클럽을 시작했는데, 기독교인, 천주교인, 무교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법당에서 북클럽을 진행하니 기독교인 2명이 안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불교대학에 나오는 어떤 학생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고집도 센 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해외에서도 통일의병 교육을 받고 동북아 역사기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복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합니다. 행복학교를 해외에서 진행해도 되나요?
  • 문경에서 해외 총무단 수련을 하는 모습을 스님의 하루에서 보면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문경에서 전 세계 정토행자들이 모두 모이는 대회를 하면 좋겠습니다.

대화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하면서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자, 하루 종일 법문을 한 스님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시애틀 법당은 잠들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아는 도반들이 만나니 밤늦도록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행자 대회가 이어집니다. 야외에서 펼쳐질 야단법석과 즉문즉설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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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필요한 일을 그냥한다. 감사합니다!

2020-10-19 11:51:00

무승화

미서부지역 행자대회 참석한지 8개월이 넘어서 이글을 읽었습니다. 발심 - 행자 -- 머리로 이해했던 초심자 -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 수행을 알아갑니다. 감사드립니다.

2020-05-28 11:58:00

정지나

밥을하고 수건을 교체하고 회계를 하고...
그저 지금 여기에서 그냥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11-02 19: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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