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전라지부
마법의 주문
'모르면 OO, 틀리면 OOO'

1차 만일결사의 큰 원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만일을 준비하는 마지막 천일. 그래서 어느 때보다 부담스럽고 힘들었을 10차 천일의 지부장 소임. 태어날 때부터 정토행자는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그 힘든 소임을 맡아 해낼 수 있었을까요? 정토행자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일들이 가능한 걸까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10차 광주전라지부장 박영애 님에게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 박영애 님
▲ 주인공 박영애 님

괴로움 속에서 정토회를 만나다

제가 처음 정토회를 만난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 하던 둘째 아들의 자모회 덕분이었습니다. 제 차에 염주가 걸린 걸 보고 아들 친구 엄마가 제게 '참자유'라는 스님 법문 녹음테이프를 주었습니다. 그 당시 다른 절에 다니고 있던 저는 늘 듣던 법문이겠거니 하고 듣지도 않고 그냥 놔두었습니다. 다시 만난 그 엄마가 이번에는《정토지》를 주었습니다. 남편과 시댁 문제로 힘들었던 제게《정토지》 글귀 하나하나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말씀이 세상을 탓하며 괴로워하던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수행법회는 나의 보약

용기 내서 정토지 표지에 찍힌 번호로 전화 걸어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물었습니다. 혼자서 OO골목 OO목욕탕 건물 4층에 있다는 법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계단 끝에 자리한 법당에는 아래층에서 올라온 습기만 축축하고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 싶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고 영상으로 듣는 스님 법문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정말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수요일마다 수행법회에 나갔습니다. 수요일에 법문을 듣고 오면 일주일이 편안한데, 안 듣고 오면 일주일이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법당에 앉아 법문 듣는 시간이 저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수행법회 법문이 저한테는 보약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을부터 수행 법회를 다니고 이듬해 봄에는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수행법회를 꾸준히 다닌 덕분에 불교대학은 더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수행법회에 계속 나가며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법당에 사람이 없다 보니까 수행 법회 사회 소임부터 조금씩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사십 대였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개관식에서 인사말 하는 박영애 님
▲ 정토사회문화회관 개관식에서 인사말 하는 박영애 님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10차 지부장 소임을 받았을 때,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지부 저녁 팀장이나 총무 소임은 법당에서 도반들과 직접 얼굴 보고 함께 얼싸절싸 법당을 꾸리고 가꾸는 몸으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10차 천일 지부장 소임은 온라인 회의와 발제, 제안 같은 새롭고 창조적인 업무라서 부담감이 컸습니다.

다행히 자상한 대표님, 든든한 도반들과 함께한 덕분에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라는 마음으로 배워가며 했습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라는 마음을 냈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부담스럽고 힘든 건 아닌지 돌이키며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 스스로를 독려했습니다. 일을 혼자서 다 하는 것도 아니고 묵묵히 각자 역할을 맡아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지회장들과 함께 어려운 일도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지부장단 회의에서(가운데 줄 맨 왼쪽)
▲ 정토사회문화회관 지부장단 회의에서(가운데 줄 맨 왼쪽)

넘어지면 일어서고 잘못하면 뉘우치고

지부장은 전국 회의에서 결정된 사업을 지회장들과 회의를 통해 일을 집행합니다. 지부장은 지회장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여 지부 전체를 총괄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지부장으로서 도반의 의견을 잘 들어주려고 하지만 의견이 일치가 안 되고 부딪힐 때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업식을 알기에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서로 자기를 고집할 때는 잘 안되었습니다.

‘내가 아직도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있구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한다고 하지만 아직 내가 미숙하구나!’

제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면 법사님과 상담하고, 간담회 자리도 마련해 점검받으며 풀어나갔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막힌 부분이 뚫리며 해결되었습니다. 또, 서로 돌이켜 자기를 내려놓으니 가벼워졌습니다. 지부장 소임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만일결사 회향식 날(가운데)
▲ 만일결사 회향식 날(가운데)

안갯길 같은 인생도 자유롭게

지부장 소임이 무겁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일만 불교대학’, ‘일만 행복학교’라는 큰 목표를 달성한 데서 오는 성취감과 보람도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부장 소임을 맡은 가운데 1차 만일을 회향한 것에 스스로 뿌듯했고, 모든 분의 은혜 덕분에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스님을 내 인생의 멘토로 삼아 가르침대로 살면, 안갯길 같은 인생이 자유롭고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소임을 하다 보니 만일 회향 10차 지부장 소임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1차 만일을 마무리하며 회향할 수 있어 저에게도 큰 복이고 영광이었습니다.

도반이 나의 힘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계속 온라인으로 회의하니까 직접 만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도반들과 직접 만나 마지막 회의를 할 때는 더 반가웠습니다. 함께 회관을 구경하고 차도 마시며 도반 사이의 끈끈함이 피부로 느껴져 정말 좋았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속에서 '도반애'를 느끼며 또 한 번 힘을 얻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이 꿈만 같고 제 스스로 무엇을 했다 할 것이 없어 무슨 말을 할까 고민되고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저는 건강하게 무슨 소임이든 맡아 꾸준히 해나가며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렇게 정토회에서 곱게 물든 단풍처럼 물들어가고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으뜸절 미륵사에서 도반들과(맨 오른쪽)
▲ 부처님 오신날 으뜸절 미륵사에서 도반들과(맨 오른쪽)


박영애 님의 이야기 속에 부처님이 설하신 고집멸도 사성제가 다 들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삶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 사람이 부처님 법을 만나 수행자가 되어 소임을 통해 더 자유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 수행자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힘든 소임도 해낼 수 있었고, 깃털처럼 가볍고 호수처럼 깊어진 자신을 만났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귀한 경험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도반님 사랑합니다. 2차 만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넘어지면 일어서고, 잘못하면 뉘우친다’는 마법의 주문으로 제 2차 만일을 힘차게 달려 나가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퀴즈!!!

아래 말에 들어갈 적합한 말을 찾으시오.

질문 : 모르면 OO, 틀리면 OOO

  1. 모르면 (참고), 틀리면 (아닌 척)
  2. 모르면 (됐고), 틀리면 (어쩔래)
  3. 모르면 (조용), 틀리면 (잔소리)
  4. 모르면 (묻던가), 틀리면 (고치던가)
  5. 당신의 대답은?

글_박은영 희망리포터(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편집_홍윤미(인천경기서부지부 부천지회)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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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항상 올려주시는 글에 눈팅하며 배우기도하고 부러워하기도하고 감동받아 눈물도 흘리며 언젠가 인연이 있겠지 있을꺼야~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서고 있습니다

2023-04-18 09:34:55

정종석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대중의 인도까지 원만하게 수행해 내신 근기에 힘찬 박수와 감사를 보냅니다. 항상 행복하시기를 ~!!!

2023-04-06 11:45:42

김희복

감사합니다~()

2023-04-06 0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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