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국제지부
황무지를 개척하다
김순영 님 첫 번째 이야기

멀리 미국에서 불법 전하느라 애쓰는 김순영 님을 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머나먼 낯선 땅에서 활동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차 차이로 이른 새벽인데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해외에서 교민전법과 외국인전법을 위해 고군분투한 1차 만일 10차 국제지부장 김순영 님의 수행담 1화를 선보입니다.

철저한 이과생! - scientist

외국에 살다 보니 사람들이 가끔 동양 철학에 관해 묻는데, 저는 과학 하는 사람이라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양 철학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불교를 공부해 보자는 생각에 1999년 부산 동래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00년 부산(동래)법당 불교대학(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김순영 님)
▲ 2000년 부산(동래)법당 불교대학(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김순영 님)

제 성향은 굉장히 이과적입니다. 대학에서는 지구과학교육을, 대학원에서는 물리해양학중 수치모델링을 전공했습니다. 남편도 이과 출신이고 주변 사람들 대부분 이과 계통입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오니 거의 문과 계통 사람들이었습니다. 화성에서 온 이과생, 금성에서 온 문과생처럼 뭔가 달랐습니다. 처음엔 그 다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때는 사람들 마음을 참 몰랐습니다.

정토회 활동하기 전 제가 주로 했던 일은 저만 열심히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일하는 과정에서도 과학자가 자연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듯, 사물하고 일하듯이 했던 것 같습니다. 보고서나 논문을 쓰듯이,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고 일어난 일들을 사실대로 나열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는 식으로 말하고 글을 썼고 많은 분들이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집 센 무종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교 근본 교리와 반야심경을 배우며 불교가 굉장히 과학적이라 놀랐습니다. 또한 정토회는 법륜스님과 일반 대중이 함께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놀랐습니다. 당시는 매주 금요일 한 끼 굶기, 24시간 통일 릴레이 정진, 거리 모금 등 주로 ‘북한 돕기 운동’을 주로 했습니다.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거리 모금, 환경 실천 운동도 했습니다. 이런 정토회는 굉장히 멋진 곳으로 다가왔고, ‘그래, 이런 곳이라면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벅찼습니다.

2004년 워싱턴 북한인권보고서 발표
▲ 2004년 워싱턴 북한인권보고서 발표

2015년 워싱턴 백악관 앞 평화시위(왼쪽에서 세번째 김순영 님)
▲ 2015년 워싱턴 백악관 앞 평화시위(왼쪽에서 세번째 김순영 님)

불교대학 재학 중에 천일결사1 입재도 하고 정토회 봉사를 시작했는데, 남편의 박사학위과정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되어 제가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이 있던 미국으로 다시 갔습니다. 남편은 박사학위 취득 후에 워싱턴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법륜스님이 해외 순회 법회로 뉴욕에 왔습니다. 뉴욕에 가 스님을 만나 워싱턴에서도 강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워싱턴은 스님이 북한 문제로 방문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이다 보니 스님이 저와 남편에게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한 3년 간 같이 활동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3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오면 되겠다 싶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워싱턴 정토회 총무는 봉사로 하자고 했습니다. 어차피 법문도 듣고 기도도 해야 하니 ‘좋은벗들 미국지부 사무국장'과 '워싱턴 정토회 총무'를 함께 하며 상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워싱턴 가정법회시절(맨 뒷 줄 가운데 김순영 님)
▲ 2003년 워싱턴 가정법회시절(맨 뒷 줄 가운데 김순영 님)

외국 전법의 시초, 온라인 선두 주자

7차, 8차 천일결사 6년 간 해외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회향하면서 세계 전법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후 한참을 지나 10차에 들어서 국제지부가 탄생했는데 그 탄생 역사가 깁니다. 2010년 미주 사무국장을 할 때 영어 즉문즉설을 실험적으로 시작했지만, 아직 준비가 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부터 조금씩 영어번역작업을 하던 것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해외지부 사무국 내에 번역팀을 만들어 영어 번역사업에 주력했습니다.

2010년 9월 미주정토회관 개원식
▲ 2010년 9월 미주정토회관 개원식

그러다 2012년 ‘뉴욕 타임즈’지에 법륜스님 인터뷰가 전면에 실렸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로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 상황이 어려워 인도적 지원을 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뉴욕 타임즈’지와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 성사된 것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2013년 미국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교에서 법륜스님 초청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도법스님과 함께 한국불교를 대표하여 참석해 강연했는데, 즉문즉설을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로 인해 미국 대학교 세 곳 (프린스턴대학교, 예일대학교,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외국인 대상 영어 즉문즉설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이듬해 세계 115강 중 영어 즉문즉설 강연을 8회 진행했습니다. 구글 본사에서 직원 대상 강연도 했습니다. 이 때 강연 홍보를 위해 만든 영문홈페이지와 영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법륜스님의 법문을 외국인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고 영어 즉문즉설 강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 115강에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당시 해외 8개 지구장님들, 총무님들을 비롯해 함께 준비한 모든 활동가와 봉사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4년 워싱턴 버지니아 해외 순회 강연(가운데 김순영 님)
▲ 2014년 워싱턴 버지니아 해외 순회 강연(가운데 김순영 님)

이 좋은 법이 한국 사람들에게만 전파되는 것이 안타까워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세계전법을 준비하는 단독 부서를 제안했습니다. 9차에 국제국이 만들어졌고 국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외국인들에게 법을 전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온라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테스트를 위해 우선 교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불교대학, 온라인 수행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정토회와 인연이 있어도 법당에서 차로 2시간 이상 걸리거나 비행기를 타야하는 거리에 사는 분들은 불교대학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이들이 각 지역에서 외국인 전법을 하는 선두 주자, 핵심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불교대학을 4기, 경전대학을 1기까지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영어 불교대학을 준비했습니다. 봉사 시간도 필요하니 불교대학 강의를 녹취, 윤문하고 번역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함께 온라인교육플랫폼을 구축하고 함께 온라인 실험을 했던 국제국 온라인전법팀 활동가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국제 지부 탄생 - 코로나 보살!

10차에 들어서 국제국 산하 국제 정토회가 신설되었습니다. 봉사자들도 늘어날테니 이제 본격적으로 외국인 전법을 준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정토회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국제지부’가 탄생했습니다.

2019년 해외 아태 행자대회 국제국 설명
▲ 2019년 해외 아태 행자대회 국제국 설명

우리는 코로나를 ‘코로나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세계 전법을 위해 가장 많이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세계 전법은 힘들었을텐데, 국제지부는 팬데믹 기간 온라인 전환으로 큰 덕을 보았습니다. 행정처 산하 국제국에서 정토회 산하 국제지부가 되면서 전법 활동가들이 80명 정도 생기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습니다.

기대되고 설레는 한편, 전법 활동가들에게 세계 전법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심어줄지,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지 약간 무거운 마음도 공존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국제지부 회원들, 지회장, 팀장 등 모든 활동가들이 불확실하고 정해진 것 없는 막연함 속에서도 본인이 가진 능력의 200퍼센트 이상 노력하고 헌신한 덕분에 지금처럼 안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도반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국제지부의 특징 및 어려움 - step by step

국제지부는 외국인 전법을 하는데 정토회 회원들에게 낯선 분야입니다. 저는 2003년 워싱턴 정토회 총무를 하면서부터 외국인 전법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6년 전, 9차에 처음 국제국이 만들어졌을 때 실제 외국인 전법에 전념하는 활동가는 몇 명 되지 않았고, 상근활동가로는 저 혼자 발령받은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세계전법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나?’ 하는 구상만 6개월 이상 했습니다.

2021년에 시작된 국제지부의 큰 특징이자 힘든 점은, ‘준비된 것이 없다.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원 대부분이 외국인 전법은 처음이라 온라인으로 개편되면서 오는 혼란, 국제지부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나면서 오는 혼란, 준비 안 된 저희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외국인들과 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외국인은 별로 없고, 세계 전법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한 점 등 많은 어려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 시차로 회의 시간을 잡기조차 힘든 구조도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국제지부 전법 회원들은 국내와 달리 일반회원, 전법회원들이 함께 듣는 국제수행법회에 참석해야 법회 출석을 인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스님이 하는 법문을 바로 듣지만, 국제지부는 매주 자체적으로 법문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통역한 법문을 편집하거나 한국 법문에 영어 자막을 넣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국제 수행법회 법문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2021년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국제수행법회에서는 영어통역이나 영어자막으로 법문을 듣고 나누기는 현지어로 했습니다. 영어, 독일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5그룹으로 나누어서 했습니다. 또한 회원들이 한국어 수행법회를 들으려면 생방송 줌으로 참석해야만 했습니다. 일부 회원들로부터는 “현지어 나누기로는 깊은 나누기를 하기 어렵다. 한국어로 나누기하고 싶다. 한국어 수행 법회를 듣고 싶다.” 그리고 일부 전법 회원들로부터는 “전법 활동가 법회 법문을 추가로 들어야 하니 너무 부담스럽다.”라는 어려움이 계속 접수되었습니다.

2007년 해외명상수련(세 번째 줄 맨 오른쪽 김순영 님)
▲ 2007년 해외명상수련(세 번째 줄 맨 오른쪽 김순영 님)

이렇게 산적한 민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을 과제로 잡았습니다. 먼저 국제 수행법회를 안정화한다. 둘째, 전법회원들이 플랫폼에서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하여 일주일 동안 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듣는다. 셋째, 일반 회원들이 수행법회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한국과 조율하면서 현장의 줌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나누기도 1부 법문 나누기는 외국어로, 2부 생활 나누기는 한국어로 충분히 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여러 민원을 꽤 오랜 시일에 걸쳐 한 가지씩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지부와 국제지부가 공통으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시차입니다. 시차를 극복하고 회의와 모임을 하는 것입니다. 전법회원들의 승인회의는 하루 동안 서면승인회의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또한 영어 불교대학 1 과정을 수료한 150명 정도의 외국인 회원들이 지회에 정착하고, 그룹 활동을 활성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백 번, 천 번 만나서 설명해야 하는 과정을 한, 두 번 만나 해결하려고 한다면 나도 힘들고 상대도 힘들다. 내가 욕심부리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립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이 민주주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기도문을 매일 읽으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저를 살피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가자.’라고 주문을 겁니다. 그렇게 한 가지 한 가지씩 해결하여 지난 2년 동안 국제지부는 세계전법을 향한 주춧돌을 놓고 설계도는 완성했다고 스스로 평가해 봅니다.


해외에서는 ‘불교대학과 수행법회 법문을 플랫폼에서 듣기’를 국내보다 앞서 시작했습니다. 외국인에게 전법하기 위해 단독 부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드디어 국제지부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2화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글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1.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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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세계 전법의 초석, 국제 지부에 이런 보살님이 계셨구나!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이 좋은 법이 세계로 뻗어나가서 정토 세상 이루어지길 발원합니다.

2023-04-17 16:46:17

보리

오 대단하십니다. 그동안의 국제지부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23-03-31 12:52:57

묘향심

무에서 유를 개척하셨네요. 대단합니다.

2023-03-30 06: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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