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6. 수자타 아카데미 3일째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봉사를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수자타 아카데미에 머물며 인도공화국 기념일 행사, 인도 JTS 이사회, 마을 리더⋅마을 유치원 교사 미팅, 수자타아카데미 교사 미팅, 건축부 노동자 미팅을 하루 종일 차례대로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 발우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을 하고 나서 스님은 어제 회의 중에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며 특히 학교 교육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특히 학습 능력이 뒤쳐지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아이를 구박하면 안 돼요. 단지 성적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자를 해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선생님 배치나 지원을 많이 하고, 지능이 부족하거나 신체적 장애가 있어서 일반 학생과 동일한 방식으로 해서는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에게는 선생님 배치나 지원을 적게 합니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그 수가 아주 적더라도 투자를 많이 해서 수업의 진도를 같이 따라갈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교육은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는 5명 당 1명의 선생을 배정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는 20명 당 1명의 선생을 배정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는 아예 교육의 대상에서 제외시킬 때가 많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는 20명 당 1명의 선생을 배정한다면,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는 5명 당 1명의 선생을 배정해야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는 1명당 1명의 선생을 배정해야 해요. 이렇게 하는 것이 평등이지 무조건 똑같이 하는 것이 평등이 아니에요. 이런 관점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인도공화국 수립 기념일입니다. 인도공화국의 창건과 공화국 헌법의 발표됨을 기념하는 경축일입니다. 인도 최대의 국경일인 만큼 기념행사는 전국적으로 거행되는데,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국기 게양식 및 축하 행사를 했습니다.

발우공양이 끝나고 곧바로 8시부터 학교 운동장에서 기념일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행사 시간에 맞춰 교문을 향해 달려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스님과 내빈들이 국기게양대 앞으로 이동해 줄을 잡아당기자 꽃이 하늘로 흩날리며 국기가 게양되었습니다. 인도 국가가 울려 퍼지며 아이들은 일제히 국기를 향해 경례를 했습니다.

학년 별로 준비한 축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들은 평소 연습한 것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아이들은 촌극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아들에게 공부보다는 농사일만 시키던 아버지가 친척으로부터 온 편지를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아들을 학교에 보내야겠구나’ 하고 깨닫는다는 스토리였습니다. 학생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재미있게 촌극을 관람했습니다.

흥겨운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앞으로 나와 축사를 했습니다.

인도의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것이 진정한 독립입니다

“오늘은 인도공화국 수립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5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는 전 세계에서 역사가 아주 긴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영국에게 식민 지배를 받는 경험을 했고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마하트마 간디나 닥터 암베드카르를 비롯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1948년에 독립했고, 70년 전인 1950년 1월 26일에 지금의 공화국을 만들게 됐습니다. 우리는 그런 선조들과 독립운동가들을 정말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라가 독립했다고 해서 이 나라에 사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여자라고 차별받거나, 카스트가 낮다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볼 때는 진정한 독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남의 나라에게 식민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것을 첫 번째 독립이라고 한다면, 이 나라 안에서 여자라고 차별받거나 카스트가 낮다고 차별받거나 신체장애라고 차별받는, 모든 차별이 철폐되는 것이야말로 두 번째 독립 또는 진정한 독립입니다. 지금 인도는 이런 두 번째 독립이 필요합니다. 오늘 인도공화국 수립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서 우리는 인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2의 독립을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부처님은 이곳에서 6년 수행을 하셔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성별이나 카스트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차별이 없고 평등하며,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설파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학생들이 정말 잘 자라서 그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달리트(Dalit)라 하더라도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차별 없이 여러분들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때 ‘아, 모든 인간이 차별이 없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인도공화국 수립일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 모두 부지런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축사에 아이들과 교사 모두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기념일 행사가 끝나고 곧이어 JTS센터에서 인도 JTS 총회와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총회에는 가야와 보드가야에 살고 있는 20명의 회원들이 참석해 2018년 사업과 결산을 평가하고, 2019년 사업과 예산을 점검했습니다.

회계 담당자가 예산 내역을 상세하게 설명하면 이사들은 의문 나는 점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사회가 진행됐습니다. 스님은 이사회 전에도 활동가들에게 '무엇보다 회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요. 이사회를 하면서도 예산에 대해 의문 나는 점이 있으면 어떻게 묻고 확인해야 하는지 스님이 직접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몸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사회가 끝나고 잠깐 점심 식사를 한 후 곧이어 마을 리더들과 마을 유치원 여성 교사들과의 미팅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비가 계속 내려서 참 좋았죠?”

“네!”

그리고 각 마을에서 해결하고 싶은 현안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까나홀 마을에서는 요즘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까나홀 마을은 양민 마을이어서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인데, 최근에 개인적으로 집집마다 핸드펌프를 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들 펌프를 파다 보니 지하수가 금방 고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JTS가 공용 공간에 깊게 파준 핸드펌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곧바로 답변을 주기보다는 '마을 리더, 까나홀 분교장, JTS가 함께 의논해서 대책을 한번 세워보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어서 수자타아카데미 특별 교사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중등 수업은 대부분 인도인 스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야와 보드가야에서 9,10,11학년에 다니고 있는 상급생들도 이곳 수자타 아카데미에 와서 파트타임 자원봉사로 초등 수업을 맡아 주고 있고, 중등 수업의 일부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와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특별 교사들을 보자마자 “이렇게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용돈과 선물을 드렸습니다.

이 지역에는 수자타아카데미 외에 일반 사립학교도 많이 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다른 일반 학교들과 설립 취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요. 스님은 교사들에게 이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후 아이들을 더욱 열심히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일반 사립학교 하고는 다릅니다. 이곳에 달리트 계층을 위한 학교가 없어서 원래는 문맹퇴치를 위한 초등학교만을 목적으로 세웠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이 중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저한테 요청을 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어요. 우리는 초등학교만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듬해 또 요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이 계속 어린 동생을 데리고 등교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막 울어서 수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과정을 개설해 달라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면 너희가 오전에 유치원 아이들 공부를 좀 가르치고, 오후에 중학교 와서 공부하자’ 이렇게 해서 중학교와 유치원이 시작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뭐든지 무료로 지원해주는 것은 초등학교까지입니다. 그 이상은 뭔가 봉사를 통해 기여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학생들이 유치원 선생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또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좋다, 그러면 너희가 초등학생들을 가르쳐라’라고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 1, 2학년을 가르치게 된 겁니다. 수자타아카데미는 이렇게 운영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상급반과 중학교 과정은 약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학과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이나 산스크리트어나 영어 같은 건 학생들이 가르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런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또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가야나 상카시아에서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와서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이곳은 일반적인 사립학교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전부 자원봉사자가 운영합니다. 여러분은 일반 사립학교에 와서 교사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원봉사자가 되어서 ‘아,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데 내가 조금 봉사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꼭 필요한 교통비 정도만 조금 지급하게 됩니다. 이런 봉사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이해하셨습니까?”

“네.”

“이 지역은 굉장히 가난한 사람들이 삽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지난 25년 동안 이렇게 운영을 했습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는 글자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 글을 알고 있습니다.

이곳 전정각산 주위로 15개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마다 유치원을 두어서 총 15개 유치원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안투비가와 아자드비가는 바로 이웃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통합해서 운영합니다. 유치원에서 문맹퇴치를 거의 맡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거리가 멀면 학교에 오기 힘들기 때문에 산 넘어 까나홀 마을에 분교를 내서 그 근처 아이들은 거기에 다니도록 하고 있습니다. 3학년까지는 까나홀 분교에 다니고, 4학년부터는 수자타아카데미로 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치원생은 지금 1000명 가까이 됩니다. 초등학교도 원래 1000명쯤 됐는데 3년 전부터 정부 학교에 가도록 보냈습니다. 이 지역에 정부 학교가 4개나 있는데 운영을 제대로 안 합니다. 왜 운영을 제대로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수자타아카데미에 가기 때문에 학생이 없어서 못 합니다’ 이렇게 변명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자타아카데미가 3년간 학생을 받지 않고 전부 정부 학교에 보냈습니다. 초등학교가 없는 두르가푸르, 자그디스푸르, 방갈비가 마을만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학생 수가 팍 줄었습니다.

그랬더니 천민 계층 아이들이 정부 학교에 가기보다는 그냥 학교를 안 다녔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자드비가와 까나홀 마을에 분교를 만들게 됐습니다. 아자드비가 정부 학교는 제대로 운영하고 있기에 지금은 다 그리로 보내고 있습니다. 까나홀 정부 학교도 운영을 잘하고 있지만 교실이 적아서 학생들을 다 수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분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르푸르는 정부 학교가 없습니다. 인접한 스리람푸르나 아자드비가로 가면 되는데 아이들이 안 갑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올해부터는 아마르푸르에서 학생들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오늘도 마을 리더들과 논의를 했습니다.

‘까나홀 분교는 3학년이 넘어가면 교실이 없어서 더 이상 분교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정부 학교로 가세요’

이렇게 얘기했는데, 정부 학교에서 관리를 잘 안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정부 학교에 갈 사람은 가고, 천민 계층은 수자타아카데미를 다니도록 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우리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을 돕고자 만든 봉사단체라는 사실을 이해하셨으면 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JTS가 지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해서 뭔가 봉사를 하면 여러분들을 지원한다는 입장입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많은 사람들이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자꾸 봉사를 하라고 그러느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내가 여기서 공부를 배웠으니까 나도 아이들을 돕겠다’ 이런 마음으로 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굳이 여기에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특별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도 그렇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학생이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이 좀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같은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점을 이해하시고 아이들을 잘 가르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사들도 스님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며 박수로 답했습니다. 한층 밝아진 교사들과 함께 스님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시에!” (웃어요)

오후 3시 30분부터는 인도정토회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상카시아에서 온 수바스 지, 수라즈 지와 함께 2시간가량 상카시아 불사를 2018년 한 해 동안 어떻게 진행했고, 2019년에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수바스 지에게 “회계 정산을 정확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오후 5시에는 건축부 노동자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다고 격려한 후 용돈과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저녁에는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하고 있는 한국인 스텝들과 함께 가야 시내로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한국인 스텝들은 오랜만에 도반들과 정겹게 이야기도 나누고 가야 시내 구경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인도인 스텝, 한국인 스텝들이 함께 소풍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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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행

인도의 진정한 독립을 함께 기원합니다.
이미 독립된 마음으로 봉사하는 인도의 희망 청년들을 보는 듯 하니 고맙습니다^^

2019-01-30 13:42:21

엄윤주

수자타아카데미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못가는 아이를 돕고자 만든 봉사단체네요. 무조건적 지원이 아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1-30 11:42:16

김충균

자신의 배움을 다시 나누는 시스템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2019-01-30 0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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