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22. 동지법회
“동지에 기도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입니다. 스님은 동짓날을 맞이하여 동지에 담긴 수행의 의미에 대해 법문해 주었습니다.

정토회관에는 아침부터 많은 대중들이 몰려들었습니다. 200여 명이 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자리가 부족해 2층과 3층에서 영상으로 법문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 멀리 있거나 직접 참가할 수 없는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전국과 해외에도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오늘은 동지(冬至)입니다.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동지는 불교와 특별한 관련이 있는 날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전통의 민속명절입니다. 민속명절이 불교 안으로 들어와서 불교의 명절이 되었습니다.

동지는 수행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민속 명절이 불교 명절이 된 경우는 셋이 있는데 정초기도, 백중기도, 동지기도입니다. 백중은 조상을 섬기는 인도의 명절과 관련이 있는 반면, 동지는 설날과 같이 순전히 우리 민속 명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태양력을 기준으로 보면 동지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새해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지를 기준으로 내일부터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동지는 해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 해의 시작이 됩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피부에 다가오는 것으로는 내일이 오늘보다 더 추울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인연이 지어지고 과보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햇빛이 비춰지는 것과 실제로 지구가 데워져서 기온으로 나타나는 것 사이에는 위도 30~40도에 위치한 지역의 경우 한 달 정도의 시차를 생깁니다.

날이 짧아지면서 지구가 점점 식어간 결과가 추위인데, 실질적인 추위는 오히려 오늘부터 약 한 달 후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1월 말이 가장 추워요. 1월 하순에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이 있습니다.

반면 1년 중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夏至)는 6월 22일 경입니다. 마찬가지로 해는 그 날이 가장 길지만 정작 날이 가장 더운 때는 그로부터 약 한 달 정도 후인 7월 말부터 8월 초입니다. 즉, 겨울에는 동지로부터 약 한 달 후가 가장 춥고, 여름에도 하지로부터 약 한 달 후가 가장 덥습니다.

수행과 관련지어보면 우리가 갖는 괴로움을 추위에 빚대어 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 추운 시기를 보낸다고도 표현하잖아요. 춥다는 것은 고통을 표현합니다. 반면 추위가 가셨다는 것은 고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동지부터 해가 점점 길어지니까 언젠가 봄이 오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러니 오늘이 한 해의 시작이자, 봄이 예약된 날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오늘부터 한 달 뒤가 가장 춥고, ‘이제 이보다 더 춥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설날 즈음이에요. 그래서 옛부터 그 시기를 ‘이제 봄에 온다’ 하여 입춘(立春)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리만 따지면 날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가 설날인데,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면 2월 4일 경인 입춘이 봄의 시작입니다.

입춘이라고 해서 날이 따뜻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제 그보다 더 추워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예부터 ‘소한과 대한이 지나면 얼어 죽을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하곤 했던 거예요. 그때부터 바로 춥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일 년 중 가장 추운 대한(大寒)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보다 더한 추위는 없고, 앞으로는 얼어 죽을 일은 없다는 말이에요.

그 후로 우리가 피부로도 봄이라고 느끼려면 입춘보다 한 달 정도가 더 지나 춘분(春分)이 되어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개나리가 피고 양지바른 곳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합니다. 입춘이 지나고 한 달은 더 지나야 우리도 피부로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하고 느낄 정도가 됩니다. 그보다 먼저 3월 초가 되면 냇가에 버들강아지가 가장 먼저 봄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설날이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그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삼은 것입니다. 태양력으로 따지면 설날은 입춘(立春) 날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절(春節)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우리는 태음력을 사용하다 보니 설날은 입춘 전 후 월력 첫 날을 설날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은 2월 4일 전후에 설날이 있고, 한 번은 그보다 열흘 정도 앞에 설날이 찾아오고, 한 번은 그보다 열흘 정도 뒤에 설날이 찾아옵니다. 열흘 정도 당겨졌다가 윤달이 있는 해에 입춘보다 열흘 정도 뒤에 찾아옵니다. 여러분들 경험에 설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이렇게 세 가지 경우 밖에 없어요.

수행도 해가 길어지고 날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 오늘 내가 깊이 반성을 하고 마음을 내서 기도를 시작한다면, 바로 오늘이 동지입니다. 오늘부터 기도를 한다고 해서 당장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어리석게 살아온, 즉 과거에 지은 인연의 과보가 당분간 밀려옵니다.

오늘부터 좋은 일을 시작하니까 앞으로 좋아지는 것은 맞지만, 지은 인연과 받아야 할 과보 사이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은 과거에 지은 인연 과보가 계속 밀려옵니다. 그래서 동지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면 10리를 더 간다고 할 정도로 날은 길어지지만 추위는 계속 심해집니다.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까지 가려면 한 달 보름은 더 지나야 합니다. 수행에서는 이 시기가 100일 정도 됩니다.

오늘부터 입재를 해서 수행을 하기 시작하면 수행 중인데도 수행을 하기 전보다 더 나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게 돼요. 그럴 때 ‘아, 내가 수행을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대부분 그 사이에 수행을 그만두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고 100일이 지나면 설날, 입춘을 맞이하게 됩니다. 입춘을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어요,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고 했어요?”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없어요.”

“네,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없으니 이제 더 이상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이처럼 수행을 100일 한 사람은 앞으로 계속 장애가 있지만 이제는 견딜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수행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는 잎이 피고 꽃이 피는데 3년이 걸립니다. 1000일은 지나야 해요.

수행을 시작하고 100일이 지나면 자기를 조금 알게 됩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아, 내가 성질이 급하구나’ 하고 알고, 고집이 센 사람은 ‘아, 내가 고집이 세구나’ 하고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1000일이 지나면 이제 옆에 있는 사람이 ‘오, 너 요즘 좀 변했다’ 이렇게 알기 시작합니다. 3년 정도가 지나면 이제 누가 봐도 ‘개나리꽃이 피네’ 하고 알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이런 법문을 했더니 어떤 청년이 자기가 지금 수행을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무런 변화의 조짐이 없어서 힘들다고 질문을 했어요. 이 청년은 입재만 해놓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모두 웃음)

해가 계속 길어지면 결국 변화가 생기듯이 기도한 후 100일이 되면 자기를 알기 시작하고, 1000일이 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수행 정진을 놓치지 않고 계속했을 때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지난다고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또 자기 나름대로는 무언가 했다고 하더라도 정성을 기울여서 정진하지 않았거나,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날짜만 보냈다면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동짓날에 기도를 하는 이유는

오늘부터 동지 기도에 입재해서 정성을 기울이면, 오늘이 바로 수행의 동짓날이 됩니다. 오늘부터 좋아지는 거예요.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미 과거에 내가 살면서 지은 인연의 과보가 나타나는 것일 뿐이에요. 지금 하는 기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기도를 하면서 나타나는 어려움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면 됩니다.

사실은 처음 100일이 가장 힘듭니다. 10명 중 8명은 이 100일 안에 떨어져 나갑니다. 남은 한 두 명은 또 3년 안에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요. (모두 웃음) 그 시기를 견디고 3년이 넘어가면 이제 떨어져 나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왜냐하면 그 시기가 되면 수행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도 확인을 하고, 주변에서도 확인을 할 정도가 되기 때문이에요.

3년 정도 기도를 하다가 그만두면 이제 주변에서도 뭐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가만히 보다가 ‘엄마, 요새 기도 안 하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꾸 짜증내고 성질내는 모습을 보면, 남편이 ‘요새 절에 안 가나?’라고 물어요. 수행을 안 한다는 것을 옆 사람도 느끼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러니 중간에 나타나는 결과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그저 꾸준히 해나가면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조금만 기도해놓고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답답해해요. 10리를 가기로 했으면 우선 10리를 가봐야 되는데, 열 발자국만 가놓고는 ‘다 되어 갑니까?’라고 묻는 격이에요. (모두 웃음)

그래서 조금 더 가보라고 하면 또 열 발 정도 가서는 ‘이제는 다 되어 갑니까? 스무 발이나 왔는데 아직도 안 되네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아직 갈 길이 먼데, 조금만 가놓고는 자꾸 묻는 거예요.

아직은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처음 출발한 곳을 돌아보면 조금이라도 오긴 왔어요. 그러면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기예요. 동시에 목표 지점을 보면 아직 멀었으니 지금에 안주하면 안 되고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정진도 노력은 적게 하고 결과만 빨리 보려는 욕심으로 하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은 뒤도 안 돌아보고 늘 앞만 쳐다보면서 ‘아직도 멀었다’, ‘아직도 멀었다’, ‘나는 안 되나 봐’ 이렇게 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늘 뒤만 돌아보면서 ‘이 정도면 됐지 뭐, 내가 스님도 아닌데 옛날보다 낫잖아’ 이렇게 그 자리에 머물려고 합니다.

낙담이 되는 시기에는 뒤를 돌아보며 ‘그래도 많이 왔네’ 하며 재발심(再發心)을 해야 하고, 안주하려는 마음이 드는 시기에는 앞을 보고 아직 목표 지점이 멀었다는 것을 알아서 ‘자만에 빠지지 말자’ 하며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오늘부터 다시 수행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이 가볍게 세워집니다. 한 해를 돌아보니 ‘그래도 많이 왔네’ 싶고, 내년을 내다보니 ‘아직 고지가 멀었다’ 하는 마음이 생기네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동짓날 팥죽을 먹는 전통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법회가 끝나갈 무렵 지하 공양간에서 팥죽 냄새가 서서히 풍겨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초 기도, 동지 기도, 백중 기도는 전통적인 문화예요. 정토회는 수행을 중심으로 하지만, 정토회 안에도 아직은 약간의 문화적인 요소가 이렇게 남아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불교 안의 종교적인 전통을 따르는 날입니다. 이왕 전통을 따르니까 오늘 같은 날에는 조상에게도 기도를 하는 게 좋겠지요. 그래서 오늘 천도재(薦度齋)를 같이 지내는 것입니다. 동지에 팥죽을 먹고 주변에 뿌리는 문화도 알고 있지요?”

“네.”

“중국에서는 붉은색을 재앙을 쫓는 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짓날에는 팥죽을 끓여서 뿌리곤 합니다. 오늘부터 해가 길어지는 만큼 과거를 종결하는 의미로 팥죽을 뿌리고 재앙을 쫓는 의식을 해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동짓날에는 팥죽을 끓여서 집집마다 뿌리곤 했는데, 요즘은 다들 아파트에 사니까 어디에 뿌릴 데도 없어요. (모두 웃음)

그러니 절에서라도 이런 문화를 지켜서 동짓날 절에 와서 팥죽 한 그릇이라도 같이 먹고, 한국 사람으로서 민속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좋지 않나 싶습니다.”

스님이 법문을 마치고 법상을 내려오자 곧바로 다 함께 천도재를 했습니다. 조상 영가들이 극락왕생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후 사홍서원으로 동지법회를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친 후에는 따뜻한 팥죽과 시원한 동치미를 먹었습니다. 동지 날을 맞이하여 많은 봉사자들이 어제부터 새알을 빚고 팥죽을 준비했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나와서 팥죽을 쑤어 주었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대중들이 배식대 앞에 팥죽을 먹고자 길게 줄을 섰습니다.

팥죽을 먹으며 한 해의 액운을 모두 떨쳐내고 내년에는 더욱더 수행정진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다짐해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평화재단에서 청년활동가들과 회의가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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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1

0/200

방승록

동지 기도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는건가요?

2023-11-06 11:09:09

강태원

생활속에 법문을 늘 함께 하고져 합니다.

2020-12-21 07:29:45

김성희

열심 수행하겠습니다,

2019-12-18 19: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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