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지회
활동 노하우가 궁금하세요?

오늘의 주인공은 구미지회 지회장으로 활동하신 김철한 님입니다. 지회장은 어떤 활동들을 하는가?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김철한 님은 정토회 소임 이외에도 직장, 농사, 봉사까지 무척 바쁜 일상에도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낼 수 있는지 인터뷰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김철한 님만의 활동 비법을 소개합니다.

2023년 인도성지순례
▲ 2023년 인도성지순례

일이 곧 휴식

온라인 전환 후 지회장 선거에서 투표로 제가 선출되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소임을 맡게 되어 거부했으나 도반들이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3번 이상 거절하면 서원행자 자격이 박탈되고, 수행자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도 아니라고 여겨 기꺼이 맡았습니다.

지회장 소임을 하기 전 저는 공무원 생활을 은퇴하고 계획했던 전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농사에 관심이 많아 600평의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퇴직했던 직장도 계약직으로 다시 다녔고, 매주 토요일 구미지회 으뜸절 아도모례원에 가서 봉사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회장까지 맡으니 소임이 네 가지로 늘었고 퇴직 전보다 더 바쁜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 일과 소임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초, 중, 고, 대학 동기 모임에도 총무나 회장을 하고 있지만, 지회장이 된 후로 일주일 내내 활동이 있어 사생활은 그냥 생략해 버렸습니다. 하루에도 아침, 저녁으로 회의가 있어 농사일은 아침기도와 아침 회의를 마치면 틈이 나는 시간에 집중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출근 시간이 늦어지면 아침도 못 먹고 출근했습니다. 오후 6시 퇴근하여 회의 준비와 법회, 수업 참관을 위해 곧장 집으로 왔습니다. 거의 매일 저녁 늦은 시간에 일과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이 일의 연속일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휴식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로 하는 화상회의는 몸이 쉬는 것이고, 농사는 정신이 쉬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사일과 정토회 소임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조화를 이뤄 제 건강에도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2023년 4월 아도모례원 연등작업 봉사(맨 왼쪽 김철한 님)
▲ 2023년 4월 아도모례원 연등작업 봉사(맨 왼쪽 김철한 님)

부담 없이 편하게 일하기

‘선택한 것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라는 법문이 생각납니다. 여러 일정이 겹치면 중요한 일을 먼저 합니다. 농사보다는 지회장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농사일을 계획했어도 회의가 잡히면 회의 참석을 위해 농사일을 나중에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밭에 풀이 무성해도 그중 제대로 자란 것을 먹으면 됩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자란 나물이 더 맛있습니다. 또 약을 치지 않아 벌레 먹으면 ‘벌레에게 양식을 제공해서 좋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사는 내가 한 만큼 얻는 것이니 계획대로 안된다고 짜증 낼 일도 없습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퇴직 후 재취업이기에 일을 조금 덜 하고 돈을 덜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지회장 활동 전 직장 다니면서 대의원 활동을 7년 했습니다. 9차 때 상임위원에 예결산 분과장까지 했으니 당연히 많은 회의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지회장이 되어 회의 할 때 제가 회의를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지 회의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회의 진행도 모둠장들과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결정할 사안도 다수결로 결정하니 내가 지회장이라 해서 내 주장을 관철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정한 사안이 잘못되거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는 모든 책임은 지회장인 내가 지겠다는 자세를 가졌습니다. 이런 마음 자세로 회의하다 보니 회의가 많아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핸드폰 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정토회 활동하며 여러 단체방에서 메시지가 수시로 울립니다. 처음에는 그 알림 소리가 거슬렸으나 그것도 저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내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에만 확인하고, 직장에서는 메시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지만, 전화는 반드시 받겠다. 라는 관점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로 정리하니, 불편한 마음이 없어지고 핸드폰 소리에 쫓기지 않습니다.

기도와 명상이 나에게 준 변화

저는 젊은 시절에는 원칙주의자였고 성격은 급하고 날카로우면서 다혈질이었습니다. 말이 너무 빨라 더듬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쓰임이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명심문으로 13년간 매일 아침기도를 했습니다. 아침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계획도 세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금 이렇게 여여하게 살 수 있는 것도 기도 덕분입니다. 어제의 나를 돌아보며 오늘은 조급하게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말자며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연습을 했습니다. 명상도 즐겨 합니다. 명상하며 몸의 느낌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방의 짜증 나는 반응에 몸에서 미세한 열이 조금 나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느낌을 흘려버립니다. 그러면 ‘언제 짜증이 왔나?’ 하며 지나가 버립니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사람과의 갈등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한두 번은 참고 넘기지만 결국에는 폭발하듯 화가 나는데, 저는 삼세번이라고 주문을 겁니다.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만 나와 다를 뿐이다. 그리고 참으면 안 된다.’라는 법문을 새기고 있습니다. 참으니까 화가 폭발하는 겁니다. 참는 것도 내 고집이므로 참을수록 점점 고집이 짙어질 뿐입니다. 관점을 바꾸고 짜증이 올라오는 순간 알아차려서 ‘이게 나를 짜증 나게 하는구나.’ 하면서 바로 그 감정을 흘려버리고자 합니다.

저는 웃는 얼굴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공무원 생활하며 업무상 중요한 자리가 많았습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기 전 집이나 차 안에서 거울 보며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내가 웃을 때 어떤 모습으로 상대에게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첫 만남에서 처음 3초가 매우 중요합니다. 첫 만남에서 밝게 웃는 모습과 무표정한 모습은 큰 차이가 납니다. 상사들에게 건의 사항을 요구할 때도 밝게 웃으면서 했습니다. 은퇴할 때 지방청장님이 “선배님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라고 하였습니다. 웃는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보여야 꼰대 소리 듣지 않습니다.

저도 싫어하는 말을 듣거나 싫어하는 상대를 만나면 딱 경계에 부딪힙니다. 부딪히다 한편으론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라며 화가 납니다. 그런데 바로 화나는 그 순간 저는 일부러 웃어버립니다. 화난다는 것은 감정에 사로잡힌 것인데 이렇게 웃어버리면 그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니까요. 말은 쉽지만 화날 때 웃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한번 웃어보는 겁니다. 화를 내면 내 손해입니다. 아침기도 하면서 오늘은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 놓칩니다. 그러나 계속 기도하고 돌이키며 조금씩 조금씩 사로잡힘이 더뎌지고 바로 반응하던 행동이 느려집니다. 마음과 행동이 느려지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지금은 습관처럼 말도 느려졌습니다.

소임을 통한 보람과 감동

지회장 활동하며 정토회원, 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함께 공부하며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회장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점은 구미지회 전법활동가가 9명 늘어난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구미지회가 가장 많습니다. 저희 지회 신규 전법활동가들이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회장 소임을 회향하고 지금은 특정 소임이 없습니다. 정토회 만나기 전 테니스에 빠져 퇴근 후 거의 매일 테니스를 쳤습니다.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돌아다녔는데, 다리를 다쳐 테니스를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와 함께 바람 쐬러 찾아간 곳이 문경 정토수련원입니다. 아마도 다리를 안 다쳤다면 정토회와 인연이 닿지 않았을 겁니다.

아내와 함께
▲ 아내와 함께

정토회 와서 불교대학 시작과 동시에 담당자가 되었고 상주법당 불사 이후 대의원 7년, 불교대학 진행자, 지회장 이렇게 14년 동안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활동했지만, 아내가 활동을 양보하고 저의 활동을 지원해 준 덕분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집 근처 둘레길을 걸으며 휴일에는 점심도 먹고 옵니다. 그동안 정토회 활동을 말없이 묵묵하게 응원해 준 아내와 함께하는, 소임 없는 지금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몸은 어디서든 부르는 데로 움직이고 소임은 무엇이든 주어지는 대로 하겠습니다.


메신저의 알림 상황들이 파도가 되어 수시로 저의 마음을 들썩이게 합니다.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밀려올 때는 정신이 없습니다. 김철한 님을 인터뷰하며 많은 일을 적절하게 소화해 나가는 수행자의 자세와 말투에서 묻어나는 침착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저도 선배 도반님들을 따라 배우며 아침기도와 명상을 꾸준히 해 나가고자 합니다.

글_정태남(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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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래

김철한님의 활동 노하우 덕분에 저도 가볍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도 읽었었는데, 조언이 필요했던 딱 지금 매우 잘 알았습니다. 나눔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화나면 웃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23-10-06 01:04:03

세숫대야

고맙습니다 ()()()

2023-10-02 08:29:31

보현

고맙습니다

2023-06-18 1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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