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4.12. 활동가 나들이 (주간반)
“함께 일하는 사람이 못마땅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주간반 활동가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활동가들은 오랜만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도반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대화도 나누고 스님에게 활동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질문하고 지혜로운 법문도 들었습니다.

오전 10시, 대야산 주차장에 300여 명의 정토회 주간반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정토회 전국 법당에서 총무, 부총무, 팀장, 간사, 담당자를 맡고 있는 다양한 활동가들이 자리했습니다. 스님이 모습을 보이자 큰 환호를 하며 반깁니다. 봄, 가을로 일년에 두 번 이렇게 스님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한 후 스님에게 인사말을 청했습니다.

“이곳에 오니까 좋죠? 남쪽에는 진달래가 다 졌는데, 여기는 진달래가 이제 막 피네요. 남쪽에는 벚꽃도 다 졌는데, 여기는 벚꽃이 한창이에요. 이 좋은 날에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모두 박수)

활동가들이 환호하자 스님도 경상도 식으로 반갑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들 오셨어요? 별로 할 일이 없어요? 콩쥐는 두고 팥쥐들만 온 거 아니에요?”

웃음꽃이 만발하는 가운데 스님의 설명이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걷는 계곡은 대야산 계곡입니다. 대야산의 높이는 931m이고, 그 옆에 있는 산이 둔덕산인데 높이가 970m입니다. 밖으로는 대야산이 더 많이 알려져 있어요. 이 두 산 사이에 있는 계곡이 용추 계곡입니다. 이곳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대야산, 둔덕산, 조항산, 속리산으로 주욱 연결되는 소백산맥에서는 이곳 불란치재가 높이가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옛날에 이 고개로 넘어다녔으면 편했을텐데 왜 험악한 문경새재로 넘어다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여기에도 고을이 없고, 고개 너머에도 고을이 없다 보니까 아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문경새재는 문경이라는 고을이 있고, 고개 넘어가면 충주가 있으니까 그 쪽으로 사람들이 넘어다녔나봐요.

문경새재도 나들이를 가기에는 참 좋은데, 오늘 같은 날에는 관광객들이 북적북적 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이렇게 많은 대중이 가면 민폐를 끼치게 돼요. 그래서 조용한 이 계곡으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스님이 이제 늙어서 천천히 갈 테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시기 바랍니다.”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봄나들이 장소를 옮겼다는 말씀이 인상깊게 들렸습니다.

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산책하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활동가들은 도반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용추계곡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에 들어오자 물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들렸습니다. 봄가뭄이 심했는데 얼마 전 비가 와서 계곡물이 많아졌습니다. 스님도 예상보다 물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했습니다.

“우와, 저기 물 많은 것 보세요.”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아주 깨끗하고 맑은 물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손도 적셔보며 아주 기뻐했습니다.

계곡 주변으로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저기 진달래 핀 것 좀 보세요. 색깔이 참 예쁘죠?”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습니다. 대부분 도시에 살면서 집과 법당을 오가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런 자연을 만끽할 기회가 없었는데, 자연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산책이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추폭포에 도착했습니다. 3단으로 흘러내리는 용추의 생김새가 무척 신비했습니다. 제일 상단은 원통형의 홈이 파여 있고, 그 홈을 타고 맑은 물이 엿가락처럼 꼬아 돌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더 위로 올라가니 작은 폭포 5개가 계단처럼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이 절경이었습니다.

스님은 _“내려갈 때는 반대편으로 내려가자”_고 하며 계곡을 훌쩍 건넜습니다. 어떤 사람은 돌다리를 밟고 건너고, 어떤 사람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건너고, 어떤 사람은 그냥 오던 길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진달래가 활짝 핀 모습을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바위가 아주 넓게 자리한 학천정에 이르자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물소리를 배경으로 반찬을 나눠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스님도 돗자리를 펴고 앉아 챙겨온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반찬까지 챙겨서 온 대중들이 있었습니다. 반찬통을 스님에게 건내려고 하자 스님은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챙겨서 와야 한다는 것은 스님의 확고한 원칙입니다. 대중이 스님을 챙기기 시작하면 법사님들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그 관습을 막기 위한 방편입니다.

“자, 점심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먼저 드신 분들은 지금부터 내려가기 시작할테니 식사 마치는 대로 천천히 내려오세요.”

선유동 연수원 가까이 다 내려오니 벚꽃이 곳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만 지나면 활짝 만개할 것 같았습니다.

즐거운 산책 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선유동 연수원에 도착했습니다. 모레 개원식을 앞두고 곳곳에서 마무리 청소가 한창이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프로그램은 이곳 선유동 연수원에서 진행했습니다. 식당 안에 의자를 빼곡이 놓고 앉으니 300여 명이 모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의자의 종류가 여러 종류입니다. 여러 곳에서 얻어왔기 때문입니다. 아직 개원을 하기 전이지만 처음으로 이곳에서 행사를 하게 됐습니다.

“정토연수원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직 개원은 안했지만 여러분이 오셨으니 개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먼저 행정처장 양윤덕 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처장님은 활동가들에게 불교대학 홍보에 힘써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9차 천일결사 마지막 해의 시작이 참 좋습니다. 이번에 여러분께서 불교대학을 열심히 홍보해주신 덕분에 4천여 명이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모두 박수) 카카오톡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홍보에 대해 우려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더 열심히 홍보를 하다 보니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새롭게 인연 된 불교대학생들을 정성껏 맞이해서 우리와 같은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나들이를 통해서 한 해를 살아갈 기운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활동가들은 열심히 홍보했던 서로를 위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개원식에 또 오기 어려우니 연수원장님도 한 말씀 해주세요.”

이어서 연수원장 무변심 법사님도 인사말을 했습니다.

“홍보한다고 바쁜 가운데 매주 오셔서 연수원 울력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은 연수원을 보는데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바닥을 봐도 여러분이 생각나고 벽을 봐도 여러분이 생각났어요. 그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잘 사용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이 넓은 공간이 놀려지지 않도록 자주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안 쓰는 프라이팬이든 그릇이든 의자든 주시면 귀하게 잘 쓰겠습니다. 지금 앉아 있는 의자도 다 얻어온 것이에요. 오늘 원기 충천하셔서 회향 잘 하시기 바랍니다.”

대중은 법사님께 노래를 청했고, 법사님도 흔쾌히 노래 한 자락을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은 대중 중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고 했고, 몇 분이 용기 있게 나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모니카를 준비해 와서 연주를 해준 분도 있었습니다.

봄바람처럼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봄 불교대학생을 모집하고 입학시킨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니 그분들이 잘 수행하고 무난히 졸업할 수 있도록 알뜰히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절은 보통 경치 좋은 곳에 있는데 우리 정토회는 말이 절이지 도시 한 가운데 빌딩에 갇혀 살잖아요. 오늘은 자연 속에서 산책도 하고 봄을 맞아서 함께 노래하며 흥도 돋구고 활동하면서 어려운 게 있으면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가벼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어떤 이야기든지 편안하게 드러내놓기 바랍니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도, 그 사람을 비난하려는 것도, 정토회가 문제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로 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니까요. 편안하게 이야기해보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편안한 목소리에 마음이 따라 편안해졌습니다. 활동가들은 가슴에 쌓인 어려움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함께 일하는 다른 활동가가 못마땅하다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못마땅해요

“법당에서 봉사하는 한 도반을 보면 유독 분별심이 많이 올라옵니다. 일은 그 도반이 다 벌려 놓고, 뒷수습은 다른 도반들이 합니다. 솔선수범해서 일을 하지는 않고, 일을 시키는 모습이 불만입니다. 여기 오면서 법당 도반들과도 뒷담화를 했거든요. (모두 웃음) 저는 수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침에 절을 하면서는 ‘내가 겉으로만 수행하지 않았나? 내가 좀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도반을 똑바로 고쳐주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뒷수습을 해줄 수는 없지 않나? 자기가 벌린 일은 자기가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들이 제 마음에 걸려 스님께 질문 드립니다.”

“질문자가 수행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절하기를 좋아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수행하기를 좋아한다면 마음속에 그런 시비가 일어나지 않죠.”

“저도 수행자라고 하면서 외부를 탓하는 저의 모습이 모순처럼 느껴져 질문했습니다.”

“그럴 땐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저절로 역할 분담이 됩니다.

‘그 도반은 시작을 하고, 마무리는 우리가 한다.’

우리말에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이 있죠. 일을 시작할 때 겁이 나서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 도반은 시작을 잘해요. 대신 마무리를 못한다면, 서로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해보는 겁니다. ‘시작은 네가 하고 마무리는 우리가 한다’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뭔가 개척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엄두를 못 내는데 자기가 중심이 돼서 막 밀어붙여서 하니까 성과를 잘 내요. 이런 사람은 낯선 곳에서도 정토법당을 잘 만들어요. 그런데 개척을 잘하는 사람은 고집이 셀까요? 안 셀까요?

“고집이 세요.”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화합하며 법당을 유지해야 할 때 굉장히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사람 때문에 법당이 만들어졌지만, 나중에는 이 사람 때문에 법당이 안 되는 겁니다. 정토법당 150개 중에서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법당을 개원하고 나서 이런 사람들 때문에 문 닫은 법당도 많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 개척하는 건 이 사람이 하고 나머지 뒷수습은 우리가 하면 됩니다. 이렇게 그 사람이 잘하는 역할을 주는 방식이 있습니다. ‘네가 일을 시작했으니까 네가 다 끝내라’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자세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법당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량보다 더 큰 일을 벌려서 법당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 그렇게는 못하도록 대화를 해야죠.

‘일을 시작하는 건 참 좋아요. 우리보다 추진력이 있어서 좋긴 한데 지금 법당에서 그걸 해낼 역량이 안 됩니다. 법당 인원으로 봤을 때 5개 정도 할 수 있는데 당신이 10개를 벌려서 우리가 지금 뒷수습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벌리고, 우리는 믿고 일을 벌리지는 말아주세요.’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돼요.”

“그 분이 역할 분담은 잘해요. 그런데 자기는 아침에 방석 깔아 놓는 거 외에는 다른 일을 안 해요. 그 분이 방석 까는 것부터 시작해서 뒷마무리까지 솔선수범을 해주면 좋겠어요. 입으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나는 게 싫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없는 게 낫겠어요? 그 사람이 없으면 기획은 누가 해요? 기획도 우리가 해야 되고, 실천도 우리가 해야 되는데, 그 사람은 기획하고 실천은 우리가 하면 도움이 되잖아요. 물론 자기가 시작해서 자기가 끝까지 마무리 해주면 좋죠. 그 사람에게 질문자가 몇 번 얘기했을 거잖아요. 얘기했는데도 안 고쳐지면 고쳐질 것이라는 생각을 놓아야죠. 없는 게 낫겠다 싶으면 그 직책을 없애 버리면 됩니다. 그래도 그 분이 기획은 잘 하시니까 끝까지 책임지라고만 하지 말고 ‘행사를 기획하고 역할 분담하는 것만 저 사람의 일이다’라고 규정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맡아서 하면 돼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이 부분을 잘 생각해야 돼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느 부서에서 역할을 잘 못한다고 합시다. 늘 문제가 있다고 얘기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항상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럼 없는 게 낫겠냐?’

어떤 부서에서는 ‘없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부서를 옮겨줘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은 ‘없는 게 낫겠나?’ 하고 물으면 ‘그래도 있는 게 낫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전화도 받아 주고, 청소도 해주고 하니까요. 그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100일 때 그 사람이 100을 해주면 물론 좋죠. 그게 좋은 줄 누구나 다 알지만, 실제 그 사람은 50밖에 안 돼요. 여러 번 시도해서 100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사람을 오래 지켜보니 능력이 50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50을 할 바에야 하지 마라’는 최종 결론이 날 수가 있어요. 아니면 기대를 낮춰야 해요.

‘50이라도 하는 게 없는 거보다는 낫다. 사무실이라도 지켜주고 전화라도 받아 주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것이 수행이에요. 절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에요.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치면서 내가 어떤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수행입니다.

법륜 스님이 봤을 때는 여기 있는 정토행자들의 역량이 출중해 보일까요? (모두 웃음)

그런데 역량이 부족하다고 일을 못 하게 한다면 그럼 그 일을 제가 다 해야 돼요. 제가 150개 법당 총무도 다 해야 되고, 제가 법사님들 역할도 다 해야 됩니다. 그렇게는 못 하잖아요. 부족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습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엄청나게 큰일을 해나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다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굉장히 뛰어나서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소중한 거예요.

부족하다는 것도 기준에 따라 달라요. 100을 원하면 50은 부족한 사람이지만, 30을 원하면 50은 출중한 사람이에요. 물론 사람이 성질이 나면 감정적으로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이런 생각이 들죠. 남편이 자꾸 속 썩이면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게 낫지’ 이런 마음이 들잖아요.

미국에서 만난 한 보살님은 본인의 역량이 진짜 뛰어나요. 반면 거사님은 그냥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결정도 보살님이 다 해요. 그런데 갑자기 거사님이 돌아가셨어요. 보살님은 돈도 자기가 벌고, 일도 자기가 하고, 뭐든지 자기가 했기 때문에 남편이 죽어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대요. 그런데 남편이 딱 돌아가시고 나니까 일주일도 안 돼서 남편 빈자리가 느껴졌대요. 미국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있는 큰 쓰레기통을 밀고 가서 길에 내놓잖아요. 쓰레기통 내놓는 걸 남편이 늘 해줬기 때문에 보살님은 결혼하고나서 한 번도 그 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돌아가시고 첫 주에 큰 쓰레기통을 밀고 나가면서 남편의 빈자리를 느낀 거예요. 그러면서 저한테 이렇게 얘기해요.

‘남편과 같이 있을 때는 남편이 없어도 될 줄 알았는데, 돌아가시고 보니까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남편이 조용히 쓰레기도 치우고, 전등도 갈고, 이런 소소한 일을 다 했는데, 이런 일들은 결혼할 때부터 남편이 해왔으니 이런 일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보살님은 몰랐던 겁니다. 돈도 자기가 벌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자기가 하니까, 자기가 가정을 다 꾸려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은 겁니다.

자기감정에 사로잡히면 ‘이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을 보면 누구에게나 다 역할이 있습니다. 진짜 없는 게 낫다는 사람은 열에 한 명도 안 됩니다. 그러니 항상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는 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없는 거보다는 낫습니다. 이런 관점이 중요한 거예요.

지금 질문자가 그 도반이 기획은 잘한다고 했잖아요. 저 같으면 데리고 쓸 거예요. 기획하는 일이 진짜 어려운 일이거든요. 업무 배정해야지, 뭐 필요한지 파악해야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이 때는 ‘기획을 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관점을 갖는 게 수행입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수행입니다. 절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에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열심히 하는데 왜 다른 활동가들과 마찰이 생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곧 이혼을 하는데 앞으로 경제적 문제가 걱정이 됩니다. 나중에 문경에 가서 살 수 있나요?
  • 딸이 직장에서 일한 것에 비해 성과급 점수를 낮게 받았다고 속상해합니다.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는데 보왕삼매론의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마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또 스님께서 자기 권리는 찾아야 된다고 했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까요?
  • 불교대학담당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틱 장애가 생겼습니다. 불안해서 1학기를 운영할 때와 다르게 법문에 집중이 안 됩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놓고 싶어요.
  • 미국인과 결혼했는데 시 할머님이 102세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습니다. 올 여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서 간병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간병을 해야 할지, 미국에서도 가정법회를 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지 궁금합니다.
  • 활동을 하면서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요.

두 시간 넘게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진지한 분위기가 계속 되자 스님은 _“자, 봄이니까 고향의 봄을 같이 부릅시다.”_고 제안했습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강당 안에서는 노래가 흐르고 유리창밖으로는 햇살을 받은 싱그러운 초록빛과 분홍빛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새싹이 난 나무와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를 보며 노래를 부르니 고향의 봄이 한층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북간도로 이민 갔던 사람들이 고향의 봄을 많이 부른다고 해요. 날씨가 추우니까 더 생각이 많이 나겠지요. 더 질문 있어요?”

질문하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연수원을 개원하기까지 과정을 알려주고, 활동가들을 격려하며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가정 일도 많고, 자식 뒷바리지 하는 것도 버거운데, 정토회 일까지 하려니 힘든 건 맞아요. 저도 승려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통일 운동도 해야 하고, 일이 많습니다. 이때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해서 시간을 쓰느냐가 중요해요.

방을 하루에 세 번 닦는 게 중요한지, 한 번만 닦고 두 번 닦을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중요한지, 음식을 10가지 만들던 것을 5가지로 줄이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중요한지, 명품 살 돈을 줄이고 그 돈을 다른 데에 쓰는 게 중요한지, 이것은 인생의 선택입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보면 좀 부족할지 몰라도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 돈도 아껴쓰고 봉사도 함으로써 여러분은 지금 부처님과 같은 성인이 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즉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에 큰 도움이 되는 일, 환경을 살리는 일,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2주 전에는 여러분들이 모금한 돈으로 북한에 식량 1,000톤을 지원했습니다. (모두 박수)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금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요청은 7월 전까지는 힘들다는 거예요. 7월만 되도 햇감자가 나오니까 우선 위기는 넘기는데 지금이 보릿고개예요. 지금이 제일 힘들 때니까 도와 달라고 해서 긴급히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2월 말에 북미정상회담이 거의 타결될 뻔했는데 양쪽에서 서로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무산이 됐죠. 실무선에서는 대충 낮은 단계의 합의는 봤는데 서로 좀 더 높은 단계를 요구하다보니 타결이 무산된 일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좀 더 높은 단계의 합의가 필요했어요. 미국 국내 정치의 여러 조건 상 타결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옛날처럼 전쟁 위기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작아요.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진척되기도 쉽지 않고요. 어제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왔지만, 답보 상태에 있으면서 조금씩 개선되어 갈 겁니다. 그래서 진행이 더디게 움직일 것 같아요. 그러는 사이에 북한 주민들의 삶은 굉장히 곤궁해지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인도적 지원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을 공유드리고요. 올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으니까 각 법당으로 돌아가시면 다시 심기일전 하셔서 전법에 매진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과 단체 사진을 찍고 지부별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활동가들은 봄꽃처럼 화사하게 핀 얼굴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경주에서 청년들과 하루 종일 역사기행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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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4-23 21:08:08

정지나

아~저 사람은 저걸 잘 하는구나...가볍게 관점을
바꾸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4-21 21:59:29

정미경

누구나 각자의 특성에 맞춰서 살아감으로 서로 협력하며 사는것 같습니다 늘 나와 다르다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살고 있습니다 늘 귀한말씀 고맙고 감사하네요

2019-04-15 0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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