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8.28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서울 정토회관 상주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는 신부님, 목사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과 함께 평화재단에서 종교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정성이 담긴 밥상 위로 지난 한 달 동안의 안부가 오갔습니다.

스님은 지난 보름 동안 동북아 역사기행을 다녀온 소감과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자 곧이어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전환되었습니다.

종교인 분들 모두 동아시아 국제 정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말했습니다. 특히 남북 관계가 작년의 화해 모드와 달리 많이 서먹해진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도 지금 상황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한일 관계도 안 좋고, 한중 관계도 서먹하고, 남북 관계도 안 좋고, 한미 관계도 예전처럼 좋지 않은데요. 이것은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 친구가 되는 격변기가 지금 도래한 것 같아요.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굉장히 곤궁한데, 남북 간의 정치 문제로 인해 일체 교류를 하지 말라고 당에서 지침이 떨어지니까 지금은 민간 교류와 협력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정말로 식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정부의 입장은 이런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까지 와서 15만 시민들에게 평화를 이야기해놓고, 어떻게 한미 군사 훈련을 하고, 최신 무기들을 막 구입하고 그럴 수 있느냐. 그래 놓고 식량 좀 줘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냐. 그런 식량은 안 받는다. 평화를 위해 정작 해야 할 도리는 안 해 놓고, 아이들에게 껌 주듯이 우리를 달래려고 하는 거냐.’

이런 입장이기 때문에 남한 정부가 식량을 준다고 해도 반갑지 않은 거예요. 경제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이 곤궁한 것을 아니까 조금이라도 더 식량을 확보하려고 하고, 정치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식량 안 받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남북 양쪽의 정치가 북한 주민의 식량 위기를 풀기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한미 훈련을 하게 되면, 북한 군부는 완전히 긴장을 하게 된다고 해요. 북한도 그에 맞서서 똑같이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군부가 강성하기 때문에 여기에 안 맞출 수가 없는 거겠죠.

작년에는 남북문제를 먼저 풀어서 북미 간에 연결을 해주었는데, 지금은 북미 간에 회담이 어느 정도 성사되어야 남북문제도 풀릴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북한이 보기에는 서로 약속한 것조차도 미국이 하지 말라고 하면 남한은 이행을 못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먼저 대화를 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성과가 있으면 그때 가서 남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거거든요. 북한도 자기 체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남한 정부가 이 부분을 좀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어요.”

스님의 말에 모두들 공감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서먹해진 것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일본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습니다.

대화 내용을 경청하던 박경조 주교님은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은데요. 러시아, 일본, 미국을 봐도 희망이 별로 안 보여요. 그렇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렇게 고난을 받아온 우리가 유일한 희망인 것 같아요. 우리만이 엎어지고 수난을 겪으면서 살아온 이것이야 말로 오히려 희망인 것 같아요. 종교를 넘어서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소통하는 이런 정신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난을 받아온 우리가 오히려 동북아 시대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경조 주교님의 이야기에 적극 공감을 표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토론이 깊어가면서 대화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 갔습니다. 박종화 목사님은 부처님 오신 날 정토회에 와서 설법을 하고 난 후 생긴 일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제가 정토회에서 설법을 하면서 ‘성불하십시오’라고 했다고, 일부 교인들이 저를 비난하고 난리가 났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럼 불자들을 앞에 놓아놓고 아멘 이렇게 말해야 되겠습니까.” (모두 웃음)

박남수 교령님은 아내 분이 즉문즉설을 매일 듣고 있다며 스님의 즉문즉설이 인기가 있는 비결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해주었습니다.

“제 아내가 즉문즉설을 매일 보고 있는데요.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씀하시기 때문에 대중의 호응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스님의 즉문즉설을 저도 유심히 들어봤는데, 질문자가 스님의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니까 스님이 ‘아니, 스님 말도 안 듣는데, 도대체 누구 말을 듣겠느냐’라고 하는 순간, 질문자가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모습을 봤어요.” (모두 웃음)

그러자 스님은 왜 종교인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종교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기도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의 종교를 물어보고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성경에 나온 예수님 말씀을 인용해서 그에 맞게 기도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종교가 달라도 아무런 저항이 없어요.

젊은 세대는 권위주의를 싫어합니다. 그들이 볼 때는 종교인들이 늘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줘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거기에 따라서 종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앞으로 점점 더 필요해질 겁니다. 종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상이나 믿음을 가졌든지 법문을 받아들이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안 됩니다.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면 이렇습니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까지만 해도 기독교의 교세가 엄청나게 확장을 하고, 절도 많이 늘고, 팔공산 갓바위나 남해 보리암, 운문사 사리암에도 기도 보시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왔어요.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이런 곳에서 복을 빌면 그것이 성취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의 취직을 빌어도 취직이 될 확률이 높고, 가게에 장사가 잘 되길 빌어도 성취될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잖아요. 더욱이 지금은 경기가 하강 국면이잖아요. 이 때는 아무리 복을 빌어도 성취가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기복적 요소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아직도 복을 비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소형 교회도 문을 많이 닫을 수밖에 없고, 대형교회도 더 이상 신도가 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게 됩니다. 외부에서 유입이 안 되니까 내부에서 서로 뺏어가기를 하는 거죠.

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종교도 이에 대한 영향을 받는 겁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마치 하느님이 복을 안 줘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부도가 나서 경매에 넘어가는 교회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거든요. 불교도 관광 수입에 의존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지 보시금은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제 보시금을 모아서 절을 짓는 곳은 거의 없어요.”

스님의 진단을 듣고 난 종교인 분들은 지금의 사회 환경을 고려했을 때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더 많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모임을 마치며 김명혁 목사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한반도 평화 문제뿐만 아니라 종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사랑과 자비와 화해와 평화를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어서, 종교도 뛰어넘고, 북한까지 수용하는 그런 활동을 하는 데에 우리가 마음을 계속 모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모임이 끝나자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곧바로 다음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스님과 미팅을 갖기 위해 연이어 손님들이 평화재단을 찾아왔습니다. 연속으로 미팅을 가진 후 오후 4시가 넘어서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니 해가 졌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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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9-15 17:34:39

이선화

종교적 접근이 아니라 보편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말씀 마음에 새깁니다.

2019-09-13 04:57:11

규원

감사합니다.

2019-09-06 21: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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