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7.18 단식 3일째, 안거 시작
“안거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21일 간의 안거를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출가하여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활동가들의 안거도 7월 19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16일 오전 10시에 열린 수행법회 생방송에서 스님은 안거에 들어가는 공동체 활동가들과 이 기간 동안 안거에 임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나갈 정토행자들을 위해 ‘안거의 의미’에 대해 법문 했습니다.

안거에 들어가지 않는 대중들도 함께 안거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법문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수행공동체 정토회에 들어와서 상주 생활을 하는 활동가들은 7월 19일부터 3주간 안거(安居)를 합니다. 안거란 수행자들이 한 곳에 편안히 머무르며 수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에 수행자들은 유행을 했습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수행을 했어요. 한 곳에 머무르면 집착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에도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 늘 돌아다녔습니다. 이것을 ‘유행’이라고 합니다. 출가사문은 유행 수행자, 즉 돌아다니는 수행자였어요.

안거를 하는 이유

인도에는 건기와 우기가 있습니다. 우기에는 매일 비가 와서 돌아다니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수행자들에게 우기 3개월은 돌아다니지 말고 한 곳에 머무르면서 수행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우안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안거가 두 번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돌아다니기 어려운 때가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잖아요. 그래서 하안거와 동안거가 생겼습니다. 정토회는 부처님 당시처럼 3개월 동안 안거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됩니다. 휴일도 없이 활동을 하니까요. (모두 웃음)

정토회는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중심 과제로 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개 속에 오래 있다 보면 알게 모르게 옷이 젖잖아요. 늘 깨어있는 연습을 해도 세속에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속에 물이 들어요. 매일 샤워해도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면 때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매일 정진해도 세상에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속의 때가 묻게 됩니다. 그래서 목욕탕에서 몸을 푹 불려서 때수건으로 밀듯이 1년에 한 차례는 안거를 해서 마음의 때를 밀어야 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도 출가하여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꼭 안거를 합니다. 최소한 3주, 여유가 있으면 4주 동안 해요. 여러분은 집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거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때가 묻기 때문에 사실은 여러분에게 더욱더 긴 안거 기간이 필요해요. (모두 웃음)

정토회 회원들은 매일 아침 5시에 정진을 합니다. 이것은 매일 샤워하는 것과 같아요. 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수행법회에 참여합니다. 이것은 집에서 매일 샤워를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때수건으로 좀 밀어야 하는 것과 같아요. 수행법회가 있는 날은 마음의 때를 씻는 날입니다. 그리고 1년에 한 차례는 최소 5일 또는 10일 동안 문경 수련원에 와서 집중적으로 수행을 해야 합니다. 깨달음의 장을 아직 안 간 사람은 깨달음의 장에 가야하고, 깨달음의 장에 갔다 온 사람은 나눔의 장을 가야 됩니다. 나눔의 장은 여러 번 할 수 있고, 할 때마다 마음 관찰이 더 깊어져요. 명상 수련도 해야 합니다. 명상 수련은 5일짜리도 있고 7일짜리도 있고 10일짜리도 있어요. 1년에 한 번은 이런 수련을 꼭 해야 됩니다.

해마다 단식을 하면서 느낀 점

저는 출가한 승려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3개월은 안거를 해야 해요.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아무리 줄여도 3주는 안거를 해야 합니다. 저도 명상을 하면서 한 곳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머무는 김에 여러분도 문경수련원에 들어와서 같이 명상을 하자는 거예요.

저는 안거에 들어갈 때 단식을 합니다. 단식을 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에 물든 것을 싹 빼고 정화합니다. 저는 평소에 좀 과하게 놀아서 몸에 무리가 갈 때가 많거든요. 단식을 해보면 우리 몸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살려고 하니까 몸 안에서 저절로 백혈구가 많이 생겨요. 약을 안 먹어도 몸이 알아서 다 조정을 합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부처님이 돌봐주는 것이고, 과학적으로 말하면 몸이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는 거예요.

우리는 음식의 맛에도 중독이 될 수 있어요. 자꾸 더 좋은 맛을 찾게 되잖아요. 그런데 며칠 굶어버리면 중독이 딱 끊깁니다. 지금은 배가 부르니까 음식을 먹으면서 맛이 있니 없니 불평하는데 3주 굶으면 그런 얘기가 싹 들어가 버려요. 그저 뭐든지 먹을 것만 주면 좋겠다고 입장이 바뀝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굶주리던 북한 아이들은 국수 식당에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서면 번개 같이 달려들어서 손님이 남긴 국수 국물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단식을 해보면 북한 아이들이 왜 국수가게 옆을 얼쩡거리는지 이해가 됩니다. 배가 고프면, 면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이라도 먹고 싶은 거예요. 우리는 국물을 다 버리잖아요. 저도 원래 단식을 안 했는데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배고픔에 함께 동참하는 의미에서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안거 기간을 맞이해서 몸도 정화하고 마음도 정화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매 순간순간 알아차린다 해도 여러분과 맨날 아이가 어떻고 남편이 어떻고 사업이 어떻고 이런 얘기들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세속에 물 들어요. (모두 웃음)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법

저도 모르게 세속에 물 들어서 5년, 10년 살다 보면 스님 목에 기브스가 생겨요. 목이 뻣뻣해져서 ‘내가 중입네’ 이러면서 여러분들이 와서 인사해도 인사도 안 받습니다. 돈을 보시해도 고마운 줄 모르고요. 늘 보시 받고, 절 받고 살다 보면,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  

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니까 좋은 집에서 잘 때도 있고, 침대에서 잘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몸이 편한 것을 좇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 자각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중이 뭐 저런 게 다 있나’ 이런 소리를 하겠죠. 차도 점점 고급차를 타게 되고, 고급 호텔을 찾는 쪽으로 변해 가는데, 정작 자기는 사람들이 왜 그런 비난을 하는지 모릅니다. 본인의 일상생활이 편안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안거 때 아무것도 없이 좀 살아봐야 되는 거예요. 

‘출가수행자는 본래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

안거를 하면 이것을 늘 자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갈 때 저가 항공사의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녀도 편하고, 비행기 갈아탈 때 공항에서 하루 종일 자도 괜찮아요. 그래도 나무 밑보다는 낫고, 화장실에 가면 물도 나오고, 여름에는 에어컨 나오고, 겨울에는 히터도 나오니까 얼마나 좋은 집이에요. 여러분들도 큰 집 좋아하는데 공항 대합실보다 더 큰 집이 어디 있어요. (모두 웃음)  

이렇게 생활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이게 내가 나를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나를 단속 안 하면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가서 자기가 훌륭한 사람인 줄 착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도를 다닐 때도 기차간 복도에 누워서 자보고 그럽니다. 인도에서 제가 복도에서 누워 자면, 인도 사람이 저를 알아보고 ‘아이고, 스님이 어떻게 여기에 누워서 주무세요?’ 이렇게 말을 걸까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부분 거지 취급을 합니다. 그때마다 ‘내가 별 거 아니구나’ 이렇게 자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애들이 ‘엄마’라고 불러주고, 남편이 예뻐해 주니까, 자기가 굉장한 줄 알아요. 그래서 괴로운 겁니다. 자신이 다람쥐 한 마리처럼 별 거 아닌 줄 알고 사는 사람은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늘 세상에 불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과분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옷을 못 입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입잖아요. 아무리 음식을 못 먹어도 부처님이 얻어먹었던 것보다는 잘 먹잖아요. 어디에서 잠을 잔들 나무 밑에서 자는 부처님보다는 잘 자잖아요.

‘내 수준에 부처님보다 잘 먹고, 부처님보다 잘 입고, 부처님보다 잘 자면 됐지, 거기 또 뭘 더 원하느냐’

이렇게 자기를 늘 단속해야 점점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는 잘났다’ 이렇게 설치는 것을 ‘아상’이라고 합니다. 머리 깎고 스님이 되면 아상을 버려야 하는데, 아상을 버리고 나면 ‘중상’이 새로 듭니다. ‘나는 스님이다’ 하면서 설치고 다닙니다. 그러니 머리를 깎는다고 수행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항상 자기를 점검해야 됩니다. 

정치적으로 잘 나가던 사람들이 교도소에 들어가거나, 경제적으로 잘 나가던 사람들이 교도소에 들어가면 참 불쌍하고 초라합니다. 인기 연예인이 인기가 떨어지면 얼마나 불쌍하고 초라한지 압니까? 인기가 자기인 줄 알고 살다가 인기가 떨어지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없어져 버려요. 권력과 재물이 자기인 줄 알고 살다가 그것이 없어져 버리니까 초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고통이 있더라도 그 자리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죠? 그런데 그런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그런 자리에 올라가지 않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정말 복된 사람들입니다. 어차피 버려야 하는데, 많이 있으면 뭐 해요? 우리는 높이 못 올라가니까 떨어질 것도 없어요. 어차피 땅바닥에 있는데 넘어져봐야 그게 그거지요. 그런데 너무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죽는다 이 말입니다.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지위가 높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돈이 많다 하더라도, 인기가 많다 하더라도, 그게 본래 자기가 아닌 줄 알면 괴롭지 않아요. ‘나는 그저 보잘 것 없는 다람쥐 한 마리와 같다’ 이런 관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인기가 떨어져도 구애받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해도 구애 안 받고, 사람들이 비난해도 구애 안 받습니다. 지위가 있으면 지위를 이용해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지위가 떨어지면 자유롭게 개인 생활을 하고, 돈이 많으면 보시해서 좋고, 돈이 없으면 수행하기 좋아요.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수행입니다.

옷은 내 몸을 보호하는 한낱 도구에 불과해요. 그런데 옷을 너무 고급으로 입으면, 옷이 나를 보호하나요, 내가 옷을 보호하나요?”

“내가 옷을 보호합니다.”

“그것처럼 지위가 너무 높고, 돈이 너무 많고, 인기가 너무 많으면, 내가 거기에 노예가 됩니다. 옷이 너무 좋으면, 내가 옷을 지키고 보살피는 종노릇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자각하기 위해서 안거를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자신이 소중한 줄 알고, 남의 환호성에 붕 뜨지 않고, 남의 비난에 기죽지 않고, 자기를 온전히 가꾸려면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수행을 해야 합니다. 수요일에는 만사 제치고 나와서 부처님 법문을 들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은 만사 제쳐놓고 깨달음의 장을 하든, 나눔의 장을 하든, 명상 수련을 하든, 집중적으로 자기 정진을 해야 합니다.

여러 번 가면 좋지만 평생에 한 번은 인도성지순례에 참가해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봐야 합니다. 여러 번 가면 좋지만 평생에 한 번은 동북아 역사기행에 참가해서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그 길을 따라가 봐야 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위해서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처절히 자기를 희생했는지를 직접 봐야 애국심이 저절로 생깁니다.

‘바쁜데 거기 갈 여유가 어디 있나’, ‘바쁜데 명상할 시간이 어디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가봐야 합니다. ‘바쁜데 밥 먹을 여유가 어디 있나’ 이런 말은 안 하잖아요. 초상이 나도 밥은 먹잖아요. 울다가도 ‘밥 먹고 와서 울어라’고 하면 밥 먹으러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수행도 밥 먹듯이 해야 합니다. 몸을 위해서 밥을 먹어줘야 하듯이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줘야 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을 맑고, 밝고, 가볍게

정진을 꾸준히 하면, 마음이 탐욕에 물 들어서 검게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점점 맑아집니다. 마음이 어둡지 않고 환하게 밝아집니다. 마음이 무겁지 않고 가벼워집니다. 그러면 열반의 경지를 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깜박 놓칠 수 있습니다. 놓치면 다시 ‘어, 내가 놓쳤구나’ 자각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은 매일 해야 하지만, 또 매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1년에 한 차례는 안거와 같은 집중적인 수행이 필요합니다. 안거 잘 마치고 다음 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거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중은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며 안거에 들어가는 스님에게 인사를 올렸습니다.

7월 19일부터 8월 5일까지 법륜 스님과 수행공동체 대중 일동은 안거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기간 동안 ‘스님의 하루’도 잠시 묵언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잘 충전하여 8월 6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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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수행은 밥먹드시 해야한다
몸을 위해서 밥을 먹어줘야 하듯이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줘야 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을 맑고,밝고, 가볍게
감사합니다

2020-04-26 16:23:49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8-20 13:32:13

정은희

고맙습니다ㆍ맑고 ㆍ밝고ㆍ가볍게 ~~~

2019-08-04 1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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