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5 인도 JTS 수자타 아카데미 2일째
“힌디를 다 읽을 수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지이바카 병원, 수자타아카데미 초등과 중등 교실, 신축 건축부 사무실 공사 현장을 차례대로 둘러보며 인도 JTS 사업 전반에 대해 점검했습니다.

새벽 5시,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늘 일정을 함께 공유한 후 한국인 활동가들 모두 각자 업무 공간으로 흩어졌습니다.

인도 JTS 사업 점검

9시 15분에 숙소를 나온 스님은 먼저 신축 건축부 사무실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신축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니 아주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난간을 설치해서 학생들 식당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보자는 제안이 나와서 그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쁘락보디홀 오픈 강당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_“행사를 자주 하다 보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좌우 측면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시설 보완을 하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학생들이 이곳에서 영상 시청을 할 수 있게 빔을 설치하면 좋겠다”_는 의견도 주었습니다. 스님의 제안은 건축부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지이바카병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린 학생 한 명이 손목이 너무 아프다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접수실에는 여러 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바닥에 가시가 들어가서 아파하는 여성이 있었는데, 호모페틱(민간요법) 의사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스님은 _“가시에 찔렸으면 알로페틱(서양의학)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의사는 “가시의 위치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호모페틱 약을 먹어서 자국이 생기도록 하여 위치 파악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나중에는 알로페틱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스님은 의사와 병원 담당자에게 “진료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_라고 강조했습니다.

환자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디서 왔는지 확인한 후 병원을 나왔습니다. 다음은 초등학교 교실과 중학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두르가푸르 마을에 사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스님은 학생들이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교실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자그디스푸르, 방갈비가, 만코시힐, 아마르푸르, 소라즈비가 등 여러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지금 뭐 배우고 있어요?”

“힌디!”

“힌디 읽을 줄 알아요? 앞으로 나와서 읽어보세요.”

스님이 지목한 아이는 다소 수줍어하는 목소리로 힌디를 읽었습니다.

“힌디를 다 읽을 수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1학년 교실에서는 아직 글을 제대로 못 읽는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교실은 20여 명 중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학생이 7명 정도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아직 어설펐습니다. 스님은 “2월과 3월에 집중 학습을 시켜서 최소한 읽고 쓰는 건 터득할 수 있게 해서 2학년으로 올려 보내면 좋겠다” 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_“3학년에도 글을 잘 못 읽는 친구가 있던데, 단 한 명이라 하더라도 좀 특별 지원을 해줘서 글은 읽고 쓸 수 있게 해주자”_고 덧붙였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갔습니다. 학생들이 종종 계단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일이 있다고 하자, 스님은 “계단마다 끝부분에 색깔 표시를 해서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무엇보다 학교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더욱 세심히 신경 써야 한다”고 학교 담당자에게 당부했습니다.

어떤 교실은 수학을 배우고 있었고, 어떤 교실은 지리를 배우고 있었고, 어떤 교실은 영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교실마다 학생들이 꽉 차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풍경에는 활기와 생기가 넘쳐 보였습니다.

스님은 칠판에 직접 수학 문제를 내서 아이들이 풀어보도록 했습니다.

2학년 교실에서는 _“235 빼기 87, 이 문제 풀 수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_하며 직접 테스트하기도 하였습니다.

2학년, 3학년, 4학년 교실을 차례대로 둘러본 후 도서관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도서관에는 책이 없어서 책꽂이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담당 봉사자의 설명은 영어로 된 책은 많은데 힌디로 된 책을 정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스님은 _“그렇다면 영어로 된 책이라도 좀 구해서 도서관답게 만들어놓으면 좋겠다”_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미술실에는 학생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섬세하게 표현을 잘 한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교실을 다 둘러보고 나서는 운동장에서 학년별로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어른들 못지않게 질서 정연했습니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12시 30분부터는 중등부 학생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중등부 학생들은 둥게스와리 15개 마을 유치원에 가서 교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중등과정 수업을 듣습니다. JTS는 원래 초등 무상교육만 지원하는데, 중등 무상교육을 시켜주는 대신에 마을로 가서 유치원 교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모두 유치원 교사이기 때문에, 스님은 먼저 _“유치원에서 필요한 게 뭐가 있어요?”_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양한 건의가 쏟아졌습니다.

“유치원에도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 목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흙바닥이어서 옷에 흙이 묻어 불편합니다. 시멘트 바닥에서 목욕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두르가푸르 유치원 벽이 무너졌습니다.”
“9학년에 올라가면 컴퓨터 수업을 못합니다. 컴퓨터를 계속 배울 수 있게 해 주세요.”
“행사할 때만 댄스를 배우는데, 댄스를 꾸준히 배우고 싶습니다.”

스님은 “선생님들과 의논해보겠다” 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스텝 회의에서 중학생들이 유치원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스님은 중학생들이 유치원 교사 역할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 가르치는 게 쉬워요, 어려워요?”

“어렵습니다.”

“뭐가 어려워요?”

“아이들이 집중을 안 하고, 자기네끼리 얘기하고 놀아요.”

“여러분도 옛날에 그랬잖아요.” (모두 웃음)

나도 수업 시간이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면 집중을 시킬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접근해야겠다’ 하면서 연구를 해야 돼요. 6학년이면 어린아이예요? 리더예요?”

“어른이 되어 가고 있어요. 큰 아이예요.” (모두 웃음)

“중학생이 되면 어른이 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뭔가 봉사를 해야 한다는 거 알아요?”

“네, 알아요.”

“봉사하기 싫으면 정부 학교로 가면 돼요. 수자타 아카데미에 오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든 뭐든 봉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어릴 때는 도움받기만 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잘 알고 있어요?”

“네.”

“여러분도 유치원 다녔잖아요. 초등학교도 다녔잖아요. 다 배웠던 거니까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요, 없어요?”

“가르칠 수 있어요.”

“스님은 초등학교 다닐 때 초등학생을 가르쳤어요. 중학교 다닐 때 초등학교 상급반을 가르쳤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중학생을 가르쳤어요. 제가 배운 내용인데, 왜 못 가르쳐요? 가르치려면 내가 잘 몰랐던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니까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내일 가르칠 것을 위해 전날 밤에는 미리 공부를 해야 해요. 이것은 남을 위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유치원 학생들 가르칠 수 있겠어요?”

“YES!”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올라가면 초등학생 가르칠 수 있겠어요?”

“YES!”

중학생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주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시에!” (웃어요)

인도인 활동가 수련

오후 2시부터는 인도인 스텝 활동가들과 함께 어제에 이어서 수련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어제는 나눔의 장을 마무리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알아차리고 사는지에 대해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는데요. 오늘은 스님에게 수행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텝 중 한 명인 아미타브 지는 아버지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 너무 싫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수라즈 지는 동생의 부인이 몸이 아파서 걱정인데, 어떡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아버지가 술 마시고 행패 부려서 힘듭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제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제일 쉬운 방법은 아버지와 같이 안 사는 거예요. 그러면 보거나 듣는 자극을 안 받겠죠. 트라우마가 남아 있긴 하지만, 자극을 안 받기 때문에 상처가 다시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러나 이것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상처가 덮여져 있는 거예요.

두 번째 방법은 아버지를 깊이 이해하는 겁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이건 이해하지 못하는 자세예요. ‘아버지가 그때 그 나이에 인생이 안 풀려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 이게 이해하는 거예요. 내가 어려서 그걸 이해하지 못한 거예요. 그러니 이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해요.

‘아버지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겠습니까? 제가 어려서 그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내 속에 있는 상처가 치유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림에도 불구하고 나를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는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에요.

정리하면, 우선 같이 안 살 수 있으면 안 살면 됩니다. 그러면 안 보게 되니까 상처에 자극을 안 줘요. 그러나 아버지가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것을 봐도 이웃집 아저씨 보듯이 편안하면 진정으로 내 상처가 치유된 겁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지 않게 되는 것은 수행은 아니에요. 그건 아버지 스스로 자기 인생을 바꾼 거죠. 아버지가 술을 마셔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야 내가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핵심은 아버지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거예요.”

“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내가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나는 따뜻한 물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찬물을 갖다 줬어요. 그래서 내가 이 일로 화가 났다면 이건 누구 문제일까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돼서 생긴 내 마음의 문제예요. 그런데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안 되잖아요. 원하는 대로 안 돼서 화가 났다면 우리 인생은 죽을 때까지 화내고 괴로워하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물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따뜻한 물을 다시 가져오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아니면 찬물이라도 마시면 됩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더라도 ‘아, 내가 내 마음을 놓쳤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돼요. 그러면 설령 화가 났더라도 금방 내려가게 됩니다.

이 물이 아버지예요.(모두 웃음) 내가 따뜻한 물을 원하듯이, 아버지가 술을 마시지 않기를 원하잖아요. 상대방이 내가 원하지 않는 찬물을 가져왔듯이, 아버지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술을 마시고 온 거예요. 그렇다 해도 내가 내 마음에 깨어있다면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깨어있지 못하면 화가 나요. 그러나 화가 난 뒤에라도 다시 알아차리면 됩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화를 내지 마라’가 아니에요. 화가 일어나더라도 금방 나는 다시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거예요. 이해가 돼요?” (모두 웃음)

“이해했어요.”

“이해해도 상황에 딱 부닥치면 안 됩니다. 그러나 화가 탁 나오더라도 다시 알아차리면 됩니다.”

아미타브 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함께 한 스텝들도 스님의 법문이 너무 재미있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어서 수라즈 지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건강이 안 좋습니다. 제 건강도 안 좋고, 동생 부인의 건강도 안 좋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건강이 안 좋은 편이 좋아요, 좋은 편이 좋아요?”

"좋은 편이 좋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항상 건강이 좋을 수가 있을까요?”

“아니요.”

“살다 보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은 걸 걱정한다고 해서 건강이 좋아져요?”

“아닙니다.”

“건강이 안 좋으면 치료를 하면 되지, 걱정을 할 일은 아니에요. 또 치료해도 회복이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아픈 상태로 살면 돼요. 아프지만 그래도 사는 게 좋아요, 그럴 바에야 죽는 게 나아요?”

“사는 게 좋아요.” (모두 웃음)

“조금 아프지만 살아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안 아픈 게 수행이 아니고, 안 아픈 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에요. 아파도 걱정하지 않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내 몸이 아픈 것도 걱정하지 말라는데 동생 부인 아픈 건 걱정해야 할 일일까요?”

“가족이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면 계속 그렇게 걱정하고 살아요. (모두 웃음) 그러면 수라즈 지는 붓다 담마(Buddha Dhamma, 불법)하고 아무 관계없는 인생을 사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네, 전부 알아들었어요.”

“여러분들의 부모나 부인이 원하는 건 이미 다 정해져 있잖아요. 돈 많이 버는 것, 커다란 집 사는 것, 물건 많은 것,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잖아요. 그럼 우린 그렇게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이 문제가 정리가 안 되면 우리가 가는 길에 대해서 집안 문제와 수행 사이에 늘 고민을 해야 합니다. (모두 침묵)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정리가 잘 안 될 거예요. 수바스 지, 수라즈 지는 20년이 지났어도 정리가 안 되고 있는걸요.” (모두 웃음)

“이해는 되지만 행하는 게 잘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이게 정리가 딱 되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집을 나오는 것도 자유롭고, 집에 있어도 자유롭습니다. 내가 부인이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상대가 뭐라 하면 ‘미안합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부인한테 큰소리치잖아요. 돈도 못 벌어다 주는데 왜 큰소리쳐요? (모두 웃음)

그렇다고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부모나 부인에게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큰소리칠 이유도 없다는 거예요. 그래도 그들이 원하는 걸 못해주고 있잖아요.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속으로는 당당하되 그들에게는 겸손해야 합니다. 원하는 대로 못해줬으니까요. 그래서 부처님이 이렇게 가르치신 거예요.

‘수행자는 당당해라. 그리고 겸손해라.’

그렇게 하면 굳이 스님처럼 집을 안 나와도 돼요. 그러니 오늘 집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인이 ‘뭐하다가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 이렇게 얘기하면, 웃으면서 ‘미안해요’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말 안 하고 밥 먹고 그냥 자면 돼요.” (모두 웃음)

“그런데 부인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돈도 못 벌면서 큰소리나 뻥뻥 치고, 화나 내고, 말없이 밥만 먹고 그냥 자버리면 좋은 게 뭐가 있어요? 돈은 못 벌어오더라도 좀 겸손한 맛이 있어야죠. 인도 남자들이 다들 큰소리치며 사는데 우리 집 남자는 그래도 겸손하면 부인 입장에서 얼마나 좋겠어요? 그게 돈보다 더 낫다니까요.

부인이 잔소리하고, 어머니도 잔소리하고, 아버지는 술 마시고 했던 말 또 하더라도, 그 안에서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수행이에요. 그 안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출가 안 해도 돼요. 그게 안 되면 스님처럼 집을 나와야 해요. (모두 웃음)

수행은 스님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평화롭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게 수행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깨달음의 장’을 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된다’라고 했었잖아요. 잊어버렸어요?”

“기억만 나요.” (모두 웃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오면 화가 확 나지만, 그러다가도 ‘어떠한 경우에도’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어떠한 경우에도 화나지 않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모두 웃음)

“그게 되면 수행이 굉장히 많이 된 거예요. 그걸 도와주는 사람이 아버지예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나를 도와준 거예요. 나를 도와주려고 그 힘든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다 이 말이에요. ‘아, 아버지가 나를 깨닫게 하려고 매일 저렇게 힘들게 술을 드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아미타브 지는 스님 말씀대로 해보겠다고 마음을 냈습니다.

“제가 웃을 수 있는지 한번 해볼게요. 그런데 아버지가 계속 그렇게 술을 마시면 빨리 돌아가실 것 같아요.”

“아버지는 지금 목숨을 걸고 아미타브 지를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 중에서 아미타브 지가 제일 먼저 깨달을 수도 있어요. 아버지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 웃음)

자, 수행의 관점을 어떻게 갖는지는 일단 이해는 하셨죠? 그런데 이해한다고 해서 지금 실천이 돼요, 안 돼요?”

“안 됩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게 우리가 지금 이런 수련을 하는 이유예요. 수행이라는 것은 연습을 하는 거예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연습을 안 하고 금방 자유로워지려고만 해요. 저기 고행상을 보세요. 부처님은 여기 둥게스와리에서 6년간 저렇게 연습을 했다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저렇게 연습했어요?”

“0.1 퍼센트요.” (모두 웃음)

“그래 놓고 그렇게 쉽게 부처님처럼 되려고 하면 안 되죠. 아미타브 지는 고행상처럼 되는 게 나아요, 아버지가 술 마시는 게 나아요?”

“아버지가 술 마시는 게 나아요.” (모두 웃음)

“아제이 지는 엄마가 잔소리하는 게 나아요, 저렇게 되는 게 나아요?”

“엄마가 잔소리해도 괜찮습니다.” (모두 웃음)

“우리가 부처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이렇게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저렇게 고행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는 길은 어렵긴 하지만 부처님이 가셨던 길에 비하면 쉬운 길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가는 이 길을 자꾸 힘들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행상에 비교해보면 힘든 길이 아니라 너무 쉬운 길이에요. 어때요, 좀 가벼워졌어요?”

“완전히 가벼워졌어요.”

"아미타브 지는 아버지가 술 마셔서 힘들 때면 ‘부처님처럼 고행하는 게 나을까, 아버지가 술 마시는 게 나을까?’ 늘 이걸 생각해야 해요. 그러면 아버지가 술 마시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내가 마시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마시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예요? 속이 쓰려도 자기 속이 쓰리지, 내 속 쓰린 것도 아닌데요.”

“아버지가 아프면 치료를 해줘야 하잖아요.” (모두 웃음)

“치료 좀 해주면 되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니까 힘든 거예요.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부모가 어떻게 내 마음대로 되겠어요? 그러니 아버지 스스로 알아서 살도록 놔두세요.”

모든 괴로움은 다 내가 일으키는 것이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잘 전해진 것일까요. 어느 순간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모두들 까르륵까르륵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수행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2시간 정도만 하고 마쳤습니다. 짜이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다음 2시간은 어떻게 사업을 함께해 나갈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돈을 정확하게,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쓰고 있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남편이나 부인에게 돈을 맡긴다면 그를 믿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부모님께 맡긴다고 해도 부모님을 믿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정직해야 합니다. 중간에 무언가 잘못되더라도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늘 긴장해서 감시를 해야 하니, 같이 일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제가 보광 법사님을 인도 총책임자로 파견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사님을 믿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솔직하게 보고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잘못이 있는데도 중간에서 덮어버리면 한국에서는 알 수가 없잖아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만약 여기서 누군가에게 돈을 수천만 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고 할 때,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 권한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만 하면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을 믿지만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그만큼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고서에 기입되는 내용이 늘 정확해야 합니다. 사용된 내용도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하고, 영수증도 정확하게 첨부되어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믿음이 있으면 기록은 조금 부족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공적인 일에 있어서는 서로 신뢰하는 바탕 위에 정확한 기록까지 수반되어야 합니다. 제가 인도에서 일을 하면서 크게 느끼는 부분은 정확하게 기록하는 부분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저와 일할 때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끼리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같이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믿음이고, 둘째, 의리입니다. 일할 때의 믿음은 어디에서 생길까요? 우선 경제적으로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하는 약속에 대해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꾸 지각을 한다면, 그게 한 번 두 번 반복되면 믿음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늦는 것도 늦는 것이지만 그보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우선 그것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지각을 했다면 ‘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어서 오늘 늦었는데, 다음부터는 개선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참회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때 서로 간의 믿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하면 비록 우리가 가족이나 형제가 아니더라도, 오히려 가족이나 형제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됩니다.

지금 정토회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친인척 관계도 아니고, 학교를 같이 다닌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선주 법사님의 경우에는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이에요. (웃음) 그런데도 우리가 같이 활동하는 이유는 서로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보다 더 믿을 수 있고, 친구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이곳에서 스탭으로 활동할 때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스탭이 되었다고 영원히 이 일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에게 사정이 생기거나 다른 할 일이 생기면, ‘저한테 이러이러한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서로 논의를 합니다. ‘정말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가?’ 하고 논의를 해서, 다른 방안이 있으면 상의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일을 하십시오.’하고 결론이 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평범한 멤버로 일하는 것과 스탭으로 일하는 것에는 신뢰 관계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무슨 기준으로 스탭이 되고, 되지 않고를 결정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신뢰가 꼭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까?”

“Yes!”

“그리고 신뢰 관계가 깊어질수록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한낮에 대화를 시작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인도인 스텝들 모두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서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진 것 같았습니다. 멤버십이 단단하게 형성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텝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한국인 활동가들끼리 모여 다시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오늘 병원과 학교를 두루 살펴보며 들었던 생각을 먼저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각 파트별로 성과와 과제에 대해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학교 파트에서는 내년에 교실 3칸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5학년이 2개 반 졸업하는데 1학년이 3개 반 입학하기 때문에 1칸이 더 필요하고, 까나홀 분교에서 4학년 1개 반과 5학년 1개 반이 수자타아카데미로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술실과 도서관 등 현재 활용 빈도가 낮은 공간을 교실로 사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각 파트별로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하다 보니 벌써 밤 9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인도공화국 기념행사, 인도 JTS 이사회, 마을리더 미팅, 유치원 교사 및 분교 교사 미팅 그리고 주니어, 시니어, 파트타임 교사들과의 미팅, 인도정토회 이사회가 하루 종일 연이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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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힘!

유치원 아이들은 놀이가 학습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나이인데 너무 학습시키려고 하지 않는지 걱정됩니다.
가르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요. 정서, 사고력, 창의성 모든 면에서 나이에 맞게 자유놀이 많이 허용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정토회의, 스님과 접촉할수있는 관계자분들께 EBS신년특집 2부작 ?놀이의 힘? 시청을 권해드립니다.

2019-01-30 00:40:00

김애자

믿음과 신뢰

2019-01-29 14:39:01

푸름이

신뢰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기록하고 대화하라

2019-01-29 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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