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7.1. 해외 순회강연(8) 베트남 호치민
“미운 사람과 계속 만나야하는데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어제 밤늦게 잠들었지만 새벽 4시 30분이 되자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할 준비를 했습니다. 어제 아시아・태평양지구 정토행자대회를 마치고 오늘 각자 지역으로 돌아가는 회원들도 방콕정토법당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법당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20여 명이 함께 아침 예불과 기도를 하였습니다.

기도 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방콕 국제공항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스님을 배웅하는 회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헤어지면 내년에 스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사진을 찍으며 달랬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향훈 법사님, 인도에서 온 보광 법사님과도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차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마침 총무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분들까지 합세해서 작별인사를 하느라 시끌벅적했습니다. 방콕은 출근길 교통체증이 유명하다고 해서 서둘러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방콕정토회 총무 황소연 님과 대표 홍정혜님, 선주 법사님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황소연님과 홍정혜님에게 “행자대회를 준비하느라 특히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했습니다.

항공사에서 짐을 부치고 잠시 시간이 있어 황소연 총무와 아시아・태평양지구 정토센터를 어느 곳에 만들면 좋을지 구글맵을 검색해보기도 했습니다.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아 출국대를 빠져나오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출국 시간에 딱 맞춰 비행기를 타고 방콕을 떠났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업무를 보았습니다. 1시간 30분이 지나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했습니다. 호찌민(Ho Chi Minh)의 옛 이름은 사이공으로 사이공강과 동나이강 하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호찌민은 지금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입니다. 부산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로 한국인이 약 1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인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스님은 호찌민에 2014년 세계 100강을 할 때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호찌민 시에서 강연을 하고 2년 만인 2019년에 다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강연을 계기로 호찌민에도 정토 열린 법회가 생겼습니다.

한류열풍과 박항서 축구감독의 영향인지 2년 전에 비해 공항에서부터 한글로 된 환영인사를 많이 만났습니다. 스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이 있어 정토회원이 마중나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평소에 유튜브 즉문즉설을 즐겨 보는 분들이라고 했습니다. 호찌민에 왔다가 스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하러 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강연장으로 가는 거리에도 한글 간판이 많이 보였고 한국 물품을 파는 롯데마트도 보였습니다. 호찌민 공항에 1시에 도착했지만 입국 수속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차가 막혀 숙소에 도착하니 3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호찌민 정토 열린 법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했습니다. 강연장 근처 숙소에 도착하니 강연을 준비한 자원봉사자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 한 분이 호찌민 방문을 환영하며 스님에게 꽃다발을 드렸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스님은 간단히 과일로 점심식사를 한 후 밀린 업무를 보았습니다.

즉문즉설 강연은 푸미홍 크레센트 몰에 위치한 CGV영화관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에는 지난 2017년 강연을 성공적으로 준비했던 옥타회장 김태곤 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오랜만에 만난 김태곤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호찌민시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이희석 영사님도 찾아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강연 장소는 컨벤션센터였는데 컨벤션센터 내부행사가 생겨 갑자기 장소를 사용할 수 없어 급하게 영화관을 섭외했습니다. 강연장으로서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극장 안은 3백여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좌석이 모자라 사람들은 통로에도 앉았습니다.

먼저 스님은 즉문즉설은 어떤 원리에 의해 진행되는 강의인지 설명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고뇌와 괴로움은 마음 작용에 고장이 나서 생긴 거예요.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도 아니고 벌을 받은 것도 아니에요. 어린애가 태어나자마자 무슨 죄를 지었겠어요. 알지 못함, 무지(無知)가 고뇌의 원인입니다.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찾아가는 대화

우리 몸이 왜 아플까요? 하느님이 벌을 준 것도 아니고,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사주팔자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에 고장이 나서 그렇습니다. 옛날에는 고장이 왜 났는지 그 원인을 몰라서 못 고쳤는데, 요즘은 검사를 해보고 어디에 고장이 났는지 찾아서 고치는 것처럼, 우리들의 괴로움도 그 원인을 찾아서 오류를 바로 잡으면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렇게 굉장히 과학적입니다. 다만 과학은 물질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정신 작용을 연구 대상으로 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맥하고 어디가 아픈지 물어가면서 병의 원인을 규명하여 치료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강연은 스님이 강사이긴 하지만 교회에 다니냐 절에 다니냐,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 한국 사람이냐 베트남 사람이냐, 남자냐 여자냐 이런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고타마 붓다라는 분의 가르침도 원래 종교와 국가, 인종, 성별을 초월해 있었어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불교라는 종교로 변질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뇌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오늘도 이 관점에서 함께 대화를 해 봅시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뇌를 소재로 대화를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안 그럴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인 상담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일상생활의 얘기를 소재로 삼아서 대화하는 겁니다.”

어두워서 스님 얼굴도 잘 안보이고 스님도 청중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스님과 질문자의 대화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첫 질문부터 웃음이 넘쳤습니다. 너무 미운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 때문에 괴롭다는 첫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이 너무 밉지만 계속 만나야 하는데, 어떡하죠?

“친정 오빠가 이혼을 했는데, 아이를 거기서 키우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계속 만나야 되는데…”

“아이를 오빠가 키우는 거예요?”

“그 사람이 키우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에요?”

“예전에 새언니라고 할 수 있죠.”

“그냥 애엄마라고 하면 되지, 무슨 감정이 있다고 그 사람이라고 표현합니까? 그 사람이라고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 말 속에 미움이 가득 들어있네요.”

“네. 애엄마와 계속 만나야 되는데, 애를 잘 안 보여주려고 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오빠와 헤어질 때도 괴롭게 했고, 오랫동안 저희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줬습니다. 일터에서도 만나야 하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여서 관계를 계속 가져가야 하는데, 거짓말을 너무 잘해서 합의를 했던 것을 금방 깨버려서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소시오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과도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갈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안 만나는 겁니다.”

“안 만날 수가 없습니다.”

“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만나는 것이 이익이라는 뜻이잖아요?”

“...”

“그런 생각 안 해봤지요? 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만나는 게 이익이라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익이 되서 만나는데요 뭐.”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종업원이 말을 안 듣는다면 내보내면 되고, 사장이 나하고 마음이 안 맞으면 나와 버리면 되잖아요. 그런데도 내가 그 종업원을 데리고 있거나 그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그래도 다니는게 이익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이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맞는 소리밖에 안 해요. (웃음) 처음에 들으면 영 안 맞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한참 얘기하다보면 맞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돼요. ‘안 만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었는데 ‘안 만날 수가 없다’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만나는 게 이익이라는 뜻입니다. 꼭 물질적인 이익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익이든 무형의 이익이든 이익이 있으니까 만나는 겁니다. 그 정도 이익을 얻으려면 힘듦이 있어야 돼요, 없어야 돼요?”

“있어야죠.”

“돈을 벌려면 직장에 다녀야 하고, 상사의 꼬라지가 보기 싫어도 그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이익이 걸려있으니까 다니는 것 아니에요? 꼬라지도 안 보고, 이익도 되는 그런 곳이 없을까, 이건 자기 욕심입니다.

꼬라지를 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은 저도 이해가 돼요.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이익은 되는데 꼬라지는 보기 싫고, 저 회사는 사람은 좋은데 이익이 안 돼요. 내가 이익이 필요하다면 어디 회사로 가야 돼요? 꼬라지가 보기 싫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가야되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밤을 먹고 싶으면 가시에 좀 찔릴 각오를 해야죠

또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밤송이가 손을 찌르지만 그 안에 있는 밤은 먹고 싶어요. 질문자는 지금 저한테 ‘밤을 까려니까 자꾸 손이 찔립니다’ 이렇게 묻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제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안 먹으면 되잖아요.’

‘어떻게 안 먹을 수가 있어요? 먹어야지요!’

‘그러면 좀 찔리면 되잖아요’

이런 얘기입니다. 이해가 되셨어요?”

“그러면 좀 덜 아프게 찔리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러면 연구를 해야지요. 덜 아프게 찔리려면, 밤송이를 쌓아서 오래 덮어놨다가 까는 방법이 있습니다. 밤송이를 좀 놔두면 가장자리가 썩어서 발로 쓱 밟으면 툭 까지거든요. 그렇게 좀 기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안 그러면 가죽장갑 같은 걸 끼고 와서 밤을 까면 돼요. 그렇게 연구를 하면 됩니다.

회사에서 돈은 많이 주는데 작업 조건이 안 좋다든지, 사장이 좀 문제가 많다면, ‘아무리 알밤이라도 안 먹는다’ 하고 내가 포기를 하는 길도 있어요. 그렇지 않고 ‘좀 찔리더라도 알밤을 먹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손이 좀 찔리는 걸 각오해야 합니다. 좀 덜 찔리고 싶으면 연구를 해야 되고요.

‘사장이 나쁜 놈이다’ 이렇게 혼자서 욕하고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나쁜 놈이면 안 만나면 되지요. 사장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이익 때문에 이 회사에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내가 좀 덜 찔리려면 ‘이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 될까’ 이렇게 자기가 연구를 해야지요.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찔리기 싫어서 알밤을 버리든지, 찔려가면서도 기어코 파먹든지, 좀 덜 찔리는 방법을 연구하든지요.

찔리는 건 너무 아프지만, 밤은 먹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안 찔리고도 어떻게 맛있는 밤을 먹을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겁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죠. 그런데 맛있는 건 항상 가시가 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성질 머리가 더럽습니다. 사람이 착하면 대부분 일을 잘 못해요. (모두 웃음)

사람은 좋은데 일을 잘 못하니까 속이 타거나, 일을 시키면 후다닥 해내는데 성질 머리가 더러워서 화가 나거나,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이런 걸로 계속 불평만 하고 있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둘 중에 선택하면 됩니다. 이 정도면 힌트를 얻었으니 질문자가 스스로 연구를 해보면 안 될까요?

아이가 잘 되기를 원한다면, 아이의 엄마에게 잘해야 합니다

이혼한 올케를 어떻게 만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는데, 질문자가 그 분과 결혼한 게 아니니까 질문자는 그 분과 관계를 안 맺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조카를 생각해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주제 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가시에 찔리는 거예요. 자기도 못 먹으면서 남 까준다고 가시에 찔리는 격입니다. 그건 오빠의 문제니까 나는 딱 인연을 끊으면 돼요.

조카를 생각해서 관계를 맺고 싶다면, 아이의 엄마니까 잘 대해 드리면 돼요. 여자, 남자, 올케, 이혼 이런 것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내가 그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 아이의 엄마에게 잘해야 됩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나쁘다는 것은 그 아이도 나쁘다는 얘기입니다. 아이가 앞으로 착하게 자라기를 원한다면, 아이의 엄마에게 잘 해줘야 해요.

시어머니가 손자는 좋아하고 며느리는 미워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손자를 사랑하면 제일 잘 보살펴줘야 할 사람이 며느리입니다. 며느리라서 보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잘 보살펴줘야 하는 겁니다. 아이가 어느 집에서 자라든 그 아이를 중요시한다면 아이의 엄마에게 잘해야 합니다.

이혼한 남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놈은 나쁜 인간이야’ 이러면 아이가 나쁜 인간의 자식이란 뜻 아니에요? 그리고 자기는 나쁜 인간을 좋은 줄 알고 같이 살았다는 것 아니에요? 이게 자기를 얼마나 비참하게 하는 말입니까. 그러니 아이가 물으면 항상 ‘너희 아빠는 훌륭한데, 엄마가 성질이 더러워서 너희 아빠하고 헤어진 거다’ 이렇게 말해줘야 아이가 아버지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습니다. 그래야 나도 괜찮은 사람하고 산 게 되잖아요. 이렇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긍정성이 생기도록 해야 되는 거예요.

질문자가 갖고 있는 생각은 조카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저한테 직접적인 표현은 안했지만, 그 사람을 욕하는 관점에서 저한테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런 관점을 갖고 있으면 아이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관여하지 않는 게 제일 좋겠습니다. 미워하지 말고 손을 떼라,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제 마음에 복수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게 조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고요. 그래도 용서는 쉽게 안 될 것 같습니다.”

“용서할 게 없어요. 질문자가 뭐 건방지게 용서를 해요. 예수님은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을 향해서도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용서라는 말은 죄가 있는데 용서하라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들은 죄가 없다’ 그랬어요. ‘저들은 자기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 이랬어요. 죄가 없어요. 그래서 용서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 두 부부가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 겁니다. 질문자가 낄 자리가 아니에요. 지금 질문자의 수준은 오늘 소풍가려고 나갔는데 비가 오니까 비를 미워하는 수준입니다. 질문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돼요. 소풍을 가야 하는데 장애가 되니까요. 그런데 그것은 질문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을 미워하는 겁니다. 그들 두 부부의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질문을 더 하면 같은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 해도 될까요?”

“그래도 얘기하세요. 욕 얻어먹어도 얘기해야지요.”

“올케가 외도를 하는 현장을 제가 목격했습니다. 제가 그 때 몸이 너무 안 좋았는데도 조카를 돌봐주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게 무슨 죄에요? 자기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을 뿐인데요. 남편은 기분이 좀 나쁠 수 있지만, 질문자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시누이한테 그렇게 아이를 덜렁 맡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럴 수 있지요. 같은 여자니까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맡겨놓았을 수 있지요. ‘자기’라는 것만 떼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얘기에요. 올케는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으니까 질문자한테 ‘애들 좀 봐줘. 만나고 올게’ 이렇게 말하고 갔다 온 거죠.

옛날에는 어떤 남자가 부인을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가뭄이 들면 ‘임금이 정부인을 두고 첩을 만나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비 안 오는 것과 그것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비 오는 것과 그런 일은 관계가 없어요. 그것과 똑같아요.

외도를 해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은 질문자가 미워할 아무런 이유가 안 된다는 겁니다. 성인인 여자가 이 남자를 만나든 저 남자를 만나든 그것은 그의 자유예요. 결혼을 해놓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은 범죄는 아닙니다. 다만 둘의 계약에 위배가 되기 때문에 계약 해지의 조건이 되는 거예요. 그게 이혼입니다. 외도는 이혼 사유에 해당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면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질문자가 미워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았으면 민사 소송을 한 번 내봐요. (모두 웃음)

민사 소송을 걸면 법적으로 보상금이 지불될 것 같아요?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스님이 그냥 농담으로 억지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지금 자기중심적으로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살면 인생살이가 피곤해집니다. 여기 가면 이 사람 밉고, 저기 가면 저 사람 밉고, 직장 가면 또 이 인간 밉고, 결혼하면 또 저 인간이 밉고, 사업하면 상대가 밉습니다. 살 때는 싸게 사고 싶고, 팔 때는 비싸게 팔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그게 흥정인데 미워하면 어떡해요. ‘도둑놈이네. 돈을 그렇게 달라고 하냐’ 이렇게 욕하면 장사 못 합니다. 장사라는 건 얼마를 달라고 하든, 얼마를 주겠다고 하든, 그건 그 사람들의 자유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해요? 제가 딱 얘기만 들어봐도 인생살이가 피곤하게 생겼어요. 정신 차리세요. (모두 웃음)

내 문제일까요? 그 사람의 문제일까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해야 됩니다. 그래서 제가 딱 얘기하잖아요. ‘만나지 마라’ 이렇게요. 그런데 ‘안 만날 수가 없다’라고 말하니까 ‘아, 먹을 게 있구나’ 이렇게 금방 파악이 된 겁니다. 툭 하면 벌써 울 밑에 호박 떨어지는 소리구나 알아 듣는 다니까요. (모두 웃음)

‘아, 이게 내 문제구나. 내 이익에 관계되는 일이니까 내가 선택해야 되는 문제이지 다른 누구의 문제도 아니구나.’

이렇게 자각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오케이’ 하고 이혼할 사유가 되면 이혼을 하면 되잖아요. 저한테 물을 게 뭐가 있어요. 이혼해봤자 저보다 낫잖아요. 자기는 결혼해봤고, 저는 한 번도 못 해봤으니까요. 한 번도 못 해본 저도 잘 사는데, 그게 뭐 큰 일이라고 그래요?

그런데도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요? 좀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뜯어먹을게 있다 이 말이에요. 다른 건 좀 괜찮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성질이 나서 팍 이혼을 해버리면 나중에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보다 못해요. 그래서 후회를 합니다. 스님은 ‘이혼해라’, ‘계속 살아라’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정신을 차리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 남자가 100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는데 지금 흠이 나서 50이 됐어요. 100을 기준으로 보니까 형편없어졌다고 생각해서 버렸는데, 새로 구하려고 하니까 30짜리밖에 없어요. 그러니 비록 50이 되었더라도 괜찮은 것이니까 다시 점검을 해보라는 겁니다. 조금 감정을 자제한 후 ‘새로 구한다면 이만한 걸 구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먼저 점검을 해보세요. 더 나은 걸 새로 구할 수 있다면 버려도 좋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놓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겁니다.

제가 ‘잠깐 멈춰라. 다시 점검해봐라’ 이러면 스님이 이혼을 반대한다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가 뭐 때문에 반대하겠어요. 이혼을 하든 결혼을 하든 저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다만 감정에 치우쳐서 결정을 하면 손해가 난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좋아하는 감정에 치우쳐도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싫어하는 감정에 치우쳐도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조금 감정을 진정시키고 다시 점검을 해봐라, 이 얘기에요. 성인군자가 되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조금 영리해지라는 겁니다.

‘네 이익을 네가 좀 챙길 줄 알아라. 바보 같이 살지 말고.’

이 얘기를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무슨 성인군자가 되겠어요. 저나 여러분이나 다 이 세상에서 고만고만한 사람인데요. 쥐약 먹는 짓만 좀 하지말자는 겁니다. 비록 쓰레기장에 있더라도 쥐약 안든 고구마 껍질이 쟁반에 담긴 쥐약이 든 고구마보다 나아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자존감이 낮아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나요?
  •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아요. 걱정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하나요?
  • 결혼에 대한 압박이 심해요. 주위 사람들도 한국까지 가서 선을 보고 와요.
  • 연고 없이 혼자 베트남에 왔는데 만나는 분들마다 텃세가 심해요.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에 영향을 받아서 긍정적인 마음을 잃어버려요.
  • 피신처로 선택한 해외 생활, 행복할 수 있을까요?
  • 지금까지 행복하고 안전하게 잘 살아왔는데, 이걸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욕심이 많았어요. 저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눈을 낮추고 인연을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가진 문제가 별거 아니었는데, 감정적으로 치우졌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머리 비우고 좀 놀겠습니다.”

한 명, 한 명 질문자들이 가벼워진 모습으로 소감을 말할 때 마다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교민들을 위해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는 눈을 가져야 베트남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베트남에 누가 오라 그래서 오셨습니까? 내가 베트남에 오고 싶어서 온 거잖아요. 내가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와놓고 베트남의 안 좋은 환경을 욕하고 있다면, 내가 비판하는 이곳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누가 시켜서 베트남에 억지로 왔습니까

이곳에 사는 동안은 이곳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보는 눈을 가져야 이곳에서 뭔가 삶의 기반도 다질 수 있고, 돈을 벌수도 있고, 행복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져야 한국에서 살아도 편안하고, 베트남에서 살아도 편안하고, 미국에서 살아도 편안합니다.

일이 많을 땐 일을 많이 해서 좋고, 일이 없을 땐 한가해서 좋다고 생각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일이 없으면 지루해서 못 살겠다고 하고, 일이 많으면 죽겠다 그러잖아요.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하고, 둘이 있으면 귀찮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인생이 즐거웠다가 괴로웠다가 하는 거예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아야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미 2600여 년 전에 그 길을 발견해서 우리에게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을 가르쳐주신 분이 고오타마 붓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을 존경하는 겁니다. 붓다를 추종하자는 게 아니에요. 붓다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자는 게 아니에요. 붓다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보니, 그 분 말씀이 나한테 큰 이익이 됐기 때문에 그 분을 존경하는 겁니다.

교회에 다녀도 과학이 필요하면 과학을 공부하듯이, 절에 다녀도 예수님의 말씀이 필요하면 성경을 공부하듯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유산을 배타적으로 접근하면 자기만 손해예요. 너무 배타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열린 자세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날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호찌민의 한 영화관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주제는 행복, 주연은 참석한 사람 모두였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가 곧 내 삶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웃고, 울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긴 줄이 끝날 때까지 사인을 했습니다. 몇몇 분들에게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질문을 하지 않아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수행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 법문을 유투브로 볼 수 있나요? 다시 보고 싶어요.”

책사인회를 마치고 영화관 밖으로 나와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봉사자들은 강연이 성공적으로 끝나 무척 기뻐하며 이제 불교대학도 개설할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한 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초등학생이 건네준 봉투를 열어보니 스님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깜찍한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자원봉사자들과 소감을 나누고 온 정은지 지구장이 기쁜 얼굴로 봉사자들의 소감을 전해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이 봉사를 하면서 배운 게 훨씬 더 많고 가슴이 벅찼다고 하네요.”

뿌듯한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마칩니다. 내일은 홍콩으로 이동해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홍콩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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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8-01 20:45:07

정지나

좀더 지혜롭게 상대에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감사합니다 꾸벅^^

2019-07-27 23:10:31

하심

스님의 하루만 읽으면 감히 피곤하다는 말이 안나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_()_

2019-07-07 23: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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