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0 델리 법회 & 방글라데시 다카로 이동
“아이가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고민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델리 근교에 위치한 자혜정사에서 교민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 후 로힝야 난민 구호품 전달을 위해 델리에서 캘커타를 경유하여 방글라데시 다카로 이동했습니다.

어제까지의 인도 성지순례 일정을 마치고 오늘부터 새로운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델리 근교 구르가온이란 도시에 자리한 ‘자혜정사’. 델리 인근에 사는 한국인 교민들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포교당입니다. 스님은 델리에 오면 주로 이 곳에 머무십니다. 오늘 오전은 자혜정사 회원들을 위한 법회가 열렸습니다.

오전 8시 30분이 넘어서니 회원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었습니다. 9시가 되어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어떤 분들이 새로 오셨는지,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계신 분도 있지만,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침 고등학생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가 있었고,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자, 대부분 자녀의 진로나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분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자녀의 대학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저희 부부는 20년 전에 불교 공부를 하러 인도에 유학을 왔고,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인도에서 17년째 살고 있습니다. 본인은 한국에 대해서 모르고, 학교도 인도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인도 문화나 인도 사회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편안한데, 왜 굳이 한국이라는 곳에 가서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해요. 의대를 진학할 예정인데 아이는 한국이 아닌 영어권에서 공부를 하길 원합니다. 솔직히 외국을 보내자니 경제적인 것이 부담이어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됩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 현 상황에 맞춰서 일단 한국으로 대학을 먼저 보낸 뒤 본인이 나중에 대학원 과정을 외국으로 갈 수 있게끔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외국에 가겠다’라고 하면 ‘오케이, 좋다’ 이렇게 하면 돼요. 경제적 형편이 안 된다면 ‘그런데 경제적 형편은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그게 뭐 어렵다고요. (모두 웃음)

그런데 여기서 질문자의 문제는 두 가지 다 모순이라는 거예요. 아이의 의사를 존중 안 하는 것도 문제인 데다가, 내가 경제적으로 능력이 안 되는데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예요. 이 두 가지가 다 부모의 어리석음이에요. 이것 때문에 인생이 자꾸 괴로워지는 거예요. 아이가 외국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건 ‘네 생각이 그러니? 그럼 그렇게 해봐라’라고 하면 돼요. 그랬을 때 아이가 ‘이러저러한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하면 ‘그런데 그렇게 지원할 경제적 형편은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고요.”

“그렇게 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학 입학을 2년 앞두고 있어서...”

“그래서 뭐가 문젠데요? 본인이 결정하겠죠, 엄마 아빠가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니 나는 외국으로 가고 싶지만 한국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고 결정을 하든지, 나는 외국에 가고 싶은 게 더 강하기 때문에 내가 유학 간 곳에서 자립을 해서라도 꼭 외국을 가겠다든지 결정을 하겠죠. 이렇게 결정을 자기가 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외국을 간다 해도 의대 분야는 그 나라 시민권이 있지 않으면 정착하기가 어렵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러면 본인이 그런 어려움을 고려해서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하겠죠.”

“네, 그 부분까지 저희가 얘기를 했고요. 여러 가지로 조사를 해서 한국 대학을 가는 게 우선적으로 낫겠다는 데까지는 얘기를 해놨는데, 판단은 본인이 하겠지만...”

“엄마가 유식해서 문제예요. 엄마 아빠가 유식하면 자꾸 이런 문제가 생겨요. (모두 웃음)

저는 부모님이 초등학교도 못 다녔기 때문에 제가 진로를 정할 때 중학교를 가든, 고등학교를 가든, 대학을 가든, 승려가 되든 부모님의 간섭은 전혀 없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거기에 대해서 모르시니까 간섭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부모 덕을 참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질문자 같은 부모를 만났으면 제가 이 길을 갈 수가 없었어요. 엄청난 반대에 부딪쳤을 거잖아요.

부모는 기본적인 것을 해주면 됩니다. 어릴 때 아이를 낳아서 기본적으로 키워주고, 사춘기가 돼서 시행착오를 겪을 때 너무 위험하지 않도록 보호 좀 해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결정하도록 하면 돼요. 부모가 아는 게 너무 많으니까 자꾸 관여하려 드는 거예요. 부모가 자꾸 결정해주면 대학 가는 것도 결정해줘야 하고, 취직도 결정해줘야 하고, 결혼도 결정해줘야 하고, 집도 장만해줘야 해요.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70세가 넘어도 자식 문제 때문에 고민이고 늘 뭘 해줘야 해요. 자기 삶이 없어요. 그러면 자식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자식은 부모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대학교에 가서 즉문즉설을 해보면 이런 고민을 하는 아시아권 학생들이 많아요. 어떤 베트남 학생의 사례인데, 자기 형제들은 다 고등학교도 못 갔는데 부모가 엄청나게 고생해서 자기 하나만 미국 대학에 유학을 보냈기 때문에 온 가족이 지금 자기 하나만 쳐다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자기가 살아 보니 고민이에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그 직업은 자기가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꿈과는 다르거든요. 그런 꿈과 부모의 은혜 사이에서 번민하는 젊은이들이 아시아권에 굉장히 많아요. 유럽이나 미국 젊은이들 중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왜 부모가 자식한테 그런 무거운 짐을 지워줘야 해요? 자식들이 자기의 뜻을 마음껏 펴도록 해줘야죠. 자식이 어떤 고민이 있으면 부모는 ‘나는 걱정하지 마라, 네가 원하는 세상에 네가 마음껏 가서 살아라’ 이렇게 얘기해줘야지요.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부모에게도 힘들지만 자식에게도 무거운 짐이 됩니다. 자식에게 무거운 짐을 주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인생을 길게 보면 내가 희생도 하지 않고 자식에게 무거운 짐도 안 지워주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해요. 서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한다면, 엄마는 운동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애가 하겠다고 하면 ‘오케이, 해라’라고 해주는 게 좋아요. 아이가 이런 이런 뒷바라지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해줄 수 있으면 ‘오케이, 해줄게’ 이러고 해 주면 되고, 못 해주면 ‘네가 하는 건 자유인데 엄마가 그건 해줄 수가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갖고 ‘형편이 이런데 네가 그걸 해서 되겠니!’ 이렇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아이 의사를 존중하고, 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해줄 수 있다고 하고, 못 해주는 건 못 해주겠다고 하면 돼요. 또 부모가 빚을 내서라도 해주겠다고 하면 그것도 부모의 선택이에요. 그걸 뭐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저도 아이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지금 계속 대화를 하고 있어요, 솔직히 최종 결정을 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아이들을 먼저 키워보신 선배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의견을 여쭙는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 질문자 같은 고민을 할 텐데, 스님은 그것이 이해는 되지만 우리들 인생에서 고뇌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생활 속에서 이걸 고민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라고 한다면 그건 맞는 얘기예요. 그래서 인생이 고달프잖아요. 고달픈 인생을 해소시켜주려고 지금 즉문즉설을 하는 거예요. 스님이 하는 얘기는 그렇게 인생을 살기 때문에 인생이 고달파진다는 거예요.

가끔 배우들과 즉문즉설을 할 때가 있는데요. 그 사람들은 인기를 곧 자기로 삼기 때문에 인생이 고달파지는 것이어서 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인기가 곧 당신이 아닙니다. 당신이 잘나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좋아 미쳐서 그러는 거니까 사람들이 열광하면 ‘저 사람들이 미쳤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바라보세요. 그들이 나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나로부터 좀 분리시키면 인생에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인기가 마치 자기인 양 착각하면, 인기가 오르면 교만해지고 인기가 떨어지면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좌절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인생이 자꾸 힘들어지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든 그건 여러분들의 자유예요. 다만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번뇌가 왜 생기느냐 하는 거예요. 남의 인생에 세세하게 다 관여하려고 하기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의 세세한 것까지 다 관여하려니까 아이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저는 아이가 받는 이 스트레스를 보는 거예요. 제가 볼 때는 부모가 약간 한 발 물러나서 아이가 좀 힘들어하면 격려해주는 게 좋아요. ‘야, 참고 견뎌라’ 이렇게 하는 건 코치예요. ‘아이고, 힘들면 쉬었다 해라’ 이러는 게 부모의 역할입니다. 부모는 항상 아이 편에 서서 따뜻하게 돌봐야 하고, 선생은 좀 엄격하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부모는 없고 전부 선생만 있어요. 아이를 좀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줄 부모가 없는 편이죠.

인물도 잘 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아이는 세상 사람이 다 좋아해요. 그런데 부모란 어떤 게 부모일까요? 인물도 못 생겼고, 장애도 있고, 공부도 못 하고, 말도 안 들으면 세상 사람이 다 싫어해요. ‘아이고, 저건 어느 집 애냐? 뭐 저런 게 다 있어’라고 하죠. 그런 아이를 등 두드려주고 이해해주는 게 부모입니다. 제가 볼 때 지금 우리 사회에 부모는 없어요. 전부 이웃집 아줌마만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마음 둘 데가 없고 보호받을 데가 없는 거죠.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는 심리적 안정의 바탕을 갖춰주는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행복의 바탕은 심리적 안정이거든요. 그 심리적 안정은 부모만 해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을 줘야 해요. 부모가 감정을 참아야 하는 건 무슨 윤리 도덕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에 상처를 안 주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애를 가졌거나 애가 어릴 때는 부부가 좀 안 맞는 게 있어도 아이를 위해서 서로 조절을 좀 해야 해요. 남자들은 회사에서 좀 일찍 퇴근해주고요.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안정된 상황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크면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집에서 방청소도 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예요. 이래라저래라 시키라는 게 아니라 ‘아이고, 엄마가 힘든데 방석 좀 옮겨줄래?’ 이렇게 같이 해야 해요. 그러면 따라 배우게 되거든요. 아이가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줘야 합니다. 이게 부모가 할 일이에요. 공부를 잘하게 하고 유명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건 선생이 할 일이에요.

여러분들이 기본적으로 부모 역할을 좀 해주십사 말씀드리고 싶어요. 거기서 더 능력이 있으면 선생 역할을 좀 해도 되지만 제가 볼 때는 선생 역할이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어요. 그러니 부모 역할을 좀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전문적인 거는 선생님들이 봐주고, 애가 선생님이나 선배들을 찾아가서 자기가 의논해서 결정하고, 그럴 때 부모는 들어주고 ‘네가 좋다면 엄마 아빠는 오케이다’ 이렇게 해주는 게 좋아요.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할 상대를 사귀어서 ‘엄마, 이 사람 어때?’ 이렇게 물어봐도 ‘아이고, 너하고 살 사람인데 엄마가 어떻게 알아? 네가 결정하면 되지. 엄마는 언제든지 네가 결정하면 오케이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도 엄마, 좀 봐줘’ 그러면 ‘아이고, 엄마는 남자 볼 줄 몰라. 엄마가 남자 볼 줄 알면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났겠니’ 이렇게 얘기하면서 자기가 결정하도록 해주세요. (모두 웃음)

항상 ’네가 결정하면 엄마는 너의 결정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게. 네가 잘 판단해라’ 이렇게 아이를 격려해줘야 해요. ‘네가 알아서 해라. 엄마는 모른다.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이거는 내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엄마는 항상 네 뒤에서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너를 지지한다. 그러나 이건 네가 결정할 일이다. 네가 옳다면 엄마도 적극 지지다’ 이런 관점에 서서 격려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재정을 지원하는 건 자유지만 제 생각엔 무리해서 굳이 지원할 필요는 없다 싶어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죠. ‘수입이 이 정도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에 가서 의대 다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다. 이게 현실이다’ 이렇게 얘기해서, 아이가 그걸 참고해서 ‘아, 나도 외국에 갔으면 좋겠지만 집안 사정이 이러니까 인도로 가야겠다’, ‘한국으로 가야겠다’ 이렇게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부모가 뭐든지 다 결정해주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다 해주려고 하잖아요. 아이가 서너 살 이하일 때는 다 해줘야 하지만, 크면 그렇지 않아요. 자꾸 자기가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 커지게 해야 해요.

이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과는 달라요. 여러분들은 애가 길을 가다가 뭘 사 달라고 하면 ‘안 돼!’ 이래요. ‘그래도 사줘!’, ‘안 돼!’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애가 크게 울어요. 그러면 ‘아이고, 알았다, 알았다. 아이고, 이놈의 고집! 자기 아버지 닮아서 고집은 세네’ 이러고 사주거든요. 이렇게 하는 것은 키우는 방식이 잘못된 거예요. 아이를 위해서 사주는 게 아니라 애가 악을 쓰니까 귀찮아서 사주는 거잖아요. 이 장난감이 아이에게 옳지 않다 싶으면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안 사줘야 해요. ‘그건 안 돼. 그건 나쁜 거야. 그러니까 포기해’라고 하고, 그래도 울면 ‘그래, 너는 울어라. 엄마는 갈게’ 그러고 가버려야 해요. (모두 웃음)

간섭은 가능하면 하지 말되,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인생에 질서가 잡힙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질서를 흩뜨려요. 애 심리는 억압하고 사회적 질서는 흩뜨리는 두 가지 잘못을 다 저지릅니다.

그러니 애의 심리는 억압하지 말되 사회적 질서는 지켜줘야 합니다. 애가 꼭 하겠다면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응, 해보는 건 자유다. 그런데 엄마가 볼 때는 그건 조금 손실이 생길 것 같은데, 한 번 해보고 다음에 다시 한번 검토해보자.’

그래서 애가 한 게 성공적이면 ‘오케이, 네가 엄마 판단보다 낫네. 엄마가 그때 판단이 부족했구나’ 이렇게 인정하면 돼요. 애가 한 게 잘못됐다고 해도 ‘봐라! 엄마가 그랬잖아!’ 이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지금 좋은 게 나중에 꼭 좋다고 할 수가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실패한 거 너무 가슴에 두지 말고, 이걸 참고해서 다음에 잘하면 된다’ 이렇게 격려해줘야죠.

애가 성적이 나쁘다고 막 괴로워하면 엄마가 격려해줘야 해요. ‘성적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 우선 오늘은 좀 쉬고, 엄마하고 영화라도 보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 다음에 잘하면 돼.’ 이렇게 말해줘야 하는데, 엄마가 더 나서서 난리예요. 그러니 애가 자꾸 부모를 속이게 되잖아요. 집에 안 들어온다든지, 성적표를 위조한다든지, 밖으로 돈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거든요. 그래서 따뜻한 부모의 역할을 잘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벌써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해야 해서, 마지막으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강조하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세균이 있는 데서도 면역력이 있는 게 건강이지, 멸균 상태의 방 안에서 병 안 걸리고 사는 게 건강이 아니잖아요. 온갖 세균이 있는 바깥세상에서 내가 병 안 걸리고 살아야 그게 진짜 건강이죠.

그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것들이 있는 속에서 자유로워져야지, 보장된 자유라는 것은 온실 안에 있는 것과 같아요. 여러분의 아이들은 지금 부모의 보호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은 바깥세상에 나가서 마음껏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는 기본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해요. 붓다의 가르침은 그런 걸 가르쳐줍니다.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 돼서 인생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요.

진실을 자각하게 되면, 다시 말해 존재의 참모습을 알게 되면 스스로 번뇌가 적어지고, 고뇌가 사라지고, 눈치를 덜 보고 자유의 폭이 확대됩니다. 그게 불법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부처님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고, 그 발자취를 따라 순례도 하는 거예요. 절에만 온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생활 속에서 늘 체험하고 공부해서 여러분들의 삶이 행복해지는 게 부처님이 원하는 바지, 부처님한테 얼마나 절하느냐가 부처님이 원하는 바는 아니에요. 그렇게 참된 불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스님은 자혜정사 가족들에게 2019년 정토회 달력과 스님의 신간 책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를 각각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도 함께 찍어주었습니다.

자혜정사를 나온 스님은 곧바로 델리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스님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근교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로힝야 난민들이 처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JTS가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이번에 지원하는데, 그 전달식이 그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오후 2시 비행기로 델리를 출발하여 캘커타를 경유한 후, 저녁 7시 비행기로 캘커타를 출발하여 밤 8시 30분에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델리에서 다카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지만, 이렇게 캘커타를 경유해서 가는 비용보다 2배가 비쌉니다. 스님은 _“시간이 좀 걸리지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_며 함께 가는 일행들과 웃으며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만 하는 일정입니다. 스님은 공항에서 대기하는 동안 틈틈이 원고를 보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근처에 위치한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스님은 함께 온 일행들에게 내일 가게 될 로힝야 난민촌에 대해 개괄적인 브리핑을 해주었습니다. 로힝야 난민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역사적인 배경과 현재 상황, 이 문제의 해결 방향에 대해 스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자,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브리핑을 마치자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을 출발하여 콕스 바자르에 도착한 후 오후에는 로힝야 난민촌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0

0/200

정명데오

"진실을 자각하게 되면, 다시 말해 존재의 참모습을 알게 되면 스스로 번뇌가 적어지고, 고뇌가 사라지고, 눈치를 덜 보고 자유의 폭이 확대됩니다. 그게 불법이에요. " 감사합니다.~~^^

2019-12-25 12:43:10

tinays

감사합니다.
아이를 내 체면으로 삼으려했던 저,
참회합니다.

2019-01-26 09:50:17

고경희

부모의 역할~정신차립니다. 무식해서 좋은것도 있습니다~^^

2019-01-25 20:09:2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