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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저는 광주 31사단 내 군법당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법당의 ‘월간정토지’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소식을 듣고 참석한 것이 정토회와의 첫 인연입니다. 이후 정토회 광주법당을 찾아 갔는데, 불전함에 돈봉투 넣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2010년 법당을 다시 찾았을 때는 보시가 전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도반이 법복을 입고 집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원을 세웠습니다. ‘나도 다음에 저 자리에 앉아 여법하게 집전을 해야겠다.’ 그날 그 도반은 현재 동광주지회 담당법사인 명륜법사님(2010년에는 법회담당이었다)입니다.
“잘 한다, 예쁘다,” 저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칭찬을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한 번도 야단을 맞은 적이 없었습니다. 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저희 집에, 한 번씩 외할머니가 몇 달을 머물다 갔습니다. 그만큼 양쪽 집안의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닐 때 만난 첫 사랑과 6년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시집가면 잘 살 거라는 외할머니의 예언 그대로였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처음 접한 정토메일, 구글시트 등이 익숙치가 않아 남편에게 배웠습니다. 남편은 열 번을 물으면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열 번을 대답했습니다.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SRT(광주송정역에서 열차를 탑승하면 환승없이 수서역에서 내림)를 탈 수 있도록 데려다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랬듯 저도 자녀들을 혼내지 않았기에, 가족 내의 갈등이 없었습니다.
한편 2013~2014년 대전충청지부에서 광주전라지부가 분리되면서, 광주법당으로 행정업무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저는 여러 개의 부서 중 네다섯 개의 팀을 맡았습니다. 부총무로 활동하면서도 업무를 어렵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닮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정토회 일을 하는데 유리했습니다.
광주법당에서 멀리 사는 사람들은 불교대학 중도탈락이 많았습니다. 이에 광산구에 법당을 열자는 의견을 모아 일을 추진한 끝에 2018년에 광산법당을 개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법당 자리에 대한 제 제안서가 통과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가볍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곳을 알아봤습니다. 정토회 운영 원칙대로 업무를 해나가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회장이라는 위치는 만만한 소임이 아니었습니다. 실무자가 아니라 지회를 운영하는 대표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1-10차 지회장이 되었을 때,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습니다. 오프라인 정토회는 경험이 많아 자신이 있었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때 동광주지회의 장점이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지회의 회원들은, 불교대학 홍보 등 정토회가 추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회원들에게 소임을 제안하면 가볍게 받았습니다. ‘불교대학 일만인 전법’기간에는 다양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또,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수업을 참관하면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다양한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라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 말을 오해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제 말을 엉뚱하게 전달하는 사람, 저에게 마음을 의지했다가 실망하는 경우 등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행정업무들과 달랐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대처해야 했습니다. 혼자 해결이 안 될 때는 법사님에게 문의했습니다. 회원이 전에 속해있던 당시의 법당 총무, 부총무에게도 자문을 구했습니다. 문제를 수행과제로 정하자, 처음의 서운했던 마음 대신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도 한때 그랬던 적이 있지.’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저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언니같이, 엄마같이 그들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을수록 마음은 더욱 편안해졌습니다. ‘아, 이래서 소임이 복이구나.’라는 말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남편 직장을 따라, 고향인 진주를 떠나서 23년 전에 광주로 왔습니다. 경상도 억양과 굵은 목소리로 인해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고 강해보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2-1차 지회장직 연임 제의를 받았을 때는 부담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만 일의 첫 지회장 소임을 받아 기뻤습니다. 다음 지회장을 위해 새 만 일의 기초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일반회원 중에서 책임봉사자를 많이 발굴하고 그들이 꾸준히 수행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대일 소통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소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화 통화나 오프라인 만남에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동광주지회의 일반회원이 130명인데 한 달에 걸쳐 차례대로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안부를 묻고 수행법회 참석을 독려합니다. 공동정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30명 중 45명이 참여 중입니다. 일반회원 중에서 수행을 열심히 하고 법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에게는, 전법활동가 교육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든, 지회장은 회원들과 화합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마음을 낮춰야 합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뤄서 정토회 업무를 마치지 못 하는 회원이 있었습니다. 만나서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회원들이 알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회장의 역할임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제 이야기가 지회장 소임이 처음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이미덕 님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괴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괴로운 이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복을 아는 사람도 행복을 나누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는 동안, 그의 재능도 점점 더 개발되어 가는 듯합니다. 그는 2011년부터 3년간 광주법당에서, 2018년부터 2년간 광산법당에서 사시(오전9시~11시)예불을 집전했습니다. 2010년 광주법당에서 세웠던 원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지회장으로서 새로운 원을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동광주지회의 순조로운 새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글_남궁천진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노원지회)
편집_이주현(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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