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4.14. 활동가 나들이(저녁반), 선유동 정토연수원 개원식
“어떻게 하면 수행을 잘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저녁반을 책임지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용추계곡에 나들이를 다녀온 후 선유동 정토연수원 개원식에 함께 했습니다.

전국에서 600여 명의 정토회 저녁반 활동가들이 대야산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후 입재식을 가졌습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고, 구름이 낀 흐린 날씨입니다. 쌀쌀한 추위에도 오랜만에 스님을 만난 활동가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넘칩니다.

오늘 11시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입니다. 하늘을 봐도 비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비가 안 오기 바래는 마음도 일어났지만, 11시부터 선유동 연수원 개원식에도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11시 전까지 산행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문경까지 오신다고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이제 늙어서 걸음이 빠르지가 못합니다. 요즘은 굼벵이처럼 기어 가는데, 그런데도 여러분들이 못 따라오겠다고 난리예요. (모두 웃음)

아래에 있는 계곡을 선유동 계곡이라고 부르고, 위에 있는 계곡을 용추 계곡이라고 불러요. 저희는 오늘 용추 계곡을 보고 난 후 선유동 계곡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진달래와 벚꽃이 많이 피었어요. 꽃구경도 하면서 재미있게 산행을 하겠습니다.”

원래 입재식을 9시 30분에 하기로 했으나 11시 전에 산행을 마쳐야 해서 10분 일찍 입재식을 시작한 후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계곡물은 세차게 흐르고, 곳곳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서 귀와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멀리 가지 못하고 용추폭포까지만 올라가고 바로 계곡을 건넜습니다. 많은 대중이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어서 폭이 가장 좁은 물길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엊그제보다 물이 많이 줄어서 바위를 밟고 물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학천정이라는 넓은 바위에 벚꽃이 아주 예쁘게 피어 있어 있었습니다.

도반들과 정겹게 이야기도 나누고 자연도 만끽하면서 1시간 남짓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내려오니 어느덧 선유동 연수원에 도착했습니다.

선두와 스님은 10시 40분에 도착하고, 후미는 11시에 가까스로 도착했습니다. 연수원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문경 시장님, 문경 경찰서장님을 비롯한 내빈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시장님은 이곳에 연수원에 생긴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축하의 마음을 나눠주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11시에 연수원 개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회 30년 역사상 첫 연수원입니다. 본관 앞 계단을 무대로 하고 여러 종류의 의자를 깔아 두었습니다. 곧 비가 올 것처럼 날이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먼저 선유동 정토 연수원 개원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을 했습니다. 스님과 내빈들이 함께 오색 테이프를 자르자 대중들은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국기에 대한 경례, 삼귀의, 반야심경을 드리고 연수원 공사를 담당했던 불사팀 백슬기 님이 경과를 보고했습니다.

“이번 불사는 전국 정토행자들의 정성 어린 손길과 마음을 모아 보수공사를 진행했습니다. 2018년 10월부터 ~ 2019년 4월까지 총 5개월 동안 전국에서 연인원 총 1,572명의 정토행자가 참여하여 1차 개보수 공사를 완료하고, 오늘 정토연수원 개원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대중 불사에 참여해 주신 전국의 정토행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유수 스님이 인사와 더불어 내빈 소개를 했습니다.

“폐허와 다름없었던 이 곳을 정토행자님들이 손수 청소하고 곱게 다듬어서 정토연수원으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마치 이 건물처럼 우리도 본래 청정하고 아름다운데, 잘 가꾸지 못해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갑니다. 건물을 깨끗이 잘 청소한 것처럼 정토 연수원에서 우리의 마음도 깨끗하고 밝게 청소하시기 바랍니다. 내빈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내빈으로는 문경시장, 문경 경찰서장, 시의원, 가은읍장, 문경시의회 전 의장, 전 가은읍장, 인근 마을 이장님들이 참석했습니다.

다음은 정토연수원 개원이 있기까지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정토행자 이복희, 천인범 님 부부는 1년 가까이 연수원에서 살며 정토연수원 개보수 공사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또 바쁜 와중에도 주말마다 연수원 공사 현장에서 봉사하고 보시해준 전국의 모든 정토행자를 대표해서 이미은 님께서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대중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토연수원 개원을 축하하는 공연도 있었습니다. 12명의 인천경기지부 거사님들이 ‘이 길의 전부’와 ‘고향의 봄’을 합창했습니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습니다. 진행팀은 내빈에게 우산을 씌워드리고 행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이어서 문경 시장 고윤환 님이 유쾌하게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정토 연수원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문경’이란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수행하시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들으실 겁니다. 또 문경에는 사과와 오미자가 아주 유명합니다. 정토연수원에 오실 때마다 한 소식 하시고 그 기쁨으로 특산물도 사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축사가 끝나자 스님이 기념 법문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좋은 날인데 비가 오네요. (모두 웃음) 그래도 11시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30분 늦게 와줘서 행사는 잘 마칠 수 있겠습니다. 비가 오면 행사할 때는 불편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농사짓는 사람에게 지금처럼 가물 때 내리는 봄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보배와 같습니다. 농부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비가 오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 요즘 강원도에 난 산불 소식 들으셨지요?”

“네.”

“요즘처럼 봄 가뭄으로 건조한 시기에 산불을 예방에 비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우리가 행사하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비는 오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비가 와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건물은 원래 유스호스텔이었습니다. 운영이 몇 년 되다가 폐업을 하고 한동안 폐건물로 남겨져 있었어요. 원래 문경 정토수련원 안에 연수원을 지으려다가 이 폐건물을 활용하는 게 환경적으로 또 재정적으로도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을 비교적 값싸게 구입했어요. 건설 업체에 의뢰해서 보수 공사 견적을 알아보니 새로 건물을 짓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기존 건물을 뜯어내고 새 건물을 짓자고 제안을 했어요. 재활용을 하려고 이 건물을 구입했는데 뜯어내고 새로 지으면 그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전국의 정토행자들이 봉사를 해서 보수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까 감사패를 받은 이복희 보살님 부부가 ‘저희가 한 번 맡아서 해보겠습니다’라고 자원해주셨어요. 두 분은 이곳에 거의 1년 가까이 살면서 새 단장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박수) 그리고 전국에서 많은 정토행자들이 봉사를 해주셔서 지금처럼 새롭게 단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박수)

폐허가 된 건물도 청소를 하고 고치니 쓸 만 해졌습니다. 아까 유수 스님도 말했지만, 우리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마음을 잘 돌보지 않고 팽개치면 번뇌가 많이 생겨요. 욕심부리고 성질을 내면 괴로워집니다. 건물이나 물건도 잘 관리하면 깔끔하게 유지되듯이, 우리 마음도 잘 관리하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그런 이치를 공부하는 곳입니다. 이 연수원은 첫째 마음공부를 하는 장소입니다.

둘째, 연수원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제가 최근에 다른 사람이 쓰던 비닐하우스를 빌려서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5년 동안 쓰지 않았던 비닐하우스여서 청소를 했더니 쓰레기가 세 트럭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풀로 덮여 있어서 잘 안 보였는데 그 안을 들춰보니 엄청난 양의 비닐, 폐자재, 천막, 농기구, 농약 등이 나왔습니다. 주인이 젊을 때는 열심히 자재를 갖춰서 농사를 짓다가 연세가 여든이 넘고 농사를 그만두면서 그 자재가 그대로 쓰레기가 된 거예요. 이 모습이 마치 우리 문명의 미래를 보는 듯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지금 자원을 막 쓰면서 살아가잖아요. 우리 다음 세대는 어쩌면 우리가 남긴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환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수원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어요. 소위 ‘하늘 아래 첫 동네’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이곳에 가장 먼저 도달해요. 그러니 이곳에서는 폐수가 가능하면 적게 흘러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아예 배출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가능하면 그 양을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수원 앞 계곡에는 관광객도 많이 옵니다. 여러분도 수련만 하거나 계곡을 멀리서 구경만 할 게 아니라 휴식을 할 때 봉투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쓰레기도 주우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주변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운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셋째, 연수원에서 새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앉아있는 의자도 인터넷에 광고를 올려서 전국에서 보시를 받은 거예요. 처음부터 연수원에서는 ‘새 물건이나 돈은 받지 않는다’고 했어요. 집이나 가게에서 안 쓰는 물건이 있으면 보시해달라고 했는데, 받아보니까 대부분은 쓸 만합니다. 다만 높낮이가 다르긴 해요. 혹시 사용하시는데 약간 불편하더라도 환경운동을 하는데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합니다. 이 점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비도 오는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안 되니까요.(모두 웃음) 연수원을 보수하는데 수고해주신 많은 분들과 궂은 날씨에도 행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속 비가 내리자 스님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법문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연수원 원장인 무변심 법사님의 마무리 인사를 들었습니다.

“여러분께서 여기 오셔서 버려진 것을 살려주신 것처럼 앞으로 저희가 잘 운영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주말마다 정성을 다해서 청소해주시고 바라지해주신 수고와 정신을 잊지 않고 운영하겠습니다. 저희도 여러분을 잘 바라지하겠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이곳에서 우리 정토행자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 건물을 짓고, 많은 돈을 들여 새롭게 보수를 하고, 새 물건을 갖춰놓은 것보다 겉모습은 부족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 함께 버려진 것을 살려낸 뿌듯함이 더 컸습니다.

1시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즉문즉설이 펼쳐졌습니다. 활동가들은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식당에 모였습니다. 식당은 600여 명의 활동가들로 꽉 찼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 포항 양덕 법당과 분당 법당에서 특별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양덕 법당 활동가들은 알록달록 치마를 두르고 밀양아리랑을, 분당 법당 활동가들은 ‘뿐이고’를 개사해 부르며 춤을 췄습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즉문즉설이 시작됐습니다.

“정토 연수원에 처음 오신 분 손들어보세요. 처음 왔다는 건 한 번도 청소를 안 했다는 이야기네요. 어떻게 활동가라는 사람이 한 번도 청소를 안 했어요? 손 안 드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웃음)

스님의 익살스런 인사에 활동가들은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연수원에 청소를 하러 꼭 와야겠습니다. 스님은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첫 질문부터 웃음이 빵빵 터졌습니다. 그중 정진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요즘 스님의 건강을 우려하는 도반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여기 계신 활동가들도 제 마음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건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모두 웃음)

“같은 마음이시죠?”

“네!”

“같은 마음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모두 웃음) 그래서 스님께서 건강하다는 말씀을 직접 해주시는 걸 꼭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행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다른 활동가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데요. 저는 그렇게 깊이 참회가 안 되고 108배를 하는 것도 다리 운동을 하는 것 같아요. 절을 하긴 하는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잠들기 전에 그날 잘못한 일에 대해 메모를 해두고 잡니다. 다음 날 아침 절을 할 때 그 부분을 보고 참회를 하기도 하는데 정진을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정진을 잘할 수 있을까요?”

“우선 다리 운동이라도 하는 게 나아요, 안 하는 게 나아요?” (모두 웃음)

“하는 게 낫습니다.”

“오늘도 산에 올랐는데 이 정도 걷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평소에 절을 한 거예요, 안 한 거예요?”

“안 한 거예요.” (모두 웃음)

“네, 평소에 절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산에 올라가 보면 금방 표가 납니다. 그러니 매일 절을 하면 우선 육체적인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수행이란 ‘절을 하면서 뭘 해야 된다’ 이렇게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절을 하면 건강에 좋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절을 할 때 아무런 생각이 없으면 가장 좋아요. 그런데 절을 하거나 명상을 해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렇게 올라오는 생각 중에 어느 한 부분을 고쳐야겠으면 수행의 목표로 정하면 됩니다. 만약 화를 자주 낸다면 ‘화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잔소리가 많으면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수행의 목표를 정하는 거예요. 만약 자기 까르마를 고치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그냥 절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고치고 싶으면 많은 과제가 있더라도 하나만 정해서 절을 해보세요. 그리고 매일 절을 하면서 ‘아, 어제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간섭이었네. 그때 멈추었어야 하는데 내 분별로 간섭을 하고 말았구나’, 또는 ‘어제 아내에게 큰 소리를 쳤는데, 가만히 보니 속으로 화가 조금 나 있었네’ 이렇게 돌이켜보고 자기 점검을 하면 됩니다.”

“기도가 돌이켜 보는 계기는 되는데 저는 거기서 멈추는 것 같아요.”

“그 이상 뭘 더 어떻게 해요? (모두 웃음)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됐지, 뭘 어떻게 하려고요?”

“돌이키는 건 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아요.”

“대체 어디로 가야 돼요?” (모두 웃음)

“정토행자로서 뭔가...”

“그 뭔가가 뭔지 한 번 이야기해봐요. (모두 웃음)”

“마음에 분별이 적고 평온함을 유지하면서 시비하지 않는 사람이요. 그런데 다른 분들처럼 ‘아,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하고 참회의 눈물이 나오지는 않아요.”

“그건 질문자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렇죠. 특별히 잘못을 한 다음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게 나아요, 특별한 잘못을 안 하는 게 나아요? (모두 웃음)”

“아... 그럼 제가 별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모두 웃음)

“네, 지금과 같은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고, 내가 아직 나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자기를 잘 살펴봐야 해요.

정토행자 중에 20년 가까이 하루도 안 빠지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신 분이 있어요. 그분은 스스로 별 문제가 없는 줄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자녀와 갈등이 생기면서 ‘아, 내가 다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하고 20년 만에 알게 된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하나를 발견하고 ‘아, 내가 아직 여기에 걸리는구나’하고 정진하다가 그 문제가 해결되면 한동안 별 일 없이 지내고, 또 그렇게 ‘이제 다 되었나 보다’ 하다가 어느 순간 다른 문제를 발견하는 계기가 생겨요.

산에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산에 올라갈 때도 힘들게 한 봉우리를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그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고, 그 봉우리가 제일 높은 줄 알고 또 올라가서 ‘이제 다 왔다’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또 보입니다. 밑에 있을 때에는 앞에 있는 봉우리에 가려서 뒤에 있는 더 높은 봉우리가 잘 안 보이는 거예요. 더 높은 봉우리를 발견하면 ‘아직도 정상에 못 올랐구나’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어요. 원래 산을 넘는다는 게 한 봉우리 넘어서 다른 봉우리로 넘어가고, 그 봉우리를 넘어서 더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우리 마음도 하나를 알아차리고 해결하고, 그걸 넘어서면 다른 걸 알아차리고 또 해결하는 거예요. 이렇게 꾸준히 해나가면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본인이 깊이 참회하지는 않고 남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게 부러운 거예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잘못이 없어서 깊이 참회가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자기가 한 잘못을 몰라서 깊이 참회가 안 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그건 시간이 지나 봐야 ‘아, 내가 그때 알았다고 생각한 것이 다가 아니구나. 그다음 고비가 또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다음 고비를 넘어봐야 비로소 그 전의 고비를 알 수 있는 거예요. 이건 마치 꿈속에서 자기가 꿈속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봐야 ‘꿈이었구나’라고 알 수 있는데, 지금은 꿈속에서 꿈인 줄 아는 방법을 묻는 것과 같아요. 그걸 아는 방법은 꿈에서 깨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 꿈에서 깨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꿈속에서 그걸 아는 방법은 없는지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스스로 알게 됩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그리고 건강하다는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렇게 건강하지가 않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아프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몸이 아프긴 하지만 일하는데 지장은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허리를 조금 삐끗할 수도 있어요. 통증이 심해지면 파스를 조금 붙이면 돼요. 저도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제 몸이 아픈 것과 제가 활동하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질문자들과 대화를 들으며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웃다 보니 점심 먹은 것이 금방 소화됐습니다. 남편이 수술을 하는데 스님과 활동가들의 기를 받으러 나들이에 왔다고 하는 질문자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는 지혜로워지려고 다니는 곳인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라고 하면서도 활동가들과 ‘얍!’하고 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직장에서 정토회 다니는 걸 비꼬는 사람들이 있어서 불편합니다.
  • 동사무소 복지팀장입니다. 현재 맡고 있는 일도 많고, 팀원이 5명뿐인데 다른 팀에서 업무를 떠넘기려고 해요.
  • 아버지가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 이야기하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역사의식과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 아라한은 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인가요?
  • 5월에 교육을 받으면 통일의병이 됩니다. 동북아 역사기행을 가고 싶은데 신청을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 지역 법당 불사에 대한 내용도 전국에 공유해주면 좋겠습니다.
  • 마음 나누기는 길게 할 게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 대의원대회 전에 의견수렴을 하고, 정회원 보고를 할 때 누가 대의원인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3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춰 땅이 보송보송하게 마르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들도 햇살을 받은 것처럼 밝아 보였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을 격려하며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정토회 활동하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토회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운영이 됩니다. 정토회는 여러분들이 낸 보시금, 여러분들이 하는 봉사로 운영이 되지, 어느 특정한 사람에 의해 운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없이 정토회에 대신 돈을 대주는 사람도 없고, 여러분 없이 정토회에 와서 대신 봉사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토회는 오로지 여러분들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활동을 계속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연수원이 개원하기까지 보시하고 봉사하는 과정에서 힘이 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 직접 와서 보니 연수원이 괜찮죠?”

“네!”

“처음 전문 업체에 보수 공사를 의뢰한 견적과 비교해보면 우리 손으로 직접 보수한 덕분에 비용이 절반도 안 들었습니다. (모두 박수)

주방에서 사용하는 집기들은 하나도 구입하지 않고 보시를 받아서 재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프라이팬 등은 부족해서 더 필요하다고 해요. 여러분들 주위에 안 쓰는 물건들을 아직 더 많이 보시해 주셨으면 해요. 대신 무조건 보내지 말고 보내기 전에 사진을 먼저 보내주세요. 우선 안 쓰는 물건을 사진과 함께 알려주시면 연수원 담당자가 확인해보고 사용할 수 있겠다고 하면 나중에 오실 때 들고 오시면 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곳이 자칫 쓰레기장이 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좋은 물건만 받는 건 아니에요. 또 이곳에 보시하기 위해 새 물건을 사는 것도 하지 마세요. 그런 돈은 불사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이곳 연수원에는 도저히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물건만 구입하고, 가능하면 안 쓰는 물건을 재활용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주변에 이야기를 해서 쓸만한 물건이 있으면 보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갑자기 회사나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처분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지금 연수원에 들여다 놓은 모든 물건들은 다른 곳에서 리모델링하면서 버린 물건들을 가져온 거예요. 버린 물건도 이렇게 아름답게 다시 살아날 수가 있습니다. 연수원은 이런 재활용 정신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많이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연수원팀이 대여섯 명이어서 이곳을 운영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합니다. 개원한 후에도 계속해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해요. 자주 오셔서 계곡 구경도 하고, 봉사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활동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연수원을 한 번 더 둘러본 뒤 두북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경주 신라문화원에서 통일에 대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29

0/200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4-24 21:56:07

정지나

찰나찰나 질투하고 시기하며 과거에 시간속에 있는 나를
봅니다 보기싫고 는끼고 싶지않고 외면하고 싶은 나를
그저 있는 그대로 가볍게 알아차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4-23 22:05:56

김애자

감사합니다

2019-04-19 10: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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