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4.7. 평화재단 손님 방문
“스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으로 평화재단 기획위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기획위원들과 벚꽃과 진달래 구경을 하고 오후 내내 회의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 스님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러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점심 밥상에 올리기 위해 크게 자란 잎들만 골라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활짝 핀 복숭아꽃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 저희들 왔습니다.”

손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자 스님도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멀리서 왔는데 꽃구경하고 가야지.”

꽃구경을 하러 가는 길, 아직 모내기를 하기 전인 황토색 들판이 펼쳐졌습니다. 들판 곳곳에 소를 키우는 거대한 축사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스님은 축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저기 들판 한가운데에 축사가 들어선 것 보이죠? 이 들판이 원래 무공해 단지로 유명했거든요. 그런데 축사가 여기저기 들어오면서 동물들 털이 날리고, 물이 오염됐어요. 최근에는 새로 짓는 축사가 10개나 허가가 났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반대 집회를 하느라 지금 난리입니다.”

옛날에는 축사를 짓더라도 산 밑에 작은 규모로 지어서 논밭에는 피해가 없도록 했는데, 요즘은 대단위 축사가 논밭 한가운데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스님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탑곡 정토수련원으로 손님들을 안내했습니다. 수련원 입구에 벚꽃이 만개해 있어서 절로 탄성이 나왔습니다.

“하얀 솜을 뭉쳐놓은 것 같다!”

탑곡 정토수련원은 조계환 거사님 부부의 노력으로 유기농 농사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3주 전에 심어 놓은 배추와 양배추가 벌써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 푸른 잎을 싱싱하게 피워냈습니다. 자연의 힘은 정말 신기합니다.

“이야,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네요.”

“그럼요. 거사님 부부는 유기농 전문가입니다.”

밭으로 옮겨심기 전에 모종을 먼저 키우는데, 모종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도 둘러보았습니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정말 예뻤습니다.

밭에는 지줏대와 그물망을 촘촘하게 세워 놓아서 작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잘 정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전 군청에서 개울에 둑을 콘크리트로 만들어주었는데, 자그마한 개울이 공사 후 몇 배로 더 커져 있었습니다. 손님으로 오신 분이 안타까워하며 말했습니다.

“공사업자가 공사를 키웠네요. 작은 4대강 개발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작은 개울이었는데,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스님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곳은 스님의 고향 마을인데, 이 개울에서 스님은 어렸을 때 놀았던 추억이 많을 것입니다.

탑곡 정토수련원을 나와 진달래와 연달래가 산 전체에 군락을 이뤄 피어있는 깊은 산속으로 차를 타고 갔습니다.

스님은 진달래가 만발한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데 이렇게 예쁘게 피어 있다.”

스님의 표현이 한 편의 시처럼 들렸습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 없이 아무도 보지 않는 가운데 절로 피고, 절로 지는 것이 꽃인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아직 진달래가 지지 않고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다들 “어렸을 때 이후 정말 오랜만에 진달래 구경을 해본다”며 좋아했습니다.

산을 내려와 오후에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에도 손님들이 찾아와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3일 충북 음성 강연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내용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의 꿈이 무엇이냐는 청년의 질문에 스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목표로 삼고 해오던 일을 편안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스님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별로 꿈이라고 할 게 없어요. 어릴 때는 많았는데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까 다 개꿈이에요.(모두 웃음) 근본적으로 꿈은 다 개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굳이 질문에 맞춰 답을 한다면 저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악몽에서 깨어나 괴로움이 줄어들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이에요. 그 가르침이 책과 이론에 갇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연을 하는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예요.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관점을 어떻게 바꾸면 괴로움이 줄어드는지 함께 대화해보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꿈이에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평화적 통일을 하여 지난 100년의 아픔을 극복하도록, 나아가 주변국과 평화롭게 지내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안에 보수와 진보의 갈등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원한 관계도 해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와 일본과 원한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주변국과 평화롭게 지내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제도가 정착될 거예요. 앞으로 점점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공기, 물 오염과 더불어 식품 오염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면 대부분의 식품이 방사능·농약에 오염되어 마음 놓고 먹을 게 없습니다. 가능하면 무농약 유기농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데, 유기농 농사를 지으려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농일치禪農一致’의 농장을 운영해보려고 합니다. 농사와 수행을 일치시키는 거예요. 수행은 앉아서 참선하거나 명상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일하면서 명상을 하고, 자기 마음을 알아차려야 해요.

이 농장이 정착되면 일주일에 4일은 직장생활을 하고, 3일은 농장에서 일하면서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농장에 일을 하러 오면 먼저 법문을 듣고 명상한 다음 밭에 나가서 일을 합니다. 밭에 나가기 전에 어떤 마음으로 일할 것인지 이야기해보고, 작업이 끝나면 일하면서 자기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농사일을 하면서 마음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일을 하고 나서는 봉사 마일리지를 받아서 그 마일리지로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봉사 마일리지가 일종의 지역화폐가 되는 거죠. 그렇게 자기가 먹는 것은 자기가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려고 합니다. 차츰 규모가 커지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마일리지를 통해 가공식품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죠.

일이 곧 수행이 돼야 합니다. 또 명상을 소비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노는 것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생산을 해야 해요. 같은 일도 돈을 내면 놀이가 되고 돈을 받으면 노동이 됩니다. 자기 재능과 시간을 팔면 노동입니다. 팔지 않고 자기 얼굴을 자기가 씻듯이 그저 자기 일로 하면 봉사라고 하고 놀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강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놀이지만 지금 저는 여러분과 대화를 하면서 놀고 있어요. 둘이서 대화하면서 놀듯이 여러 명과 대화하면서 노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만약 놀이로 하지 않고 사람들 모아서 억지로 웃기려고 하거나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면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강의가 끝난 다음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도 받아야 하니까 피곤합니다. 저는 강연에서 뭘 물어볼지 모르니까 준비할 게 없어요.(모두 웃음) 그러니 이걸 물어보면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걸 물어보면 저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면 돼요.

그리고 남을 위하는 것과 자기를 위하는 것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남에게도 도움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일에도 도움이 되고 수행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파는 게 아니라 놀이와 노동이 일치하도록 해나가야 합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해요.

아주 옛날에는 노동을 해도 대가를 받지 못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노예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노예제가 폐지되고 차츰 내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놀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노동으로부터 해방은 노동시간 단축이나 임금의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놀이화입니다. 우리 사회도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하는 여러분이나 저나 실제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월급을 받으면 통장에 숫자로 찍히잖아요. 그걸로 신발도 사고 옷도 사고 음식도 삽니다. 그럴 때도 대부분 카드를 이용하니 전자로 숫자만 찍히지 실제로 화폐교환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마찬가지로 일하러 다니고 밥 먹고 다닙니다. 월급을 받고 쓴다는 생각만 놓아버리면 여러분과 제가 똑같아요. 그 생각을 놓지 못하면 돈에 얽매여서 살게 됩니다. 아직은 돈을 가지고 다니니까 그 생각을 놓기가 어려운데, 앞으로 화폐가 모두 전자화되면 여러분의 생활도 지금 제 생활처럼 바뀔 수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점점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 생각을 놓지 못하면 여전히 돈에 얽매여서 살게 될 거예요.

저는 돈에 매여 살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강연료를 받는다면 50만 원 받고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500만 원짜리 강연 요청이 들어왔을 때 번뇌가 생기겠죠. 그런데 강연료를 받지 않으니까 강연 요청이 들어올 때 제 일정에 빈자리가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합니다. 그리고 어떤 강연을 할지 아무런 번뇌 없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일정이 다 짜여 있으면 누가 의뢰를 하든 ‘그 시간에는 이미 다른 강연 일정이 있습니다’하고 거절하면 돼요. 아무런 번뇌 없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제 자유를 확보하는 방법이에요. 여러분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팔지 않고, 노동이 놀이가 되는 그런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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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

스승님, 감사합니다!

2019-04-20 22:04:27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4-16 20:54:22

정지나

번뇌와 갈등에 원인 본질은 무엇일까???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인정받아 뭐하게\"라고 질문해주신
스승님말씀 다시 되새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4-16 09: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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