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8 제 5차 특위 통일의병대회
“과정이 곧 행복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전국의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 300여 명과 함께하는 통일의병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올 겨울 처음 한파주의보가 내린 쌀쌀한 새벽, 활동가들은 10시에 시작하는행사에 맞춰 대전 정토법당에 도착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스님도 서울에서 이동하였습니다.

10시가 다가오자, 통일의병 티를 입은 활동가들이 앞자리부터 방석을 채웠습니다. 행사는 이기혜 통일특별위원장의 인사말씀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2018년 하반기 통일특별위원회 통일의병의 활동과 성과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이기혜 위원장은 “저마다 어려움 속에서 수고 많았다. 성과를 겸허하게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며 “법륜 스님과 우리의 차이점은 실패를 대하는 방식이다. 법륜 스님은 실패를 연구과제로 삼는 반면 우리는 실패가 상처로 남는다. 이제 우리 통일의병들도 스님을 닮아가고 있다” 라며 활동가들을 격려하였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기조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이 추웠죠? 한파를 뚫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스님은 먼저 ‘겨울에는 바깥으로 보기에는 아무 활동도 못할 것 같지만, 이 겨울에 어떻게 올 한해를 갈무리하고 다음 한해를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다양한 비유를 들며 강조하였습니다.

“오늘 추운데도 이런 자리에 온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려다가 이렇게 길어졌네요.”

활동가들은 웃으며 박수로 화답하였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이 2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행복학교 모델을 개발하고 정착시킨 것과 하반기 강연을 성황리에 진행한 성과를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행복학교 모델의 확산과 행복센터의 개발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양적인 성과는 원래 여러분이 세운 계획보다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300명이 자리를 잡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이어서 스님은 사무처장이 격려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격려를 드립니다”라고 하여 모두 웃었습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따뜻한 말씀이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사례를 들며 활동가를 격려하는 한 편, 우리는 인생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굉장히 추운데, 이런 날은 확실히 집에 있는 게 편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오늘 이렇게 왔다 간 후 한 달이나 1년 뒤에 오늘을 되돌아보면, 오늘 집에 있으나 여기 오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웃음)

오늘 저녁 밥을 먹을 때 맛있는 걸 먹는 것과 맛없는 걸 먹는 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겠지만, 1년 정도 지나서 보면 그날 저녁에 칼국수를 먹었든 불고기를 먹었든 별 차이가 없어요. 순간순간의 쾌락이나 이익에 늘 집착하기 때문에 현실 생활에 전전긍긍하거나 안주하는 거예요.

제가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구호 활동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가난한 나라에도 고급호텔이 있습니다. 그런 나라는 고급 호텔 숙박비가 30만 원이면, 도미토리(domitory, 여러명이서 같이 쓰는 방) 같은 곳은 숙박비가 3천원도 안 되니까, 어디서 자느냐에 따라 비용이 100배 차이가 납니다. 그 순간에는 어디서 자느냐가 중요한 것 같지만, 10년 지나서 돌아보면 어디서 잤든지 큰 차이가 없어요. 또 고급 호텔에서 잤다고 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지도 않아요. 그런데 썩 좋지 않은 숙소에서 잔 것은 오히려 기억에 더 남잖아요.

여러분들한테는 허름한 숙소에서 잔 기억이 상처로 남을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그런 기억이 자산으로 남아요. 여러분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 힘들지만 여기서 잔다’라고 생각하니까 상처로 남는데, 저는 ‘좋은 데 자는 것보다는 허름한 곳에서 자는 게 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그 경험이 자산이 되는 겁니다. 돈을 아끼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에요.

여러분도 실제로 가난한 나라에 가서 직접 살아보면 저처럼 됩니다. 인도에 가난한 아이가 학교도 못 다니고 있는데 우리 돈 10만 원이면 그 아이가 1년 공부하고도 남는다고 했을 때, 오늘 저녁에 내가 10만 원짜리 밥 먹을 일이 있다면 지금 10만 원짜리 밥 먹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그 돈으로 한 아이를 공부시키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이요.”

“여러분들도 다 저처럼 그렇게 선택할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런 선택을 할 기회가 별로 없고, 밥을 20만 원짜리 10만 원짜리 5만 원짜리 먹는 사람들만 늘 보니까 그들과 비교하고 전전긍긍하며 살게 되는 거예요. 우리가 뭘 먹고, 뭘 입고, 어디서 자느냐 하는 것은 지나놓고 보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추운 데서 자다가 동상 걸리거나 뭘 잘못 먹고 위장병에 걸려도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입에 부드럽고 영양가가 있다는 음식들이 오히려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잘 아시잖아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문제가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걸 정리하지 못하고 그저 스님을 따라오기만 하니까, 어떤 때는 마음이 확 나서 따라오다가, 어떤 때는 또 ‘내가 미쳤나? 월급도 안 받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바보 같은 짓 아닌가?’ 이러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이렇게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겁니다.

집에 있어봐야 별 볼일이 없으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또 나와서 활동하다가, 다시 흥이 나면 확 붙어서 하다가, 또 뜻대로 안 되고 같이 하는 사람과 관계가 나빠지면 기가 푹 죽어서 슬럼프에 빠지고, 이렇게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스님과 같이 앞으로 계속 가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자꾸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니까 한참 가다 보면 쭉 가고 있는 저와 자꾸 거리가 멀어지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런데 오늘 솔직하게 한번 얘기해 봅시다. 앞으로 10년, 20년 지나놓고 보면, 우리가 한때 인생을 살면서 이런 유의미한 일을 했다는 게 보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보람 있어요.”

“어차피 10년, 20년 뒤에도 이 길은 보람이 있는 길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또 따라오게 될까요, 안 따라올까요?”

“따라와요.”

“그럼 아예 지금부터 같이 가는 게 낫지요! (모두 박수) 어차피 엄마를 따라 갈 거면서 내내 징징대고 저 뒤에 처져가지고 엄마가 또 데리러 오게 만들고... 꼭 어린애처럼 그래야 되겠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엄마들은 애가 뒤에 처져서 안 따라오면 ‘너는 오지 마라!’라고 말해놓고는 또 금방 데리러 와요, 안 와요?”

“데리러 와요.”

“저도 다시 여러분들을 데리러 갈까요, 그냥 가버릴까요?”

“데리러 오시죠.”

“저는 그냥 가버려요. (모두 웃음) 어차피 갈 길이면 징징 대면서 따라오지 말고, 그냥 갑시다. 이게 오늘 제가 말하는 요점이에요.”

통일의병들은 큰 목소리로 환호하며 스님의 제안에 화답했습니다.

이어서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질문하였고,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법과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모든 활동가들의 질문에 다 답하였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이 줄긴 했지만 질문하고 싶었던 모든 분들이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싸온 도시락을 도반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먹고 나니 바로 오후 행사가 시작 되었습니다.오늘 통일의병대회의 슬로건은 ‘상상하라! 통일이 되는 그 날을!’ 입니다. 앉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가운데를 일부 비워 서로 둘러앉는 모양으로 앉았는데요. 앉는 방식도 연구한 진행팀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활동가들은 서로의 얼굴이 나올 때 마다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서로를 응원했습니다.

이어서 하반기 활동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이런 보고는 굉장히 지루한 경우가 많은데요. 한 시간이 넘는 보고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비결은 부문별로 핵심을 보고하되 사례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전달했기 때문인데요. 밝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기획, 홍보, 데이터관리, 행복학교, 행복광장, 행복캠프, 강연, 경청리포터, 통일의병, 교육지원 등 각 분야에서 다들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각 부문의 발표를 할 때마다, 담당자를 모두 일으켜 세워 서로 박수도 쳤습니다.

활동보고에 이어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활동을 함께 한 동료들이 직접 상장의 문구를 작성해 더욱 생생하고 따뜻한 상이었습니다. 상을 받은 활동가들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렇게 상장을 받은 분 외에도 많은 분들이 상장을 받았는데요. 진행팀에서 미리 활동가들로부터 자신에게, 또는 다른 활동가에게 줄 상을 신청 받아 감사장을 제작해주었습니다. 법당 한 면이 상장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상장에 적힌 깨알 같고 따뜻한 문구들을 읽다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스님의 정리말씀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이고, 자기자랑에다가 자기들끼리 상을 주질 않나. 그래도 본인들이 좋다는 데 어떡해요. (모두 웃음)

발표를 잘 들었습니다. 하반기 동안 새로운 개척을 많이 했습니다. 발표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발표 방식이 좋았어요. 보통 한 사람이 피피티로 쭉 발표하는데, 오늘은 각자 자기가 한 것을 발표해서 신선하고 지루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네요. 다들 1,2분 안에 핵심과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되어서 발표시간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경제적 성장과 형식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아직 질적인 면에서의 발전은 부족하다고 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 형식적인 면에서도 앞으로 세 가지 과제가 남았습니다. 첫째 평화가 정착이 되어야 하고, 둘째, 통일이 되어야 하고, 셋째, 통일국가가 좀 자주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만 된다고 다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내용이 좀 더 채워져야 합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어요.

첫째, 민주주의가 좀 부족합니다. 법에 보장된 대로 국민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으로써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이 자신의 대리인을 선출하도록 투표하는 것만 보장할 게 아니라 그 대리인이 권력을 행사하는 단계에도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질적으로 좀 더 개선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둘째, 우리나라 경제가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 문제, 출산 및 양육의 문제, 노후 문제, 실업 문제 등 복지지수를 낮게 만드는 문제들을 개선해서 실질적인 복지국가가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째, 그동안 늘 전쟁의 위험 속에 살았는데 더 이상 전쟁의 위험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전체가 평화롭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과제들을 우리가 해결해야 통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남이 보기에 좋은 나라가 아니라 누구나 와서 ‘살아보니 좋다’ 하는 나라를 우리가 만들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럴 때 우리가 발해 멸망 이후 잃어버린 천년의 꿈을 다시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런 희망을 갖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에요. 늘 강대국에 억압되어 있거나 후진국이라는 이름으로 늘 선진국에 기죽어 있는 전 세계의 작은 나라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잘 살고 못 사는 나라가 있을 순 있지만, 못 산다고 무시당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 중에는 ‘수행만 해도 힘들어요’, ‘우리가 왜 세상을 바꿔야 합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지금 세상을 바꾼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기적으로 접근하거나 권력지향적 또는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처럼 세상 사람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마음에 어떤 분노도 없이 공익을 위해 미래 사회의 대안을 만드는 자세로 활동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요. 죽어서 천당에 가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한 여러분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희망입니다. 나를 희생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미 내 삶의 즐거움이나 보람을 추구하면서 세상에 유익한 활동을 하는 건 여러분들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동을 했으면 해요. ‘육체적으로 힘들다’ 하는 것만 생각하지 마세요.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려면, 첫째,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이 운동을 내 삶으로 받아들여야 자발적이 됩니다. 둘째, 국민의 이익, 국가의 이익, 인류의 이익, 즉 공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활동을 하면서 ‘이건 우리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것 같다’ 라거나 ‘너무 대한민국의 이익만 챙기려고 해서 주변국은 죽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고 있다’ 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그건 공익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동아시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처음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공익적인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한 평생을 살아본다면 어떨까요. ‘내일 죽든, 모레 죽든, 이런 삶이야말로 정말 보람되다’ 하는 삶의 자세를 여러분들이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의미를 모두 담은 표현이 바로 ‘의병’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고맙다고 할 건 아니에요. 각자 자신들의 원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각자가 ‘내가 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게 다가옵니다. 혼자 한다면 어림도 없는 일을 함께 해 주니 고맙잖아요. 또 여러분들만 하려면 힘든데 법륜 스님도 함께 하니까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고마워요.” (모두 박수)

“제 입장에서도 여러분들이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자기 일로 생각하고 임하면, 모든 이들이 다 고마운 거예요. 이 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원이 성취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이렇게 서로 고마워하면서 살아 갑시다.

물론 ‘나’를 고집하면 미울 때도 있어요. ‘저 사람만 없으면 좋을 텐데...’ 할 때도 있지요. 그러나 ‘내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전화만 받아줘도 고맙고, 강연장에 와서 좌석만 채워줘도 고맙게 느껴져요. 여러분들도 행복학교 진행해보니까 사람 모으는 일이 정말 힘들잖아요. 돈을 줘도 올까 말까인데 제 발로 찾아와서 자리 채워주는 게 얼마나 고맙습니까. 행복학교 해보니까 사람 한 명이 귀해요, 안 귀해요?”

“귀합니다.”

“행복학교를 처음 열 때 사람이 모집 안 되어서 열지도 못하고, 한 명 와서 겨우 열고 할 때, 여러분들이 힘들긴 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 된 겁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이 사람 귀한 줄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람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이 운동이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정토회가 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와 비슷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진짜 1명으로 시작해서 2명이 오다 3명이 되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어지간한 난관은 극복할 수 있었던 거예요. 북한동포돕기 운동과 한반도 평화 운동을 20년 이상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의 원도 있었지만, 제일 안 좋은 시기에 이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시기가 안 좋을 때는 아예 시작을 안 하든지, 아니면 시작했더라도 금방 그만두게 됩니다. 그런데 시기가 가장 안 좋을 때 시작해서 오래 가면, 어지간히 상황이 나빠도 시작할 때보다는 좋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잡혀갈 각오를 해야 했어요. 그때 강릉 잠수함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북한에 지원하던 것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적십자의 인도적인 지원 활동까지도 끊어버렸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때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해 9월에 강릉 잠수함 사건이 발생했는데, 모금을 해도 잡아가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에 원래 10월에 시작하려던 운동을 연기했었어요. 12월까지 기다렸는데도 남북 관계가 해결이 안 되고 있어서 결국 12월 12일에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은 일단 했지만, 하도 잡아간다고 협박을 해서 모금은 하지도 못 하고 있다가 연말에서야 했어요. 북쪽에서 가을바람에 낙엽 떨어지듯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도 남북 관계가 경색이 되어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잡아가겠다고 하면 잡혀 가자’ 하는 마음으로 거리로 모금을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도 있었던 거예요.

지난 2년 간 여러분들도 경험하셨겠지만, 행복학교를 개설했는데도 사람이 안 모였고, 무엇보다 정체성이 없었잖아요. 사람들이 ‘뭐하는 곳이냐?’라고 물었을 때 여러분들 무슨 대답을 못했잖아요. (모두 웃음)

그렇게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속에서도 여러분들이 ‘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인에게 보편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큰 뜻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온갖 난관을 극복했지, 안 그랬으면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는 못될 일만 남았겠어요, 잘될 일만 남았겠어요?”

“잘될 일이요!”

“잘될 일만 남았다는 건, 첫째, 어떤 상황이 되어도 이겨낼 주체의 역량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둘째, 바깥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 활동이 성공해서 세상의 변화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게 된다면, 세상 사람들은 이 결과가 저절로 일어난 일인 줄 알 수도 있어요. 그런데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어요. 저절로 됐다는 건 우리가 그 과정을 모른다는 뜻이에요. 그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저절로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러나 수를 놓을 때 한 땀 한 땀 놓듯이 우리는 지금 수없는 실패를 거듭 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겁니다. 그 자수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수를 정말 잘 놓았다’ 하는 소리를 듣는 건 나중의 얘기예요. ‘수를 잘 놓았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게 우리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수놓는 재미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 인생관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과정이 곧 행복입니다. 이게 옳은 일이라면 결과는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게 옳은 일이고 바른 길이라면 우리가 당대에 쌓아놓은 기반 위에서 다음 세대가 또 딛고 나아갈 테니까요. 그런데 여러분들 나이로 봐서는 여러분들 당대에 빛을 볼 거예요.” (모두 박수)

스님은 모든 프로그램 끝에 정리법문을 하려고 했는데, 다음 일정이 있어 순서를 당겼습니다.

“올해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토회를 떠나 과거에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을 찾아뵙고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얘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오늘은 중고등학교 때 불교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어요. 어릴 때 다 같이 고생했는데, 사람 마음이 섭섭할 수 있잖아요. 다음 주는 초등학교 동창들을 두북정토수련원에 초대해서 식사대접을 하려고 해요. 어릴 때 잘못한 일은 사과도 하구요. 여기서 경주까지 가야해서 일정을 조금 당겼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활동가들은 스님이 문을 나갈 때까지 박수로 배웅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경주로 바로 이동하였습니다.

스님이 떠난 후, 다음 100일, 겨울을 잘 보낼 중점 활동을 발표했습니다. 워크샵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매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매일 <스님의 하루>를 읽고 나누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공적인 활동을 하는 수행자로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수행의 중점을 잡기 위해 <스님의 하루>를 매일 읽기로 했는데요. 굉장한 과제인 것 같은데, 활동가들은 흔쾌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스님의 하루> 읽기는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새롭게 통일의병이 된 활동가들을 소개하고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손을 잡고 ‘고향의 봄’과 ‘백두산’을 함께 부른 후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대전을 출발한 스님은 경주에 도착해 중고등학교 시절 불교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한 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불교대학 특강수련 법문을 한 후 11시에는 대전에서 열리는 제1차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하고, 저녁에 필리핀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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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 노금찬

과정을 모르고 감사함을 모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공양게송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_()_

2019-01-27 16:09:08

김혜숙

과거에 은혜를입은 사람들도 잊지않고 챙기시는
마음따뜻한스님. 모든게 우리의 귀감이됩니다.
통일특위 여러분들의 열정도 화이팅!!

2018-12-11 14:21:03

운정

저도 매일 스님의 하루 아껴가며 천.천.히. 읽습니다. 가족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저녁에 잠시 짬을 내 소리내어 읽어주기도 하지요. 스님의 하루를 읽다보면 저절로 삶의 중심이 바로 서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스님의 말씀으로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로서의 정토가르침을 가까이 느낄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도 내가 받아들이려는 기꺼운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내것이 되는것 같습니다. 서암큰스님의 말씀처럼 네 부처는 네 부처, 내 부처는 내 부처이니까요. 오늘도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이렇게 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12-11 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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