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특집]613만인대법회
우리의 재능을 찾는 시간

무대방송팀 리허설

취재하러 왔는데, 색종이를 접으라구요?

"색종이 좀 접어 주세요."

6월 2일, 무대팀 리허설 취재를 위해 1시간 정도 앞서 정토사회문화회관 대강당에 들어선 리포터들에게 대뜸 색종이가 쥐어졌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색종이를 접고 잘라붙여 사슬을 만들었습니다.



알고보니 무대 프로그램 중 ‘사슬끊기’ 퍼포먼스 시연에 필요한 소품이었습니다. 10명이 가로줄로 길게 서보고 그에 맞는 길이만큼 사슬을 연결했습니다.

사슬이 준비되었을 즈음, 무대팀 봉사자들이 모두 도착하여 여는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럴 때 여는 나누기가 빛을 발합니다.

나누기를 통해 오늘 리허설을 왜 하는지, 봉사자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봉사자의 마음이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 함께 호흡을 맞추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대팀은 미리 만든 큐시트를 보며 음원을 틀어보고, 출연자가 무대에 오르고 내려가고, 무대 소품을 세팅해보며 큐시트 수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저희 리포터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촛불점화하는 내빈이 되었다가 합창단원이 되기도 하며 쏠쏠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무대는 촌각을 다투는 현장이었습니다. 촛불점화대를 어디에 준비해두어야 빠르게 무대에 올리고 내릴지를 고민해야 했고, 출연자의 걸음 속도도 고려해야했습니다.



연로하신 도문스님의 걸음걸이가 늦어지고 법상을 옮기는 시간이 지연된다면 다음 순서인 합창단 공연을 1절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리포터들이 대강당에 들어서자마자 만들었던 사슬도 리허설 현장에서 바뀌었습니다. 종이로 만든 사슬을 찢는 모습이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무대에 주요 내빈 40명이 올라갔을 때 사슬을 잡고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수정할건지 의견을 모으거나 다음 회의 때 논의하기로 결정하며 빠르게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역할을 무대총괄이 맡았습니다.


오후 5시에 끝나기로 예정된 리허설은 6시 가까이 끝났습니다. 쉬는 시간 없이 모두 주어진 소임에 맞게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무대팀원들은 마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다들 눈망울이 초롱초롱했습니다.



예민해지기 쉬운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집중하면서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런 리허설을 지난 달부터 매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대의 결과물만 보던 저에게 한 편의 무대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 첫째 날

나도 잘 쓰이고 남도 잘 쓰는 일

6월 8일, 5시간을 달려 죽림정사에 도착했습니다. 장수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저녁 공양 전까지는 전날 법륜 스님과 함께 한 리허설에서 바뀐 부분을 살피는 팀별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 좋은 안으로 변경했다지만 그에 따라 새롭게 예상되는 문제는 늘 있으므로 회의는 같은 지점을 돌고 돌며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친 봉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림정사에 있는 모든 봉사자들이 교육관에 모였습니다.


이미 교육관 마루에는 방석이 줄지어 깔려 있었습니다. 이 또한 다른 봉사자의 노고라 생각하니 방석 위에 감사한 마음이 같이 앉습니다.

예불 후 유수스님의 격려말씀이 이어졌습니다.

“큰 행사일수록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은 내가 스스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궁금한 건 내가 묻고 챙겨야 합니다. 옆 도반과 소통해야하고 같은 부서원끼리 소통해야하고 또 연관된 부서와도 소통해야 합니다. 이러다보면 똑같은 말을 열 번도 더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이 잘 되려면 이런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는 각자 다르다는 것입니다. 생각도 다르고 재능도 다릅니다. 상황을 크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세하게 보는 사람이 있고, 촘촘하게 가는 사람이 있으면 듬성듬성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에는 이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 누구도 모든 걸 잘할 수 없습니다. 못하는 점을 부각하기보다 일을 해결하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의 재능과 장점을 발견하고 잘 쓰일 수 있도록 업무를 배정해 주세요. 그리고 필요한 것은 지원해 주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내가 못한다면 도움이나 인력을 요청해서 모두가 같이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재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내가 괜찮게 쓰이는 길이 됩니다.

소통과 재능의 적재적소 배치. 이 두 가지를 당부드립니다. 이 과정이 즐거우면 조금 힘들긴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납니다. 그러면 일도 잘 됩니다.”


아침부터 내내 팀별 회의와 리허설에서 나온 고민거리를 잔뜩 안고 교육관에 들어섰던 봉사자들의 표정이 실마리를 찾은 듯 한결 밝아졌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죽림정사의 밤

리포터들은 무대팀 행사기록파트 소속입니다. 때문에 행랑채 2층으로 자리를 옮겨 무대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큐시트와 사회자 멘트를 보며 각자 머릿속에 무대를 만들고 사회자를 세웁니다.


프로그램 사이사이 멘트가 매끄러운지, 무대소품을 옮기고 무대출연자가 오르내리는 시간이 적정한지 점검하고 또 점검합니다.

옆방 상황본부도 주고받는 말소리가 분주합니다.


어느덧 밤 9시, 슬쩍 밖으로 나와 다른 팀들을 염탐해 보기로 합니다.

불빛이 환한 교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작은 개구리 한마리가 문창호지에 붙어 리포터들보다 먼저 엿보고 있네요.

열 너덧 명의 봉사자가 4인용 좌상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이어 붙여보고 있습니다.


내빈공양팀 중 교육관 내부 공양을 맡은 대경지부 봉사자들이 배식과 공양을 위한 식탁 위치를 잡아보고 있었습니다. 교육관에서만 200명이 넘는 내빈들이 식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배식과 퇴식 동선까지 생각해 한정된 공간을 잘 쓰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마침 리포터들이 들어선 쪽에 서 있던 공양팀 부총괄을 맡은 대경지부장 백은정 님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공양 메뉴 선정부터 600개가 넘는 공양그릇과 물컵을 마련하기까지 엎치락 뒤치락의 준비과정을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행랑채로 돌아오니 여전히 상황본부와 무대팀은 회의중입니다. 리포터들도 탈의실로 만든 쪽방에 모여 앉아 회의를 했습니다.

봉사자들의 이 열정과 노고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한 이야기와 문체를 고민합니다. 다른 봉사팀들과 비슷하게 우리 리포터팀도 취재와 기사 작성 계획이 계속 변경됩니다.

잠들지 못하는 죽림정사의 밤입니다.


6월 20일에 '613 만인대법회 특집'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글과 사진_613대법회 행사기록파트(김난희, 이승준, 허인영, 홍정배)

전체댓글 22

0/200

임경희

생생한 준비과정 소개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2024-06-22 08:44:38

반야지

정말 다른 말 필요없이, 모두 멋지십니다. 챔피언!!!

2024-06-21 17:42:22

사공엽

이렇게들 준비하셨군요. 감사합니다. 🙏

2024-06-19 17: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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