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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이 복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저에게 오는 소임은 “예”하고 다 받았습니다. 수도권 정토불교대학 팀장, 통일의병장, 법사 소임까지 모두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천경기서부지부 국장 소임을 받았을 때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활동가가 부족해서 사무국에서 함께 할 활동가 팀을 꾸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처음 맡은 소임이라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랐고 실무도 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힘들고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지도 법사님에게 “후발 지부라서 사무국에 활동가가 너무 적어서 힘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직접 질문했습니다. 법륜스님은 “사무국장한테 인력을 보충해 달라고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지부니까, 국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총무라고 생각하고, 내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답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혹 떼려다 도리어 혹을 붙였다며 위로해줬지만, 그때 저는 제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일을 무서워하는구나. 내가 일을 다 해야 할까 봐 두려워서 피하고 싶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매일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으면 한 페이지가 가득 찼습니다. 그러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막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나와서 그 일들을 시작하면, 반 이상은 전화 몇 통이면 끝나는 일들이었습니다. 사실 일이 정말 죽을 듯이 많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 일이 무거운 게 아니었구나. 얼마나 전문적인 일을 한다고 그걸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였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 할 수 있을까? 이걸 왜 해야 하지?’라며 스스로 잔머리를 굴리느라 머리가 무겁고 마음이 복잡했던 것이었습니다.
제 밑 마음을 알아차린 후, ‘일에 치여서 죽는 것도 아닐 텐데, 한번 맞서보자!’라는 베짱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이 부담스러워서 마음이 무거웠던 것뿐이었습니다. 일은 쪼개서 나누면 되었는데, 제 머릿속은 제 생각만으로 가득 찼고 제 마음에는 스스로 큰 돌을 올려놓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활동가가 많이 늘어나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활동가가 더 많아졌을 때는 더욱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 저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고 저는 줄곧 생각했습니다. 결혼한 후 부부이고 가족이니까 함께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가기 싫다고 말하면 가기 싫은 마음만 온전히 있고, 가야 하는 상황에 맞춰줄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법사 수계교육 중, 남편은 저와 같은 성향의 사람인데 왜 이렇게 함께 사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담당 법사님에게 내어놓았습니다.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왜 꼭 무언가를 함께 하려고 해요? 그분은 싫다고 말하면 그대로 싫은 거고, 안 하겠다고 말하면 안 하는 사람인데, 왜 같이 가려고 해요? 그냥 내버려 둬요. 다른 사람이에요. 왜 그걸 행자님 마음대로 하려고 해요?”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의 무언가가 확 깨져버렸습니다. 남편과 제가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만난 지 30년이 훨씬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제 고집으로 다른 성향의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고 우기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남편은 나와 같은 사람이니, 같이 행동해야 하고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평생 고집하고 있었구나!’ 남편이 저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할 때, ‘아니야! 함께 의논해야 해. 혼자 결정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남편에게 계속 물어봤습니다. 남편이 가족과 여행가는 게 싫다고 말할 때도, ‘아니야! 가족과 여행가는 게 왜 싫겠어. 같이 가는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며 함께 가지 않으려는 남편을 미워했습니다.
제 고집과 색안경을 낀 채 남편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자기 말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내 고집대로 끌고 가려는 내가 엄청 싫었겠구나. 내가 좋고 싫음이 많아 다른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구나!’ 30년 넘게 눈과 귀를 가린 채 살았던 자신을 크게 깨우치고,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한 고마운 가르침이었습니다. 이제는 싫으면 싫은 것으로, 아니라면 아닌 것으로 알고 지냅니다. 그러니 참 편안합니다.
저는 부족해서 실수를 많이 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도반들이 수행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함께 가고 있는 지금,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마음이 흔들렸던 도반이 그 어려움을 나누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다시 해보겠다는 마음을 내었을 때, 고맙고 행복합니다.
불법을 만나고 법사 소임까지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저만의 공덕이 아니라 부모님, 형제, 가족 그리고 도반들의 공덕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불법을 전하고, 부처님의 말씀 속에서 법륜스님, 도반들과 함께 사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수행을 죽는 순간까지 해야 제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좋은 법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해서 그들이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글_김세영(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편집_성지연(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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