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내면 안 되는 사람

모든 것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편해진 해외정토회 조세핀 김 님의 불교대학 소감문입니다.

화내면 안 되는 사람

제가 불교 대학에 입학한 이유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화도 안 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제 마음속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든지, 누구든지, 제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먼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화를 버럭 내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여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저는 화내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어야만 했으니까요. 그렇게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인생도 이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저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천주교 집안이었지만 종교에 대해 무척이나 부정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집안 식구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하느님에게 매달려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그 방법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인 조세핀 김
▲ 여행 중인 조세핀 김

어느 날 동네 지인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변해 있었습니다. 그 지인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한테 버림받아 조부모와 친적 집에 얹혀살았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아버지를 원망했는데 어느 날 그 지인이 아버지와 화해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 사람은 부처님을 알게 돼서 그렇다고 했는데 제 마음에서는 ‘또 종교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지인은 사찰이 아니라며 제게 정토불교대학 주소를 주었습니다.

나로부터 시작

무슨 홍두깨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으면서도 은근히 관심이 생겨서 정토불교대학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20여 년 전, 법륜스님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때도 불교 신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단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에 들어온 목표를 적는데 저는 ‘마음의 평화’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수업하면 할수록 꼭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제일 마음에 든 것이 부처님 제자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제가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수업을 들을수록 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습니다. 남이 잘못해 내가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저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잘못은 참회하고, 교만했던 저를 낮추면서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여행 중인 조세핀 김
▲ 여행 중인 조세핀 김

내 목표는 '마음의 평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성격이 많이 누그러지고 화를 안 내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하는 행동을 시시때때로 돌아보며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아들도 그것을 느끼고 왠일인가 하고 의아해합니다. 지금은 옛날의 제 성격이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제 모습이 원래 모습이었던 것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제가 목표로 했던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제 무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가 찾아왔습니다. 가족 간에 관계가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아침기도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명상할 때 자꾸 잡생각으로 들락날락하지만,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마음의 평화라는 제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경전대학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경전대학에서 제가 무엇을 얻을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동안 함께 한 도반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글_조세핀 김(해외정토회)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팀

전체댓글 17

0/200

방지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새기겠습니다~

2024-03-09 00:02:08

공덕경

네 벅착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니 글이 끝나네요 짪지만 가슴을 울리는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의 평화 그 어려운걸 해내시네요

2023-03-15 15:10:06

손성수


조세핀님 ! 마음의 평화를 얻으심에 축하드립니다.

2023-03-12 18:16:5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