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14 세계미래포럼 & 새로운 백년 북콘서트
“나쁜 요소 속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세계미래포럼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고, 저녁에는 ‘새로운 백년’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여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북콘서트를 함께 했습니다.

세계미래포럼 초청 강연은 이영탁 이사장님의 정중한 부탁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아침 7시, 스님이 행사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사진 찍기를 청했습니다. 질문을 위해 손을 드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모자라 다 질문하지 못해 다들 아쉬워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강연 참석자는 “추워서 오늘 아침에 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왔는데, 정말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라고 하면서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라며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청년문화공간JU 5층 니꼴라오홀에서 <새로운 백년> 북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여 명의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아 주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의 무대를 따뜻하게 열어줄 사기걸스의 우클렐레 공연이 있었습니다. 사기걸스는 30%의 실력으로 사기를 쳐서 사기를 높여준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별들의 밤’과 ‘차라도 한 잔’ 두 곡을 들려주며 청중의 사기를 한껏 높여 주었습니다.

이어서 청중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스님과 오연호 대표를 환영했습니다.

오연호 대표의 부드럽고 재치 있는 진행으로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전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 ‘새로운 100년’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요. 그 덕분에 오늘 여러분들은 스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습니다.

오늘 스님께서 왜 이 두 책을 출간하셨는지, 최근 남북문제가 많은 희망을 주기도 하고, 더 빨리 진척이 돼야 하는데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한, 여러 궁금함에 대해 대답을 해주실 텐데요. 제가 먼저 스님께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제든지 함께 질문할 수 있는 자리이니까 좋은 질문들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가벼운 질문들로 훈훈한 온기를 더했습니다.

“요새 겨울이 돼서 추운데, 스님은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어제 필리핀에서 강행군을 마치고 바로 오셨는데 평상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없습니다. 아파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남북문제와 통일에 대한 딱딱한 주제였지만, 두 분의 대화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가벼운 대화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촛불 혁명이 만든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동안 국정 수행을 해왔습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를 보니 45% 지지율이 나왔더라고요. 그동안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최고일 때는 80%까지 갔었는데, 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여론조사 전화를 걸 테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1. 잘하고 있다. 2. 못하고 있다. 3. 그저 그렇다. 중에서 선택해서 답해 주세요.”

“그저 그렇다.” (모두 웃음)

“그런데 스님께서는 예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엄청 칭찬하셨잖아요. 대통령으로서 남북문제 하나만 제대로 해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경제문제, 사회문제 등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불만들이 많은데, 스님은 ‘대통령으로서 제일 중요한 과제는 남북문제를 진전시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제게는 굉장히 독특하게 들렸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은 여론 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경제 문제 때문에, 사회 문제 때문에, 이 정부도 그저 그렇네’라고 대답하는데, 스님께서는 ‘남북문제를 최우선 기준으로 해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셨어요. 왜 그렇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거예요. 국민의 안전이라 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작년에 한반도에는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기로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한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 12호로 괌을 포격하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아냈기 때문에 저는 이거 하나만 갖고도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를 했던 겁니다.

지난 5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치인 83%까지 올라갔는데, 남북 관계가 여론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준 적은 없습니다. 보통은 남북 관계가 나빠지든 좋아지든 여론에 큰 영향을 안 주는데,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이제 전쟁은 안 나겠구나’ 하고 확신을 가지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제 전쟁은 안 나겠구나’ 하는 건 전쟁이 난다고 할 때의 안도이지, 지금은 전쟁이 안 나는 상황이 일상이 됐습니다. 전쟁이 안 난다고 해서 대통령을 항상 지지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쟁은 안 나게 됐지만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또 불만이 생기는 겁니다. 지금 지지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경제 문제와 같은 일상에서 오는 문제예요.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는 사는 게 중요하지만, 이제 살만해졌기 때문에 일상적인 번뇌가 생겨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전쟁을 막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한다’라고 평가하지 않고, ‘그저 그렇다’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남북문제를 진전시키는데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어떻게 최선을 다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정부는 미국이라는 장애물에 걸려서 남북 관계를 못 풀고 있는 상황입니다. 좋게 말하면 한미 관계가 협조를 잘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미 관계가 남북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약간 미국하고 좀 어긋나더라도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 정부가 한 발을 더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한 발 더 나가고 싶은데 미국의 방해 때문에 못 나가고 있다는 것만 갖고는 미국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사전에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거예요. 그것은 바로 국론 통합입니다.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 우려하는 보수 세력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요구도 일부 들어줘야 합니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보수 세력이 협력하게 하려면, 국내의 정치적인 사안은 그들에게 조금 양보해야 해요. 그래야 미국에서 약간 제재를 가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 모두가 원한다’라는 명분이 생길 수 있어요. 국론 통합이 되면 미국도 함부로 제제를 가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약간 갈등이 생기면 남북문제를 밀고 나갈 힘이 없어집니다. 미국이 제동을 걸면 그냥 멈춰야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남북문제를 밀고 나가면 국내 여론이 완전히 반분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벌써 반분돼 버렸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조치를 선행적으로 하지 않은 걸 봐서는 뜻만 있었지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잘한다’ 에서 ‘그저 그렇다’ 로 바뀐 거예요.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뜻은 좋았지만 그 뜻을 관철하기 위한 조치는 부족했습니다.”

이어진 질문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화가 오갔습니다.

“저는 남북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정말 김정은 위원장이 오나?’, ‘미국이 남북통일에 대해서 얼마나 우호적일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같은 일반 시민들이 매일매일 자기의 일상을 살면서 통일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작년 1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는 ‘전쟁반대, 평화협상 ’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민중 단체들과 집회 장소가 겹쳤습니다. 그래서 민중 단체들과 집회를 같이 하려고 하다가 결국 같이 못 하게 됐어요. 그 이유는 민중 단체들이 ‘전쟁반대, 평화협상’이라는 구호와 함께 ‘트럼프 방한 반대’라는 구호를 함께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트럼프 방한 반대’는 빼고 ‘전쟁반대, 평화협상’만 구호로 내걸자고 했지만 민중 단체에서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 날짜를 하루 옮겨서 따로 집회를 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나쁜 요소 속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민중 단체들이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그런데 우리가 남북의 평화 문제를 풀려면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해서는 풀 수가 없어요. 오히려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남북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 방한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시각이 진보적이지 못하다’, ‘친미적인 시각이다’ 이런 비판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쁜 요소 속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볼 때 ‘저 놈은 정말 나쁜 놈이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의 모든 점이 나쁜 게 아니라 실제로는 70% 정도만 나쁜 겁니다.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좋은 점 30%가 있어요. 우리는 이걸 보는 눈이 있어야 됩니다.

그 무렵 제가 미국에 가서 교민들을 만났어요. 교민들 중에 진보적인 사람들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분들을 만나서 설득하려니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 나쁜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환경 문제라든지, 민주주의 문제라든지, 난민 문제는 비판할만 합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정책이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그러니 트럼프가 밉다고 모든 정책을 다 반대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 정책만큼은 지지를 해주십시오.’

대부분의 진보적인 교민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도 이 부분은 인정했습니다. 그것처럼 경제 정책이든, 노동 정책이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좋아요. 또 보수 세력들도 자기 나름대로 비판할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남북문제만큼은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올해로 휴전 65주년이 됐는데, 다른 건 몰라도 전쟁은 꼭 종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 문제가 진보와 보수의 문제예요? 이게 왜 경상도와 전라도의 문제예요? 이게 왜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문제에요?”

“아니요.”

“남북이 전쟁의 위험을 갖는 적대 관계로 남아있는 건 우리의 미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돼요. 과거에는 남북 간의 경쟁이 오히려 우리를 자극해서 결과적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질적인 발전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려면 남북 관계의 개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 동의를 한 후 이 기반 위에서 경제 정책이든, 노동 정책이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를 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째, 남북 관계를 개선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지지를 해줘야 합니다.

둘째, 투표를 할 때 평화 문제에 비중을 두고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거를 할 때 많은 부분을 따져보고 투표를 하잖아요. 이때 자녀양육 문제, 교육 문제, 주택 문제 등을 두루 살펴봐야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안전에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평화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높은 비중을 두고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투표할 때 평화 문제에 대한 비중이 별로 없었어요. 대부분 경제 문제에 비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는지 경험하셨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에게 주어진 정부 선택권을 우리가 정확하게 행사하는 겁니다.

셋째, 우리가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주민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최근에 북한은 다시 인도적인 위기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아직 국제사회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와 약품 부족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세계 식량기구 등 여러 곳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을 얘기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얘기하고 있어요. 인도적인 지원이 원활해지면 여러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식량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건강을 위하는 일이지 북한 정부와는 관계가 없잖아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 정부를 향해서도 ‘인도적인 지원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UN의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미국 정부에게 ‘미국이 정말 우리의 우방이라면 너무 미국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입장을 좀 고려해달라’,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 입장을 고려해서 조금 전향적 정책을 취해달라’ 이렇게 요청을 하면 좋겠어요. 미국을 반대하자는 뜻이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요구를 하자는 뜻입니다.”

이 외에도 스님과 오연호 대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한하지 않을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 1년 동안 남북 관계는 급격하게 진전이 있는 것 같다가도 지금 정체 국면에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할까요?
  •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후퇴되는 이유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런 건가요?
  • 스님께서는 굉장히 오랫동안 평화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왜 계속 평화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시나요?
  • 스님께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대담을 위해 중국 미국 등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어서 운전자론보다 촉진자론이 더 좋다고 하셨는데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연호 대표와 스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이제 마이크는 청중석으로 넘어갔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어느 분이 먼저 해보시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내년에 아시안 평화포럼에 참가해서 19개국의 청년들과 평화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됐습니다.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어떻게 한국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토론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해보니 힘들고 통일을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스님의 강의를 들으며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북한이 우리보다 더 잘사는 것 같은데 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냐며 부정적이었습니다. 실제 북한의 모습은 어떤가요?
  • 스님은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이야기하시는데, 앞으로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요?

청중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스님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어느덧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연호 대표의 책 광고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습니다.

“미처 질문을 하지 못하신 분은 이 두 책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꼭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웃음)

북콘서트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냉전 질서를 해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의 해체는 미래의 준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동아시아에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종결시키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미래가 유리하도록 과거를 해체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래에 대한 고려 없이 과거를 해체하느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면서 미래에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과거를 해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의 방식을 어떻게 하는 게 새로운 미래 질서를 구축할 때 우리에게 유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두 개의 축이 부딪혀서 불꽃이 일어나는 한반도에서 남북이 화해를 이루어 간다면 우리만 이득이 되는 게 아니에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가 주위에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까지 화해 국면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평화를 만들어나가면,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는 경쟁을 하더라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만큼은 오히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수 있는 관계로 변화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건 인류 문화사에서 봤을 때 큰 문명사적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몸통이 꼬리를 흔들었어요. 강대국의 갈등이 그 사이에 낀 약소국들의 운명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사이에 낀 우리가 미중이 격렬한 경쟁으로 가지 않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쪽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적을 우리가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이제는 어떤 영웅이 역사를 만드는 시대가 아니에요. 미투 운동이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고, 개개인이 든 촛불 한 자루가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어요. 우리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꼭 무슨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분야의 혁신만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어요. 유튜브에서는 여러분들과 같은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빚어지잖아요. 방탄소년단 같은 젊은이들 몇 명이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것처럼 한반도의 평화는 미래 세계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점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은 강대국들이 결정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방식이 아니에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거꾸로 미중이 어떻게 갈 건지 결정되는 문명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의 위치에 있는 거예요. 좁게 보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평화 문제이지만, 크게 보면 문명사적 전환 운동의 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민족의 운명뿐만 아니라 인류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큰 실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전 세계로 수출하게 될 품목은 평화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방식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평화를 만드는 데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전 국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더 이상 한반도 문제를 국내 정쟁의 수단으로 쓰지 않았으면 해요. 한반도 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미래의 우리 운명에 너무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 행위입니다. 이 문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까지 이해시키고 포용하면서 우리의 운명을 함께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청중은 큰 박수로 스님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책 한 권에 스님의 사인과 오연호 대표의 사인을 함께 받아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스님과 오연호 대표는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이 오늘 해준 말씀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적이 우리 한반도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북콘서트는 오마이뉴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북콘서트 영상 보기>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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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부루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문명사적 전환을 맞고 있으니, 한분 한분이 역사를 이룬다는것을 체감을 할 수 있는 실현이 목격되고
있듯 적극적으로 몸통을 흔들어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가 깃드는 동아시아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반목을 해소하며 전쟁이 없고
평화가 깃드는 인류가 되는길에 개개인의 역사가 쓰여져 이루어지길...

2022-02-21 09:08:50

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12-22 07:58:13

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12-22 07: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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