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지회
법륜스님 만난 것이 '복'입니다

올해 96세인 박정심 님. 정토회가 생기기 전, 소림선원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난했던 홍제동 법당의 살림을 살피고 주변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며 보살행을 실천했습니다. 61세에 정토회에 들어와 35년을 같이하며 원망 심을 모두 버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니 지금이 극락이라 합니다. 이제는 걸음걸이 편치 않고 눈과 귀가 잘 안 들리지만, 마음공부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들어보겠습니다.

61세에 만난 정토회

소림선원에 처음 며칠 다녔는데 못 알아들어 계속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35년 전, 61살 되면서 홍제동 정토법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마포에서 시내버스 522번, 4시 30분 첫차를 타고 예불드리러 갔습니다. 3년간 새벽예불을 다른 도반 두 명과 함께 다녔습니다. 손주들이 중학교 다니면서는 아이들 학교 보낸 후 10시 사시 예불을 다녔습니다. 지도 법사님에게 상으로 주전자를 받았습니다. “여보 갔다올게요.’ 하면 ‘응, 갔다와’ 했었던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2018.10. 박정심 님, 오른쪽에서 두 번째
▲ 2018.10. 박정심 님,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때는 정말 가난했습니다. 법당에 오면 맨날 쌀독을 들여다봤습니다. 쌀이 없으면 쌀 보시도 하고, 제과점을 할 때는 빵 보시도 했습니다. 법당에서의 영가 천도재를 시작한 때가 그즈음입니다. 제 며느리의 친정엄마 49재를 처음으로 하고, 두 번째는 제 친구 남편의 천도재를 하였습니다. 법당이 가난해서 49재 할 때 나물을 집에서 각자 해오기도 했습니다. 뭐든 생기면, 법당에 가져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줬습니다. 천을 가져와 방석도 만들고, 실무자들이 쓸 이부자리나 바지도 만들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보낼 방석을 만들었는데, 치수를 잘못 알려줘 고생도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맨 오른쪽 첫 번째, 박정심 님
▲ 맨 오른쪽 첫 번째, 박정심 님

새벽 5시에 줄 서 받은 배추 두 포기

배추 사기도 어려운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해 신촌의 한 농협에서 한 사람당 배추 두 포기를 판다 해서 10명이 모여서 갔습니다. 새벽 5시에 갔는데, 개장이 10시였습니다. 깜깜하고 추운 곳에서 줄 서서 기다렸습니다. 개장한 후 배추를 파는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 슈퍼를 잘 아는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 배추를 다 사버려 우리는 못 샀습니다. 매장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창고에서 다시 가져왔습니다. 두 포기씩 들고 법당에 와서 김장했습니다. 신심이 있고 젊어서인지 힘든 줄도 모르고 했습니다. 그때가 사람 사는 맛이 있었습니다.

어느해 부산에 가서 각해보살님에게 기도문을 받았습니다. 제게 원망 심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열아홉 식구를 데리고 사느라 새벽부터 밤 12까지 일했습니다. 시댁 어른들을 원망했었습니다. 기도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받은 기도문으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해 다시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시고 기도문 주었지 않느냐고 되물으셨습니다. 잊었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저를 가만히 보시면서 "보살님, 이제는 ‘부처님, 감사합니다.’라고 하세요"라는 기도문을 다시 주었습니다. 오늘날까지 두 번째 기도문으로 기도합니다.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 박정심 님
▲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 박정심 님

바라는 마음 없이 줄 때

그 무렵 북한돕기 모금 운동을 한창 했습니다. 95년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백만인 서명운동하며 사람들에게 사인받느라 전철에서, 길에서,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막차 끊어질 때까지 했습니다. 헌 옷 수집도 했습니다. 아들이 가지고 있던 창고에 헌옷들을 모아 도반들과 함께 새 옷처럼 깨끗하게 포장해서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모은 옷 중 청바지는 미국제품이라 생각하여 북한에서 안받는다 하여 못 보냈습니다. 주는 처지가 좋습니다. 누구에게나 바라는 마음 없이 줄 때가 재미있습니다. 세상 사람들 만나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참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안 돌아가시고 살으셨네요

10년 전 86살에 죽을 만큼 아팠습니다. 일산법당에 지도법사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저를 며느리가 지도법사님에게 데려갔습니다. ‘스님, 제가 죽을 뻔했습니다’ 했더니, 스님께서 ‘안 돌아가시고 살으셨네요.’ 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스님을 만나던 안 만나던, 스님이 법문에서 말씀했듯이 내 마음 편안하게 살면 그것이 극락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살날이 많지 않지만, 사는 동안 도반들 만나 음식 대접하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게 낙입니다. 아이들도 잘 커 줘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66살에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제가 그때까지 어떻게 살까 했지만 그대로 시작했습니다. 살다 보니 30년을 넘겼습니다. 일차만일 시작할 때 ‘어휴, 30년을 어떻게 살아’ 했는데, 회향하게 되었습니다. 2차만일 입재는 해도 마감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입재 후 지금처럼 바라는 마음 없이 그대로 할 것입니다.

연화회 나들이 때. 법륜스님과 함께
▲ 연화회 나들이 때. 법륜스님과 함께

바라는 마음을 없애면 지금이 극락입니다

정토회에 발을 들여놓고 첫째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두 번째로 바라는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대식구를 거느렸는데 바라는 마음과 원망 심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다 버리니 나 자신이 편해졌습니다. 극락과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그 마음으로 극락도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습니다. 바라는 마음이 없어지니, 누가 뭘 줘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게 됩니다. 바라는 마음을 없애면 지금이 극락입니다.

저는 아무런 생각 없이 열심히 정토회에 다녔습니다. 기도하면서도 부처님 감사합니다만 했습니다. 지금은 법사가 된 향광 이기혜님이 처음 법당에 온 날, 복이 많은 사람만이 정토회를 만나니 열심히 다니라고 말해준 기억이 납니다.

‘법륜스님 만난 것이 복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가 저절로 나옵니다.


가족, 도반뿐 아니라 연고없이 죽은 자들의 초상도 치뤄주며 보살행을 실천한 박정심 님. 불쌍한 마음으로 했고 바라는 마음 하나도 없었다는 말씀에 자비심을 보았습니다.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주는 것에서 행복을 찾은 박정심 님.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_최미영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전체댓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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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

2023-08-20 13:16:01

김포

정토회 밑거름이 되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61세 시작하셔서 96세 이르시다니 수행하심이 곱고 아릅답게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3-04-18 11:34:27

ㅇㅇ

법륜스님 만나것이 복입니다 감사합니다

2023-02-12 23: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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